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 새로 생긴 신조어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 중 하나는 '덕후'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이 단어는 한국으로 건너와 특정 취미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역시 비슷하게 사용되었으니, 딱히 한국에 건너와서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덕후'라고 자신있게 지칭하는 남자 세 명이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 이어 월드챔피언십시리즈를 중계하는 곰TV 박상현 캐스터, 안준영, 채정원 해설입니다.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리그 중계를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WCS-GSL 중계진들, 과연 이 '덕후'들은 자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래 인터뷰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인터뷰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본문내에 평어체와 경어체가 혼용되어 있으니 이 점 염두해주시기 바랍니다.)





Vallen: 안녕하세요. 인터뷰 시작에 앞서 인벤 독자분들에게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채정원: GSL에서 Code S 중계를 하고 있고, 동시에 곰TV e스포츠 전략본부장을 맡은 채정원입니다.

박상현: 저는 박상현이고요, 여기는 안준영. 딱히 직책이 없네요. 저는 캐스터에요.

안준영: 여러마디 할 거 없는 안준영입니다. 할 말이 짧아서 분하네요. 나도 본부장 같은 거 하고 싶다.

박상현: 회사 하나 차려.

안준영: 사장할까?

채정원: 주식회사 안준영.

안준영: 그러지 뭐. 곧 사장이 될 안준영입니다.


[ ▲ 90분동안 밀도 있는 대화를 진행한 세 명(채정원, 안준영, 박상현) ]



Vallen: 지금 세 분 모습을 보니 방송에서 중계하실 때 모습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 평상시와 방송 때 모습이 같으신가요?

채정원: 방송이나 평소나 똑같아요.

박상현: 생각보다 본부장이라 하니 높게 느껴지는 거 같은데 안 어울려요(채정원 폭소). 딱 보면, 팀장과 본부장 사이 직급을 뭔가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벌써 본부장이라니 나이 들어 보여요.

안준영: 정원이 형이 진급속도가 너무 빨라요. 보통 회사에서 사람 자르기 전에 승진시켜주잖아요. 정원이 형이 이제 불안해해야 할 시기인 거 같아요.

박상현: 나중에 뭐하냐고. 뭐해 본부장 다음에 뭐해요?

안준영: 명예퇴직시켜주고 조용히 해설이나 해야겠죠.

채정원: 그러니까 이게, 평소에 해설할 때 직급 가지고 장난치잖아요. 김익근 캐스터에게 더 장난치지만. 사실 뭐 직급 가지고 압박하고 그런 일은 없어요. 그냥 장난이지.

안준영: 우리가 방송 카메라가 앞이나 카메라 없을 때나 크게 차이가 없어요. 보통 방송인들은 카메라용 얼굴하고 실생활 용 얼굴이 따로 있는데, 저희는 그냥 셋이 사석에서도 똑같은 이야기 하고 놀고, 카메라 온 들어가도 똑같은 장난하고 놀아요.


■ 세 명의 덕후 중계진, 무엇이 그들을 '특별한' 중계진으로 만들었나?



Vallen: 2013 GSL 시즌1에서 2013 WCS 시즌1 GSL로 넘어오는 동시에 게임 버전도 자유의 날개에서 군단의 심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계진 분들은 군단의 심장 중계 준비를 어떻게 하셨나요?

박상현: 저는 게임을 해설자들만큼 잘하지 못하니 보통 래더 게임으로 중계 준비를 하고, 선수들에게 '게임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고 중반이나 후반은 어떤가?' 하는 식으로 물어보면서 준비했습니다. 특히나 군단의 심장에서는 초반 싸움이 잦고, 교전이 계속 이뤄지니 게임 흐름에 대한 부분에 대해 물어봤죠. 그리고 외국 대회 경기 많이 보고요.

안준영: 군단의 심장 나오고 나서는 정말 개인 연습에 치중했습니다. 선수 개인 스트리밍이나 대회를 보면 수많은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나오잖아요. 예를 들어 '테란전에는 공허포격기가 안 쓰인다.'는 부분에 대해서 선수들은 테란전에는 안 좋아라는 결론이 난 상태로 안 쓰이는 모습만 보고 이해한다면 반쪽자리 공부라고 생각해요.

'공허포격기는 해병에 너무 약하네'라던가, 저그전에 돌진 광전사를 쓰면 '이건 바퀴에 녹네'라는 부분은 실제 게임을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러기에 저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실험해보느라 래더 게임에서 정말 이상한 짓도 많이 했어요. 공부 삼아 게임을 최대한 많이 하면서 '여기 다람쥐가 있습니다'로 끝나는 해설이 아니라 '왜 다람쥐가 여기 있는지, 얘가 왜 어디에서 도망쳤고, 나무에서 어쩌다 떨어져서 지금 무슨 도토리를 들고 있는지'처럼 과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선수나 대회 스트림을 보는 대신 개인 연습을 주로 했죠.

이제 게임의 체계가 어느 정도 나왔고, 앞으로 선수 스타일을 파악하고 대회 성적, 선수 성향 등을 살펴보는 동시에 선수 스트림이나 외국 대회를 보는 방향으로 전환을 하려고 합니다.

채정원: 저도 준영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준비했어요. 일단 게임 하는것을 기본으로 생각해서, 베타때 게임을 많이 했어요. 출시된 후에는 게임을 할 시간 보다는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WCS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죠. 그리고 준영이의 게임 내 해설 퀄리티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니 저까지 그 부분을 파고 들어갈 필요는 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네 시간 동안 게임을 봐야 하는데 그동안 게임 이야기만 할 수는 없어요. e스포츠 판의 전체적인, 그러니까 WCS가 나온다든가 새로운 외국, 국내 리그 상황의 변동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해설이 없잖아요?





해설자 중에 그런 부분에 관한 설명이 가능한 사람이 없으니, 어차피 제가 담당하는 부분인 리그 진행, 블리자드와의 관계, 외국 리그와의 교류 등을 통해 알게 되는 정보로 '외국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프시즌 동안 '이번 시즌 군단의 심장이 나오면서 e스포츠 리그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같은 부분을 해설 중에 들려드릴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역할이 참 명확하고, 그게 우리 중계진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각자 맡은 일에 몰두하는 특이한 덕후 세 명입니다. 덕후라는 단어를 써서 오해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이제 덕후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죠.

박상현: 아주 긍정적이죠.

채정원: 예전만 해도 아주 부정적인 단어였는데, 이제 한 분야에서 전문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일단 상현이는 워낙 분위기를 잘 만들어 가요. 보통 Code S 중계가 네 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상현이는 중계 내내 너무 한 쪽으로만 중계가 치우치지 않도록 잘 조정하죠. 준영이가 하는 게임 이야기라든지, 제가 실생활에 빗대 하는 유쾌하고 가벼운 해설이 잘 어우러지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거예요.

상현이 덕에 시청자분들은 네 시간 동안 같은 중계진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현이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가 중계하는 동안 계속 중계진, 그리고 시청자들의 흥을 돋워준다는 거예요. 아무리 게임 방송이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보는 방송이라고 하더라도 네다섯 시간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데 중계진이나 시청자가 지칠법하면 기운을 북돋아 주죠.

긴 방송시간 동안 중계진이 지치지 않게 하면서 방송의 분위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하는 능력이 대단한 거 같아요.

Vallen: 한국 해설과 외국 해설의 차이라면 두 명이 진행하는가, 혹은 세 명이 진행하는가의 차이인데 이러한 차이가 중계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채정원: 중계진 구성의 차이는 국내와 외국의 중계 인프라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1 시절에는 외국에는 중계진이란 게 없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10년 동안 이러한 자리가 있었고, 그 덕분에 중계진이라는 부분이 훨씬 전문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스타2가 출시되고는 외국에도 중계진이라는 자리가 생겼지만 이전 중계 인프라가 없었으니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우리의 스타1 시절 중계 방식하고 비슷하게 발달한 거 같습니다. 외국도 점점 전문적인 중계진이 생겨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과 비슷하게 될 거 같습니다.

안준영: 최근 폭발적으로 외국 중계진의 실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예전에는 중계 컨셉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인 레벨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요즘 보면 경기 끝나고 리플레이 틀어주고 복기해주는 점도 인상적이고 있고, Day9이나 아폴로, 특히 아폴로의 해설을 들어보면 한국 해설진들이 하는 게임의 디테일에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과 외국 중계진의 수준 차이는 점점 줄어갈 겁니다.

채정원: 한국과 외국 중계진 구성 중 다른 부분이라면 캐스터라는 자리의 유무 같아요. 외국에는 상현이 같은 캐스터가 없어요. 저나 준영이는, 그러니까 분석적인 해설, e스포츠 판을 아는 해설은 많은데 상현이 같이 흥을 돋우는 캐스터는 외국에 아직도 없어요.

박상현: 최근에 깜작 놀란 게 사우디에서 철권 리그하는 것을 우연히 봤는데, 저랑 똑같이 생긴 남자가 터번만 쓰고 나와서 제가 테켄크래쉬에서 하던 역할을 그대로 하더라고요(일동 폭소).


[ ▲ 특유의 시원시원한 성량으로 큰 무대에서 빛나는 박상현 캐스터 ]


안준영: 외국은 역할 분담 자체가 없어서 게임 중계하는 사람을 '캐스터'라고도 하고 '코맨테이터'라고도 부르고, 이런 용어가 혼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링, 혹은 무대 아나운서를 따로 둡니다. 아마 나중에 외국 중계진들도 좀더 차별화, 분업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정원: 외국에는 우리나라 캐스터 같은 역할이 없어요. 캐스터가 있으므로 해서 한국에서는 좀 더 다이나믹한 중계가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Vallen: 2인 중계와 3인 중계의 차이가 이런 곳에서 나타나는 거군요.

채정원: 그렇죠. 그래도 외국에서 3인 중계를 해도 해설자가 세 명이라.

박상현: 다들 자기 이야기만 하죠.

채정원: 각자 게임 분석만 하고 해서 우리나라만큼 흥겹지 않아요. 외국은 해설자 세 명, 우리는 중계진에 해설자 두 명. 게임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주는 중계진이니 이런 구성이 없죠.

Vallen: 박상현 캐스터는 양쪽 해설을 조율해야 할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박상현: 흐름에 따라 정말 본능적으로 상황을 조율합니다. 상황마다 생각하고 말하면 늦어요. 워낙에 말이 빠르니 느낌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식으로 맞춰갑니다. 이 부분에서는 채정원 해설이, 저 부분에서는 안준영 해설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본능적으로 공을 넘기는 거죠,


■ 중계하는 사람이 흥겨우면 보는 사람도 저절로 즐거울 것



Vallen: 박상현 캐스터 덕분인지 최근 GSL 중계를 보고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즐거워하는 중계진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박상현: 중계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신이 나야 보는 사람들 역시 즐겁고 신이 납니다. 이게 인위적인 웃음이면 시청자들의 마음에 전달이 안 될 텐데 저나 정원이형, 그리고 준영이는 이게 생활이고 진짜 웃음이기에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운 분위기가 전해지는 거 같아요.

안준영: 사실 저희는 얼굴만 봐도 웃겨요.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되어서 이젠 서로 우연히 눈빛을 봤을 때나, 말실수를 했다거나, 무슨 말을 하고 싶다거나, 무슨 생각을 하나 하는 것들이 상대 얼굴만 봐도 읽히거든요. 그래서 눈 마주치면 그냥 웃고, 얼굴 보이면 웃고, 그런데 저희는 웃음이 다들 호탕하다 보니 혹자는 억지웃음이라 오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억지로 이렇게 웃기 힘든데.

박상현: 억지로 웃으면 그렇게 오래 웃기 힘들어요. 못 버텨, 못 참아. 오해하는 분들도 있으신데 한 번 웃어보세요.

안준영: 방송하다 정원이 형 웃는 모습 보면 왜 이리 웃긴지 모르겠어요.

채정원: 내가 웃기게 생겼냐?


[ ▲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박상현: 아우 채정원 해설이 말하면 침이 엄청나게 튀는데,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침이 여기 튀고 저기 튀고 눈에도 들어가고. 이런 모습만 봐도 이젠 웃겨요.

안준영: 정원이 형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웃겨요. 이렇게 빤히 쳐다보면 '왜 뭐 내가 잘못했어?' 하는 표정으로 '왜요?' 하면서 물어보는데 그게 너무 웃겨요.

박상현: 해설자들이 게임도, 선수들도 좋아하니 경기 중에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 거 같아요. 만약에 해설자가 안 좋아하는 게임을 시키면 그런 모습이 절대 안 나오거든요. 방송 중에 웃지도 않아요. 말도 잘 안 하고. '방송이니 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빠져 있으니 웃음이 나올 리가 없죠. 하지만 이걸 재미있어하니까 즐거움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정말 본의 아니게 해설자들이 자신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임을 중계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때 중계하는 것과 지금 중계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

안준영: 그 차이는 '시간이 나서 말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과 '말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의 차이로 이어지는 거 같아요.

박상현: 많이 알면 계속 나오거든요. 계속하고 싶어지고.

안준영: 솔직히 중간에 세팅이 지연된다거나 PC에 문제가 생겨서 교체한다거나 하는 시간에 열정이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이 시간을 어떻게 메꾸지?'라는 고민을 하겠지만, 수다스럽고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내심 기다려져요. 이럴 때 경기 중에는 할 수 없는 뒷이야기 같은 걸 신 나게 이야기하죠. 커피숍에사 만나 수다 떠는 거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다 보면 경기 준비가 이미 끝나 있고, 급하게 이야기 마무리 한 후 중계 시작하고...

박상현: 저도 정신없이 말하다 보면 시작하라는 지시가 와도 계속 말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어요. PD가 좀 짜증 낼지도.

안준영: 형이 말이 하도 많으니까.

박상현: 심지어 경기든 광고든 씬은 넘어가야 하는데 계속 PD 사인 안 듣고 수다 떨다 보니 곰TV와 같이 생방송이 송출되는 스포츠 원에서도 화면 넘어가야 하는데 언제 광고로 넘어 가냐고 항의 들어오던 일도 있었죠. 그래도 즐거워요.

Vallen: 안준영 해설은 최근 부스 내의 박현우 선수의 습관까지 짚어내는 모습을 모이며 시청자들에게 '진짜 대단하다'는 재평가 아닌 재평가를 받게 되셨는데 선수의 이런 모습을 평소에 눈여겨 보시는 건가요?

안준영: 그런 부분을 일부러 따로 체크하지는 않아요. 정보의 노출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억에 들어간 거 같은데, 워낙 많이 보고 사니까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그런 느낌? 선수의 외적인 습관을 눈여겨보는 타입은 아니예. 오히려 경기 내적인 습관을 많이 봐요.


[ ▲ 장난스러운, 그러나 가장 스타2를 잘 아는 안준영 해설 ]



사소한 부분, 그러니까 방송 중에 언급을 안 하지만 혼자서 눈여겨 둔 부분은 많아요. 부대 지정 같은 거. 선수들이 게임 할 때 부대지정은 항상 보고 있거든요. 그거 보고 있다가 '이 선수는 전 부대를 1번에 몰아두는 경향이 있구나' 같은 부분을 확인한 뒤 '의료선 견제 같은 게 양방향으로 들어가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중계 중에는 '저그가 흔들릴 수 있는 타이밍 입니다'는 결과를 이야기 해요.

이런 사소한 것은 제 소스니까 그것까지 남들과 공유를 잘 안 해요. 저만 알고 있는 바코드 선수의 실체, 그 안의 대전기록 빌드 그런 건 저만의 소스예요. 아무리 친해도 안 주는 그런 데이터는 가지고 있어요. 방송에서 티가 난다 싶으면 '이 선수 이거 쓰는 거다'는 것을 알고 언급을 하죠.

Vallen: 이런 안준영 해설을 보면 채정원 해설이나 박상현 캐스터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박상현: 미친 거 같아요. 진짜. 그런 것까지 알고 있을 정도면 정말 중계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중계 준비에 투자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게 정말 대단한 거예요. 마치 박사학위 따듯이 준영이 나이에 그러기 힘들 거 같은데 말이죠. 저도 중계를 2004년 후반부터 지금까지 10년 가까이했는데 지금까지 저렇게 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처음에 열심히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조금씩 연습을 줄이는데 오히려 이렇게까지 더 파는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지? 앞으로 몇 년이나 더할까 하는 생각도 들죠.

선수출신 해설이라도 정말 초창기 2~3년은 미친 듯이 해요. 하지만 나이를 먹다 보면 못 그러는데 아직 최선을 다하는 준영이를 보면 그 열정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봐야 결국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건 해설자로서의 명예밖에 없는데 이렇게 하는 게 보면 대단해요. 자기 자신이 그것에 만족하며 공부하고 한다는 거 자체가 힘든 일인데 신기해요

안준영: 일부러는 못해요.

박상현: 좋아서 하는 거지.

안준영: 저는 그냥 그게 재미있어요.

박상현: 운동을 그렇게 해 봐

채정원: 성격이야 성격. 원래 이현주 캐스터와 저와 안준영 해설이 처음에 해설을 시작했는데, 이현주 캐스터가 하차하는 바람에 두 번째, 세 번째 캐스터가 필요했어요. 그 당시 어떤 캐스터가 와야지 GSL에 맞을까 고민했는데, 내부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어요. MBC 게임도 있던 상황에서 저는 박상현 캐스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 젊거든요. 젊어야 합니다. 스타크래프트2는 게임이 빠르고 전해야 할 정보가 많아서 젊은 친구들이 중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박상현 캐스터가 합류하게 되면서 이현주 캐스터와도 호흡이 잘 맞고 재미있게 했지만, 박상현 캐스터가 오면서 젊은 중계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 ▲ Code S의 원조 중계진 격인 이현주 캐스터와 채정원, 안준영 해설 ]



나이도 비슷하고 친한 게 참 좋아요. 중계 끝나고 커피숍에서 이야기하던지 뭔가 먹으러 가든지 하면서 놀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성격을 보면 상현이도 두리뭉실하게 중간에서 잘 조율하는 타입이예요. 가끔 저나 준영이도 서로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말이 서로 빨라지게 되는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말이 너무 빨라지니 보는 사람도 급해지는 거예요. 그럴때마다 속도 조율도 해 주는 부분이 있죠. 이런 부분이 있어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준영의 집요함을 대표적으로 저나 상현이나 준영이나 덕후들이 어디엔가 미쳐서 빠져서 살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거로 생각해요. 너무 자기자랑 같지만, 저희 셋은 덕후들에게 희망을 주는 중계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박상현도 MBC 게임 아나운서 공채에서 뽑힌 거예요. 게임 전문 캐스터도 아니고 아나운서도 아니고 시험 봐서 들어온 거죠. 자기가 게임 방송 하고 싶어서.

그리고 안준영의 경우를 보자면, 최근 프로게이머 출신 아니면 게임 리그 해설 못 해요. 아무도. 하지만 안준영, 본인이 그냥 커뮤니티에서 키배나 뜨고 있던 잉여가 '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시작해서 지금 최고의 해설로 자리 잡았죠. 저 역시 프로게이머 하다가 게임 해설하고 있던 중, 스타크래프트2에서 정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해설까지 하고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e스포츠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어간 지금 이런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왔다는 게, 지금 게임을 즐기는 어떤 문화든 거기 덕후 분들은 거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희는 그런 분들을 위한 표본,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덕후분들, 시청해주시는 많은 GSL 팬들이 자기가 빠져있는 분야에서 노력하시면 그 분야에서 뭔가 차지하실 수 있을 거라는 귀감이라고 생각해요. 안준영, 박상현을 보세요.

박상현: 재미없으면 못한다니까, 진짜. 중계를 어떻게 해요. 그것도 다섯 시간을.

Vallen: 그럼 채정원 해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예전에 이현주 캐스터 인터뷰를 본 분들이 '인간 이현주, 인간 채정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재미있어 하면서 '인간 채정원'은 어떨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채정원: 잠깐. 그 전에 김익근이 인터뷰에서 대체 뭐라고 한 거예요? 솔직히. 별 이야기 안 했어요? 김익근 인터뷰 녹음본을 들어야 하는데.

Vallen: 별 이야기 없었어요(일동 폭소). 그리고 이건 이현주 캐스터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에요.

채정원: 근데 왜 김익근은 '너 인터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라'고 하면 왜 '죄송합니다'만 이야기를 한 거죠? 얼굴이 사색이 되던데. 내가 인터뷰 녹음본 들었다고 하면 죄송하다고만 하고.


[ ▲ 과연 무슨 이야기가?(김익근 캐스터 인터뷰 보기) ]



안준영: 일단 정원이 형과 오래 알고 지내서, 이런 이야기 하면 싫어할 텐데. 제일 느낀게 정원이 형의... 어 뭐라 그러지? 정원이 형의 구애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채정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네. 다음 주제로 넘어가죠. 그게 인간 채정원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건 남성 채정원이야.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나에 대해.

안준영: 그냥 그렇다고요. 사람들이 왜 그리 남의 연애사를 걱정하고 있나.

박상현: 그거 우리가 방송 중에 계속 얘기하니까.

채정원: 이게 다 박상현 때문이라니까. 상현이가 들어오기 전에 아무도 나의 결혼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어. 지금은 저희 부모님보다 스타2 팬들이 저의 결혼을 더 걱정하고 있어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결혼에 대해 걱정 받는 사람 1등일 거예요

박상현: 이렇게 셋이 같이 중계하고 나서부터 정원이 형이 인간적이 된 거 같아요. 커뮤니티에서도 정원이 형을 가족처럼 친하게 챙기더라고요.

채정원: 굉장히 많이 걱정을 해주세요. 저의 결혼에 대해. 저의 부모님 보다. 상현이 때문에. 자기 결혼했다고 하도 옆에서 이야기해서.

박상현: 이게 재미있는 거라니까요. 중계진이 친하니까 중계 중에 사생활이 조금씩 나와요. 이런 이야기들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중계진과 더 가까워지시는 거 같아요. 저도 정원이 형이 어떤 사람이 알게 되니까 그런 게 좋은 거 같고요. 이게 친해야 나올 수 있는 중계거든요. 다른 데서는 그게 안 나와요. 중계하다 그런 내용 없어요. 해설 장가가는 걸 누가 걱정해요. 해설이나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정원이 형, 그리고 준영이와 완전히 친구가 되었고, 그런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 중계진만의 특색. 이런 분위기를 부러워 하는 다른 해설자도 있어요.

채정원: 기자님이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온 거 같은데.

박상현: 우리의 무기가 그거인 거 같아요.

채정원: 사생활은 방송에 절대 나오면 안 돼요.

박상현: 바닥까지는 나오면 안 돼요.

안준영: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채정원: 나중에 은퇴할 때 한 번 이야기 할게요. 아주 모든 걸 그냥 폭파시키고 가겠습니다.

Vallen: 안준영 해설이 생각하는 인간 채정원은 어떤가요?

안준영: 정원이 형은 그냥 웃음 광신도에요. 정원이 형은 아무리 무례하고 모욕적이라도 웃기면 무조건 용서가 되고, 웃기려고 했다가 안 웃기면 진심으로 엄청나게 화내요. 사람이 개그라는 게 이 사람 인생에 그리 중요한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원이형에게 장난스럽게 공격적인 농담을 던지면 그 후에 눈치를 봐요. ' 이거 안 웃기면 난 죽었다'는 생각과 함께.

박상현: 그런 걸로 눈치를 보고 그래.

채정원: 저에 대해 누가 나쁘게 이야기 하는 거 정말 신경 쓰고 화를 내는 편인데, 어쨌든 웃기면 봐줘요. 저는 재미있는 사람에게 정말 관대해요. 절 오랫동안 봐 왔던 친구들이 하는 말이 '쟤는 다른 사람을 잘 인정을 안 하는데 제가 정말 인정하는 애들은 웃긴 친구들이야. 직업 인간성 다 떠나서 웃긴 친구들. 정원이는 웃기면 일단 인정해준다'고 이야기하죠. 준영이가 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요

Vallen: 그래서 김익근 캐스터가 살아남은 거구나.

채정원: 이 일을 하다 보니 성격이 변하긴 했어요 어쩔수 없이 일은 어떻게 잘 되야 하고 웃긴것 만으로는 일이 안 되니까요.


[ ▲ 때론 날카롭게, 때론 장난스럽게. 채정원 해설과 김익근 캐스터 ]



■ 최고의 경쟁자는 바로 최고의 동료



Vallen: WCS가 시작하면서 동 시간대에 같은 콘텐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채정원: 일부러 의식하는 게 더 미련한 짓인 거 같고, 일부러 의식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저희가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고 멋진 중계를 한다는 확신이 있어요. 그러기에 의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동 시간대에 있으니 사람들의 선호도 차이는 분명히 있잖아요. 그걸 저희가 억지로 좋다고 이야기 하는것도 웃기죠. 온게임넷 쪽이 맞으면 그쪽으로 보시는 것을 권장하고 찬성합니다.

다만 우리는 훨씬 e스포츠판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드리고, 분석적인 해설이 있고 유쾌하고 젊은 분위기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게 싫으신 분들이거나 다른 조합이 좋은 분들은 좋아하시는 쪽으로 보는 거죠. 대신 아닌데 억지로 깎아내리는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상처를 입죠. 그래도 그것도 깎아내린다고 저희가 깎여 내려가는 건 아니니까 크게 신경은 안 써요.

박상현: 온게임넷에서 WCS를 같이 하니까 잘 됐다고 생각해요. 스타2가 잘 되려면 많이 보고 많이 들어오셔야 하잖아요? 방송을 두 곳에서 하니까 정말 잘 되었죠. 거기서 보시면서 스타2에 많은 분이 접근하시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러면서 어떤 중계진이 재미있는지는 여러분의 친구를 대하듯 편하게 방송을 보시고 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WCS 온게임넷 방송을 보면서 스타2에 재미를 느낀 후에 곰TV 방송을 보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부담도 되지만 넓은 시야에서 봤을 때는 이번 방송 구조가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안준영: 원 소스를 가지고 동시에 경쟁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즐거운 거예요. 승부의 세계 몸담은 사람인데 직접적인 승부를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동시에 중계해서 어느쪽이 더 잘하나 하는 직접적인 경쟁이라 생각하죠. 그 부분에서는 소극적이고 조심스런 태도가 아니라 정말로 내가, 우리가 더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명확한 포부를 던지고 출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방송 안에는 중계진, 연출, 무대구성 등 많은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경쟁할 부분에서는 경쟁하고 '저런 부분은 저기가 더 잘하더라. 이런 부분은 우리가 배우고, 이건 우리가 더 잘했다'는 식으로 명확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경쟁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많지만 전 그런 입장은 아니고, 솔직하고 명확하게 경쟁사 보다는 잘하고 싶어요. 그걸 인해서 승부에 과열돼서 비열한 방법으로 '거긴 못해요.'같이 깎아내릴 마음은 전혀 없고, 게이머들이 게임하듯이 붙어보고 패배하면면 '지지' 이기면 '예이' 하며 좋아하듯이 깔끔한 느낌의 승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간에 저쪽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나보다 잘하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라던가, '방금 이 말은 좀 별로였던 거 같은데?' 하는 긴박감이 유지되어 요즘 중계가 요즘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너무 짜릿해요.





채정원: 지금 우리가 더 잘하고 있는 거 같아?

안준영: 모르겠어. 난 그쪽 방송을 못 봤어. VOD가 왜 이리 안 올라와? VOD가 안 올라와서 볼 수가 없어요.

채정원: 나도 모니터링 좀 하고 싶은데 VOD가 없어.

박상현: 저는 재방송으로 보는데, 재미있어요. 온게임넷 WCS 중계진들은 일반 시청자일 때부터 보던 좋아하는 형님들이라 익숙하고 편하게 보고 있어요. 내용을 따진다기보다는 그냥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런 분들을 보면 저도 자극되죠. '저기 뒤처지면 안 되는데, 나도 저런 분위기를 내고 싶으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요.

안준영: 개인적으로는 다들 좋아하는 사람인 동시에 경쟁자가 가장 큰 동료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저에요. '나랑 싸우고 있는 사람이 나랑 제일 친한 사람이다'. 분야가 다르면 부딪힐 일이 없잖아요. 동종업계의 정확하게 롤이 겹쳐서 경쟁하는 사람이 제일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겉으로는 제가 노골적인 도발도 하는 사인데 사석에서 가끔 어쩌다 한 번 얼굴 보고 인사할 일 있으면 웃으면서 이야기도 할 친분은 있어요.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채정원: 솔직히 안준영은 경쟁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 하는 거죠.

박상현: 지금 중계에 최고 딜을 넣고 있는데.

채정원: 2~3위 결정전은 관심 없다고 하는 게 안준영이라...

박상현: 삼성이 소니 보듯이 하는 것도 안준영이고...

채정원: 그러면서 계속 이야기한다.

박상현: 예전에는 우리가 소니였지.

채정원: 세 명 모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만약에 뒤처진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질문 자체를 불쾌해할 테죠. 저희는 제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제일 잘할 겁니다.

안준영: 불쾌해하면 '아이 그런걸 왜 비교하고 물어보세요' 할걸요.

채정원: 왜냐면 저희가 곰TV 클래식 중계할 때 그랬으니까. 곰TV 클래식 할 때는 다른 방송사와 엮는 질문이 부담스러웠어요. 곰TV 클래식 시절 커뮤니티에 해설자 평가 글이 올라와도 안준영과 채정원은 목록에 없어요. 평가가 나쁜 게 아니라 없는 존재였던 거죠. 해설은 했는데 평가조차 못 받다니, 그때는 서럽고 아쉽고 억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아예 '해설자 안준영'에 대한 글이 따로 올라올 정도로 확고부동한 존재가 되었으니 그런 상태라서 재미있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죠, 그 시절 내가 정말 억울했었나 해서 곰TV 클래식 VOD를 찾아봤는데...

박상현: 어땠어?

채정원: 정말 중계를 못했더라고요(폭소). 우리가. 당시 중계 퀄리티가 안 좋았어요. 호흡은 잘 맞았는데 중계 스킬이 부족했고 세련되지 못했어요. 해설의 퀄리티가 아니고 중계의 퀄리티가 낮았어요. 셋이서 어우러져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능력이 지금과 너무 천지차이인 거예요. 당시에 시청자들의 평가가 우리가 메이저가 아니니 평가를 안 해준다고 억울해했는데 지금 보니 평가가 냉정했던 겁니다.. 그때 시청자들의 평가가 옳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는 우리가 그냥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준영: 지금은 뭔가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는게 너무 좋아요. 그때는 '내가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해도라거나 전달력이라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서 계속 어필하고 해설로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다 보니 무리수를 던지다 실수하고 시청자들에게 욕먹기도 하고, 심지어 방송 중에 부적절한 멘트도 던질 정도로 욕심 때문에 많은 것을 놓쳤었어요.

지금은 '내가 잘하니까 알아주세요'라고 어필을 안 해도 될 단계까지는 온 거 같아요. 지금 와서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방송 중에 템포 느슨할때 농담 한번 하고, 정원이 형 결혼이야기도 하고, 이런 걸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정말 좋더라고요. 요즘은 방송이 정말 편해요. 자신의 증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박상현: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수많은 경쟁자들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하니까.

Vallen: 박상현 캐스터는 MBC 게임에서 곰TV로 이직하시면서 자신이 어떻게 변하신 거 같나요?

박상현: 곰TV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가가 된 거 같아요. 워낙에 해설자들의 성향이 다르기에 캐스터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면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가?'에요. 그런 부분에서는 저도 많이 발전한 거 같아요. 준영이 같은 성격도 세상에 거의 없잖아요. 전 처음 봤어요. 정말 삶의 모든 것이 정말 스타2에요. 다른 사람들 보면 사담 나누고 어떨 때는 어제 술 마시느라 전날 게임도 못 보고 방송 준비가 안된 사람도 있었는데 준영이는 그런 일도 없고 정말 완벽주의인 거 같아요.

안준영: 의외로 저는 진짜 게으르고 나태하고 변덕이 많은 성격이에요.

박상현: 다른 사람은 더 그래.

안준영: 저는 제가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리 경계해서 배수진 같은 장치를 했어요. 제일 먼저 한 게 제 스타2 아이디 공개에요. 제 트위터 아이디(@engine141)가 배틀넷 코드잖아요. 누구나 배틀넷 들어가면 안준영을 친추해놓고 대전 기록과 접속률을 감지할 수 있게 오픈해 두는 거예요. 이틀 접속 안 하면 바로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와요. '안준영 요즘 게임 안하는거 아니냐' 자신에게 정말 철저하고 혹독한 자기감시장치를 달아놓고 그걸로 2년째 달리고 있어요. 내가 지금 쉬거나 나태해지면 모두가 안다. 이런 장치.


[ ▲ 안준영 해설의 스타2 프로필 화면, 스타2를 한다면 누구나 확인 가능 ]



채정원: 그런 사람이 살은 대체 왜 안빼는거야 살도 장치 걸었는데 왜 안 빼는거야. 왜 나태해?

안준영: 여자가 없어서?

채정원: 여자가 없어? 있지 않나? 아직 없답니다 여성 안준영 팬 여러분. 살 빼면 예전 리즈시절 사진 같을 거예요. 잠시 살 빼다가 다시 돌아갔는데 리즈 시절로 돌아가면 정말 많은 여성분들이 찾아올 거 같던데. 그런 면에서 박상현 캐스터는 여성 팬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결혼하면서 망했어요.

박상현: 어차피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 다 필요없어 빵 먹어서 뭐해. 살만 찌지.

채정원: 지금 팬이 필요 없다는거야?

안준영: 이거 결혼한 사람하고 할 이야기가 아니야.

박상현: 그거보다 자기 자신 만족이지. 팬들이 선물 주시는 것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이런 것에 만족하면 안 되잖아. 이거보다 더 많은 팬을 늘리려면 예능 프로를 만들어야 한다니까.

채정원: 그렇지. 근데 출연료 때문은 아니지?

박상현: 출연료가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팬이 유입 되어 스타2의 시청자층이 두꺼워지려면 굵직굵직한 예능이 있어야 해. 왜냐면 사람들이 스타2를 처음 보면 어려워 하니까. 유닛 하나 컨트롤 해 보면서 배우면서 스타2 이런 거구나 하면서 끌어들이는 게 좋지.

Vallen: 리그 흥행에 예능 프로가 많은 역할을 하나요?

박상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예전 방송사에서 예능이 있었는데 의외로 힘이 엄청나요. 스타를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예능프로 보고 재미를 느끼고 스타를 하게 되었으니까. 전혀 게임과 관계없던 사람이 예능을 보고 스타2에 처음 접하고 리그를 보게 되는 걸 자주 봤거든요. 그렇게 오래 쭉 갈 수 있는 예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바로 리그 보기는 어렵거든요.

안준영: 좋은 이야기인 거 같아요. 정말로 그런 거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출연료 때문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채정원: 이게 프리랜서들과 저의...

박상현: 이건 출연료 떄문이 아니야. 출연료가 필요하면 다른 데서 알바 뛰지.

채정원: 그럼 무상으로 나와.

박상현: 일단 만들어 봐.

안준영: 사실 예능프로 같은 건 필요가 없지 않나...

채정원: 저도 프리랜서 하다가 직원이 되면서 프리랜서와 직원의 입장을 모두 알고 있는데...

박상현: 하나 건의하자면 정원이 형이 프리선언을 해야 해요. 회사에서 나와서 리그 운영도 회사를 하나 차려. 주식회사 채정원.

채정원: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그러면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없거든. 지금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지. 어쨌든 신기한 게 일부 우리의 시청자가 온게임넷을 보는 것이 아니냐 하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예전에 곰TV가 처음 e스포츠를 했던 게 MSL 후원이었거든요. 곰TV가 MSL 후원하던 시기가 MSL최고 전성기였어요. 곰tV도 e스포츠를 중계 하면서 동시접속이 늘어났고, 케이블과 인터넷 시청자는 분리되어 있기에 결국 전체 파이가 늘어났던 거죠. 당시 MBC게임에서는 '케이블로 보는 시청자들이 결국 인터넷으로 보는게 아니냐?'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이후 곰TV 클래식 진행할 때 MBC 게임이나 온게임넷 e스포츠 팀이 대회에 나오지 않았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불안할 수도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WCS를 처음에 온게임넷과 곰TV가 같이 중계했을 때 '기존 GSL의 시청자를 뺏기는 거 아니냐, 결국 피해를 볼 거다' 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우리 시청자도 늘어나고 온게임넷도 늘어난 걸로 알고 있다. 결국 스타2라는 파이가 커진 거죠. 편협한 시각을 가지는 게 e스포츠에서는 좋지 않고, 일단 판을 키우는게 중요하니 두 방송사가 동시에 방송해서 규모를 키우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거예요.

케이블과 인터넷만 해도 이런데 인터넷과 인터넷 아프리카와 푹 하면 곰티비 시청자는 그대로 있는 채 시청자가 늘어났어요. 플랫폼 마다의 시청자가 따로 있다는 것을 증명한 거죠.

Vallen: 그런 면도 있었군요. 그런데 예능 프로는 하시는 건가요?

채정원: 저도 언제나 이야기는 하고 있죠.

안준영: 예능이 생겨도 저는 출연할 마음은 별로 없고 출연료 욕심은 없는데 마스코트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쁜 여성 출연자라던가.

박상현: 이상하게 여성 게스트가 나오면 시청자가 떨어져. 예능 8년 하면서 느낀건데 참 이상하더라고.

채정원: 여성 게스트가 있으면 못 망가지니까. 멋있게 보이려고도 하고 예뻐 보이려고도 하는데 예능을 보는 시청자들은 출연진들이 망가지는 걸 보고 싶어하는 거 같아. 멋진 모습은 중계할 때 보면 충분하잖아요. 예능에서는 서로 망가지고 침 흘리고, 서로 결혼 언제 하는지 물어보고, 이런 것을 보고 싶어하는 거 같습니다.

박상현: 인간적인 부분을 보고 싶어하는 거지. 원래 캐스터 초기에 예능 방송은 중계진으로 이미지가 망가진다고 안 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예능을 시작하게 되었죠. 스타1을 모르던 사람이 그 방송을 보고 찾아 들어와서 리그를 찾아보는 사람이 되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능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타 무한도전 전성기 때는 MSL보다 시청률이 더 잘 나왔어요. 스타 무한도전은 일반 시청자가 '이게 뭐야?' 하고 보다가 익숙해지고 '이게 스타야?' 하다가 리그를 보게 되더라고요.





안준영: 스타 무한도전만 생각한다면 많은 유즈맵이 필요한데, 지금 스타2용 맵 에디터인 갤럭시 에디터는 기능이 정말 강력하거든요. 그러기에 전문적으로 깔끔하게 만들어 내려면 인력, 노력, 지식이 너무 들어가서 무상으로 만들어보라면 덕후심으로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보이죠.

그러니 유즈맵 제작 컨테스트나 상금을 걸고 한다거나 투자를 하면 그렇게 큰 비용 없이 생산해 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갤럭시 에디터 정말 장난 아니에요. 근데 그러한 툴에 비해 나오고 있는 맵들의 양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박상현: 방송에만 유즈맵이 나간다면 제작자들이 자존심 걸고 만들어요. 커뮤니티 만들면서 그런 경쟁들이 생기게 되니까 '내가 저 사람보다 잘 만든다' 같은 자존심 싸움과 함께 여러 맵 제작 컨테스트들과 함께 한다면 단순히 1대 1 경기를 즐기지 않고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팬들이 리그에 들어오게 된다고 생각해요.

안준영: 워크래프트3이 래더 매치가 안 잡히는 상황에서도 카오스와 파오캐 둘 덕에 PC방 순위에 올라 있었어요. 게임마다 대세 유즈맵이 하나만 떠도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박상현: 동접자 늘어나지, 유닛 컨트롤 보면서 게임에 관심 갖지, 그 사람들이 리그경기 시청하지, 리그 보던 사람들이 선수 팬 되서 경기장 오게 되지 경기장에 사람 많으면 스폰 들어오지, 이러한 좋은 순환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Vallen: 그러고 보니 박상현 캐스터가 MBC 게임에서 넘어오시면서 같이 따라온 사람이 있잖아요.

채정원: 누구요?

Vallen: 온풍신이라고...

박상현: 네?

채정원: 아 온풍신.

박상현: 저는 진짜 온풍신. 제가 중계할 때 정전이 된 적이 없어요. 억울해 진짜.

채정원: 이 기회에 이야기 해. 이번에 확실하게.

박상현: 난 그 결승전 있을 때 경기장이 아닌 딴데서 보고 있었어. 그리고 제가 중계하는데 문제가 생겼던 라스베가스 결승전. 제 문제가 아니라 현지 스탭이 우리 스탭들이 아니었기에 생긴 문제고, 다시 갔을때는 그런 문제 없이 잘 끝났잖아요. 이 모든 문제는 내가 원인이 아니에요.

채정원: 왜 박상현에게 왜 엮인건지 궁금한데.

박상현: 나도 몰라. 왜 엮인거야. 내가 가면 온풍신이? 그 짤방때문에 그래.

채정원: 이영호 대 이제동 결승때 중계도 네가 한게 아니잖아. 근데 왜 김철민 캐스터에게 안 붙고 박상현에게 갔나. 이유를 너도 몰라?

박상현: 나도 그 이유를 몰라.

채정원: 이유가 없어?

안준영: 원래 재미를 위해 몰아가는 건 언제나 있는 거잖아.

채정원: 왜 자리에 없던 사람을 몰아가.

박상현: 내가 몇 번이나 이야길 하잖아. 몰고 가고. 그러면서 뭐만 꺼지면, 왜 다른 방송사 화면이 꺼졌는데 왜 박상현을 찾냐고. 내가 남의 방송을 왜 보러가.

하지만 이렇게 엮이는 게 재미있긴 해요. 군단의 심장 심장에 들어가서 리플레이로 다시 이어하기 기능이 지원되서 좀 아쉽기는 한데, 그래도 이제 그런 문제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네요. 근데 참 신기하네요. 왜 나한테 온풍신이 붙었지?


[ ▲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을 지은 박상현 캐스터 ]



채정원: 저도 왜 박상현한테 붙었는지 물어보니 억울해 하더라고요.

박상현: 전 여의도 근처에도 안갔어요. 제일 놀란 사람이야 보면서 깜짝 놀라서.

안준영: 그런거겠죠. 그런 사건에 있어서의 공통 분모가 상현이 형 밖에 없잖아요. '옮겨붙었다.'

박상현: 그래도 재미있어요. 온풍신이 '상현이 좋은데로 갔네'하는 치어풀을 보면 보면 재미있어요. 제게 관심이 없으시면 그런거 들지도 않아요.

채정원: 그런 말도 있어요. 박상현 캐스터는 '사과 전문 캐스터'라고.

박상현: 제가 사과는 참 많이 했죠. 온풍신 붙었을 때도 제가 사과 했고, 영어 클라이언트 사건때도 사과는 아니었지만 제가 있었네요.

채정원: 근데 정전 사건때는 왜 니가 사과를 했어?

박상현: 나보고 하라니까!

채정원: 그래서 붙은 거네.

박상현: 하라니까 했지. 그래서 제가 사과를 하고 라스베가스까지 따라갔다가 마무리 된 거 같아요.


■ 군단의 심장, 누가누가 잘할까? 중계진이 생각하는 군단의 심장 에이스



Vallen: 이번시즌 경기를 이야기 해 보자면, 선수들이 어떻게 변화한 거 같나요?

안준영: 선수 사이의 실력 차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자유의 날개보다 군단의 심장이 실력 차가 심해요. 솔직히 32강에서 떨어진 선수 중에서는 정말 처참히 떨어진 선수도 있고, 1위로 통과한 선수는 정말 압도적으로 선수도 있어요. 이러다 보니 스타2가 출시된 이래로 많은 사람이 목말라 하던 절대 강자가 나올 거 같아요. 정종현 우승 횟수나 이승현 포스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야기했지만 브루드워 시절 김택용처럼 30승 2패 이런 성적은 안 나왔잖아요.

정종현이 최강자 소리 들을 때 승률이 65% 이랬는데 군단의 심장에서는 90% 승률이 나올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32강에서 압도적으로 올라간 선수가 몇 있어요. 고병재, 최병현 김유진 신노열 등등. 그러기에 GSTL이나 위너스 리그 같은 승자연전 방식이 군단의 심장에서는 재미 있을 거 같아요. 승자연전 팀단위 대결에서 올킬이 계속 나오는 것은 선수 간에 실력 차가 나서 그래요. 선수 간 격차가 나서 압도적 한 명이 무적 포스를 낼 수 있는 게 군단의 심장이고, 제대로 대장전에서 누구 대 누구 만나면 정말 재미있을 거 같아요.

박상현: 자유의 날개에서는 연속 우승하기 힘들었는데 군단의 심장에서는 이제동이나 이영호 같은 선수가 나올 거 같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채정원: 어쨌든 게임이 많이 바뀌었으니까. 이게 실력 차가 많이 나는 이유가 액티브 스킬이 게임에 영향을 많이 주다 보니 부지런히 액티브 스킬을 쓰는 선수와 안 쓰는 선수의 차이가 나요. 그리고 게임 스타일이 다들 다르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자유의 날개 시절에는 무감타 잘하면 무조건 4강 가고, 테란들은 의료선 잘 쓰면 8강 가고 이러는데 요즘은 해병 불곰을 잘 써서, 지뢰 잘 써서, 매카닉 잘해서 16강, 저그도 바퀴 잘 써서, 뮤탈 잘 써서 16강 가는 선수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요.

이런 부분은 확장팩 초반이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재미로서는 정말 좋아진 거죠. 스타일이 다양한 여러 선수가 실력은 점점 정상으로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살아남기 때문에 군단의 심장 이후로 재미있어진 제일 큰 장점인 거 같아요. 정말 재미있어요.

Vallen: 세 분이 보시기에 군단의 심장에서 사고를 칠 거 같은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채정원: 전 최병현 최지성 이승현 선수, 일단 세 명? 프로토스는 아직 극강이라는 느낌이 든 선수가 없었어요.

안준영: 종족별로 이야기하자면 이승현은 빼두고(인터뷰 당시 16강 B조 진행 전이었습니다 - 편집자 주), 강동현, 고병재, 김유진 이렇게 꼽아요. 강동현 선수는 절대 테란한테 지지 않을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진행된 GSTL에서도 테란전에서 지뢰에 데미지를 안 입는 강동현 선수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 ▲ 강동현과 신노열, 군단의 심장에서도 가장 뜨거운 선수들 ]



박상현: 고병재 선수가 정윤종 선수에게 역전승 하는 거 보고 진짜 전율이.. 그리고 저는 이영호 선수가 잘할 거 같아요

채정원: 택뱅리쌍 중에 이영호 외에는 실력을 못 보여주고 있는데, 어쨌든 이영호가 잘 해주고 있고 신종철로라던가 연맹 선수 중 잘하는 선수들이 이영호 선수와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는 게 재미있어요.

안준영: 이건 여담인데 이영호 선수의 브루드워 리그 경기를 보다 보면 놀랍도록 침착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최근 프로리그를 보니 너무 당황하는 표정이 잡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게임이 정말 잘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변수도 많고 워낙 스피디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니 그 냉철하고 갓이라 불리던 이영호 선수가 눈 이만큼 커져서 병력 산개를 하는걸 보니 게임에 대한 긴장감이 확 와닫더라고요. 천하의 이영호도 긴장을 히는구나.

박상현: 저 역시 이영호가 어느정도 할지가 요즘 궁금해요. 브루드워 시절에 왕이었는데 새로운 왕이 너무 많아요, 왕좌의 게임에 비하자면 라니스터 잡으러 다들 여기저기서 오는데 과연 누가 이영호를 잡을지 그게 너무 궁금해요. 그런 이슈들이 많으니까 중계하는 저희들도 재미있죠.

Vallen: 자유의 날개에서는 스토리가 부족했는데 이승현과 이영호가 이상하게 엮이기 시작하더니 이제 경기만 해도 스토리가 되더라고요.

채정원: 저는 중계 처음 할 때부터 느낀 건데 중계는 포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중계가 부가 조미료 정도 된다면 선수들의 경기는 요리의 주 재료라고 할까요? 경기가 재미있으면 저희가 포장을 안 해도 커뮤니티에서 시청자들이 알아서 포장하고, 선수들끼리 포장하면서 저절로 이야기가 생기거든요. 이승현과 이영호, 그 두 명이 경기를 그렇게 만들어 내는 선수들인 거예요. 핵심 콘텐츠를 제대로 성장시킨 거죠. 너무나 재미있게, 멋있게 경기하니 따로 누가 포장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라이벌이 되는 거예요. 중계진은 그걸 조금 더 넓게 퍼트린 거죠. 2012 MLG 이후부터 과연 언제 다시 만날지 여부 자체로도 관심사게 된 두 선수입니다.

박상현: 저희는 마트 전단지죠. 오늘 빅 딜. 오늘 재미있는 경기 있으면 오게 한다는 거.

채정원: 이제동 대 이영호, 둘이 경기를 못 했으면 아무리 포장해도 안된다니까요, 둘이 잘하고 치열하니까 된 거죠.

안준영: 포장이라고 하는 언어 자체가 사전적으로 정의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포장이란 선수의 별명이나 경기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을 얼마나 몰입시킬 수 있는가?'를 포장이라고 보거든요. 이' 선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상대를 어떻게 보고 있으니까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거다'라는 것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을 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저는 이번 이신형 대 정윤종 선수의 중계를 스스로 흡족해 하고 있어요. 요즘 제가 빌드 분석이나 경기 예측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것은 부수적이고, 제 핵심은 '이 선수가 무슨 결과를 위해 이것을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부분을 전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경기에서는 '서로가 노리고 나왔구나, 서로가 서로를 확 잡아먹고 싶구나' 이런 부분에 대한 분위기를 잘 살렸고 '이신형이 13병영을 했는데, 이건 정윤종이 죽어도 이 타이밍에는 안 나올 거라고 이신형이 확신했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시청자들에게 '이신형은 12병영? 13병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거든요. 이 부분은 제가 리그를 중계하면서 욕심내는 분야라 더 연습해서 좋은 해설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채정원: 아무리 예쁜 포장지를 싸도 돌덩이가 들어 있으면 그건 돌이에요.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아무것도 안 씌워도 포장을 뭘 해도 다이아몬드에요. 포장지를 예쁘게 싸는 거는 정말 잠깐이고, 선수들의 핵심 콘텐츠를 많이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준영의 포장은 핵심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도 포장이라고 생각하고, 다이아몬드가 왜 다이아몬드인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려주는 것 조차 포장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 역시 '이게 얼마나 중요한 다이아몬드인지 아느냐?' 식의 좀 더 넓은 의미의 포장을 하고 싶어요.

박상현: 저는 분위기도 포장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은 경기 중계의 분위기로 '이게 최고구나!' 하고 느끼죠.

안준영: 가끔 중계가 끝나고 중계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편파라던가 중계 예측 실패라던가 멘트가 매끄럽지 못했다거나 이야기가 올라올 때가 있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 디테일은 신경 안쓰고, '이날 분위기가 덜 예뻤구나' 하는 생각만 해요, 분위기가 정말 타올라서 다들 집중하면 디테일한 부분은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그게 안 되면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이 가기 시작하거든요. 디테일한 지적이 올라온다는 것은 결국 그날 시청자들을 제대로 경기에 제대로 몰입시키지 못한 거죠.

박상현: 제일 좋은 건 중계가 끝나고 커뮤니티 반응을 봤을 때 게시판이 'ㅋㅋㅋㅋㅋㅋ'나 '우와아아' 하는 걸로 가득할 때에요. 시청자들을 제대로 방송에 몰입시켰다 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채정원: 우리가 캐스터 해설자지만 통틀어 '중계진'이라고 하는 이유는 경기를 얼마나 제대로 즐길 수 있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중계'가 아닌 '해설'에 너무 심취하면 제대로 그 분위기 전달을 못 해요. 가끔 그런 분들이 있고, 준영이도 예전에 그랬죠. '난 해설이니 경기에 일어날 일을 다 맞춰야 해.'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 ▲ 어느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중계를 들려주는 세 명 ]



박상현: 정원이 형이 해설자 천직이라고 느낀 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진짜 잘 만든다는 점이에요. 게임에 몰입한 정도를 넘어서 게임에 취한 거죠, 예를 들어 '땅굴로 가버려!' 같은 해설을 한 후에 광분하는 그 모습. 이게 나오기 쉽지가 않아요. 약간 접신한 느낌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전부 경기에 몰입시키는 이건 만들어 진 게 아니라 천직이구나.

채정원: 중계진이 다 같이 흥분하지 않으면 못 나오는 장면이죠. 남들 열심히 분석하는데 혼자 소리 지르면 욕먹죠. 그래도 분위기가 나오는 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박상현: 정원이 형은 리듬감이 살아 있어요. 리듬 없는 해설도 있거든요. 정원이 형은 중계 중 템포가 계속 올라가다 터질 거 같아요.

안준영: 저도 방송 톤을 정원이 형에게 배웠어요. 원래 중저음인데 방송에서는 정원이 형의 톤을 배우고 따라 하다 보니 2년을 했는데도 목소리만 들으면 안준영인지 채정원인지 모르겠다고 글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뜨끔해요. 이건 제가 따라한 거니까. 방금 정원이 형이 좋은 멘트를 했는데 '와 안준영 쩐다' 하면 진짜 미안하죠.

채정원: 저희는 묶어서 평가받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중에서도 누구는 뭐 누구는 뭐 특화 그런 분석을 하는 거조차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Code S 중계진인 박상현. 안준영. 채정원이고 우리는 경기에 몰입할 수 있게 중계하는 것이 목표예요. 현재로서도 중계 퀄리티에 만족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진짜 특별하거든요. 어디에도 이런 분석적인 해설, 리그를 만들면서 리그 판세를 말해줄 수 있는 해설, 박상현처럼 우리 둘을 조율해줄 수 있는 캐스터도 없거든요. 이런 점에서는 호흡이 정말 잘 맞아요

박상현: 호흡이 제일 중요해요. 호흡이 안 맞으면 중계할 때도 짜증부터 나고 '오늘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런게 없으니까.

안준영: 저와 상현이 형, 정원이 형 같은 경우 개인의 역량도 높지만, 한 명이 실수하거나 부족하면 바로 다른 쪽에서 커버가 들어와요. 야구에 비유하자면 2루로 흘러가는 땅볼을 투수가 놓치고 2루수가 놓쳐도 유격수가 잡아서 1루로 던지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제가 우리 중계팀의 역량을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하는 이유에요.

이게 가능하니 서로가 중계 중에 말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내가 틀리고 실수해도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으니까.

박상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중계진이 느끼는 이런 유대감은 더 단단해질 거 같아요. 이런 부분은 중계를 보는 시청자가 제일 잘 알거든요. 같은 중계진끼리 중계하면서 맨날 싸우고 이야기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채정원: 사이 안좋으면 농담도 못해요. 사이 안좋으면 결혼 언제 하냐고 이런 농담을 어떻게 해요 끝나고 험악해지는데

박상현: 중계 끝나고 그냥 나가버리고 볼펜 던지고,

안준영: 중계 끝나지 않아도 험악해지던데.

박상현: 끝나고 해설자끼리 안 맞으면 얼굴 붉히고 말도 안 하고 대본 던지고 벽치고 나가고 그런 사람도 분명히 있어요.

안준영: 왜 누군가가 떠오르지?


■ 저녁 여섯시, 언제나 곁에서 유익한 중계가 되었으면



Vallen: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마지막으로 WCS-GSL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상현: 부담 갖지 마시고 재미있는 경기를 편안하게 지친 일상을 힐링한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보고, 여유가 되신다면 스튜디오에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경기는 편안하게 봐야지, 스트레스받으며 보면 오래 못 보잖아요. 브루드워를 하던 선수들도 스타2에서 잘하고 있는데다 멋진 경기 하고 있으니, 브루드워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분들도 경기장에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채정원: 재미있고 유쾌한 중계를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해설자가 정말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크로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살아오며 느끼고 후회남던 일들을 훈계조로 이야기 하면 듣는 상대방은 거부감만 느껴져요. 근데 마이크를 통해서, 게임을 통해서 실생활을 관련된 예시를 들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시청자들에게 전해드린다면 분명 기분 좋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거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단지 게임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더 유쾌하고 시청자분들의 삶이 도움이 되는 중계를 하겠습니다.

안준영: WCS-GSL을 보는 팬들에게... 음 뭐라고 하지?

박상현: 다 부숴버리겠다고 그래. 못 보는 거 까지 다 끄집어내서 퀄리티를 더 올리겠다. '만약 제가 해설을 못하면 돌을 던져주세요.' 얼마나 멋있어.

안준영: 그건 늘상 하는 이야기고.

박상현: 그런 이야기 하면서 여러분의 매에 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보다 더 해설 잘할 수 있는 분들은 트위터로 도전해주세요.' 라고 하면 딱 좋네.

안준영: 이번 인터뷰를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그리고 리그를 지켜보시는 시청자분 중에는 게이머나 게임계에 종사하고 싶은 꿈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라고 생각하고, 이쪽에 장래 희망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보면서 즐기고 열광하고 함께 하는 것 자체로 삶의 활력소와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그런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스타리그를 보면서 내일은 누굴까 다음 주는 누굴까 이걸 기다리는 게 재미있는 시간이었는데 이제 우리가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 GSL 보는 재미로, 경기가 없으면 오늘 저녁 여섯 시에는 아무것도 없나 하며 삶이 허탈하고 이러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삶에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