[ ▲ '아크스피어'의 개발을 총괄하는 이현승 프로듀서 ]


그리 거창한 목표까진 아니지만, 개발 과정에는 열정이 서린 게임이 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을 겨냥해 극비 프로젝트로 개발 중인 '아크스피어'가 그 주인공.

지난 20일, 일본 TGS 2012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현승 프로듀서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목소리에 힘이 있지도, 펄펄 끓는 마그마처럼 강렬한 눈빛을 갖추지도 않았지만, 차분한 그의 말투 속엔 '아크스피어'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국민 게임까지는 안바랍니다.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MMORPG 시장에 족적을 남기고는 싶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언뜻 자존심을 누르고 움츠러든 사자의 날선 발톱과 같은 멘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의 중심에 꽃힐 위메이드의 비수를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아크스피어'가 채용한 드래그 터치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그리 대중적인 방식은 아니다. 이를 채용하게 된 배경이 있나?

- 이번 TGS 2012 기간 동안 우리 게임을 즐겨본 일본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볼 생각이다. 일단은 철저한 튜토리얼 구현으로 최대한 빠르게 인터페이스를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은 터치가 기본이고, 드래그 터치가 가상 패드 방식보다는 더욱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생각한다. 스마트폰 기반 MMORPG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가상패드를 쓰지 않기로 기획했다.


'아크스피어'가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 라이트한 그래픽을 꼽을 수 있겠다. 처음 게임 콘셉트를 잡을 때부터 무겁지 않은 느낌을 그렸고,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아트디렉터를 조사했다. 이 중 일본의 이타마 AD가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은 아이덴티티 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사람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느낌을 잘 살려낼 것으로 판단되어 선택했다.

이타마 AD에게 그래픽 작업을 위임한 후 조금 일색이 짙은 게임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총괄부서의 승인 처리가 잘 이루어졌고, 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물론 '아크스피어'는 일본 게임시장만 노리고 만든 게임은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그런 색이 입혀졌을 뿐이라 보면 된다.

[ ▲ 이타마 AD 영입으로 '아크스피어'의 캐주얼한 분위기를 산뜻하게 표현했다 ]


라이트 유저를 지향하는 게임을 만든다고 했는데, '아크스피어' 역시 '드래곤네스트'처럼 게임에 어느정도 익숙한 사람만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드래곤네스트'는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액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크스피어'는 다르다. 시연 버전을 해 봤다면 느꼈겠지만, 우리 게임은 약간의 터치로도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어렵지 않다. 애초 기획 초기부터 게이머들이 적응하기 쉬운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온라인 게임 중 굳이 비슷한 게임을 꼽으라면 '라그나로크'를 들 수 있겠다.


일본과 한국의 출시 시기를 알고 싶다.

- 내년 2분기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만 확정은 아니다. 안드로이드와 iOS와의 연동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


시연 버전을 해본 결과 터치 반응속도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더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MMORPG인 만큼 유저 수용면이 화두가 될 듯 한데 총 몇 명의 유저까지 수용 가능한가?

- 반응속도는 사실 프레임에 관련한 문제다. 프레임이 잘 나오면 게임이 빠르지만, 그 반대는 느려진다. 물론 현재도 반응속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정식 서비스 때는 완벽하게 수정될 것이다. 사실 '아크스피어' 개발진이 유니티 엔진을 그전부터 다뤄왔던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재 시연할 수 있는 버전은 약 한 달 전 쯤 나온 버전이고 현재 개발중인 버전은 여러 불편한 사항이 대폭 개선된 상태다.

유저 수용의 경우 필드는 총 50명까지 가능하며 마을은 훨씬 상회한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 이역시 확정된 것은 아니며 바뀔 여지가 있다.


'아크스피어'의 개발은 언제부터 이루어졌고, 총 몇 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은 작년에 준비 완료됐다. 실제 개발은 작년 12월부터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약 10개월간 진행중이다. 총 개발 기간은 1년 2개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그리고 현재 '아크스피어' 개발에 투자되는 인력은 약 50명 정도 된다.


게임 소개 자료를 보니 장르가 SNRPG라고 명명되어 있다. 생소한 장르다.

- 위메이드에 처음 입사한 때가 2년 전 쯤이다. 당시 '히어로 스퀘어' 개발에 참여하며 소셜의 가능성을 엿보았지만 충분히 게임에 접목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때문에 신작을 만들게 된다면 소셜 쪽을 대폭 강화하기로 마음먹었고, '아크스피어' 역시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에 비해 진화한 소셜 콘텐츠를 무기로 한다.

[ ▲ 소셜 기능이 강화된 '아크스피어' ]


일본 유저들에 대한 특성 분석도 마쳤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유저들과 비교해 어느 부분이 다른가?

-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바일 게임 장르는 '카드배틀' 기반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사실 MMO는 일본에서 그리 큰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그 게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일본 유저들의 특징 중 하나다. 게임의 퀄리티만 좋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모바일 게임은 용량이나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유저들을 장시간 붙잡는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다. 이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 스마트폰 게임을 PC처럼 두 세시간 가까이 붙잡는 것은 우리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아크스피어'의 사냥 템포나 던전 구조도 PC에 비해 짧게 구현해 생각 날 때마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셜적인 부분을 강화해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채울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길드전같은 개념을 말하는 게 아니다. 좀 더 원초적인 소셜 커뮤니티다. 페이스북 게임들을 보면 하루에 한번씩 접속을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우리 역시 출석 시스템이나 생산 콘텐츠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게끔 조정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유저들이 게임의 목적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 엔드콘텐츠도 착실하게 대비! ]


모바일 MMORPG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 유니티 엔진이 MMO에 최적화된 것이 아니라서 개발 초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셰이더를 모바일로 구현하면 프레임이 반 이하로 줄어들고 게임이 무거워지는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우리 개발진이 방금 말한 것처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때문에 '아크스피어'의 그래픽같은 경우 거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림자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그리고 있다.(웃음)


게임을 원할하게 구동하려면 어느정도 사양이 필요한가?

- 뉴아이패드나 아이폰4 정도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최저사양이다. 물론 개발을 진행하며 더 최적화될 여지는 있으며, 사양이나 서버 문제로 게임이 잠시 끊어질 경우에도 일정 대기 시간을 부여한다. 그리고 iOS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도 지원할 예정이기에 최적화 부분은 더 섬세하게 다듬을 예정이다.


'아크스피어'는 스토리가 강조된 MMORPG라는 문구가 있다. 유저들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어떤 장치를 마련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 비해 강화되었다는 것일 뿐 PC 온라인 게임의 퀘스트와 비할 수준은 아니다. 사실 용량 때문이라도 그 정도까지 구현하기는 어렵다. 스토리 진행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을 깔끔하게 다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 PC 온라인 정도는 아니지만 타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춘 퀘스트 시스템 ]


유니티 엔진이 개발 베이스라면 업데이트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아크스피어'는 기본적으로 로우 폴리곤으로 개발 중이기에 업데이트에 크게 지장을 주진 않는다. 애초에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게임으로 기획했고, 이에 따라 그래픽과 시스템을 디자인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말하자면 향후 2년 정도 업데이트 분량을 사전에 준비해뒀다.


마지막으로 개발자가 보는 '아크스피어'는 어떤 게임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

우리의 개발 신조와도 연관된 말이지만, '아크스피어'는 "만만한 웰메이드 게임이다"고 말할 수 있겠다. 즉, 쉽고 간단해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장르에서 비슷한 게임은 많지만 확실히 잘 만들었다는 이미지를 얻고 싶다. 오래도록 기억되는 게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TGS2012] 위메이드, 3D MMORPG ‘아크 스피어’ 신규 영상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