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첫날, 선택한 강연은 "도덕적 게임의 시나리오를 쓰는 7가지 테크닉." 제목만 읽으면 상당히 디테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 계속되는 게임 시나리오 강연의 시작을 알리는 강연인 만큼 원론 수준의 메세지가 대부분. 하지만, 게임 시나리오 작가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었다.

강연자로 나선 리차드 라우즈 3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스튜디오에서 게임 기획자겸 작가로 일하며 미공개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이전에는 유비소프트 몬트리얼에서 레인보스6의 내러티브 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아래는 리차드 라우드 3세가 언급한 7가지 기술을 정리한 내용이다.


■ 도덕적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선택을 넣을 필요는 없다.

리차드 라우즈 3세는 게임에 도덕적 요소를 넣기 위해서라면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을 실행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리차드 라우즈는 유명한 인디게임 '저니'와 1985년에 출시된 고전명작 '밸런스 오브 파워'를 예로 들며 이는 비디오 게임의 상호작용이 플레이어들에게 선택이라는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는 모순이 되지만 플레이어들에게 적절한 상황만 만들어준다면 직접 선택권을 주지 않아도 도덕적 게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사랑 받는 캐릭터를 갈등 속에 배치해라.

갈등이 꼭 선한 사람과 악당 사이에서만 일어날 필요는 없다. 캐릭터들간의 특성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편에 있는 캐릭터들에게도 충분히 외적 또는 내적 갈등 요소를 부여할 수 있다.




■ 선택이 존재한다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반드시 영향을 끼쳐야 한다.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선택은 필요 없지만 플레이어가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리차드 라우즈 3세는 문명의 창조자인 시드 마이어의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인용했다. 또한 고전게임 '데이어스 엑스'를 플레어의 선택에 꾸준히 피드백을 제공하는 훌륭한 게임의 예로 들었다.

작년에 출시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디스아너드'도 주목했다. 디스아너드에는 잠입과 무력이라는 단순한 선택지가 게임 전체를 관통하고 있지만 그 단순한 선택지가 게임의 스토리와 게임플레이, 시스템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전체 예산을 염두에 둬라.

선택으로 가득 찬 도덕적 게임을 만들기 위해 화려한 컷-씬과 배경스토리의 거대한 변화, 멀티 엔딩과 분기점을 만드는 것은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약간의 장치들, 즉 캐릭터 스킨 텍스쳐, 대사, 음성에 살짝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 쉬운 답을 주지 마라. 하지만 불가능한 선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올해의 게임상'을 휩쓸었던 어드벤쳐 게임 '워킹 데드'를 언급하며 플레이어가 도덕적으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난관을 만드는 것은 각 선택지에 좋은 논쟁을 만들어 낸다고 전했다.




■ 사공이 많으면 안 된다. (No more than three stakeholders)

게임 시나리오를 쓰거나 내러티브를 만들 때 많은 사람이 협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게임 기획에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 주도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게임 시나리오에서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게임이 제공하는 도덕적 메세지를 헝클어 놓을 수 있다.


■ 스토리와 게임플레이는 같은 도덕적 성향을 가져야 한다.

리차드 라우즈 3세는 바이오쇼크와 파 크라이3를 예로 들며 종종 게임플레이와 도덕적 메세지 간의 단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엔딩에서 명백한 메세지를 제공하지만 그것 자체가 게임이 디자인된 대로 따라온 게임플레이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플레이를 비난하는 게임을 만들어서 팔지 말아주세요."라고 농담을 하는 대목에서는 강연장에 큰 웃음이 터지기도.


리차드 라우드 3세는좋은 게임이란 게임플레이와 스토리가 같은 메세지를 전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25분 동안의 강연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