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거츠만 팝캡 아시아/태평양 지사장


가장 큰 캐주얼 게임 시장을 자랑하는 기회와 가능성의 땅, 중국. 식물과 좀비(Plants vs Zombies)로 유명한 팝캡(PoPCap) 또한 중국 시장이 가진 매력을 거부할 순 없었다.

2008년 상하이에 최초의 아시아/태평양 지사를 열며 ‘중국에서, 중국을 위한’이라는 모토까지 내걸었던 팝캡의 제임스 거츠만(James Gwertzman) 지사장은, 다른 서양의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서 겪었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례들을 열심히 연구했다.

서양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한껏 고무된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가 실패한 데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제임스 거츠만은 지적했다.

“너무 빨리 인력을 채용하고, 또 잘못된 사람들을 채용했습니다. 서구에서 사용하던 전략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말도 안 되는 전망을 세웠죠.”

▲ 제임스 거츠만이 꼽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 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ence, 이하 GDC)에서 제임스 거츠만은 지난 5년간 식물과 좀비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팝캡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우선 그는 중국 시장이 가진 문제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흔히 중국 시장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중국시장만의 강점으로 볼 수도 있죠.”

짝퉁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굉장히 경쟁이 심하며, 상명하달식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등 중국시장이 가진 문제들이 거꾸로 생각하면, 멋진 IP가 효율적으로 배급되는 것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짜로 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또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강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 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거꾸로 생각하면 오히려 강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식물과 좀비를 모델로 만든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 정식으로 라이센스 비용을 낸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이렇게 수많은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식물과 좀비 캐릭터 상품의 가능성을 나타내주는 하나의 지표였고, 팝캡 상하이 지부는 이를 보고 자신감 있게 캐릭터 상품 출시를 결정할 수 있었다.

식물과 좀비를 소재로 한 책과 만화가 8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캐릭터 상품화는 대성공을 거뒀고, 현재는 식물과 좀비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의 30%가 바로 이런 2차 상품에서 올 정도로 성장했다고.

“서양에서 늘 하듯이 라이센스 비용을 내지 않는 업체에 법적인 대응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예상 밖이었어요. 짝퉁 캐릭터 상품이 진열대에서 사라지자 인기가 떨어진 것 같은 모양이 되어버렸던 겁니다. 그래서 상인들이 정식 제품 유통을 거절해 애를 먹었던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부분유료화 전략도 먹혀 들었다.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골드와 현금으로 구매하는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9개월이 지난 현재 현금 결제 화폐인 다이아몬드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부분유료화 모델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수치적인 결과. 원작에는 없던 즉시 소모성 아이템들이 특히 많이 팔렸는데 좀비를 한 번에 다 없애주는 폭탄과 햇빛을 채워주는 태양이 가장 많이 팔렸다.



중국에서 성공한 데는 꾸준한 업데이트와 현지화도 큰 몫을 했다. 게임의 용량을 72메가에서 거듭된 패치로 8메가까지 줄이면서 최소사양도 점차 낮춰갔다. 강시나 중국의 대장군 모습을 한 좀비를 포함한 신규 업데이트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다운로드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Journey to West 버전이 출시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는 매출이 폭발적으로 뛰었다. 제휴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와도 손을 잡고 플랫폼 다변화에 나선 것도 이런 성공의 한 요소.





5년간의 노력 끝에 얻은 달콤한 성공의 열매. 하지만 제임스 거츠만은 아직도 남은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세이브 파일이 해킹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 보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Great Wall 버전도 계속 발전시켜야 하고요.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시장과 부분유료화 모델, 그리고 캐릭터 상품에 대한 노하우를 다시 시애틀로 가져와야 하겠죠.”

대륙마저도 정복해버린 식물과 좀비. 그 이면에는 식물과 좀비의 원형에 집착하지 않고 현지 사정에 맞는 서비스를 모색한 팝캡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