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를 개발할 때는 불과 몇 명이 모여 부족한 것들을 연구하며 이런 저런 실험과 도전을 마음껏 해보았지만, 이제는 외피가 커진 만큼 부담감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굳이 코스닥 등록과 나스닥(미국)의 입성을 떠올리지 않아도, 게임산업의 대명사였던 소니(SOE) 의 부사장 신디 암스트롱을 자사의 미국지사장으로 전격영입하고, 영국의 게임개발사 리얼타임 월드(RTW)의 데이비드 존스가 개발하는 첫 게임 APB 의 전세계 판권계약을 체결했는가 하면, 최근 블리자드의 탑 개발자인 마크컨이 나와 만든 레드스튜디오와 차기 프로젝트 개발을 협력중인 웹젠 김남주 대표이사의 우려섞인 최근 정서이다.

그러나 북미시장을 타깃삼아 개발 중인 ‘ 헉슬리 ’는 E3에서 빌로퍼의 차기작 헬게이트 런던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며 최우수 온라인게임에 선정되어 E3 에서 그 위용을 떨친바 있다. PC와 Xbox360의 클로스 플랫폼으로 개발하여 북미와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뮤를 내놓고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했던 그가 새로 내놓은 SUN (썬 온라인)은 중국의 더 나인에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는 사상최대가인 1300만 달러에 수출계약을 완료하기도 했다.



1994 년 개발회사에 입사하여 그래픽과 게임시나리오를 기획했던 전력에서, 뮤의 개발이사로 그리고 2002 년 웹젠의 사장으로 취임하여,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밤낮없이 해외를 돌아다니던 그가 일구어낸 이력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산재한 과제들도 있다. 지난 성과들에 비해서는 다소 부진한 전년도의 매출성적과 위키, 일기당천(중국 현지에서 개발중), 헉슬리, 파르페등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게임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초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 오락실에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해서 갔는데,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던 게임을 지켜보다 들켜 혼났던 것이 최초의 기억이다. 그 후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서 오락실에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스페이스 해리(?) 인가 하는 게임을 해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92 년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조카들이 각종 명령어를 컴퓨터에 입력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페르시아 왕자부터 몇몇 게임들을 시작했으며 게임 그래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를테면 재미나는 게임을 하고 나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었다."



▲ 개발자출신의 CEO 로서 달라진 점이라면?

"CEO 라고 특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발자로 일할 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뮤를 개발했고, 당시 불가능하다고 했던여러 가지 시스템을 직접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하나씩 만들어 갔다. 그에 비하면 SUN은 기대에 도달하기 위해 도약해야 하며 그만큼 발전해야한다는 생각이다.때문에 내부적으로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고 있다."


▲ 뮤2 에 대한 개발계획은 없나?

"아직까지는 대외비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게이머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기대감도 있기 때문에 기존의 시리즈물로 나가는 식의 게임개발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즉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뒷받침되는 신 기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몬스터의 외양이나 게임 스토리가 바뀐다고 해서 차기작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뮤2가 아니라 SUN을 개발했다."



▲ 웹젠은 캐쥬얼보다는 MMORPG 에 주력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캐쥬얼 게임은 대중을 넓혀주지만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 중국기업과 같은 해외개발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다. 하지만 MMORPG의 경우는 개발기간도 길고 비슷한 컨셉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미 점유한 시장을 파고들기 어렵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시장은 MMO라고 믿는다."

"2003 년 나스닥에 진출할 때 캐쥬얼을 개발할 기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 개발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공시까지 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조정 작업을 거쳐서 SUN 이 나오기까지의 공백이 길었다. 앞으로 캐쥬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웹젠의 경험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 WOW의 탑개발자 마크컨과의 발빠른 공동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놀랐다.

"마크 컨이 유명개발자이니 만큼 여러 퍼블리셔들을 경험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다. 보통 투자를 하게 되면 수익성만을 따지는데 게임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통하는 계기가 되었다. WOW 외에 다른 게임도 개발하고 싶다는 의지가 함께 작용한 듯하다. 선물로 스타워즈와 관련된 신 모형을 보냈더니 역시 개발자라 기뻐하더라."


▲ 글로벌 퍼블리셔로의 포부는?

"SUN 의 음악을 당당했던 하워드 쇼(반지의제왕 작곡가)에게 음악을 부탁했을 때 처음엔 거절당했으나, 1 년간 컨택을 시도했고 결국은 성공했다. 아트웍과 게임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 돈이 많이 들것으로 걱정했으나 그다지 들지 않았다. (웃음) 굳이 유명 음악가에게 곡을 부탁한 것은
해외에 한국 게임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처럼 EA라든가 소니 온라인, 비벤디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의 한국 게임기업들은 아직 그 규모가 작고 텃세도 있다. 최근 북미온라인 게임 시장에 나선 우리 기업들에 대한 경계도 만만치 않다.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조직력과 도전정신, 신선한 개발과 기획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웹젠의 김남주 대표이사와 홍요한 썬 사업부장(우) ]


불과 10 년에 머무는 일천한 경력을 가진 한국 온라인 게임과 기업들이 이제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를 타깃으로 잡아 해외의 유명개발자를 영입하고 탑 스튜디오들과의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른 행보와 포부를 내보이고는 있지만, 오랜 명성과 개발력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인기와 천문학적인 수익을 끌어내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비벤디의 WOW 와 같은 외산 게임들을 보면 국산 온라인 게임과 개발사들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해외 경계대상 1 호인 국내 게임개발사들의 앞길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가이드 라인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내 외적으로도 걸림돌이 함께 하는 셈이다. 브랜드와 퀄리티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서두를 꺼냈던 김남주 대표의 첫마디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눈 내리는 밤 사박사박 소리 내며 찍혔던 벌판의 발자국과 해외에서 개발된 디아블로2의 MMO 인가라는 놀라움을 갖게 했던 2001 년 봄의 "뮤" 를 기억하는 게이머라면, 이런 자신감과 도전에 대한 열정으로 중무장한 그의 손을 들어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