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 2013 참가가 확정되자마자 기자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 개발사이자 고퀄리티 게임사로 유명한 '크라이텍'이었죠. '파 크라이', '크라이시스', '워페이스' 등을 통해 그래픽에 관한 특출난 재능을 선보인 그들의 본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마침 독일에서 내리는 공항도 프랑크푸르트라는 것을 알게 되자, 편집장님께 이곳은 반드시 가야 한다고 거의 떼를 썼습니다.

회사의 승인이 떨어지자 크라이텍 본사에 바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또 여러가지 조사해 본 결과, 본사에도 한국어에 능통한 직원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죠. 용기가 붙은 저는 크라이텍 한국 지사 및 본사에 꾸준하게 취재 의지를 전했고, 이를 통해 크라이텍 측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요. 모두 좋았습니다.

인벤의 탐방 요청을 받아들인 크라이텍 덕분에 이렇게 멋진 탐방 기사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탐방을 마치게 도와 준 크라이텍 본사와 한국 지사 측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본격적인 탐방기에 앞서 우선 크라이텍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드려야 할 듯 합니다. 크라이텍은 1999년, 터키계인 체밧 옐리, 아브니 옐리, 파룩 옐리 3형제가 설립한 회사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도 개발 스튜디오가 있으며, '워페이스'가 이곳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원래는 '파 크라이', '크라이시스'와 같이 PC, 콘솔 게임 위주로 개발했지만, '워페이스'가 러시아에서 국민게임으로 성장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또, 자사의 이름을 딴 '크라이 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엔진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크라이텍 본사 건물은 가운데가 빈 도형 방식입니다. 고리 모양이라는 거죠. 각 변마다 다양한 분야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으며, 다른 층에는 'G페이스' 관련 부서와 조만간 확장할 새로운 팀의 사무실이 공사중에 있었습니다.

이 곳 본사에서 만난 '파하 슐츠(PAHA SCHULZ)' 사업부 디렉터는 크라이텍 특유의 철저한 시스템과 장인정신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꼽았습니다. 그는 한국인의 피가 일부 흐르는 독일인으로, 오랜 한국 생활로 배운 한국어를 십분 활용, 인벤 팀의 크라이텍 탐방을 도왔습니다.



"새 사무실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방문한 한국 기자분들이세요. 정말 잘 오셨습니다."

그는 '스펙옵스: 더 라인'을 개발한 '야거(YAGER)'와 '크라이텍'을 제외하면, 독일에 코어 게임 개발사라 부를만 한 곳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외부에서 보여지듯, 독일은 효율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어 웹 게임과 같이 저비용을 투자해 고소득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선호한다고 해요. 반면, 크라이텍은 보통 독일 회사랑 성격이 좀 달라요. 남들이 보기에 일단 멋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생각이 모여, 지금의 높은 기술력의 밑바탕이 된 거겠죠.

"자세한 것은 둘러보시면서 이야기하고... 일단 출발하실까요."



















"저희 크라이텍 직원들은 40여 개 국가에서 온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영어로 통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프랑크푸르트 본사는 '크라이시스'의 주요 개발 인력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현재는 그 대부분이 XBOX ONE 런칭 타이틀인 '라이즈' 개발에 투입되어 있습니다. '라이즈' 개발팀은 현재 120명 규모로,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자 모두 모여 도와주기 시작한거죠.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 '라이즈'에 거는 기대가 크기도 하고, 이번 게임스컴 2013현장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주는 만큼, 개발자 본인들도 '라이즈'를 완벽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한 층 깎고, 또 깎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막바지 작업 때는 야근을 많이 해요. 대신 야근 한만큼 나중에 휴가를 주고요. 지금은 크라이시스3팀들이 휴가를 갔어요. 한 번 휴가 주어지면 거의 몇 주 씩이죠."

하지만 크라이텍이 '라이즈' 개발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것은 아닙니다. 크라이텍 키예프에서 제작한 '워페이스' 역시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라이즈가 중요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우리 회사 역시 온라인 게임 시장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결국은 그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도 있고요. 보통 Free2Play 게임이라면 퀄리티가 낮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저희는 Free2Play면서도 고퀄리티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게 먹힌다고 보고요. 비단 크라이텍 뿐 아니라 서양의 많은 게임사가 그러한 시류를 파악하는 중이에요."

크라이텍의 체밧 옐리 공동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PC방 문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국내 매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습니다. 파하 슐츠 디렉터는 "이후 크라이텍은 한국 게임시장을 면밀히 관찰했고, 그 결과 '지페이스'라는 플랫폼 연구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인력이 게임 개발에 투입되었고, 엔진 개발자는 소수에 불과했거든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EA의 '프로스트바이트' 밸브의 '소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게임엔진으로 꼽히는 '크라이 엔진'인데 말이죠.

"저희는 스스로 미들웨어 회사라는 생각을 안해요. 크라이 엔진은 우리가 만족할 만 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솔루션이 시장에 없어서 만든 거예요. 뭐, 그렇다고 엔진 라이센스를 아예 신경 안 쓴 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함께 이끌어야 하는 분야죠."

엔진 홍보에 힘을 쏟으면 더 많이 팔수야 있겠지만, 회사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입니다. 파하 슐츠 디렉터는, 엔진 쪽 사업하는 분이 이런 말 들으면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게 사실이라고, 게임의 퀄리티가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는 말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개발 중인 '라이즈'에 거는 기대가 무척 크다고 언급했죠.

"지금까지의 크라이 엔진은 FPS에 강한 이미지가 많았어요. 그런데 '라이즈'는 FPS가 아니라 액션이잖아요. 그것도 엄청 많은 병사들이 쏟아지고요. 이게 의미가 있는 게, 만약 삼국무쌍 같은 액션 게임이라도 '크라이 엔진 써서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요. '라이즈'가 잘만 나온다면 말이죠."

엔진 홍보에 별다른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자사의 게임으로 엔진의 성능까지 검증받는다는 것. 그게 크라이텍의 핵심 전략입니다.











다른 개발사도 마찬가지겠지만, 크라이텍 역시 자사 게임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워페이스'는 크라이텍 키예프에서 개발했지만, 이곳 본사에서도 높은 관심이 쏠려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여기저기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은 물론, 상층의 한 방은 아예 워페이스만으로 꾸며지다시피 했거든요.

크라이텍 본사의 '워페이스' 팀장인 다니엘 리덴을 만나 작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짧막하게 물어 보았습니다.


[ ▲ 다니엘 리덴 ]
-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 '워페이스'가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부터 묻고 싶은데요.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클로즈베타를 진행하다가 잠시 중단하고 있었어요. 기술적으로 해결 안 된 문제가 몇 개 보여 크게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유저들이 굉장히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곧 오픈을 앞둔 개발진 모두 엄청 흥분해 있는 상태입니다.

- 유럽 시장에서의 '워페이스' 서비스 일정을 알려줄 수 있나요?
우선 지금 최종 CBT를 진행 중이고, 이후 OBT, 그리고 상용화로 넘어갈 계획이에요. 이 스케줄 발표는 아직 안했는데, 곧 정식서비스가 임박했다는 것은 다들 짐작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크라이텍은 원래 PC, 콘솔 전문 개발사인데, '워페이스'는 온라인 게임이잖아요. 서버 관리와 같은 부분에서 기술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는지.
직접 퍼블리싱한다는 게 저희 회사 역사상 처음이기에 애초에 준비를 많이 했어요. 비즈니스 센터 툴 등등 해서 준비해야 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를 다른 회사에서 다수 고용해 착실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 키예프에서 만든 '워페이스'가 러시아에서 무척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그 쪽에서 배운 교훈같은 것은 없나요?
유저가 많은 만큼 예상치 못한 문제도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압박에서 얻어지는 경험이 되게 소중한 거거든요. 상황 파악 및 문제 해결능력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음...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러시아에서 잘 된다고 해도 그게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안 해준다는 사실도 느꼈어요. 각 지역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 줘야 하는지, 또 어떻게 각 팀간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다고 봐 주시면 될 듯 해요.

-본인의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유럽 시장에서 내고 싶은 성과라던가...
그렇게 큰 목표는 아니고 개인적인 목표인데... 사실 전 스웨덴 사람입니다. '워페이스' 같이 Free2Play면서도 즐거운 게임이 스웨덴에서 오픈되어 함께 즐길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여자친구는 캐나다인인데, 그녀가 있는 북미권에서 저희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불어, 크라이텍은 독일 회사지만, 자국 시장에서 오픈하는 게 오히려 조금 늦어진 상태입니다. 이게 가장 큰 의미죠.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메인 사무실 한 층 위는 주로 'G페이스' 관련 부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크라이텍의 미래를 쥐고 있는 중요 사업이기도 하죠. 안내 중인 파하 슐츠 디렉터는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저희 대표님이 한국 PC방 문화를 보고 많은 충격을 받으셨어요. 한 장소에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서양에서는 생소하거든요. 당구 한 판 치듯 PC방 가는 것 보고 느낀 게 많으셨대요."

G페이스는 이러한 구조를 서구권에서도 활성화시키기 위한 크라이텍의 첫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G페이스 내에서 친구들끼리 채팅하다가 '오늘 이 게임 떴던데 같이 한 번 해볼까?' 하고 친구들을 드래그앤드롭해서 동시에 같이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거죠. 크라이텍 측 직원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PC방 시스템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최대한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직 콘솔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서양 유저들에게 온라인 게임은 생소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에서 허들을 최대한 낮춰 보다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크라이텍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독일은 PC방이 거의 없어요. 인터넷카페가 있기는 한데, 가서 거의 채팅만 하는 수준이예요. 게임을 굳이 하더라도 스팀 게임 정도 하지 온라인 게임은 안한다고 봐도 되죠. 그래서 G페이스는 플랫폼 스타일로 구성해 콘솔 유저라도 큰 위화감없이 접근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독일이라는 나라가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PC 유저 비율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시장이죠."

여담으로 G페이스가 더 성장하게 되면, 크라이텍 작품 외 다른 작품들도 입점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게임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G페이스의 시스템과 잘 맞기만 하면, 어떤 작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크라이텍 특집 기사의 마지막으로 게임스컴 2013 B2B 현장에서 만난 조슈아 하워드(Joshua Howard) 총괄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던 자신감이 여러분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면서.

[ ▲ 조슈아 하워드 ]
- 키예프에서 제작한 워페이스가 크라이텍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의 게임으로 성장했는데요. 이와 같은 온라인 게임 차기작을 생각한 것은 없나요?
물론 차기작도 생각 중입니다. 워페이스와 마찬가지로 Free2Play 게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요. 이 작품 뿐 아니라 앞으로도 출시할 많은 작품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지향할 것입니다.

- 워페이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어떤 것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갖춘 무료 온라인 FPS 게임으로 자리메김하는 것입니다. 유저들이 저희 게임을 이렇게 생각해 주는 게 저희 크라이텍 입장에서도 최고의 선물이 될 거고요.

- 워페이스를 개발할 때 생각했던 것 중 아직 보여주지 못한 거라면?
e-스포츠로써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 중 하나였는데, 그 부분을 아직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그 부분은 지금도 개발 중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e-스포츠의 특성에 최적화되어 경쟁 요소가 강화된 작품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 독일에서 총괄 프로듀서는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워페이스를 개발하며 힘든 점도 많았어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현실에 타협해야 하나' 생각되는 순간들이 많았죠. 총괄 프로듀서는 그럴 때 팀의 사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게임의 개발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최우선은 그거예요. 제 생각에는 그런 부분을 잘 처리한 것 같아 다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워페이스가 새로운 국가에 서비스될 때 그 나라 유저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콘텐츠가 그들을 만족스럽게 하는지 개발진에 조언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이번 GC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요?
너무 많은 게임에 관심이 가서 한가지를 꼽기는 어렵지만... 음... 워게이밍 작품들에 관심이 갑니다. '월드오브탱크', 그리고 '월드오브워플레인' 말이죠. 제가 온라인 게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론 '워페이스'지만, 그 다음으로 흥미로운 작품은 그들의 작품이에요. 특히 '월드오브워십'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매우 기대가 되요.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얼른 즐겨보러 갈 계획입니다.

'워페이스'와 '월드오브탱크'는 모두 러시아에서 대표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았는데, 경쟁의식 같은 것은 없는지.
게임 플레이 방식이 다르기에 사용 유저층도 다를 것입니다. 물론 저 같이 양 측 플레이 방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유저가 있을 수 있죠. 그런 유저는 저처럼 둘 다 하면 됩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들을 위한 인사 한 마디 부탁합니다.
항상 한국 플레이어들을 관심갖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매우 중요한 시장이니까요. 그리고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기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PC방 문화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한국 게이머들에게 크라이텍의 게임을 선보이게 된 게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워페이스 많이 사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