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과 수익을 위해 내모는 윤리적인 선. 그 선을 정의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으로 흔히 불리는 UX(User Experience)는 게임을 넘어 웹 환경, 시스템 등에서 사용자의 이용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고 설계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UX 강연은 으레 그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UI와 엮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데브컴2022에서의 강연은 달랐다. 유비소프트, EA, 에픽게임즈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UX 전략가로 활동 중인 셀리아 호덴트는 비디오 게임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유도하기 위해 매력적인 무언가를 사용하는 때. 그때 게임이 비윤리적이기 시작하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은 일종의 상업 예술의 형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데 그 핵심 가치가 있다. 플레이어의 관심을 끌기 위해 행하는 것들이 때로는 게임을 흥미롭게 만들 수 있지만, 그 설계가 비즈니스 성과에 목을 매고 있다면? 윤리적인 선을 넘은 게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호덴트의 주장이다.


연단에 오른 호덴트는 간단한 사진 한 장으로 UX의 중요성을 제고했다. 잘 깔린 도로와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녀 잔디가 모두 빠진 길, 그리고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 보도블록은 보기에도 깔끔하고 사용자의 이동을 유도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까지 길게 돌아서 가야 한다. 반면 건너지 말라고 표지판까지 세워둔 길은 횡단보도까지 곧장 가는 길이다.

보도블록이라는 '디자인'과 사람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길인 'UX'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결국 횡단보도의 위치를 옮기든, 도로를 새로 깔든 '패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UX 경험을 위해 눈에 보이는 디자인과 UX를 엮는 디자이너,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를 테스트 하는 연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데이터 분석가,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을 관리, 조정하는 사람이 호덴트와 같은 UX 전략가다.


이용자의 모든 경험을 분석, 검증하고 이를 UI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기에 UX는 게임의 모든 이용자,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발현되게 된다. 나아가 광고물, 런처 등 게임 외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게임이나 제품 개발에서의 UX는 고려할 부분이 많은데 우선 유용성이 뒤따른다. PC든 다른 게임 플랫폼이든 컨트롤러로 입력한 내용의 피드백이나 반응을 눈으로 확인한다든가 워크로드, 접근성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게임이 아니라 툴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게임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예술의 한 형태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이용자를 흥미롭게 만들고, 재미있게 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호덴트는 이러한 유형을 인게이지 어빌리티로 구분했다. 좌절감을 맛보거나 게임에서 느끼는 어느 수준의 압박감이 보다 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리고 이런 UX와 반대되는 개념 중 하나가 다크패턴이다. 다크패턴은 사용자를 희생해 회사의 이익을 얻도록 기만하는 행위로 흔히 온라인 채널에서 무료 체험, 유용한 정보 등을 빌미로 소비를 유도하는 말이다.

아마존의 구매 창을 예시로 들면 구매 창의 노란색의 큰 버튼인 콜 투 액션 UX가 존재하는데 사실 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아마존 프라임이 구독된다. 많은 이들은 아래 작은 텍스트는 읽기 쉽지 않으며 마치 불리한 처사를 받을 것처럼 '18.95달러를 절약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실제로 도움이 될지, 되지 않을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된다.

게임에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요소들이 존재했다.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은 사망 후 컨티뉴가 가능한 시간을 띄워 플레이어를 압박, 먼저 동전을 넣고 게임을 이어 하도록 했다. 하지만 루트박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그 허용 한계에 대해 고민할 수준에 이르렀다.


보상과 행동을 연구한 실험이 있다. 보상은 일정 시간을 기준으로 주어지거나 몇 가지 행동을 수행한 후 주어진다. 또 예측 가능한 고정된 종류나 수가 주어지거나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을 주는 식으로 나뉘었다.

일정 시간마다 예측할 수 있는 수의 보상이 주어지는 예는 로그인 보상이다. 플레이어는 매일 아침 게임에 로그인하면 일주일간 각 일차에 맞는 보상을 획득한다. 일정 시간마다 재생성되는 몬스터를 잡지만, 어떤 아이템이 떨어질지는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행위에 따라 확정된 보상을 얻는 건 업적이 있다. 예를 들어 좀비 10마리를 죽이는 업적이 있고 이를 행하면 업적 해금과 함께 그에 맞는 확정 보상을 얻는다. 반면 어떤 보상을 얻을지 모르는 예는 루트박스다. 플레이어는 루트박스를 얻는 행위, 혹은 이를 위한 행동을 했지만, 이 행위로 어떤 보상을 얻을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률은 아래와 같다. 로그인 보상의 경우 보상이 주어지는 접속 시기에만 반응이 이루어지지만, 언제 보상을 획득할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반응이 꾸준히 유지된다. 플레이어가 행위와 그에 따른 보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때는 보상 획득 직후 그 비율이 일정 수준 감소하지만, 보상 획득까지 대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그리고 루트박스와 같은 형태에서는 높은 반응이 꾸준히 유지된다.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의 보상은 더 큰 반응을 불러온다. 우리가 게임에서 랜덤성, 루트박스, 무작위 획득 등의 (UX에서의) 인게이지 어빌리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덴트는 이러한 무작위성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의 많은 게임에서처럼 무작위성이 게임을 더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무작위성을 기반으로 수익화를 고려할 때 앞서 설명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더하며 게임이 비윤리적으로 변하기 시작할 수 있다.

게임의 수익화에서 호덴트가 우려한 건 미성년 이용자다. 인간의 뇌가 25년에 걸쳐 성숙하며 어릴수록 그 감정을 다스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도박이 주는 매력은 멈추기 어려운 것인데 이를 어린아이들이 충분히 다스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부족함을 자극하는 구매 권유, 손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손실 회피 경향 자극 행태도 웹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곧 끝나는 스팀 세일에서 할인 중인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이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구매한 게임은 플레이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60달러 게임을 20달러에 사 40달러의 이득을 봤다 생각할 수 있지만, 플레이하지 않을 게임을 사는 데 20달러를 쓴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다크패턴과 같은 설계가 게임 안에 발현되고 루트박스로도 구현된다. 무료 제공을 무기로 한 달 동안 매일 플레이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을 한정 이벤트로 내놓는 것도 플레이어를 다크패턴이 주는 압박감에 몰아넣는 식이다.


다크소울은 플레이어를 매번 죽음에 몰아넣고 모든 재화를 잃는 압박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는 플레이어가 해당 게임이 이러한 부류의 게임이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그에 따른 암묵적 동의가 구매로 이어진다.

즉 이용자의 동의가 중요하다. 누구도 읽지 않을 약관의 동의 체크를 받았다는 동의를 받는 것이 전부라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 동의는 감정적 압박에 대처할 준비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훨씬 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호덴트는 수익화에 얽매여 설계된 루트박스, 자동 플레이, 손실 회피 경향을 자극하는 요소 등 음습한 관행의 규명하고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우리가 UX 설정에 반하는 반UX로 윤리적인 선을 넘을 때 업계 안에서 이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개발자 스스로 게임에 설계된 압박감이 재미있는 게임을 유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비즈니스 목적 달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