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21일, 게임스컴주(週)가 시작됐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 개발자 행사 데브컴을 시작으로 수요일 게임스컴이 이어지죠. 게임스컴 사무국은 개발자들과 참가자들의 활기찬 하루 시작을 위해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요. 바로 조깅입니다. 게임스컴주 매일 아침 8시에 모여 라인강을 배경 삼아 뛰는 거죠. 한국에서 게임스컴 자료를 조사하면서 '개발자들이 행사 전에 조깅을 한다고?'라는 호기심이 계속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스컴 취재를 위해 독일에 와 가장 먼저 확인하러 가봤습니다.

21일 오전 7시 50분쯤이 되자 쾰른메쎄역 앞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데브컴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반팔에 반바지, 조깅용 운동화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모였습니다. 서로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대부분 아는 사이가 아닌, 순전히 조깅하기 위해 모였더라고요. 어느 나라에서 왔냐, 무슨 일을 하냐 등의 대화가 얘기가 오갔습니다. 그리고 8시 정각이 되자 개발자들은 가볍게 스트레칭하고서 뛰었습니다.

▲ 아침 일찍 모인 게임스컴 관계자와 개발자들

▲ 2018년에 조깅 모임을 시작한 뒤 최다 인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 그리고 뜁니다

▲ 점점 멀어지는 개발자들

▲ "ㅎㅎ"

▲ 터널을 지나 라인강으로 향했습니다

▲ 단체 조깅을 마친 뒤에 기념사진은 필수죠

조깅을 마친 뒤에 한 개발자와 가볍게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뮌헨 남부에서 온 스테판 개발자인데요.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테판은 개발자로서 이번이 두 번째 게임스컴 방문이고, 데브컴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스테판 개발자는 게임스컴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런클럽' 이벤트가 재밌어 보이길레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라인강의 멋진 풍경을 보며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기 좋은 기회일 거 같아 나오게 됐습니다"라며 "저녁에 맥주를 마시며 네트워킹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달리기하며 친해지는 것도 좋을 거 같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깅 행사를 굉장히 만족해했습니다. 날씨도 너무 덥지 않고, 달리는 코스가 좋았다고요. 특히 라인강변을 달리며 반대편 스카이라인을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스테판 개발자는 내일도 와서 뛸 거라고도 했습니다.

▲ 뮌헨 남부 출신의 스테판 개발자

운동을 좋아하는 개발자 같아서 내친김에 같은 직업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아무래도 개발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래 일하는 직업이니까요. 스테판 개발자는 어떤 운동이든 규칙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반년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밖에 나가게 됐습니다"라며 "강아지가 나가길 원하니까, 그에 맞춰 저 스스로도 운동하는 시간을 갖기 수월해지더라고요"라고 전했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전에, 먼저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보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달리기, 클라이밍, 팀 스포츠 등 먼저 자신이 어떤 운동을 좋아하고 맞는지 찾아보길요. 그리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작해 보세요'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스테판 개발자는 언제나 시작이 가장 힘들겠지만, 일단 2주 정도 꾸준히 해낸다면 앞으로 더 잘하고 즐거워질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게임쇼 참여를 위해 갔던 독일에서 조깅 취재를 마친 뒤에 데브컴이 열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행사장 쾰른메쎄가 가까워지자 방향을 알려주는 봉사자들이 먼저 참석자들을 반겼습니다. 초행자라면 길을 헤맬 수 있었는데요. 굳이 봉사자들이 알려줬던 이유는 왠지 길일 거 같은 큰길로 향하면 안 됐고, 작은 골목길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 "이쪽 아니야! 오른쪽으로 가!" 정도의 느낌

▲ 안내받지 않았더라면 가지 않았을 거 같은 길이었습니다

▲ 길을 지나자 데브컴으로 향하는 개발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커뮤니티를 찾고, 추억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데브컴"

▲ 파밍 시뮬레이터 명가 자이언트 게임즈가 굿즈를 모아 담을 수 있는 구디백을 제공했습니다

▲ 기념 물병이 들어 있었는데, 은근히 물 마시기 힘든 행사장에서 유용했습니다

▲ 물 하나를 제공하는 것에도 게임적인 요소를 담아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데브컴 행사장에선 시연, 비즈니스 미팅, 강연이 한 번에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곳과 핫도그 등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항상 긴 대기 줄이 이어졌죠. 글로벌 규모의 게임 개발자 행사치고는 음식 제공의 규모는 좀 작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 데브컴의 맛이 느껴지는 시연존

▲ 커피를 항상 인기가 있었지만, 제공하는 곳이 한곳에 불과해 많은 대기 줄이 형성됐습니다

▲ 핫도그 등 음식을 판매하는 곳도요

▲ 그래도 핫도그는 맛있었습니다

오전 10시, 많은 개발자가 키노트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규모로 행사를 재개한 것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6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키노트 강연장은 개발자들로 꽉 찼죠.

데브컴 사무국의 스테판 디렉터는 현장에 모인 개발자들에게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내일까지 진행되는 강연은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소개했습니다. 데브컴에 참석한 개발자들에겐 "여러분이 게임산업의 미래이다"라며 "여기에 있는 모두는 대중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임(임팩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개발자들이 자기 능력과 열정을 온전히 임팩트 게임 개발에 쏟길 바랐습니다.

▲ 매력이 넘치던 키노트 행사장 안내판

▲ 개발자들로 꽉 찬 키노트 강연장

▲ 스테판 디렉터는 임팩트 게임을 통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데브컴은 이틀 동안 200명 이상의 연사와 14개의 주요 토픽, 130개 이상의 세션으로 구성됩니다. 짧고 한정된 공간에서 이 많은 강연이 진행될 방법은,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스테이지는 크게 2곳이 있었는데요. 스테이지1은 단독 강연으로 진행되고, 스테이지2는 4개 부분으로 나뉩니다. 스테이지1은 스피커를 이용해 강연자의 목소리를 키우고, 스테이지2에선 스피커 없이 청중이 리시버를 통해 강연을 듣죠. 스테이지2에선 고개만 돌려도 다른 강연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리시버를 통해 강연자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으니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 다른 방향으로 앉은 청중들, 서로 다른 강연을 듣고 있습니다

▲ 강연자를 위한 스피커 대신 청중이 리시버로 듣는 형태로 진행되죠

▲ 집중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강연이 끝난 뒤에 궁금한 것은 마음껏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데브컴 1일 차가 끝난 뒤, 곧바로 선셋 파티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개발자들은 게임 음악 전문 DJ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게임 이야기를 나누었죠. 인종, 성별, 국적은 각각 달랐지만 모두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독일 개발자와 데브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캐나다에서 온 개발자와 게임스컴에서 기대되는 요소를 서로 얘기하죠. 다양한 사람들이 오직 게임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서 한곳에 모였습니다.

▲ 맥주를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만들어졌는데요

▲ 주최 측이 쾰른 지역 맥주를 제공했습니다(1인당 3병까지)

▲ 종이 모형 모닥불에서 춤을 추거나

▲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죠

▲ 맥주는 끊임없이 공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