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 남자 주인공은 그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성별을 게임의 주인공으로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올바른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ence, 이하 GDC)에서 톰 애버내시(Tom Abernathy)는 ‘비밀 소스(Secret Sauce)’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로 그가 꼽은 것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그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르기 때문. 두 번째는 다양한 인종과 성별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할 때 게임의 내용이 보다 창조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톰 애버내시

하지만 톰 애버내시는 구체적인 인구학적 통계자료를 근거로 그런 선택이 ‘사업적으로도 영리한’ 것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인종별 게이머의 비율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에서 백인(코카시안)의 51%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흑인(아프리칸 아메리칸) 중 51%가 게임을 플레이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중남미인(히스패닉) 중 게임을 하는 비율은 63%나 된다.

라틴계 히스패닉 인종은 다른 인종에 비해 ‘두 배 더 많이 게임을 구매하고’, 출시일 당일 게임을 사는 비율은 54%나 된다. 가격이 게임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15%나 더 낮고, 32%가 주요 취미 활동으로 ‘게임’을 꼽았다. 엑스박스360 신작 게임 데모를 얼마나 공유하는지를 봤을 때 다른 인종이 이 부분에서 10% 성장을 보이는 동안 히스패닉 인종은 23%나 성장을 보였다.

수많은 게임들이 백인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그 게임을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것은 백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 유명 게임들의 주인공을 모아놓고 보니... 여성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그는 성별에 따른 통계 자료를 제시하면서는 아예 “여성은 새로운 코어유저(Woman: the new core)”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여성의 47%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온다. 주목할 부분은 흔히 코어 게이머로 생각하는 ‘10대 남자’의 비율보다 여성 게이머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

전체 게이머에서 10대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8%에 불과한데 비해 여성은 3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부분은 캐주얼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캐주얼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의 비율은 55%나 되고 모바일 게임에서는 60%의 유저가 여성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미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영화 007 스카이폴에는 악당이 본드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이런 건 처음이지?’라고 하자 ‘왜 처음이라고 생각해?’하고 받아 치는 장면이 나올 정도죠. 하지만 여전히 게임의 주인공은 대부분 백인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미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


톰 애버내시는 자신의 딸이 텔레비전을 보고 춤을 따라 하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는 TV나 영화에서 자기 자신이 반영된 모습을 보길 원합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의 시장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더 빠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