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생각을 가졌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긴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죠.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람, 정말 '용감하다'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나희석 대표를 포함해 단 4명이서 일하고 있는 '미지수(Mizisu)'라는 회사와 그들이 만든 '행성복원 프로젝트'는 사실 그리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행성복원 프로젝트는 2010년 1월, 'iPlanet'이라는 명칭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며, 미지수라는 회사는 프로젝트 초기 중소기업청 '예비기술자창업 육성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같은 해 4월에 한 명의 동료와 함께 홍대 근처의 작은 사무실을 기반으로 차린 회사입니다.

이후 1년 동안 나희석 대표가 기획, 다른 1명의 동료가 프로그래밍을 맡아 기반 작업을 진행하다가, 2011년부터 신입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 1명씩을 충원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 FGT와 CBT를 거쳐 5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4명이라는 적은 인원과 1년 6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만에 일구어낸 성과치고는 참으로 값진 것이 아닐까요.

'행성복원 프로젝트'는 간단하고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웹 기반 게임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유저들이 문명의 발달로 환경이 파괴되고 버려진 행성들에 착륙해 쓰레기를 치우고 녹지로 되돌린다는 설정이죠. 우주선을 메인 기지로 삼아 여러 종류의 로봇을 제작, 업그레이드하고 더럽혀진 행성을 정화하는 것이 주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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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석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정말 무수한 선입견 앞에 정면으로 도전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부분에 있어 기자와 생각이 일치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관과 기준을 아낌없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게이머들', '유저들'이라는 말로 따로 구분짓기보다 그냥 다 같은 '사람들'로 봤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 미지수(Mizisu) 나희석 대표


'행성복원 프로젝트', 굉장히 독특한 컨셉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독특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마 그동안 판타지, 전쟁물, 스포츠, 삼국지 이런 게임들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소재와 장르는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개발사 입장에서 수익을 내야한다는 측면을 가장 먼저 고려하다 보니, 앞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바 있던 장르와 소재를 따라가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도 시도한 바 없는 일종의 불모지를 개척하신 거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행성복원 프로젝트'를 기획하시게 된 배경이나 계기가 있나요?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했었습니다. 최종 채택되면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회사가 지원해주는 제도였는데, 그때 매년 출품했던 것이 환경을 소재로 한 게임이었죠. 하지만 늘상 돌아오는 질문은 '수익이 되겠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심사기준이 오로지 '돈'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앞서 말했듯, 얼마든지 다양한 소재로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소재로도 상업용 게임을 만들 수 있구나'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유저도 많아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종의 도전인 셈이죠. 사실 지금도 '행성복원 프로젝트' 같은 게임은 저희처럼 돈 없는 회사보다는 좀 더 규모가 큰 회사에서 만들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도전이 실패하면 망하는 거지만, 큰 개발사들은 게임 한두 개 정도 실패하더라도 그리 큰 타격이 되지 않을테니까요.




이전에 있던 회사들에서는 DBA로 일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직접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하신 것, 그리고 행성복원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되신 것과 연관이 있나요?

DBA는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직책으로, 온라인 게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함께 등장했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서버 쪽에 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사실상 행성복원 프로젝트와 DBA 업무는 거의 연관성이 없습니다. 차라리 제가 대학에서 전공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대학 전공이라면 사진 분야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사진과 게임 개발이 연관이 있다고 하니 의아합니다.

(구)서울예전에서 사진학을 전공했습니다. 학교 자체가 자유도가 높은 편이었고, 학과 특성상 사물을 바라보는 예술적 감각을 키워주는 경향이 강해서 창의성을 많이 발휘할 수 있었죠. 하지만 막상 취업할 때 써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학원에서 잠깐 배웠던 프로그램 쪽으로 일자리를 구하게 됐죠. 창작에 대한 욕심은 가슴 한구석에 잠재워둔 채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다시 깨어나 꿈틀거리는 것을 억누르지 못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 현재 성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계신가요?

일단 게임은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간접적인 의미 전달, 두 가지가 잘 조합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널리 알리지를 못했다는 겁니다. 회사가 가난해서요(웃음).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바라... 뭐, 결국은 게임인데 어떤 거창한 목적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재미있길 바랐던 것 뿐이죠. 굳이 의미를 두자면,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게임 중에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유저들의 시각을 보다 넓혀주고 싶었달까요.

물론 그것이 게임을 개발한 목적으로 충분하지는 않겠죠.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런 게임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일전에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게임을 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재미 추구이기 때문에 일단은 유저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의미 전달이라든가 하는 목표는 그 다음이죠.




환경을 소재로 한 게임이라서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 같은 것을 일깨우려는 의도로 알고 있었는데, 잘못 이해한 걸까요?

크게 보자면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직접적으로 일깨우고자 의도한 건 아닙니다.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게임을 통해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교육 등 어떤 분야에 대해서라도 메시지를 던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게임'이라는 사실을 뒤집어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었죠. 그 기준을 넘어서버리면 상업용 게임이 아닌 기능성 게임으로 인식되어 버릴테니까요.



기능성 게임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명확한 입장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행성복원 프로젝트'는 분명한 상업용 게임입니다. 만약 일반적인 MMORPG의 필드 위에 늑대라든가 악마라든가 하는 것들 대신 빈 병이나 종이컵들이 몬스터처럼 돌아다니고, 그것들을 때려잡아 쓰레기통에 넣음으로써 퀘스트를 완료하는 게임이 있다면 그건 기능성 게임일까요? 아닐 겁니다.

저는 '상업성을 배제한 것이 기능성 게임'이라고 선을 긋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기능성 게임? 잘 만들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나면 게임은 사라집니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사라져버릴 게임보다는, 보통의 상업성을 추구한 게임이지만 보다 사회적이고, 건전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지원해주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저희 좀 지원해달라는 거죠(웃음).



해외 국가들 중에는 이런 스타일의 게임성을 선호하는 곳도 있을 것 같은데, 해외 쪽에서 진행 중인 사항은 없나요?

국내 홍보도 순탄치 않은데 해외는 언감생심이죠(웃음). 대만이나 일본, 유럽 쪽에서 몇 차례 제안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쪽 의도를 명확히 이해해주는 업체들이 없었죠. 현재도 몇 군데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 있긴 한데, 만약 잘될 경우 해외에서 출발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방향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적대관계를 없애고 협업을 강조한 시스템도 처음부터 확정지으셨던 건가요?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어필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생각되는데요.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보시겠어요? 게임을 하는데 누군가가 와서 나를 칼로 베거나 총으로 머리를 쏴서 죽인다는 생각. 실제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그때의 기분이 어떨까요? 아마 복수심으로 불타올라 아이템샵에 가서 정말 강력한 아이템을 구매하실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밤새 레벨을 올리고 던전을 돌아 좋은 아이템을 주우러 다니실 수도 있겠죠.

물론 그런 것들이 게임의 묘미일 수도 있습니다. 오직 게임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또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관념이 되어 사람들을 과격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거죠. 경쟁과 적대를 배제하고자 한 것은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은 국내 게이머들만을 타겟으로 두고 만든 게임이 아닙니다. 전세계의 '보통 사람들'에게 삶의 작은 행복을 주고자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향후 경쟁 콘텐츠는 전혀 추가할 계획이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경쟁 콘텐츠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유저 상호간을 타겟으로 하는 경쟁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향하는 경쟁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스포츠 종목에 빗대자면 복싱이 아닌 육상의 형태를 지향한다고 할까요. 아직 구체적인 모델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급적 평화에 가깝게 구도를 잡으려고 합니다.



세부적인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도 좀 여쭙고 싶네요. 현재 공개된 I 등급 행성까지를 이미 달성한 유저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후 개발 진척 상황은 어떤가요.

처음 이 게임의 대략적인 플레이타임을 6개월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빨리 최고점을 달성해버린 유저가 있긴 하지만요. 현재 올 12월까지 커뮤니티 관련 기능을 보강하고 내년 초 후반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개발자가 4명 뿐이라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도 참 벅찹니다(웃음).


상위 행성으로 올라갈 때, 이전 등급에 비해 격차가 크다고 느끼는 유저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레벨이 15단계밖에 안되다보니 조금만 레벨이 높아져도 많이 어려워진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유저 특성상 빨리 레벨업을 하고픈 욕구 때문에 급하게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행성복원 프로젝트'에서는 그렇게 플레이하면 극악의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있게 즐겨주세요. 그렇게 한다면 어렵다고 느낄 일은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기지 콘텐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난이도라든가 투자해야하는 시간이라든가 하는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데요. 개발자로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지

미사일기지는 가장 최근에 들어간 콘텐츠인데, 솔직히 불만이 좀 많은 편입니다. 상위 행성으로 갈수록 자원이 남아도는 현상도 막으면서 콘텐츠도 보강하자는 목적으로 들어간 시스템인데요. 펑펑 남아돌던 자원과 전기를 가졌던 유저들이 미사일기지 때문에 졸지에 가난해지면서 그런 불만이 나왔다고 봅니다.

사실 내부적으로도 자원의 소모가 좀 심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 자체적인 밸런스 조정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면 미사일기지도 조금은 덜 미운 녀석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콘텐츠 추가나 게임 발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요.

아이디어는 너무 많죠.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요. 일단은 소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행성들을 추가하는 작업이 최우선입니다. 현재로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또, 모바일과의 연계도 서둘러 준비하려고 합니다.


행성복원 프로젝트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소박하고 부족한 게임입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늘 열린 마음으로 유저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마음처럼 수월하지 않네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질타와 의견 주셨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전세계에서 재미있고 건전한 게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날까지 버텨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애정 가져주시고, 주변에도 소문 좀 많이 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