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하얏트 리젠시 인천호텔에서 열린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언리미티드' 세계대회에서 '세인트' 최진우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철권 글로벌 대회로 세계 13개국에서 선발된 20여 명의 국가 대표 선수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한국 대표로는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 외에도 'JDCR' 김현진, '헬프미' 정원중 등 3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회는 주최사인 한국 격투게이머 단체 카페이드의 트위치 TV 채널 및 일본 니코니코 동화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현장을 찾은 200여 명의 팬들과 함께 스트리밍을 통해 약 5만 명의 팬들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대회는 조별 풀리그로 진행된 예선을 거쳐 8강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의 본선으로 진행됐다. 앞서 전야행사를 통해 완성된 대진표 결과 한국 선수들은 서로 다른 조에 배치, 전원이 무난히 본선에 진출했다. 한편, JDCR과 함께 D조에 배치되면서 죽음의 조를 만든 일본 대표 'NOBI' 나카야마 다이치가 필리핀 대표로 참가한 13세 소년 'AK'에게 패배하며 예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승자조 결승에서 JDCR을 꺾고 최종 결승전으로 직행한 세인트는 패자조 결승을 뚫고 올라온 JDCR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승리, 우승 상금 1만 달러(한화 약 1,062만 원)와 함께 철권 세계 최강자의 칭호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차지, 다시 한 번 철권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철권 스타가 탄생했다. 필리핀 대표로 참석한 13세 소년 'AK'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샬 로우와 폴을 선택한 AK는 조별 예선에서 일본의 NOBI를 꺾고 JDCR에 이어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하며 일찌감치 이변을 예고했다.

날카롭진 않지만, 과감한 공격을 펼친 AK는 승자조에서 헬프미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현장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승자조 준결승에서 세인트에게 패한 AK는 패자조에서 다시 한 번 연승을 거두며 패자조 결승까지 진출했다. 승자조 결승에서 세인트에게 패하며 패자조로 내려온 JDCR과 만난 AK는 첫 라운드를 먼저 가져가면서 기세를 올렸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AK는 자신의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번 대회는 사운드와 대진표 등의 문제가 빚어지면서 적지 않은 시간이 지연됐지만, 대부분의 팬들이 늦은 시각까지 현장에 남아 응원하는 등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또한 이에 보답하듯 선수들은 화려한 연속기와 절로 감탄이 자아지는 역전극을 보이며 팬들을 열광케했다. 무엇보다도 대회 내내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거듭되면서 철권의 '보는 재미'로서의 훌륭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반다이 남코의 철권 프로젝트 대표 하라다 가츠히로 PD는 시상식에서 "오늘 대회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가 이어졌다. 선수들과 같이 철권을 해보려 했으나 너무나도 높은 수준을 보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가벼운 농담과 함께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이날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 최진우 선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우승을 축하드린다. 지금 소감은?

최진우 : 오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선수들이 참가했다. 그러한 선수들과 경기를 해서 영광이다. 오늘 우승을 차지했지만, 나 혼자 잘해서 거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철권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은 유저들과 경기를 했기 때문에 오늘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기쁘기도 하지만, 이런 우승이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Q. 결승전에서 'JDCR' 김현진 선수와 경기를 펼쳤다. 의외로 쉽게 승리했는데?

최진우 : 현진이와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경우가 종종 나오는 편이다. 반대로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경기할 때 마다 목숨 걸고 한다. 오늘 경기에서도 매 라운드마다 긴장하면서 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Q. 오늘 대회에서 인상 깊었던 선수나 경기가 있었나?

최진우 : 본선부터는 모든 경기와 선수들이 기억에 남는다. 결승까지 정말 힘들게 올라갔다. 본선 시작하자마자 일본 대표 카게마루와 붙었고, 4강에서 만난 필리핀 대표인 AK도 엄청 잘하더라.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꼬마라고 생각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아 얘는 꼬마가 아니다, 게이머다'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도 카게마루에게 이긴 것이 컸다. 첫 세트를 졌는데, 이 경기를 지고 패자조로 내려가면 탈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최진우 : 다음 주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마스터 컵에 출전한다. 일본에서 가장 큰 대회이기도 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마스터 컵은 국가 대항전의 느낌이 크다. 일본에서는 750여 명이 참가하는데, 한국에서는 5명이 참가하게 된다. 'JDCR' 김현진과 나를 비롯해 'NIN' 박현규, '무릎' 배재민, '샤넬' 강성호 등 정예 멤버가 출격한다. 꼭 이기고 돌아오겠다.

Q. 우승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최진우 : 생활비에 보태 쓸 것이다. 알게 모르게 도와 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재밌게 놀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최진우 : 철권이 매니아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철권을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대회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AK보다 더 뛰어난 유저들도 많다. 여유가 된다면 외국 철권 유저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그 실력을 체험해봤으면 좋겠다. 철권을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