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블리즈컨라인'에서 게이머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은 역시 디아블로4가 아닐까 한다. 비록, 게임의 대략적인 모습만 알아볼 정도의 정보가 공개됐을 뿐이지만, 디아블로4가 추구하는 방향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엔 충분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기에 또 다른 정보는 언제쯤 공개될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 속에서 디아블로4 개발팀의 아트 디렉터인 존 뮬러와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아트 디렉터의 입장에서 디아블로4의 세부적인 모습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 존 뮬러 디아블로4 아트 디렉터



Q. 단도직입적으로, 디아블로1편과 2편은 분위기 면에서 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디아블로3은 기존 팬들이 '너무 화사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디아블로4를 디자인하면서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어떤 목표를 뒀나.

디아블로라는 게임은 익히 알다시피 다크 판타지 게임이다. 어두운 환상을 살리는 게임이고 디아블로는 이런 부류의 게임에서 정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에서 '도살자'라던지 디아블로2에서 '바알' 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디아블로3 역시 어두운 측면을 살리는 요소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서부 원정지나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등장한 장면이 게임 내의 어두운 느낌을 살리는 방향이었다.

디아블로4의 비전에 대해 말할 때 개인적인 생각으로 ‘중세’ 느낌을 살렸고, 전반적인 아트를 구성하는 데 있어 르네상스풍의 그림을 참고하여 진행했다고 말하고 싶다.

▲ 위 원화는 디아블로4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완성한 작품으로
천사와 악마, 인간들이 성역을 놓고 서로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Q. 어두운 분위기라는 건, 단순히 색감과 밝기 조정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디아블로1의 경우, '도살자의 방'의 그로테스크한 오브젝트 등이 분위기 완성에 큰 역할을 했는데, 디아블로4에서 이러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느끼시길 바란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예시로 들었던 '도살자의 방'처럼 디아블로4에서도 그로테스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덧붙여 말하자면, 디아블로4의 필드가 추구한 방향은 예를 들어 지상처럼 넓은 지역에 갔을 때는 주변 환경이나 그래픽들이 장엄하게 펼쳐지면서 지역에 맞는 느낌을 주도록 했으며, 반대로 지하나 던전에 가면 주변 배경이 어두워지면서 무서울 정도로 으스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 디아블로4에서 '신선한 고기(도살자 대사)'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 배경뿐만 아니라 몬스터 디자인에서도 어두운 느낌을 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Q. 디아블로3의 경우 이팩트가 너무 화려해서 눈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오랜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게임에서 이것은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개선하려 했는지 들어보고 싶다.

먼저, 시각 효과는 게임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시각 효과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저희가 추구했던 방향은 시각 효과들이 화면 내에서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던가 너무 화사해서 시각을 유도하는 걸 가급적 피하려는 것이었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디아블로4를 개발하면서 이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그중 한 가지를 말하자면 디아블로4에서는 위력이 낮은 기술을 사용할 때와 궁극기처럼 위력이 강력한 기술을 사용할 때의 대비를 주려고 했다. 위력이 낮은 기술은 그에 맞춰 작은 효과를 보여주며, 궁극기처럼 위력이 강력한 기술은 시각적 효과도 강력하게 표현될 것이다.


Q. 디아블로4는 몬스터나 캐릭터의 '질감'에 매우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작과 외형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집중하게 된 목적이 있을 것 같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의 후속작을 만드는 데 있어서 색감 등을 조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을 진행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지난 10년간 기술과 툴의 발전이 컸다. 이런 부분들을 미리 확인하고 어떤 툴을 사용해서 시각적인 품질을 향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디아블로4는 블리자드 게임이다 보니 블리자드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따라야 된다. 블리자드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트다. 아트라는 요소는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개발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툴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최신 툴을 사용하면서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작업 된 느낌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현실주의적인 혹은 사실적인 느낌에 치우치지 않도록 집중했다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비록, 최신 툴들이 수작업의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고 그런 느낌을 더 살려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 금속 질감과 천의 질감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 같은 방어구여도 어떤 염료를 칠하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 역동적인 동작에 맞춰 방어구의 디테일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Q. 아티스트 입장에서 이전 디아블로 시리즈에 등장한 클래스나, 아직 선보이지 않은 클래스 중 '정말 매력 있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아쉽게도 이미 공개된 캐릭터 내에서만 말할 수 있다는 점은 양해 바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직업은 야만용사와 도적이다. 두 직업이 가장 멋있게 느껴졌다.

블리자드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방어구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두 직업이 방어구를 착용했을 때 굉장히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수천 개의 방어구를 제작해야 했으며, 리드 아티스트들도 각각의 방어구를 착용하며, 영상을 만들어야 했다. 이렇듯 다양한 방어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야만용사와 도적이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저분들이 나중에 디아블로4를 플레이할 때 개발팀에서 보여준 노력을 알고 재미있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 다양하게 준비된 방어구들로 나만의 외형을 갖출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도적과 야만용사의 이런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다고 한다


Q. 디아블로 시리즈 최초의 오픈월드로서 공개한 다섯 지역마다 분위기와 모습에서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지역별로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또, 오픈 월드 특성상 맵 이동 시 최대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느껴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지역마다 세부적인 요소들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각 지역의 독특한 느낌을 유지하고 이런 고유의 느낌을 전달하면서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적인 측면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실제 유저들이 지역에 가서 플레이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오픈 월드를 개발하고 지역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난관이 있었다. 블리자드 블로그에서 살짝 다루긴 했지만, 실제로 개발하면서 여러 가지 난관을 겪었고 어떻게 해야 오픈 월드를 잘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이번에는 깊게 다루지 않았지만, 다음 블로그 업데이트에서 이런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

▲ 실외에서는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실내에서는 분위기에 맞는 으스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Q. 디아블로 시리즈 최초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스토리 컷신에서 유저가 설정한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이전에 없던 기능이기 때문에 그만큼 아트 디렉터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해당 기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을 맞이했었다. 우선 게임 엔진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렌더링 방식, 광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했기에 여러모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전문가들을 블리자드로 영입하여 협업했으며, 게임 내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진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리깅이라 불리는 그래픽 기법과 스키닝이란 기법을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게임 내에서 좀 더 자연스럽고 세부적인 묘사가 가능해졌다.

한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디아블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깊이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유저 여러분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디아블로만의 깊고 어두운 판타지적인 요소를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큰 목표였다.

▲ 헤어 스타일, 피부색, 문신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 디아블로만의 깊고 어두운 판타지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Q. 도적 트레일러에서 귀를 수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주머니에서 꺼낸 귀들이 저마다 특징이 있었는데, 실제 PVP에서 유저의 귀를 수집할 때 죽인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 반영되어 있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실제 게임 내에서 그런 기능이 반영되진 않는다. 도적 트레일러 내에서 보여줬던 귀들도 인게임 엔진을 통해서 만들어졌지만, 해당 장면의 목적은 디아블로4에서 PVP 측면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일 뿐 커스터마이징 요소까지 반영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아마도 추가된다면 멋진 기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