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갑자기 일정이 잡힌 경우도 드물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금요일 각 매체들에게 연락해 4일 뒤인 오늘(29일) 자사의 MMORPG 삼국지천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통 행사 1주일 내지는 한 달 전에 미리 행사 일정을 각 매체에 전달하는 일반적인 상황과 상당히 다른 경우. 게다가, 이미 삼국지천은 오픈베타때 기자간담회를 했던 게임 아니던가. 특히,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행사 때마다 '깜짝발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빛소프트의 김기영 대표가 직접 삼국지천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라고 밝혀 참석한 기자들의 호기심은 더욱 불타올랐다.


행사가 시작되자 김기영 대표가 무대로 올랐다. 발표의 핵심은 김기영 대표, 본인이 경영자가 아닌 개발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직접 삼국지천의 PD로 일하겠다는 것.



[ ▲ 삼국지천 PD로의 참여를 선언한 한빛소프트 김기영 대표이사 ]




김기영 대표는 오디션 이후 처음으로 PD로 돌아가 실무를 보는 것이라며, 삼국지천이 '최고의 전쟁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스토리와 레벨업 방식까지 전면 리뉴얼을 계획 중이며, 3개월 후에는 그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즉, 지금으로부터 3개월 뒤, 50레벨 이후부터 전쟁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되는 바로 그 때가, 삼국지천의 진정한 오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뒤 이어 진행된 개발계획의 발표에서 배대범 기획팀장은 "삼국지천은 가장 삼국지다운 게임, 최고의 전쟁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다. 4월 추가되는 전장터를 시작으로 거점전, 대규모 국가전, 일기토 등 다양한 전투/전쟁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 ▲ 새롭게 삼국지천의 기획을 맡은 배대범 기획팀장 ]




비교적 짧게 행사 발표가 끝이나고 바로 기자들과의 Q&A 세션이 시작됐다. 특수한 상황인만큼 기자간담회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 아래에 그 내용을 정리해봤다.




= 김기영 대표가 직접 삼국지천의 총괄 PD로 나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존의 나성연 PD는 퇴사한 것인가?

퇴사는 아니다. 옆에서 자문 역할을 하도록 맡겼다. 예전부터 삼국지천을 바라보는 방향성에서 이견이 있었다. PD로 맡겼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 PD부터 기획팀장까지 핵심 개발진이 다 바꼈다. 개발팀 전체가 동요할 우려가 있을 듯 하다.

바뀐지 3주 정도 된다. 삼국지천의 초반 오픈 때 삐끗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이미 바뀐 상황이었다. 김성배 PM과 배대범 기획팀장은 한빛에서 극비리에 준비 중이던 '전략 삼국지'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삼국지천에 긴급 투입했다. 한빛에서 가장 유능한 멤버들인만큼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유저들로부터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컨텐츠 부족이다.

기존 레벨업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전면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전쟁컨텐츠 업데이트 뿐 아니라 실제 삼국지 스토리 중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추가해서 메인 시나리오도 보강할 계획이다.



=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MMORPG인 드라고나는 이미 부분유료화로 상용화를 시작했는데, 삼국지천은 아직 소식이 없다.

매주 컨텐츠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충분한 컨텐츠를 준비해서 정말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갈 생각이다. 상용화는 "돈 내고 해도 아깝지 않다."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는 생각이 없다. 게임성으로만 승부할 것이다.



= 미소스 때도 PD 교체건으로 말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PD가 교체되었다. 타 게임사 보다 유독 PD 교체 등 개발진 교체가 잦은 이유가 뭔가?

한빛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번 바껴도 많이 바뀐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PD 교체는 미소스와 삼국지천, 딱 두 번뿐이다. 미소스도 사실 해외게임을 가져와서 서비스하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PD한테 모든 걸 믿고 맡겼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어떤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삼국지천을 대표이사인 내가 직접 PD를 맡겠다는 것은 그 부분에 확실한 책임을 지겠다는 표현이다.

본인 역시 오디션을 통해 직접 개발해 참여했었고, 계속 개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25레벨이 되면 할 것이 없다는 유저들의 평가. 충분히 동의한다. 조언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직접 나서게 된 거다. 삼국지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전 나성연 PD가 이전 삼국지천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인가?

아니다. 열심히한 건 인정한다. 만약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다름아닌 사장이 져야하는 게 옳다. 흥행, 동접수 이런 수치보다는 '유저들에게 진짜 즐거운 재미를 줄 수 있는 MMORPG를 만들고 싶다.' 이런 마음에서 결정을 내린거다.



= 지금도 과도한 전쟁과 오토프로그램으로 인해 몬스터 사냥도 원활하지 않은데, 경쟁과 전쟁이라는 테마를 강조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단순 경쟁과 보상보다는 좀 더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전쟁이라는 테마를 이끌어나가려고 한다. 삼국지의 실제 이야기를 직접 체험해보라는 컨셉이다.



= 지금까지 한빛의 발표로만 보면 삼국지천의 꽤 성공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지금 상당히 당황스럽기도 하다. 현재 삼국지천의 성적은 정확히 어떤 수준이며, 앞으로 목표는 어떤 수준인가?

지금 게임트릭스 순위를 보면 26위인데, 이걸 보면 대충 성적은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적으로 삼국지천에 거는 욕심이 크다. 지금의 삼국지천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삼국지천을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다. 직접 삼국지천의 PD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리스크임을 알고 있다. 실패할 경우 책임질 생각도 하고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반드시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꼭 해피엔딩이 되도록 만들겠다.



= 삼국지천의 상용화 모델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액제도 가능성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정액제가 됐으면 좋겠는데, 일단 재미있게 만드는 게 우선 아니겠나.



= 오디션의 경우도 처음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끝까지 노력해서 성공한 케이스다. 이런 오디션의 성공 경험을 통해 이번 삼국지천에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인가?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매우 좋다. 오디션은 동접 500명 부터 시작했다. 직원 월급줄 돈도 없었기 때문에 실패하면 끝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최선을 다하자, 나머지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온라인게임 업계 거의 최초로 시도했던 것이 '매주 업데이트'였는데 매주 유저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결국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게임이 됐던 것 같다. 삼국지천도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 주가, 매출, 영업이익 등 현재 한빛소프트의 실적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상용화를 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하지만 지금 삼국지천도 있고, 현재 준비 중인 FC 매니저를 비롯해 다른 게임들이 많기 때문에 올 여름쯤 되면 상황이 호전되리라고 본다. '한빛에 돈이 없지 않느냐.'라는 얘기도 많던데 많지는 않지만 절대 흔들릴 정도는 아니며, 지금까지 투자한 게임들이 올해 다 출시되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