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이런저런 포탈 사이트들이나 혹은 정치 웹진, IT 기술 관련 포럼이나 웹진들을
한때 열심히 돌아다니며 섭렵을 하고 있을때 "요한3장3절" 이라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닉네임을 사용하는 분의 IT 관련 칼럼 시리즈를 본 기억이 있다.



서프라이즈에서 본 것으로 기억되는 그 시리즈의 내용중 하나가,



... 한국의 IT 및 인터넷 기술이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가 ?
KT 의 네트웍 관리 기술 뿐만 아니라 여타의 인터넷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사라 할지라도 온라인 게임을 운영하면서 축적된 NCSoft 등의 서버 관리 기술은
외국의 유수 통신 회사의 축적된 기술에 결코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뛰어나다 ...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꽤 발달했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정도까지야 ... 라는 마음도 한켠에 꽤 있었다.
엔지니어가 아니기에 심도깊은 분석이 불가능했다는 것도 물론 있긴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겠다.
그 칼럼을 쓴 사람의 주장처럼 서버 관리 기술이 한국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성 높은 해외의 기업이 가진 기술이나 노하우라는 것이 결코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2. 결코 쉽지 않은 서버 통합 작업, 그러나 ...



기대치와는 달리 매우 초라한 모습.
그것이 오픈베타 이후 2개월이 지난 에버퀘스트2의 현 주소이다.



중간의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여하튼 줄어든 게이머들로 인해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 상황까지 이르러
6개의 서버를 2개로 줄이는 서버 통합 작업을 단행하였다.
아니, 단행하려 하였다... 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의 많은 온라인 게임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쳤었다.
기대와는 달리 게임의 흥행이 부진하거나
혹은 서비스 과정에서 지속적인 게이머의 감소가 일어나거나 등등의 이유로
서버를 통합하고 줄이는 작업은 그리 낯선 일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외국 게임이었던 WoW 역시 얼마전,
일부 서버에 한해서였지만 서버 통합을 진행한 바 있기에
서버 통합이라는 것이 한국 게이머들에게 드문 광경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서버 통합 당일의 에버퀘스트는,
그간 여러번의 서버 통합을 단행했던 한국의 중소 게임 개발사보다도
기술력 측면에서 특별히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 서버 통합 와중에 올라온 무수한 공지사항들, 결국 Mission failed ]




서버 점검이나 통합 과정에서
시간이 좀 더 지연되는 것이야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발생 가능하기에,
불평은 있을지라도 별다른 장애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잊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당히 보기 드문 통합 이전으로의 롤백, 즉 실패!
그나마 남아있던 한조각 미련에게까지 날카로운 침을 선사해 버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리도 게이머들에게 많은 비판을 들었던
블리자드 코리아의 운영을 본받으라 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었을까!




[ 오죽했으면 ... ]




한국 게이머들에게 상당히 많은 비판을 들었던,
오픈 베타때의 그 폭발적이고도 화려한 인기와는 달리
상용화 이후 지속적으로 비판과 게이머 감소에 시달려야 했던,
잦은 서버 다운 현상으로 많은 항의를 받았던,
그래서 결국 서버 통합을 2번이나 실시했던 RF Online.
(23 개의 서버가 2번에 걸친 통합 이후 6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RF Online 마저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서버 통합 역시 약간의 장애와 지연은 있었을 망정,
이 정도로까지 심각한 사태를 불러오지는 않았으며
그때그때 즉시 처리하여 결국은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던 것이다.



3.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지나쳐 왔습니다.



서버 통합 작업의 실패,
이 하나만을 놓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클로즈 베타 혹은 오픈 베타 초기부터 한 게이머들이라면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배포한 오픈 베타 클라이언트가 패치를 받지 못할 뿐더러
바탕화면 아이콘을 클릭해도 접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 며칠이나 지속되어
최고 난이도의 퀘스트는 바로 로그인 퀘스트라는 말까지 회자되었던 상황도 있었고
(탐색기를 통하여 실행파일을 직접 클릭해야만 했었다.)



한글화가 부실하고 툭하면 한글화해놓은 것이 다시 영문으로 돌아가는 어이없는 일들에
결국 영어 공부를 한다는 셈 치고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던,
북미 서버에서 하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고 낫겠다 라고 했던 많은 게이머들의 심정도 있었다.



특히 WoW 의 그 환상적인 한글화를 알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에버퀘스트2 의 그 한글화가 얼마나 허접하고 무성의하게 보였을까!







최고의 컴퓨터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의 특성상
그래픽 카드와 램의 보급이 최고의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어떠한 마케팅도 시행하지 않은 채,
(리니지2 는 리니지2 PC 라는 것을 만들어 보급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었다)
엉뚱하게 19 인치 LCD 모니터 이벤트를 시행하는 판단의 착오 등등...



이 외에도 계정의 문제라든가 이벤트 상품 지급의 문제라든가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문제라든가 하는 여타의 많은 문제들을 그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서버 통합의 실패까지 발생을 한 것이다.



4. 대리점과 물류창고의 차이를 혹시 아십니까 ?



무언가 상품을 유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중에는
물류창고와 대리점(혹은 지점이나 지사)이라는 것이 있다.
간혹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창밖으로 물류창고들이 보일 것이다.



물건의 중간 경유지이자 일종의 중간 보급소 역할을 하는 거점 같은 장소로,
본사에서 모든 지역에 모든 물품을 하나하나 다 보낼 수 없으니
물류창고 같은 곳에 미리 적재해서 가까운 지역으로 바로바로 보낼 수 있기도 하다.
회사에서 직할하는 일종의 도매상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이에 반해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른 것으로 대리점이라는 것이 있다.
지점이나 지사도 비슷한 개념일 수 있는데,
본사의 물건을 공급받아 직접 영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고
홈플러스나 이마트처럼 자체 매장을 지니고 소비자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 이런 물류창고는 적재 장소일 뿐, 매장이 결코 아니다 ]




물류창고와 대리점이 가지는 주요한 차이점중 하나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느냐 만나지 않느냐 하는 것
이다.



물류창고는 본사의 지시대로 물건들의 입출고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본연의 업무인 반면에
대리점(지사, 지점)은 그렇지 않다.



직접 매장을 꾸미고 관리하면서 소비자들과 만나는 것이다.
매장이 위치한 곳의 소비자의 소득 수준, 소비 성향, 주거 수준 등을 일일이 분석하여
그 사람들에게 알맞는 쇼핑 루트를 만들거나 상품을 구성하기도 하고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만한 패키지 상품을 따로이 개발하여 홍보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끊임없이 전단지를 뿌리기도 하고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열어 끊임없이 관심을 끌려 한다.



소지역이라 할지라도 위치에 맞는 지역화 서비스가 업무의 핵심인 것이다.



제 아무리 높은 브랜드 가치와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해당 지역의 대리점(지점, 지사, 매장)이 그에 걸맞는 영업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해당 지역의 대리점의 요구에 걸맞는 상품 구성의 피드백을 본사가 응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몰라도 결코 그 지역에서는 높은 매출액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제 아무리 홈플러스나 월마트나 이마트가 광고를 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집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나 월마트나 이마트가
대단히 불친절하거나 상품이 보잘 것 없거나 사용이 불편하다고 한다면,
차라리 집 앞의 슈퍼를 가거나 다른 매장을 가지 그곳에 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특정한 지역에 새로이 매장을 열어 진출하는 업체들은
해당 지역에 대한 시장 조사 분석을 가장 먼서 선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매장의 구성, 상품의 구성, 홍보 전략을 각기 독립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종 유수의 브랜드 네임과 상품을 가지고 있는 몇몇 외국계 회사들은
자사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의 결과, 이와는 반대되는 행태를 보이곤 한다.



새로이 진출하는 국가에서의 영업 활동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제품을 유통만 하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곤 하는 것이다.



... 이렇게 이름있는 제품을, 이렇게 좋은 제품을
당신에게 제공해주니 당신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그저 우리가 시키는대로 물건만 가져다 놓고 팔아라 ...




라는 마인드로 중무장한 채, 현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전혀 수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지의 영업을 담당할 매장(지사, 지점, 대리점)을
단순히 물건을 적재하는 물류창고의 역할만 부여하고
현지 상황에 대한 피드백, 소비자의 수요에 대한 분석 등등을 전혀 고려치 않는 것이다.



현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상품의 구성과 판매 전략,
예를 들어 13평, 18평 아파트 수천세대가 몰려 있는 곳 앞의 매장이
루이 18세와 같은 고급 양주로 구성한 상품을 주로 홍보하거나
50 평, 80 평짜리 고가의 아파트와 고급 단독주택들이 몰려 있는 곳의 매장이
반대로 라면 할인, 500 원짜리 과자 묶음 패키지를 전략 상품으로 내세우기도 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행동들을 새로운 전략이랍시고 들고 나오곤 하는 것이다.



그런 매장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뒤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의 나쁨,
그에 대해 오히려 "이렇게 좋은 물건을 주는데 팔지 못하는 것은 당신 문제"라며
해당 매장의 담당자와 직원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물건이라는 것은 단지 적재한다고 해서,
물류창고에 쌓아놓는다고 해서 잘 팔리지는 않는다.



소비자들 역시 대리점(매장, 지사, 지점)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면서
그 구매의 과정과 경험을 토대로 그 회사를 판단하게 된다.



그 소비자들의 수요와 욕구에 걸맞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높은 브랜드와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결국 그 지역에서는 이미지만 까먹고 손해만 보게 되는 것이다.




[ 한국 시장의 절대강자에서 저 밑바닥으로 추락했었던 ... ]




작은 마케팅 계획을 하나 승인받기 위해 본사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가 PT 를 해야 하는 ...
본사가 그간 취했던 방침과 어긋난다고 현지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전략을 고수하는 ...
지금 발등에 불떨어졌다고 아무리 다그쳐도 자기가 보기엔 중요하지 않다며 내팽개쳐 놓는 ...




한때 일등이었다가 현재 4등까지 떨어진 외국계의 포탈 사이트,
높은 브랜드를 자랑하는 세계 랭킹 2위의 휴대폰 업체,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라며 기대를 모았다가 나가 떨어진 많은 외국 게임들 등등
많은 업체들이 한국에서 익히 실패의 사례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5. 'EndQuest' Or 'A New Hope'



Blizzard 라는 게임 최고의 브랜드를 달고 WoW 가 출시되었을 때,
새롭고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게임계 전체적인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기존의 국산 게임들에 비해 WoW 는 분명 새롭고 재미있었으나,
오히려 현지화나 운영 측면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기대를 했던 게이머들에게 고스란히 분노로 되돌아갔다.


현재 WoW 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게임 그 자체보다는 서비스하는 회사에 보다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외산 게임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안착한 WoW.
그 뒤를 이어 결코 퀄리티나 볼륨이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EQ2 가 등장을 했고,
이미 WoW 의 맛을 본 많은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것이었다.



그 WoW 의 마케팅과 한글화의 성공, 그리고 현지화 실패가 이미 있었기에
설마 그것을 보았으면 무언가 배운 것이 있었을 터이니 더 낫겠지 하는 생각...



그러나 오픈 베타 이후 현재까지의 행보는
한글화, 마케팅, 각종 기술 지원 등등 그 어떤 것도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고
접속하는 게이머 역시 스케일을 논하는 광고문구에 비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그래서 너무 아깝고 안타깝다.
더 많은 게이머들이 한번쯤은 즐겨보는 경험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EQ2 를 바라보는 마음 한 켠에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참 맛과 재미를 알기도 이전에
게임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접속이 힘들거나 등의 이유로 포기해버린다면
게임사에게든 게이머에게든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 일인가 말이다.








자칫하면 영원한 퀘스트(EverQuest)가 아니라 끝나버린 퀘스트(EndQuest)가 될 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에버퀘스트2 의 한국 서비스가 현재 위치해 있는 지점이다.



한국 지사들을 현지 매장이나 대리점이 아니라 물류창고 취급했던 그간의 여러 사례들,
그 사례들을 현재의 에버퀘스트2 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현지 서비스 회사가 물류회사로 취급되는 한 희망은 없겠지만,
어차피 본사를 설득시키는 것은 결국 현지 서비스 회사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IV 의 루크와 레아처럼
새로운 희망(A New Hope)을 품어볼 수 있는
무언가 필살의 시도가 진정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



아직 노라쓰에 남아있는 게이머들을 위해,
EQ2 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물류회사 창고지기가 아닌 게임사 직원이 근무하는 게임사를 위해!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