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의 인터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도 될만큼 길었던 인터뷰였습니다. 그만큼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는 의미일테지요.

'최강의 군단'은 김윤종 대표의 지휘 아래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와 '사이퍼즈'를 개발한 경력자들이 모여 개발한 신작 MMORPG입니다. 하지만 기존 MMORPG들을 놓고 봤을 때, '최강의 군단'은 그리 익숙치 않은 겉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공개됐던 10종의 캐릭터도 그렇고, 화면 상의 시점도 MMO와는 쉽게 매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첫 쇼케이스를 통해 전체적인 밑그림을 발표하고 짤막하게나마 시연 기회를 제공한 바 있지만, 확연히 감을 잡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 두 개를 개발한 팀으로서, 그들이 다소 모험적인 프로젝트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최강의 군단'을 MMORPG, 그리고 NEXT RPG라고 소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21일부터 시작되는 첫 CBT를 앞두고 에이스톰 사무실을 찾아가 김윤종 대표와 박주형 디렉터를 만나봤습니다. 기자와 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분들을 위한 답은 물론, CBT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두면 보탬이 될 약간의 프리뷰적인 내용까지, 꽉꽉 채워 전해드립니다.


■ 네임드 개발사단을 이끄는 사단장, 김윤종 대표


명함부터가 남달랐습니다. '대표(CEO)'라는 직함 옆에 살포시 자리잡은 문구, 감각의 제국의 유목농민(Nomad farmer of sensation empire). 개인이 자유롭게 넣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별칭'이라는데, 벌써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한가득입니다.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난 김윤종 대표는 새로운 프로젝트 '최강의 군단'을 비롯해 그동안의 작품들에 담아왔던 개발자로서의 소신을 꾸밈없는 말투로 술술 풀어놓았습니다.



'김윤종 사단'이라는 이름은 그만큼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지금의 팀원들과 함께 작업하신 경력이 얼마나 되셨나요?

김윤종 대표 : 처음 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온 멤버도 있습니다. 햇수로 가장 오래된 사람은 14년 정도 됐네요. 그 뒤에 던파 때 합류한 사람들, 사이퍼즈 때 합류한 사람들 등이 더해져 지금의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느낌입니다.

김윤종 대표 : 에이스톰을 처음 설립할 때부터 "지금 기준에서 봤을 때 어려워보이는 것을 해보자"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예전 작품들을 개발할 때도 항상 그 당시의 시점에서 실현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들에 의욕이 생겼던 편입니다.

던파를 개발할 때도 당시로서는 매우 어려운 작업들이 많았고, 사이퍼즈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는 재밌다가, 문제들이 해결되고 안정화 될수록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똑같은 것만 계속 만들다보면 재미없잖아요(웃음).

항상 발전하는, 그리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온라인 게임이 지속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초창기 모습으로부터 계속 발전해나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지론은 그렇습니다.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을 듣고 그것을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한 가장 기본이라는 거죠.


MORPG, AOS, 그리고 이번엔 MMORPG입니다. 매번 다른 장르를 개발한 셈인데,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개발하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김윤종 대표 : 딱히 장르를 정해놓고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 시장에서 '비어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공략하고자 할 뿐이죠. 이번 '최강의 군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캐주얼하고 액션을 강조한 MMORPG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목표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최강의 군단'은 던파나 사이퍼즈의 진화작이라고 보면 될까요?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라고 봐야 할까요?

김윤종 대표 : 두 가지 측면이 섞여있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진화된 것 있고, 어떤 부분은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기도 하죠.

예를 들면, 던파에서는 공간을 활용한 액션이 적었는데요. 최강의 군단에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2D와 3D에서의 액션이 느낌 자체가 많이 다르다보니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죠.

새로운 면이라면 조작 체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던파는 키보드, 사이퍼즈는 키보드와 마우스, 최강의 군단은 마우스 위주의 조작 체계를 채택했는데요. 어쩌다보니 키보드 조작에서 마우스 조작으로 넘어오는 과정처럼 되어버렸네요(웃음).

최강의 군단은 기존의 탑뷰와 쿼터뷰의 중간쯤 되는 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내부적으로는 탑뷰 방식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각도에서 마우스만 활용하는 조작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게임을 개발하면서 저희로서도 새로 배운 것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코어한 액션을 좋아합니다. 그래픽도 리얼리티를 좋아하는 편이죠. 하지만 어떤 그래픽이 시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감각은 제가 생각해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지극히 소수파인 셈이죠.

'최강의 군단'은 제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그래픽을 채택한 작품입니다.



검을 사용하는 캐릭터, '나그네'의 플레이 화면



자체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인데, 어떤 계기가 있나요?

김윤종 대표 : 신생 개발사라고는 하지만 예전에 개발 및 운영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죠. 만약 그런 기반이 없었다면 당연히 퍼블리싱 쪽에 더 무게를 두고 고려했을 겁니다.

그동안 몇몇 퍼블리셔와 일을 해봤지만, 서로 생각하는 바가 같을 거라고 보장할 순 없습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복잡해지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게임도 잘 되기 어렵습니다.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내용을 빠르게 전달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자체 서비스의 강점입니다. 퍼블리셔가 따로 있을 때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따로 방문 일정도 잡아야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죠. 만약 외국 퍼블리셔라면 더 힘들고요.


지난 4일 진행했던 쇼케이스는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시는지

김윤종 대표 : 쇼케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CBT를 통해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겠죠.


쇼케이스 Q&A에서 해외 서비스 파트너를 찾는 중이라고 답하셨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여쭤봐도 될까요?

김윤종 대표 : 사실 해외 서비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일단 국내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이 먼저죠. 실제 해외 서비스를 해본 경험이 있지만, 국내에 비해 피드백이 훨씬 적은 편입니다. 국내에서는 칭찬이든 욕이든 즉각적으로 좋다 싫다의 반응이 나오는데, 해외는 사실상 통계로 제시되는 지표 외에는 유저들의 의견을 접할 창구가 드물죠.

무엇보다 국내에서 잘 되는게 가장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해외 서비스는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 이외에 큰 의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가 추구하는 재미를 전할 수 있다는 정도랄까요.


얼마 전 진행했던 VIP 간담회에는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이른바 '네임드'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셨습니다. 어떻게 이루어지게 된 것이며,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요?

김윤종 대표 : 예전부터 종종 만남을 갖는 분들도 있었고, 인맥을 통해 초청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실제로 처음 뵙게 된 분들도 꽤 많았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 주셨고, 플레이 후 피드백도 많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무래도 마우스 일변도의 조작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는데요. 캐릭터마다 조작 편차가 꽤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는 비교적 조작이 간단한 반면, 어떤 캐릭터는 보다 세세한 컨트롤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조작이 복잡한 캐릭터는 키보드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주형 디렉터 : 장점으로는 직관적이면서 독특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단점으로는 역시 조작 부분이 언급됐고요. 김학규 대표님의 경우 쉽게 피로해진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마우스를 사용하는 손에 무게가 쏠리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적응되면 굉장히 편한 조작법입니다. 마우스를 쥐는 적당한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그리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적응이 되기까지가 문제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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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대표가 회사 설립 및 최강의 군단 개발에 상당량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히셨습니다. 허민 대표가 게임 개발 과정에도 관여하시나요?

김윤종 대표 : 초기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조작 확정하고 하는 시점에서 테스트해보시고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한 번도 확인하지 않으셨습니다. 최근에 프로모션 동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보신 것 같더군요(웃음).

허민 대표님과는 초기에 같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신뢰하게된 사이입니다. 서로 게임의 시장성을 바라보는 성향이 다른데요. 허민 대표님은 진입 초기의 시장성을 중점으로 보시고, 저는 그 게임의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를 보는 편이죠. 던파도 각자의 성향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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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망설임이 없는 편입니다. 다소 거친 표현도 많은 편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윤종 대표 :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편이 낫다고 봅니다. 좋은 방향, 격려하는 느낌의 피드백만 있어서는 유저들이 진짜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캐치하기가 어렵거든요. 일순간 마음이 상할 수는 있겠지만 요구하는 바가 있으면 확실히 말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던파를 서비스할 때부터 피드백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았는데요. 지금은 심지가 굳어져서 자동으로 필터링해 읽게 됐습니다. '아,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이 이거구나'라는 게 쉽게 보인다고나 할까요(웃음).


요즘 서버 문제에 대해 유저들이 매우 민감한데요. 신경이 많이 쓰이실 듯합니다.

김윤종 대표 : 목표로 했던 테스트 인원은 넘어섰고 추가로 모집하고 있습니다만, 쾌적한 테스트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제한을 둬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예전 던파를 서비스할 때 해킹으로 많은 피해를 겪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소 번거롭지만 검증 과정을 좀 늘렸습니다. 또, 해외 IP를 모두 차단하는 등, 애초에 문제가 생길만한 소지를 모두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 새로운 도전의 꿈을 실현시키는 참모장, 박주형 디렉터


'디렉터 / 게이머'. 무척이나 독특했던 지휘관의 명함과는 달리 박주형 디렉터의 별칭은 짧고 묵직합니다. 스스로를 '그냥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결코 평범하다고 볼 수는 없죠.

김윤종 대표의 개발 소신을 현실에 맞게 재배열하는 참모장의 역할. '최강의 군단'이라는 게임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의문풀이는 그의 몫이었습니다.



엔진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듯합니다. 그동안 언리얼 엔진3를 채택했던 게임들에 비해 상당히 간소화된 그래픽입니다. 유니티 엔진으로도 가능할 것 같은데, 굳이 언리얼 엔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박주형 디렉터 : 언리얼 엔진을 선택한 것은 그래픽 때문이 아닙니다. 생산성과 최적화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캐릭터를 제작하는 작업은 상당히 많은 코스트를 요구하는 편인데요. 현재 언리얼 엔진에서 제공되는 기능을 활용해 최적의 환경을 갖춰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매우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언리얼 엔진3는 무겁다는 인식이 있는 편인데, 엔진이 제공하는 모든 효과와 기능들을 사용했을 때 그렇습니다. 간소화시키려고 한다면 오히려 언리얼 2.5보다 훨씬 가벼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적화가 더 잘 되어 있기 때문이죠.

'최강의 군단'은 언리얼 엔진3의 기능을 간추려서 사용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6~7년 전 사양에서도 구동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음... 지포스6600 수준에서도 무리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정도랄까요.

유니티 엔진을 써도 됐을 거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만, 개발 툴을 선정하던 2년 전 시점에서는 유니티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지금 유니티 엔진은 상당부분 개선됐기 때문에 게임을 다시 만든다면 유니티로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MORPG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MMORPG라고 할 수 있는 요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주형 디렉터 : 반드시 심리스 월드를 기반으로 해야만 MMORPG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리스 오픈월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플레이 중인 필드에 난입한다거나 잘 모르는 유저와 우연히 만나 함께 미션을 수행하고 헤어지는 것 등이 모두 MMORPG적인 요소라고 보거든요.

스테이지를 기반으로 하는 MORPG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MORPG의 스테이지는 인던 방식으로, 대개 몬스터를 한 번 잡고 나면 스테이지를 리셋하지 않는 이상 다시 나타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또, 스테이지 안에서 정해진 플로우를 따라 진행하게 마련이죠.

'최강의 군단'에서 채택한 '미션노트'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하나의 필드를 제공합니다. 필드 안에서는 한 번 잡았던 몬스터도 리젠이 되며, 주어진 미션을 어떻게든 달성하면 될 뿐 정해진 공식이나 흐름은 없습니다. MMORPG를 구성하는 월드 안의 맵 하나하나를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뒀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합니다.


MMORPG의 진입장벽이라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간소화시켰다고 밝히신 바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주형 디렉터 :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조작'입니다. '최강의 군단'은 전체이용가 등급을 목표로 했고, 실제 해당 등급을 받은 상태인데요. 때문에 다소 어린 연령층의 유저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쉬운 조작을 지향했습니다. 마우스를 이용해 기본적인 모든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굉장히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조작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스탯이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한 시스템도 그렇고 스킬 진화/스왑 시스템도 보다 간편하게 하려고 의도한 부분입니다.



MMORPG에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시스템들을 개선하려 했다고



처음 거론됐던 제목은 '감각의 제국'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강의 군단'이라는 이름도 독특한 느낌이긴 마찬가지인데요. 게임 제목에 담아내고자 하는 특정한 의도나 의미가 있으신가요?

김윤종 대표 : '감각의 제국'이라는 제목은 저희 게임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감각'이고, MMORPG 장르를 지향했으니 '제국'이라는 단어를 써서 지은 겁니다. 사실 의미는 좋았는데 같은 제목의 영화가 이미 있는데다가 성인층을 위한 영화더군요. 우리 게임과 연령층 지향점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라서 포기했습니다.

박주형 디렉터 : 게임 전체적으로 '군단'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유저 스스로 최강의 군단을 만들어가는 것'에 주된 의의를 담았습니다. 영어로 된 제목을 쓰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었습니다만 한글 이름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마우스 중심의 조작이 좀 더 하드코어함을 추구하는 유저들에게는 불만요소일 듯한데요.

박주형 디렉터 :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 조작 체계는 마우스만 가지고도 개인 편차가 생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상황조작' 개념인데요. 하나의 조작법에 몇 가지 스킬을 대응시켜놓고, 특정 상황마다 다른 스킬이 발동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스킬이 발동되기 위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본적인 조작만 가지고도 게임 진행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유저마다의 편차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죠. 실제 내부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같은 캐릭터라도 개개인마다 눈에 띄게 다른 플레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스킬 갯수가 많아지다 보면 마우스만을 사용한 조작에 한계가 오지 않을까요.

박주형 디렉터 : 역시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마우스만으로 가능한 조작이 생각보다 꽤 많고 깊이도 있는 편이라서 한동안은 무리없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몇몇 캐릭터는 키보드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추후 캐릭터를 추가하다보면 키보드 비중이 좀 더 높은 캐릭터도 나올 수 있겠죠.


먼저 선보인 10종의 캐릭터들이 모두 개성이 돋보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하게 됐나요?

박주형 디렉터 : '특정한 감각을 표현해보자'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상합니다.

예를 들어, '아라공주'는 '물총'과 '해산물'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했는데요. 먼저 물총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펌프식 물총이나 소방용 살수차에서 물줄기가 뿜어져나가는 감각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해산물은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갓 잡아올린 활어가 파닥파닥 몸부림치는 느낌이랄까요.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팽이를 사용하는 '티거'는 여러 종류의 팽이가 주는 감각들을 다채롭게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만화 탑블레이드에 나오는 팽이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팔던 줄을 감아 돌리던 묘기형 팽이, 가느다란 채로 때려서 돌리는 전통식 팽이까지, '팽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든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아라공주'의 키워드는 물총과 해산물(?)



캐릭터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감각이 있다면요?

박주형 디렉터 : 이를테면 이런 게 있었습니다. 얇은 투창을 던졌을 때 땅에 꽂힌 뒤 그 탄력으로 잠시 흔들흔들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을 해 보시죠. 편의상 '고체의 흔들림'이라고 명명했는데, 그 느낌을 표현해보자는 의견이었죠. 또, 장난처럼 나온 의견 중에는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감각'을 표현해보자는 것도 있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이름을 보면 일관성 또는 통일성이 없이 제각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박주형 디렉터 : 맞습니다. 여러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따온 캐릭터들을 집어넣다보니 통일성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판타지와 무협이 공존하는 퓨전의 느낌이랄까요. 캐릭터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다양한 세계관에서 가져왔습니다.

캐릭터 이름을 단순하고 쉽게 지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기억에 잘 남으면서도 개발 의도를 잘 전달해줄 이름을 정한다는 건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작업입니다. 실제 상당히 많은 수정작업을 거쳤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공언하셨습니다. 캐릭터가 추가되는 주기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는지

박주형 디렉터 : 지금 갖춰진 기반 환경과 작업 속도를 고려하면 한 달에 하나씩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군단 콘텐츠가 도입되고 나면 유저 입장에서는 캐릭터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새롭게 익히거나 고려할 요소가 여럿 있기 때문에 캐릭터 추가 속도는 어느 정도 조절할 필요가 있겠죠.


좀 더 세부적인 부분을 여쭙겠습니다. 아이템 옵션 부여 방식이나 캐릭터 간 아이템 공유는 어떻게 되나요?

박주형 디렉터 : 디아블로 시리즈나 메이플 스토리에서처럼 아이템에 랜덤 옵션이 붙어서 가치가 결정되는 방식을 기본으로 채택했습니다. 상위 등급의 희귀한 아이템 중에는 고정 옵션을 부여하게끔 한 것도 있습니다.

계정 내 캐릭터끼리는 계정 창고를 통해 아이템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CBT에서는 제공되지 않으며 추후 OBT부터 선보일 예정입니다.


RPG 장르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중요한 요소인데요. '최강의 군단'에서의 성장 요소는 어떻게 제공되나요?

박주형 디렉터 : 기본적으로 레벨에 따라 스탯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각 미션의 진행 및 교체도 타 게임에 비해 빠르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캐릭터마다 4~50개 정도 되는 스킬들을 사용하다보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컨트롤하는 능력이 점차 향상될 수도 있는데요. 다양한 스킬들의 컨트롤 능력을 얻어가는 것도 유저 개인에게는 성장의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스킬을 쓰기에 알맞은 '상황'을 작위적으로 만드는 능력도 성장의 요소가 될 수 있다



PvP 콘텐츠는 어떤 식이 될까요?

박주형 디렉터 : 자신의 군단을 활용한 AoS 방식 전투를 계획 중입니다. 기본적으로 군단 편성의 전략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합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라면, 가급적 캐주얼하게 가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PvP를 즐기는 비율이 10% 정도로 소수인 경향이 있는데요. 내부적인 목표로는 50% 정도의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PvP 콘텐츠의 투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봐왔던 PvP 콘텐츠의 특성상 서비스 초반에 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OBT 때 함께 선보이려고 합니다.


OBT 시점의 빌드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완성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박주형 디렉터 : 개인적으로는 5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원들은 80%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기초 토대가 되는 부분은 모두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그 위에 덧씌워야할 세부적인 작업이 아직 많이 남아있거든요.


온라인 RPG 장르의 고질적 문제는 아무래도 엔드 콘텐츠입니다. 준비되어있는 혹은 구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기존과 차별화된 부분이 있나요?

박주형 디렉터 : 콘텐츠의 소모 속도는 대개 필드에서의 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와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 CBT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준비하고 있는 순환형 콘텐츠가 있습니다. 캐릭터 하나를 꾸준히 키워 최강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 또는 다양한 캐릭터를 폭넓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유저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죠. 궁극적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체적인 엔드 콘텐츠 중 하나로, 타이틀 이름과 같은 '최강의 군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에 방향성을 둔 콘텐츠인데요.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해 '군단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과 비교하자면 프로야구매니저를 떠올리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상 매니지먼트는 매우 대중적인 요소 중 하나인데, 그동안 접근성 등의 문제로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RPG 장르에서 도입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고요.

최강의 군단 콘텐츠의 PvE는 자신이 조합한 군단을 이용해 도전할 수 있는 던전을 구상 중이고, PvP는 유저 개개인이 구성한 군단이 서로 전투를 벌이는 시뮬레이션 방식의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군단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주신다면요?

박주형 디렉터 : 캐릭터들의 레벨을 합산한 값이 계정 레벨이기 때문에,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 계정 레벨도 같이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계정 레벨이 높아지면 받을 수 있는 이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캐릭터 하나를 키워 계정 레벨을 올려두면 다른 캐릭터를 키울 때 경험치를 보다 빨리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계정 레벨에 따라 '군단 주화'라는 것이 주어지는데요. 이것을 사용해 보다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특정 던전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기본적으로 계정 레벨이 높을수록 유리해지는 방향이 될 겁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강의 군단'을 갖춰나가는 것이 핵심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른 경향도 신경이 쓰이실 텐데

박주형 디렉터 :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다만, '최강의 군단'은 필드 플레이에 많은 기반 요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로 필드 플레이 비중이 높은 게임들이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저희는 콘텐츠를 추가할 때 최대 레벨을 늘리고 그에 따른 고레벨용 콘텐츠를 확장해나가는 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CBT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얻고 싶은 피드백이 있다면?

박주형 디렉터 : '어떤 게임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플레이'라는 느낌이길 바랍니다.

김윤종 대표 :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액션이기를 바랍니다. 또, 개발진이 의도했던 '감각'을 사람들이 제대로,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고요.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온라인 게임의 성공 여부가 게임의 지속성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그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손맛을 계속 생각나도록 함으로써 그들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반대로 가장 원치 않는 반응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박주형 디렉터 : '너무 독특해서 적응이 어렵다' 혹은 VIP 간담회에서처럼 '조작이 피로하다'는 반응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입니다.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의 테스트가 진행됩니다. 테스트 규모는 어느 정도를 예상하셨으며, 현재 참가 신청자는 어느 정도인지?

박주형 디렉터 : 회원가입이라는 점이 장애물이 되는 경향이 있어서 페이지에 접근하는 유저에 비하면 참가 신청자는 약간 적은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목표치였던 10,000명은 이미 모집했으며, 테스트 당일 2차 당첨자들까지 더하면 좀 더 많을 겁니다.


CBT에서 만나볼 수 있는 10종의 캐릭터 중 개인적으로 추천을 해주신다면요.

박주형 디렉터 : 우선 '나그네'인데요.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빠르고 공중액션 등이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플레이하다보면 '내가 정말 멋있게 플레이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조작은 좀 어려운 편이긴 한데 스릴있는 플레이를 하기에는 적절하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조작이 매우 쉬우면서도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아라공주'입니다. 간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 위력적이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캐릭터죠. 물론 강하다고는 해도 다른 캐릭터와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로 강하지는 않습니다. 캐릭터 간 밸런스 조절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였거든요. 다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조작법에 비해 강한 파워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에이스톰의 개발 인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박주형 디렉터 : 처음 프로토타이핑을 할 때는 4명이었습니다. 지금은 개발 및 자체 운영 서비스 인력까지 포함해 80명 정도입니다.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박주형 디렉터 : 캐릭터들의 액션 플레이 구현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교적 쉽게 된 편이고요. 필드 기반을 유지하면서 지루하지 않은 전투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 마우스 중심이라는 조작 한계 안에서 각 캐릭터마다 직관적이면서 깊이 있는 조작감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기존의 틀 안에서 차기작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요. 굳이 독특함과 참신함을 시도하려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박주형 디렉터 : 남들과 다르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제 스스로 게임시장의 미래를 예측해봤을 때 무엇이든 하나의 흐름을 제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개발자로서의 욕심인 셈이죠. 보다 다양한 계층의 유저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하다보니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추후 일정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김윤종 대표 :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겁니다. CBT에서 공개된 콘텐츠로도 충분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빠른 시일 내에 이대로 오픈할 가능성도 있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PvP나 군단 콘텐츠 등을 모두 완성한 뒤에 오픈해야겠죠.

특히 엔드 콘텐츠 중 하나인 '최강의 군단' 콘텐츠는 모바일 연동도 가능하도록 구상 중입니다. 액션 부분까지 도입하려면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되겠지만, 군단을 편성해서 내보내고 결과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매니지먼트 요소만 표현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선보이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박주형 디렉터 : 무엇보다도 이번 테스트에서 피드백을 받고 그 데이터들을 수정, 반영하고 나서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전반적으로 지적사항이 적으면 보다 빨리 다음 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고쳐야할 부분이 많으면 시간이 더 필요해지겠죠.


■ 최강의 군단 게임 트레일러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