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피드 서버 카오스 배틀 기사가 나간 이후
카오스배틀을 즐기는 많은 유저들이 기자에게 연락을 주었다.


카오스배틀이 현재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레벨업 대행까지 해주는 카오스배틀에 대해 알고 있는지,
점령시간 끄트머리에 잠깐 접속해 포인트만 먹고 빠지는
'진짜' 작업장에 대해 알고 있는지...


카오스배틀 시스템이 처음 등장할 때 의도하지 않았을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한 고발이 물밀듯이 쏟아져들어왔다.
(본토 플레이만큼이나 카오스배틀을 즐기는 유저들의
다양한 의견은, 차차 소개할 수 있을 듯 하다.)



▲ 이런 쪽지도 왔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지난 기사에 소개된
'오픈 서버 박스를 실제로 하고 있다'는 유저 본인의 제보였다.




물론, 기자는 스피드 카오스배틀의 진입위치 박스 길막이


오픈vs오리지널의 1:1 구도로 형성된 스피드 서버 카오스배틀과
리스폰 지역이 고정된 시스템의 허점이 결합되면서 생겨난
특수한 케이스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특수한 케이스 때문에 선량하게 카오스배틀을 즐기러 들어온 유저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갇혀만 있어야 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그 부분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어떤 이유에서든,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다만, 당시 이런 '개선의 필요성'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픈 스피드 서버 유저들의 의견을 근거로 전했기 때문에


'박스를 친 오리지널 스피드 유저'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는
미처 듣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꼼짝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리스폰 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수의 캐릭터를 눈 앞에 두고 보면서, 그 이면에
R2를 플레이하는 어떤 유저들이 있다고는 쉽게 상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서, 지난 기사의 후속편으로 직접 박스 길막을 하고 있다는 유저를 만나보기로 했다.


스스로가 박스 길막을 하고 있다고 밝힌 오리지널 스피드 서버 유저는 대장군.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다.







= 박스 캐릭터를 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대장군) 박스 캐릭이 10개 정도 되는데, 형님 누님들 해서
함께 카오스를 즐기는 분이 20 분 정도 됩니다.


1차 카오스배틀 때부터 서로 만나던 사이로
스피드 서버는 본서버 처럼 여러 서버가 아니라
오픈vs오리지널의 2 서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냥터에서도 자주 보고, 인사도 하면서 그렇게 친해졌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모여있습니다.



= 다수의 캐릭터를 상대 서버에 생성해 운영해야 하는데...


잘 때 켜놓거나 합니다. 다른 형님, 누님들도 마찬가지로
개인 집에 컴퓨터 한 대 씩은 있고, 2대 있는 분도 있고 그렇잖아요.


피시방에서 하는 분들은 자기 캐릭터를 하면서
옆에 한 대 더 켜놓고 동참하고 하는 식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박스를 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다들 알겠지만, 카오스배틀의 캐릭터 레벨은 본토 레벨을 따라갑니다.
현재 오픈서버는 대부분 60레벨대이고 고레벨은 70레벨 초중반까지 계십니다.


반면 오리지널 서버는 얼마 전 초기화 되었습니다.


레벨 차이로 인한 힘 스탯의 차이가 엄청난 상황이고
특히 나이트는 50레벨이 되어 앤듀 스킬을 써야 하는데
없기 때문에 피통이 1500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인원도 더 적은데다, 캐릭터 레벨도 딸려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 박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박스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오픈 서버 분들과 시비가 붙어 욕설을 듣기 시작하면서
오기가 생겨겨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한 것도 있습니다.



= 오리지널과 오픈의 초기화 시점은 늘 차이가 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오픈vs오리지널의 캐릭터 격차는 늘 있어왔다는 건데.



1차~3차 까지는 제가 그걸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4차 때는
안되더라고요. 메테오스의 탑 업데이트로, 드랍률과 기간이
카오스배틀 점령과 연결되면서, 이전에 카오스배틀을 하지 않던 분들이
많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인원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게임사 측에 초기화 시점을 같이 해줄 수 없느냐고도 문의해봤지만
카오스배틀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카오스 배틀 그 자체에 더 깊이 연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오픈 스피드 유저들은 작업장의 소행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현재 카오스 배틀 4차인데, 저는 1차때부터 3차때까지 계속 1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본토 플레이를 포기하고, 카오스배틀을 하루에 반나절 이상 즐기면서
여러모로 봤습니다.


지난 3차 때는 작업장들이 오리지널 스피드에 150개 씩 캐릭터를 집어넣고
포인트를 얻어 이반 투망을 팔았습니다. 그래서 일반유저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250명이 풀로 차 있었습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 오픈 서버에 캐릭터를 만들어 키웠습니다.
그렇게 만든 캐릭터로 작업장 캐릭들 150개 씩 베르 시키고 했던 게 접니다.


장비는 전장셋인데 랭커에 올라가있다거나, 공성중에 구석에 가만히 서있거나
사냥터에서 7개 캐릭터가 뭉쳐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작업장 캐릭터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작업장들은 명포1, 명포2 이런 식으로 명포40까지 만들어서
공성전 끝나기 10~20분 전에 들어와서 포인트만 먹고 갑니다.
10포인트씩 40캐릭이면 400포인트죠.


만약 작업장이라면 굳이 전투하고 사냥하고 공성 참가하고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냥 캐릭터만 많이 만들어 세워놓고 공짜 포인트를 모으는 게 더 쉬우니까요.


이반 투망 뽑아서 판 적도 없습니다. 아이템 맞추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 작업장이 아니라면, 오픈서버 유저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저희도 이번에 아이템을 많이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카오스만 쭉 하던 사람들이라 팀워크도 좋고 1.4도 잘합니다.
오기로 공성때는 점심 때 피시방이라도 가서 접속합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접속하는 분도 있고요.


그 쪽도 힘드니까 그러지 않을까요.


저희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오픈서버 유저분들을
게임톡에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그러면서 오해 푸시고 이해해 주는 분들도 계십니다.




= 레벨과 인원의 열세로 인한 고육책이라는 이야기인데,
박스를 치는 행위로 인해, 일반 유저가 카오스 배틀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쪽 레벨이 높아야 51레벨입니다.
나이트 10개 캐릭 중에 엔듀 키는 캐릭이 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지금 카오스배틀은 오픈 스피드 천지가 되었을 겁니다.


또 지금 공짜 포인트를 먹으려는 캐릭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박스를 치게 되면 작업장에서 공짜 포인트 캐릭을 집어넣지 못합니다.




= 만약에 박스 치는 것이 패치 등으로 불가능하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에 따른 또 다른 전략을 찾겠죠.




= 상황을 거꾸로 보면, 오픈 서버 쪽에서도 똑같이 캐릭터를 만들어
같은 전략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저희가 공성을 성공할 수도 있을텐데 깨지 않고 있습니다.
깨게 되면 그 쪽에서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인원에서 차이가 나서
별로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저희는 해봐야 10캐릭 정도니까요.




= 그럼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인가요.


인원이 있어야 하는 거죠. 저 혼자 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눴지만, 박스와 관련된 내용은 여기까지.


요약하자면, 1차 때부터 함께 카오스 배틀을 즐기던 이들이 박스를 치게 된 것은
오리지널 서버 초기화로 인한 전력의 약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뿐.
작업장이 아니고, 오히려 작업장을 혐오하는 유저들의 모임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카오스배틀에서 오히려 작업장 캐릭과 싸워왔다는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작업장으로 지목받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기사가 오히려 더 혼란을 초래할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오픈서버와 오리지널서버의 당사자들 간의 골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르겠다.
이전 기사도 그렇지만 이번 기사 역시, 당사자들의 주장하는 바를 실은 것으로
서로 다른 주장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른다.
누가 작업장인지,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먼저 욕을 했는지,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



하지만 기자는 다른 점을 생각해본다.


유독 1:1 구도로 형성된 스피드 서버의 카오스배틀.
그리고 서로 다른 초기화 시점으로 한 쪽이 열세를 띨 수밖에 없는 방식의 운영을.


그런 모든 결정이 모두 단지 '테스트'를 위한 것이라면, 정액비를 내고 있는
또 캐쉬를 이용하고 있는 스피드 서버 유저들은 단지 스피드 서버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애초에 비정상적인 길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카오스 배틀을 감내해야 하는지...


다음에 오픈 스피드 서버가 초기화 되면, 스피드 서버 카오스 배틀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스피드 서버를 카오스배틀을 본서버 카오스배틀과 통합하기도 어렵고
스피드 서버 초기화 시점을 동일하게 가져가기도 어렵다.


박스 길막이라는 현상에서 출발한 여정은 이처럼 스피드 카오스배틀이 가진 태생적 한계에 멈춰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