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데몬즈 소울 해봤어요? '

다크 소울, 해본 분들이 악마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게임과의 첫만남은 위와 같은 짧은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데몬즈 소울. 콘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게임이겠지만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만 난무했을 뿐, 당시 몬스터 헌터에 빠져 심도깊게 즐겨본 적이 없었던 기자는 이 게임의 난이도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어렵다는 평이 많은지 궁금해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이번에 데몬 소울의 후속작이 나왔대요. 전작보다 더 어려워졌다는데...'
'죽는 것이 플레이의 일상'



[ ▲ 다크소울의 타이틀 화면 ]



얼마나 어려운지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부터 '죽을 준비를 하라!(Prepare To Die!)' 라며? 개인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열광적인 팬이고 난이도 있는 액션 게임이라면 도전욕구가 활활 타오르는 성격이라 주저없이 주문 버튼을 눌렀고, 결국 며칠 뒤 제 앞에는 소문의 기대작, 다크소울이 배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고난과 좌절의 일주일. 고난? 좌절? 멘탈 붕괴? 왠지 듣기만 해도 어려울 것 같은 이 모든 단어들을 한장으로 압축해둔 느낌의 게임, 다크 소울. 지금부터 바로 이 극악한 게임을 즐기면서 직접 느꼈던 소감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 ▲ 초심자라면 작은 생명의 반지를 추천! ]

[ ▲ 게임내에선 그리 티가나지 않지만 미묘하게 열심히 만드는 케릭터 ]



▷ 어렵다! 진짜 어렵다! 죽음으로 발전하는 다크소울


다크 소울을 하다보면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유저가 더 어렵게 느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한 것이 아닐까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치사하고 더럽게(?) 느껴지는 일이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뭔가 올라가야 할 듯 생긴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보면, 아래에서는 보이지않는 위쪽 구석에서 거대한 쇠공이 가차없이 굴러내려옵니다. 만약 운이 좋다면 살아남을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는 아차 하는 사이에 쇠공을 맞고 시커먼 죽음 화면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한번 어이없는 죽음을 경험해보면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도망칠 준비부터 하고 계단에 올라 공을 먼저 굴려 보냅니다.


까다로운 조작이야 익숙해지면 된다지만 게임 내에서 이렇다 할 부가적인 시스템 설명이나 친절한 네비게이션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세이브 포인트인 화톳불에서 한번 쉬고 나면 좋은 아이템을 주는 네임드 몬스터만 제외하고 나머지 귀찮은 잡몹들이 모두 다시 생성됩니다. 이 화톳불의 위치 또한 매우 절묘해서 이전 세이브 포인트가 멀어질수록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이번에 죽으면... 다시 여기까지.... 어떻게 오지?'


그런데 마냥 게임이 어렵기만 하다면 그토록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찬사하면서 열광할 이유가 있을까요? 다크 소울, 이 악마같은 게임은 게이머들를 가차없이 죽음으로 내몰만큼 어렵지만 언제나 아주 약간의 희망을 던져줍니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 순간을 벗어날 수 있을거야' 라는 희망.

직접 다크소울의 살인적인 난이도를 체험해 보면 '과연 명성대로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면 분명히 해법이 존재하고 공략이 가능할 정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레이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아악!!! 또 죽었어! 이거 뭐야 어떻게 깨라는 거야? 응? 여기 뭔가? 응? 이렇게 하면 되나? 아악! 제길! 다시 한번....으응? 이렇게? 얍얍! 아악!!! 다시 한번......

컵에 조심스럽게 물을 따르다보면 컵 위로 살짝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 한방울만 더하면 물잔이 흘러넘칠 것 같은 바로 이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고 합니다. 가만히 쌓이다가 극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뜻하는데, 다크 소울의 난이도가 바로 이렇습니다. 조금만 더 어려우면 다 때려치우고 포기할 것 같은데, 짜증을 내면서도 다시 패드를 잡게 만드는 난이도의 한계치.



[ ▲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어둡다. ]



다크소울에 등장하는 모든 적이나 상황은 분명히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단지 그 방법을 모를 뿐... 그렇다면 이 방법을 어떻게 해서 알아내야 하는가?


대부분의 게임에서 죽음이란 게임의 실패나 손해를 뜻합니다. 하지만 다크소울에서의 죽음은 의미가 다릅니다. 게이머는 죽는 과정을 통해 한 걸음 더 앞선 정보를 획득하게 되고, 이렇게 체득한 정보와 경험을 통해 점차 게임에서 제시하는 고난을 극복하게 됩니다.

죽음을 통해서 유저는 희망(?)을 얻고 점차 강해지게 됩니다. 일부 게이머들이 '고난을 통한 좌절의 미학'이라 부르는 다크 소울의 핵심이 바로 게이머의 죽음입니다. (또 다른 요소는 멀티 플레이에 있는 사인과 혈흔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복도에서 보이지 않는 방의 구석에서 다수의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다면 방심하고 들어설 경우 몬스터들의 협공에 어? 하다 죽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진입하다가 죽어본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복도의 끝에 도착하기 전에 살짝 시야를 돌려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다크 소울의 반복적인 죽음을 경험해본 게이머들은 문제를 푸는 단계로 쓰러지는 과정을 어려움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 ▲ 전투의 난이도는 상당하지만 익숙해지면 할만하다! ]


[ ▲ 낙하공격은 사기적인 데미지! ]



물론 최근에는 인터넷이 워낙 활발하다보니 5분만 검색해도 다크 소울의 세세한 공략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크 소울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이런 공략에 의지하기보다는 직접 게임 속에서 맞닥뜨려 가면서 체득하는 과정을 먼저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패드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오면서 '더 이상 이건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그때 공략을 참고해도 늦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 플레이를 진행하고 나면 알게 되지만 다크 소울은 이른바 정석적인 게임 방식 이외에 다양한 꼼수가 존재합니다.

가령 적이 올라오지 못하는 사다리 위에서 화염병을 이용하여 강한 적을 물리치거나 초반부터 매우 강력한 위력을 가진 검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꼼수로도 어느 순간 벗어날 수 없는 다크 소울의 난관과 마주치게 되니 직접 게임을 느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 스텟을 올리면 레벨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

[ ▲ 상점을 이용하는데도 소울이 들어간다. ]


▷ 화폐와 경험치를 동시에! 소울 시스템과 전투 시스템

다크소울에도 경험치와 화폐 역할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울인데 적을 처치하면 일정량 얻게 되는 이 소울은 화폐이자 경험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이 소울을 소모하여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캐릭터의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악마의 게임이라는 다크 소울이 소울을 얻는 것도 쉽게 만들어둘리 없습니다. 힘겹게 모은 소울은 한번 죽으면 모조리 그 자리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머나먼 화톳불에서 부활하게 되지요. 떨어뜨린 소울은 부활 후 죽은 지점으로 가면 다시 회수할 수 있습니다. (갈 수만 있다면...)

다만, 화톳불에서 쉬었기 때문에 소울을 회수하러 가는 중간 과정의 모든 몹은 새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소울을 되찾으러 가는 도중에 실수로 죽는다면? 이전에 떨어뜨렸던 소울은 공중분해되며 사라집니다. 때문에 소울을 되찾으러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단 한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건곤일척의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다크소울의 전투 역시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전투는 공격과 방어 그리고 회피를 액션 게임처럼 활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모든 동작에는 스태미너가 소모됩니다. 공격과 방어 모두에 스태미너가 사용되니 피하기만 해도 안되고, 공격 일변도로 달려들어도 힘들어집니다. 스태미너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적의 일격을 피하고 자신의 공격을 성공시켜야 하는 긴장감 넘치는 공방이 펼쳐집니다.


힘겹게 앞에 위치한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셨나요? 멀지않아 다수의 몬스터가 등장해 게이머를 괴롭힙니다. 한마리는 쉽게 처치하는 적이라고 해도 두마리 이상이 되면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심지어 방패와 활 등으로 병력까지 조합된 상황이라면? 이제 자신이 보유한 소울과 콘트롤의 신뢰감 사이에서 패드에 땀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 ▲ 분노의 일격을 받아라! ]

[ ▲ 방향감각이 부족하다면 길찾는데 한세월, 맵따위를 바라지 말자! ]


▷ 고독하지만 세상에는 나와 같이 죽을 사람이 널려있다.


기본적으로 다크 소울은 매우 고독하게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게임 자체가 멀티 플레이에 어울린다고 보기는 힘든 게임이고, 함께 보스나 잡아보자고 다른 게이머를 초대했더니 '인간성'(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부활용 아이템)을 노리고 칼을 빼드는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통 다크 소울은 혼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전작에서도 굉장한 호평을 받았던 게임 내의 독특한 시스템 싸인과 혈흔이 멀티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게이머에게 선사합니다.


아무곳에나 바닥에 남길 수 있는 메시지, 즉 싸인 시스템은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방향, 단어, 상황 등의 말들을 조합해서 남겨둘 수 있는데 온라인이 연결되어 있으면 다른 게이머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에 보물의 위치나 함정 등의 정보를 미리 알아챌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 내에서 특별한 공략법이 없는 대신 '앞에 보물', '마법이 유효', 점프로 피해' 등 싸인을 통해 남겨진 다른 게이머들의 조언으로 좀 더 쉽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상한 싸인을 남겨서 게이머를 곤경에 빠트리는 속칭 '낚시'를 시도하는 게이머들도 있지만 싸인 추천이 있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유용한 싸인들만 남게 됩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으니 추천을 100% 신뢰하면 안됩니다. 다크 소울은 게이머들조차 악마스럽습니다.)


싸인과 함께 혈흔 역시 다크 소울의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줍니다. 게이머가 어떤 이유로든 사망하면 사망하게되기까지의 짧은 플레이가 혈흔으로 남게 되고, 온라인으로 다른 게이머들이 어떻게 죽었는가를 간단한 게임 내의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자동 리플레이 시스템인데, 자신의 혈흔도 남기 때문에 이것을 미리 확인하면 어이없게 죽는 경우를 대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라면 다른 게이머들의 혈흔도 보이기 때문에 싸인 이상으로 게임의 플레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남들이 어이없게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 ▲ 화톳불은 애증의 세이브포인트 ]



혈흔과 싸인의 도움 외에, 게이머는 고독과 싸우며 어둠에 익숙해지고 매번 죽음을 경험하지만 그만큼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새로운 공략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전작과 비교해볼 때 그래픽에서 크게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오픈월드로 등장한 만큼 초반부터 상당한 자유도를 보장하며, 그만큼 더욱 다양해진 방법으로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크소울과 같이 죽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게이머가 경험을 쌓게 만드는 게임은, 전작 외에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도 죽음이라는 테마와 잘 어울리며, 높은 난이도는 욕이 나올만큼 징그럽지만 그만큼 도전해볼 가치도 충분합니다. 반복되는 죽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가 결국 난관을 극복해냈을 때의 쾌감은 도전하는 게이머들에게 그야말로 빛과 같습니다.





게임내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고 죽는 모습을 보기 싫다고요? 난이도 있는 게임은 딱 질색이라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다크소울을 플레이한 뒤 몇분만에 패드를 집어던지게 될것입니다. 하지만 그 잠시의 순간을 이겨낸다면? 다크소울에 빠져 죽음이 두렵지 않은 불사의 전사로 변하여 밤새도록 어두컴컴한 던전을 배회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것입니다.


취향에 너무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잘 만들어진 고난과 좌절의 액션 게임, 다크소울. 유명한 게임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지만 다크소울이 가진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를 것입니다. 경험해보세요. 그리고 직접 사망해보세요. 그렇게 100번 200번쯤 죽어본다면, 어느새 다크소울에 푹 빠져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