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게임을 고르는 유저분들의 '눈' 도 까다로워졌습니다. 얼마나 좋은 그래픽인지, 규모는 어떤지, 액션 및 타격감은 얼마나 좋은지, 유저는 많은지, 누가 제작하고 있는지 등등 '눈' 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평가 대상이 됩니다.

저마다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우는 지금, 색다르게도 그래픽 외의 것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임이 있습니다. OST라면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테일즈위버' 이야기입니다.

배경음악 하나하나 모두 사랑받는 명작인 테일즈위버가 어느덧 서비스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동안 '발현' 과 '광휘' 의 두 에피소드를 풀어나갔고, 이제 새로운 에피소드를 준비 중입니다. 여기에 신규 OST도 추가될 것은 당연하고요.

그 중 흥미있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테일즈위버의 OST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Second Run' 을 새롭게 편곡한 신규 음원, 'Third Run' 이 작업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명곡 중의 명곡이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니, 어떨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기자는 테일즈위버 에피소드 3의 OST 작업에 한창인 넥스토릭 박지훈 작곡가를 만나러 서울 잠실 스튜디오의 녹음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 테일즈위버 에피소드 3 OST 총괄 책임자 넥스토릭 박지훈 작곡가


박지훈 작곡가는 테일즈위버의 OST인 '화이트 판타지아' 및 다수의 배경음악을 비롯해 카트라이더, 아스가르드, 바람의나라 등 다양한 게임 음악과 사운드 작업에 참여한 바 있는 베테랑 작곡가입니다.

게임 음악을 시작한 동기를 묻자, 박지훈 작곡가는 어린 시절부터 게임 음악을 접하며 살았다며 "그 모든 멜로디가 내 안에 있으니까요" 라며 자못 예술가 다운(?) 대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게임음악은 일종의 '숙명' 과 같았어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줄곧 쳐 오면서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행히도 재능도 있어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전국 콩쿨 3등이라는 기록을 세웠었죠. 제가 후에도 음악을 업으로 삼을 거라는 건 거의 100%였습니다.

허나, 게임 음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건 '파이널판타지 3' 를 플레이한 후였어요. 친형의 소개로 플레이하게 된 건데, 참 이상하게도 게임의 재미보다는 음악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초등학생이 그런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게임도 즐겨했기 때문에 여러 게임 속의 다양한 멜로디를 접할 수 있었고, 그 멜로디가 창작활동에 적잖은 힘이 되어 줍니다. 게임을 많이 했던 것이 제 인생의 방향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었던 거죠. 이렇게,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제 음악 인생 중 가장 비중있는 분야는 ‘게임 음악’ 입니다.




곧 추가될 테일즈위버의 에피소드 3는 원작소설인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 : 윈터러' 에 나오는 '달의 섬'이 추가될 전망이랍니다. 이는 일본 내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사항인데요. 이에 대해 곡 전체의 분위기는 어떻게 되는지도 살짝 엿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달의 섬이 배경이잖아요. 원작에 등장하는 이솔렛이란 소녀가 캐릭터도 등장하고 네냐플 학원 등 원작의 세계관이 많이 포함될 거에요. 새로운 콘텐츠가 많이 추가되는만큼 곡에도 새로운 시작을 담기 위해 많이 노력했었어요.

에피소드 하나만 얘기드리자면 달의 섬 분위기에 잘 맞겠다 싶은 가수가 있었는데, 운 좋게도 함께 오프닝을 작업할 수 있었어요. 아까 잠깐 들어봤는데 일단 가이드 보컬 분(녹음 전 전체적인 느낌 및 멜로디를 대략적으로 부르는 보컬)의 목소리와 그 가수 분의 목소리가 닮아서 작업도 편했고요. 너무 잘 불러주셔서 여러모로 운명이라고 생각되네요(웃음).

곧 추가될 신규 캐릭터 이솔렛(좌)와 달의 섬 (지도 출처 : 룬의 아이들 - 윈터러 내)



신규 에피소드를 위해 박지훈 작곡가가 제작하고 있는 OST는 총 4곡으로,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선율을 녹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3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전체를 불러 작업을 하고 있는 그 광경은 꽤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네 곡의 OST를 한꺼번에 작업하는 일은 굉장히 고될 것 같았습니다. 박지훈 작곡가에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지 물어봤더니 약 반 년 정도 소요된답니다. 또한, 이 녹음이 끝이 아니라더군요.


이번 년 2월부터 시작해왔고 7월 말 즈음에 신규 에피소드가 업데이틀 될 예정이니 대략 5개월 정도 걸렸군요. 지금 하고 있는 3일의 녹음 작업이 다 끝나면 대략 절반 정도 마무리되는 겁니다. 이후 녹음했던 모든 곡을 하나로 합치는 믹스작업이 남았습니다. 이게 제일 힘든 부분이지만, 얼마 안 남은만큼 열심히 하려고요.



3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진행된 녹음 작업



테일즈위버는 에피소드 1의 ‘발현(發現)’, 에피소드 2의 ‘광휘(光輝)’ 와 같이 각 시즌의 컨셉을 대표하는 단어가 주어집니다. 신규 에피소드의 작업 시, 음악 및 스토리, 게임 파트 모두 이 단어 하나에 매달려 전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확실히 테일즈위버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질 수 있지만 작업 당사자들에게는 살짝 까다롭긴 합니다.

이번 에피소드 3을 대표하는 단어로 확정되진 않았으나, 작업 당시 주어진 단어는 '공진(共振)' 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유 진동수를 가진 사물이 같은 진동수를 만났을 때 진폭이 커져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 이라네요. 이 어려운 단어를 박지훈 작곡가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신규 에피소드 관련 기획회의 당시, ‘공진’ 이란 두 글자를 받았습니다. 공진, 전 이걸 사람과 사람간의 울림으로 규정하기로 했어요. 왜, 보면 ‘궁합이 잘 맞는다’ 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것과 좀 비슷한 개념으로 각각의 파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내는 울림이라고 생각하고 곡을 구상했습니다.

아무래도 음악파트에서 다른 파트보다 먼저 컨셉을 잡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음악이 공유된 후 그를 토대로 다른 파트 작업이 이뤄지면 좀 더 괜찮지 않겠느냐고 제의했고, 수락되어 먼저 작업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가 현재 작업하고 있는 곡은 에피소드2의 엔딩, 그리고 에피소드 3 오프닝의 두 가지 버전, 메인 테마. 이렇게 총 네 곡인데요. '공진' 이라는 주제를 네 곡 모두 다른 방식으로 녹이고 싶었습니다. 현재 반 정도 작업이 진행된 상태인데요.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한 숨 돌렸습니다.



한 단어만 주어진 상황에서 총 네 곡의 해석을 달리 한다는 게 언뜻 상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공진' 이란 주제를 네 가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박지훈 작곡가는 먼저 현장에서 녹음중이던 오프닝 'You Plus Me' 를 언급했습니다.

오프닝 ‘You Plus Me’ 는 이미 저번 NDC에서 한번 연주한 적 있어요. 제목부터 공진에 대한 제 해석이 묻어나오는 곡이지요. 테일즈위버의 오프닝 같은 경우 으레 가수가 노래하는데요, 기존 테일즈위버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별적인 곡을 만들고 싶어 많이 고민했습니다.

보컬곡의 경우 꽤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공진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그 떨림을 표현하려해도 보컬 자체에 에코(Echo, 울림)를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중들에게 친숙한 멜로디여야 할 뿐만 아니라 가사도 손대기 힘들거든요. 오프닝곡은 이해하기 쉬워야 하니까요.

여러 고민과 고민을 거칠 때 확 드는 생각은 바로 '돌림노래의 요소를 넣으면 어떨까?' 였습니다. 돌림노래, 어린 시절 음악수업에서 배우며 친숙하기도 할 뿐더러, 두 사람이 주고받는 곡 구성 자체가 주어진 테마와 너무 잘 맞는거에요. 그래서 후렴 이전 부분의 멜로디를 돌림노래처럼 구성했더니 꽤나 독특한 곡이 나와서 흡족했습니다.

거기다 보컬 가수가 말하기를, 보통 노래들은 후렴이 기억에 남는데 이 곡만큼은 바로 이전 부분이 너무 독특해서 신선했다더군요. 노래 부르는 이가 그 부분을 잘 이해했다는 건 제가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었다는 의미겠죠.




이어 박지훈 작곡가는 에피소드 3의 오프닝은 두가지 버전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게이머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박지훈 작곡가는 오프닝끼리도 서로 다른 느낌을 담뿍 담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며 각 곡의 컨셉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원래의 오프닝은 흔치 않게 30인조 오케스트라로 작업한 곡입니다. 꽤 야심차게 준비했지요. 거기다 보통은 악기별로 따로 녹음하는 반면, 이 곡은 하나의 울림을 완성하기 위해 모두가 모인 상태로 녹음합니다. 그 대신 이례없는 수정작업을 많이 거쳤지만 실제 관계자분들이 독특하고 좋은 노래라며 인정해준 곡이라 자신 있습니다.

오프닝곡은 작업 도중 김연아 선수의 프리연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약 5분 30초간의 그 연기가 몇 초의 짧은 순간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요. 온갖 감정들이 녹아있는데다, 모든 것이 절제되었다가 폭발하고 사그라들다가 고조되는 과정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이 모든 감정을 우리 노래에도 담고 싶었습니다. 감정과 높낮이를 선율에 녹여내려 무던히도 애썼는데, 이 곡을 연주한 분들은 아마 더 힘들었을 거에요.

그리고 두 번째 오프닝, 이 곡은 급작스레 결정되었어요. 테일즈위버를 사랑하는 매니아분들을 만족시켜 드리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 차원인거죠.

기존 오프닝은 오케스트라 선율인 반면, 두 번째 버전은 댄스곡으로 작업했습니다. 공동 타이틀로 할꺼면 그 만큼의 존재감이 커야되잖아요. 그래서 댄스 오프닝곡은 가사에 초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가사에 '중력'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이를 '너와 나 사이의 끌림' 이라고 결정하고 작업했습니다. 제목도 'Gravitation: 만유인력'으로 잡았고요. 리듬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분들의 감성을 맞춰 영상도 제작할 생각입니다.




네, 단지 음악뿐이 아닙니다. 박지훈 작곡가의 OST는 현재 다양한 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있는 중입니다. 테일즈위버의 고유한 감성을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표현해 더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메이킹필름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영상 이야기도 안 들어볼 수 없죠. 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길 요청했습니다.


오프닝 'You Plus Me' 의 경우, 일본의 '스튜디오 곤조' 라는 곳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유명 애니메이션 '최종병기그녀' 나 '라스트엑자일' 등을 작업한 곳이죠. 그러다보니 영상 제작과 맞춰 곡을 작업해야해서 조금 빠듯했습니다. 그래도 언뜻 영상 일부를 보니 꽤 만족스럽습니다. 두 번째 오프닝은 리듬게임처럼 좀 독특하게 영상을 제작하고 있구요. 메인테마 '써드 런(Third Run)' 역시 영상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오프닝곡과 엔딩곡은 메이킹필름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보통 개발팀쪽에서 컨셉부터 시작해 전체를 작업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컨셉을 제시하면서 제작에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됐어요. 영상 작업에 이토록 책임감 있게 참여한 건 처음이었는데, 다행히도 제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것 같아 즐겁습니다.

앞으로 하나 둘 작업했던 영상이 공개될텐데요. 현재까지는 모든 작업이 잘 풀리고 있고, 결과도 좋게 나올 것 같아요. 테일즈위버를 아끼고 사랑하는 유저분들께 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저 역시 작곡뿐만 아니라 종합 엔터테이너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진로를 고민중이고요(웃음).



나왔습니다. 대망의 '써드 런(Third Run)'. 테일즈위버를 대표하는 'Second Run' 을 새롭게 풀어낸 이 곡이야말로 인터뷰를 요청한 핵심 포인트기도 하지요.

'Second Run' 은 남구민 작곡가가 몇십 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만든 곡이지만,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풍부한 감성이 가득 녹아있어 게임음악계를 통틀어 명곡 중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테일즈위버의 OST입니다. 피아노 좀 쳐봤다 싶은 유저들은 한 번씩 연주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죠.

이토록 사랑받는 명곡을 도대체 어떻게 재해석했을지도 궁금할뿐더러, 이 곡을 건드릴(?) 용기를 가졌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박지훈 작곡가도 이 말을 듣더니 "저도 너무 걱정했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죠" 라며 운을 떼었습니다.


당연히 처음 부담감은 엄청났습니다. 오프닝의 경우 영상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번거로웠을 뿐이지 멜로디 자체는 주변 간섭없이 편하게 작업했는데, 써드 런은 너무 부담되었어요. 멜로디를 만들었다 치워버리던 게 몇 번이나 됐는지 몰라요. 하루 종일 했던 작업을 통채로 버리는 그 과정이 일주일이 넘었고, 그 사이 만들어진 테마만 60~70개 남짓 될 정도였어요.

다들 주말 근무를 싫어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주변인들이 많은 평일보다는 혼자 조용히 작업할 수 있는 주말이 더 좋았어요. 작곡가들은 저마다 특유의 습성이 있는데, 저는 작업실 특유의 묵은 냄새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게 능률이 좋아요.

보통 곡 작업은 작곡부분과 편곡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요. 써드런의 경우 작곡 과정이 꽤 오래 걸렸어요.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 좋은 곡이다 라며 칭찬을 해 줘도 제 귀에는 썩 차지 않는거에요. 그래서 쉬이 편곡으로 넘어갈 수 없었던거죠. 원작 세컨드 런이 너무 유명한 곡이라 마음에 들지 않은 그대로 내보내면 대단히 죄송스러울 것 같고...

작업하며 계속 듣고 또 듣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 너무 좋다' 싶으면 그제서야 제 기준을 충족한겁니다. 이렇게 완성된 곡을 주변인들에게 들려주니 정말 극찬을 해주시더라고요. 메인 테마곡의 중요성은 일본에서도 잘 알고있다보니 많이 신경쓰시던데, 노래를 듣고 '굉장히 여운있는 곡이네요. 최소한 원작 이상의 사랑을 받을 거에요' 라고 말해주셔서 안도했죠. 주변인도 좋아해주시는 걸 보니, 다행히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혼자만의 노래를 만든게 아닌 듯 하네요.

테일즈위버의 명곡, 'Second Run'



기대되는 'Third Run' 에는 주어진 단어, '공진' 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박지훈 작곡가는 'Second Run' 의 메인 선율은 그대로 두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새로운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고 하며, "누가 들어도 그 변화를 확실히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일즈위버스러운 곡"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원작의 경우, 피아노 선율로 단순하면서도 깊이있는 감성을 어우러냈잖습니까. 저는 테마가 정해진만큼 다른 느낌을 줘야 했고, 왼손의 선율을 계속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밀고 당기는 듯한 효과를 주었습니다.

일렉트로닉 부분은 유명한 아티스트 분들이 작업 중인데요.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분들인데, 아직은 비밀이에요 비밀(웃음). 솔직히 이분들이 게임음악을 작업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 걱정도 했었는데, 제가 뭉뚱그려서 '일렉트로닉 느낌으로요' 라고 애매하게 설명한 부분을 잘 구현해주셨더라고요. 작업 과정도 수월했고, 그 결과도 좋게 나와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한편, 박지훈 작곡가는 에피소드 3의 시작과 더불어 에피소드 2의 마무리도 맡고 있습니다. 비극적으로 끝나는 에피소드 2의 엔딩이 공개된 지금, 이 감정을 모두 내포한 엔딩곡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껏 풀어간 스토리를 어떤 음악으로 귀결시킬지 궁금했습니다.

에피소드 3의 테마를 공진으로 정한 것과 더불어, 에피소드 2의 마무리를 위한 컨셉 회의도 진행됐었는데요. '실패' 라는 단어는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이루지 못한 것....에피소드 2의 마무리가 슬프게 끝나잖아요. 세계의 멸망을 희생을 통해 돌려놓았으나 그만큼 잃은게 너무 컸던 거죠. 그때 주인공들이 느끼는 분노, 강박, 자괴감, 비판...그걸 담고 싶었습니다.

에피소드 3은 모든 슬픔을 추스리고 시작하는 만큼, 에피소드 2의 마무리는 '미완' 컨셉을 살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슬픔 가운데서도 희망이 언뜻 비치는 스타일로 구상했지요. 일본의 유명한 아티스트 '칸노 요코' 씨와 같이 슬프면서도 애절한 느낌을 많이 주려 했습니다. '대금' 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민속 악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다 특이한 주법을 사용하며 미완의 감성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아나이스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통곡의 탑을 무너뜨리는 걸로 끝나는 에피소드 2



긴 여정을 달려오고, 이제 7년만에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하는 테일즈위버. 숨가쁘게 거친 작업 과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 그 곡들을 공개할 시간이 머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박지훈 작곡가의 소감과 함께 새로운 곡을 기다리는 유저들을 위한 한 마디를 부탁했습니다.

한 주제를 달리 해석하면서도, 컨셉을 공유하는 4곡이 마치 한 세트처럼 나와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봐도 괜찮지만, 네 곡이 모두 합쳐졌을 때 또 하나의 완성품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하나의 단어부터 시작해 전혀 다른 네 곡을 만들기까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모두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습니다. 음악부터 영상까지 하나하나 계획하고 실현해나가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죠. 이제 어느덧 완성단계입니다. 곧 유저분들께 들려드릴 걸 생각하니 매우 설레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에피소드 3, 그 희망찬 스토리와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