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과(BA, Economics)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로스쿨을 언급할때 예일과 하버드의 뒤를 이어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스탠포드 로스쿨을 졸업(JD)한 베트남계 미국인. 그가 졸업을 한 후 창업팀(Founding Team)의 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곳은 현재 전세계에 25개의 지사를 둔 글로벌 로펌 'Orrick, Herrington&Sutcliffe'.


불가능해보였던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초 엘리트 콘셉의 불패 변호사를 다룬 법률 드라마나 영화에서 엄친아 주인공의 성장 배경으로나 쓰일 것 같은 무시무시한 이력이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게임회사 사장님이다.


물론 게임회사 사장님이라고 해도 규모가 좀 남다르다. 2006년에 회사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고작 6년에 불과한데 전세계의 회원 가입자는 무려 4500만명 이상, 벌써 전세계 25개 이상의 국가에서 9개의 언어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 한개 더, 이 회사의 온라인게임 전문 플랫폼인 '이그나이트'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을 하나의 ID로 즐길 수 있는데, 2012년 2분기에 일일 접속자 50만명을 달성했다. 북미와 남미, 유럽 등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이머의 인구가 적은 지역을 위주로 서비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보적인 수치.




[ 아에리아 게임즈의 전용 플랫폼, "이그나이트" 일일 접속자만 50만명 이상! ]




웨스턴(western)으로 불리는 서양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퍼블리셔의 이름은 아에리아 게임즈(Aeria Games).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게임 업계에 뛰어들어 약 6년만에 아에리아 게임즈를 최고의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 만들어낸 주인공은 '란 황(Lan Hoang)' 대표이다.



란 황 대표를 처음 만났을때의 인상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미심쩍었다. 말 한마디에서도 열정이 넘쳐나지만, 스탠포드 로스쿨을 졸업한 엄친아에 현재 4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북미 지역 최대 퍼블리셔의 대표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소탈했다. 이를테면 이제 막 출발한 벤쳐 기업의 자신감 넘치는 사장님같은 느낌.


그러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해가 간다. 남다른 추진력과 판단력으로 유저들의 요구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성해 부분유료(Free to Play) 형태의 온라인 게임들을 서비스하면서 현재의 놀랄만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그가 처음 게임업계에 뛰어들어 사업을 시작한 곳은 전세계 IT의 열정이 모인다는 실리콘 밸리. 회사는 커졌지만 란 황 대표는 여전히 그 시절의 열정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에리아 게임즈는 서양 시장(western market)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ID로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을 쉽게 다운로드하고 즐길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인 '이그나이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일 50만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PC, 태블릿, 모바일기기 등으로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지금까지 4500만명 이상의 유저들이 아에리아 게임즈에 가입했으며 미국의 산타 클라라(실리콘 밸리)를 시작으로 독일의 베를린과 브라질의 상파울로 등 전세계에 지사를 설립하여 9개 언어로 25개국 이상의 나라에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회사는 2006년 설립되었으니 이제 6년에 불과하다. 다른 유수의 게임 회사들과 비교해볼때 역사가 짧은 편인데, 아에리아 게임즈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란 황 대표가 생각하는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전용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편의성과 기술 지원, 상세한 현지 시장의 분석 및 현지화 등을 꼽았다.


"아에리아 게임즈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퍼블리싱하지만 자체 플랫폼인 '이그나이트'를 통해 회원 가입과 게임머니가 통일되어 있어서 게이머들도 편리하고 다른 게임으로의 진입장벽도 굉장히 낮다. 새로운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경우 마케팅이나 홍보도 굉장히 효율적이다.

또한 내부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다양한 게임들을 퍼블리싱하고 게이머들의 요구에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C 게임을 모바일이나 태블릿 등의 서비스로 변환하거나 이식하는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 분석 인력을 갖추고 퍼블리싱하는 게임은 물론 진출하려는 시장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지사를 설립한 뒤 동일한 글로벌 플랫폼 하에서 철저한 현지화와 현지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게이머들의 요구와 시장의 트렌드에 걸맞는 최적화가 장점이다."



아에리아 게임즈에는 게임업계 종사자라면 정말 눈이 번쩍 뜨일만한 특징이 하나 있다. 아에리아 게임즈가 진출한 주요 국가에서 ARPU라고 부르는 '게이머 1인당 평균 매출액'이 무려 90$(약 10만원)에 달한다. 아에리아 게임즈의 글로벌 평균으로 따져봐도 70$ 이상이라고 하니 정말 놀라운 수치.

뭘 물어봐도 열정 넘치는 답변을 해줄 것 같은 란 황 대표에게 속물근성 가득한 질문을 하는 것은 왠지 실례일 것 같지만, 그래도 모든 산업의 가장 큰 고민은 결국 매출. 그래서 과감하게 물어보았다. 왜 유독 아에리아 게임즈의 ARPU가 높은지, 혹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갬블링? (웃음) 가챠 뽑기같은 수단도 있긴 하지만, 아에리아 게임즈는 장르에 상관없이 PC웹 뿐 아니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편리하고 다양한 결제 방식과 옵션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VIP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소비층들에게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리가 철저하다.

게이머들이 어떤 게임을 선택하고 또 소비하는지를 알 수 있는 고객 관리 시스템이 내부에 있는데, 게이머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서 고객들이 게임에 흥미를 잃지 않고 원하는 형태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서비스로 대응하면 매출은 상승한다.' 뭔가 밥 로스 아저씨의 '참 쉽죠?'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미 아에리아 게임즈는 결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원래 다가서기가 어려울 뿐, 진리는 단순한 곳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 가입자는 이미 4500만명 이상을 확보!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는 최대 규모. ]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다. 게이머는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도 5분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게이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란 황 대표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느낌을 받기 힘들었다. 그의 이력도 게임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데, 평소에는 과연 어떤 게임들을 주로 즐기고 있을까?


"나 스스로는 게임을 좋아할 정도로까지 하지 않는다. 분석이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고 대신 게임을 선택할때에는 통계나 결과로 드러난 정보들과 내부의 분석팀이 내린 결론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린다.

아에리아 게임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에 적합한 좋은 콘텐츠를 갖춘 게임인지 분석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 있고, 게임 산업에 오래 종사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많다."



라스트 카오스를 필두로 이후 선택된 샤이아나 울프팀, 최근의 DK 온라인과 퀸스블레이드까지. 아에리아 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모두 이렇게 내부에서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히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기에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만약 스스로 게임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아무 게임이나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아에리아 게임즈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게임을 선택하는데, 란 황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이런 조건은 모두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다양성, 결과, 빠른 대처 능력'


첫번째는 다양성, 즉 여러가지 카테고리의 게임을 갖추는 것이 게이머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게임들과 콘텐츠가 다르거나 확실한 장점이 있는 다양한 게임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결과, 단순한 흥행의 결과뿐만이 아니라 게임 내부의 콘텐츠같은 결과물이 얼마나 충실하느냐는 점.

마지막 세번째는 빠른 대처 능력으로, 개발사에서 아에리아 게임즈가 요구하는 수준의 고객 지원과 대처를 헌신적으로 수행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한다고 한다. 아에리아 게임즈가 요구하는 게임의 품질 관리와 고객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아에리아 게임즈의 철저한 시장 분석과 개발사의 품질 관리를 통한 전략적인 선택은 시너지를 일으켰다. 비록 AAA급 게임은 아니었지만, 아에리아 게임즈가 서비스한 샤이아나 울프팀은 현지화를 통해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에리아 게임즈는 한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을까? 한국에서 선택한 게임으로 일군 시장이니, 반대로 해외의 게임을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의외로 란 황 대표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한국은 좋은 게임이 많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한 시장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게임사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하지만, 중국 역시 매출은 높아도 경쟁이 치열하고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시장이다. 만약 아에리아 게임즈가 사업 확장을 시도한다면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보다는 중앙 아시아(중동 지역) 등에 설립할 확률이 높다."


한국은 e 스포츠와 온라인 산업이 세계에서 유래없이 빠르게 발전해온 독특한 시장이다. 6년만에 세계적인 게임 퍼블리셔를 만들어낸 그의 평가가 궁금했다. 과연 한국의 게임 시장은 어떤 모습이며,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온라인 시장은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좀 편중된 시장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일본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작아도 예전의 다양한 게임들을 모바일로 이식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게이머들이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MMO같은 복잡한 게임들이 태블릿이나 모바일쪽으로 이식될텐데, 오히려 일본보다 한국이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은 갖고 있는 기술로 어플리케이션이나 게임 등을 상품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다만 온라인 시장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한국이 갖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기술들을 제대로 모바일로 이식할 수 있다면 높은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고, 스마트폰과 TV등 분야의 성장 역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아에리아 게임즈의 주무대인 미국과 남미, 유럽 등에서도 점점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아에리아 게임즈 역시 모바일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특히 올해 8월에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단일 시장이 아니라 태블릿과 PC, 모바일까지 연동되는 크로스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은 익숙하다. 그러나 세계를 기준으로 볼때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고, 아에리아 게임즈는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회사 중의 하나지만 남아있는 목표는 여전히 조금 더 높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에리아 게임즈의 목표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디오 게임이 주축이었던 서양 시장에서 우리가 선보이는 게임들로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으며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가 되었다. 앞으로는 아에리아 게임즈가 게임 산업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1위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