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plifier 주시 락코넨 대표


어떤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었다고 할 때, 수많은 게임 중 하필 그 게임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앱스토어의 인기 순위를 보고 다운로드를 결정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새로운 게임을 설치하게 만드는 데는 ‘아는 사람의 추천’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해봤어? 엄청 재밌으니까 너도 해봐.”라는 친구의 말은 어떤 홍보물보다도 막강한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막연히 생각하게 되는 바로 그 ‘입소문’의 실체는 어떤 것일까. 정말로 효과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다른 경로로 게임을 접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nce, 이하 GDC)에서 Applifier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주시 락코넨(Jussi Laakkonen)은 이 질문의 가치가 ‘100만 달러’에 달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주시 락코넨이 선택한 것은 설문조사. 모바일 게임을 접하게 된 경로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1800명이 답을 보내왔다.


▣ 앱스토어 만큼 중요한 '입소문'

먼저 주시 락코넨이 주목한 것은 실제로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 최근 다운로드 받은 5개의 게임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을 꼽으라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입소문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앱스토어’가 답으로 꼽혔다. 반면 TV나 유튜브, 웹사이트나 광고가 가진 영향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다.

이런 결과는 사실 이전의 다양한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났던 데이터기도 하다. EEDAR이 2012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을 알게 되는 경로로 친구나 가족 혹은 페이스북이나 소셜 미디어를 꼽은 응답자가 70%에 달했다. 닐슨의 2011년 조사에서도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찾는 것만큼이나 친구나 가족의 추천으로 게임을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앱스토어의 요소들 중에서는 유저 리뷰가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소개나 인기 순위도 선택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무려 45%에 달하는 응답자가 리뷰를 참고해서 게임의 다운로드 여부를 결정했다고 답한 것이다.

“앱스토어의 리뷰란을 관리하는 것은 그래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양한 국가의 앱스토어를 모두 모니터링하면서 올라온 버그를 수정하세요. 때에 맞게 리뷰를 남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리뷰들과 높은 리뷰 점수를 유지하는 것은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도록 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입소문의 경로도 좀 더 세분화 해보면 실제 사람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온라인을 통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현실의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의 가능성이 아직 더 개발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와 함께하기

주시 락코넨은 이어서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업적 얻기, 순위에 오르기, 대화하기, 길드 활동하기 등 게임 내 콘텐츠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45%에 달하는 응답자가 업적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선택했다. 또 친구를 초대하기 편리한지, 현실 친구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지, 영상이나 리플레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와 같은 게임 외적인 콘텐츠에 대한 질문에서는 현실 친구와 함께 플레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는 실제 이름보다는 닉네임을 사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60% 이상의 유저가 실제 이름보다는 닉네임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 현실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길 원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현실의 신분을 숨기고 싶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따라서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주시 락코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게임 센터와 같은 소셜 게임 서비스의 이용율이 10%~20% 대에 불과한 것에 반해 90%에 달하는 응답자가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페이스북 계정을 연동시키는 접근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서는 아예 핸드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기반으로 하는 친구 찾기를 못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SNS 혹은 주소록을 기반으로 현실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 공유자는 숨어있다 그들을 활용하라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주시 락코넨은 마지막으로 설문조사에 숨어있는 존재, ‘공유자(Sharer)’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응답비율을 보면 스크린샷이나 리플레이 또는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은 10%~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 비밀이 있다.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유저들만 따로 통계를 분리해서 비교해보니 전체 응답자에 비해서 ‘게임에 비용을 지불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전체 응답자에 비해서 게임 내 컨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도 1.5배~2배 정도 높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율 또한 전체 응답자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은 입소문이나 앱스토어뿐 아니라 광고나 다른 매체에도 관심이 많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보를 얻는 비율도 높았다.

즉 이들이 바로 새로운 게임을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게임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따라서 ‘공유자’들이 어떤 콘텐츠에 더 주목하느냐를 아는 것은 전체 유저에게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게임을 알릴 수 있느냐와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




▣ 입소문보다 실제 플레이 영상이 '중요'

그리고 그 답은 영상에 있었다.

주시 락코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유자들의 80%가 게임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게임 영상을 시청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을 추천하거나, 영상을 전달하는 비율이 일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시 락코넨은 마인크래프트의 성공도 유저들이 직접 제작해 올린 영상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것임을 지적하며, 강연 도중 영상이 문자보다 더 게임을 잘 전달함을 보여주는 실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뱀처럼 움직이면서 적을 물리치는 데 적에 닿으면 안되고 그렇게 레벨업을 하면서 강해지는 게임. 이 말만 듣고 과연 어떤 게임인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 게임은 님블 퀘스트(Nimble Quest)인데 실제 플레이 영상을 보면 어떤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바로 게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영상이 가진 힘이죠.”

입소문이 가지는 힘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주시 락코넨은 그 입소문을 만들어 내는 ‘공유자’들의 존재에 주목하면서 전통적인 입소문이 아니라 온라인을 활용한 영상의 공유가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 친구나 가족,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70%에 해당.
EEDAR의 2012년 발표 내용.


▲ 닐슨의 2011년 발표 내용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 친구의 "이 게임 한 번 해봐!"라는 말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업적 달성(Achievement)


▲ '사회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와 함께 즐긴다는 사실


▲ 페이스북 사용자가 엄청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표


▲ 게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0~20% 정도.
하지만 이들이 바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출발점이 된다


▲ '공유자'들은 대개 사회적인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