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님 나가신다! 올 여름을 강타할 기대작, 스타크래프트 2의 오픈베타가 시작되었습니다.

패키지를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발표, MMORPG와 흡사한 요금제를 채택한 PC방 과금정책, 스타크래프트 1편과 달라진 한글화 등 여러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서히 각종 매체에서 게임에 대한 평점과 리뷰가 올라오고 있는 시점, 인벤팀에 속한 기자들은 어떻게 스타크래프트2를 바라보고 있을까요? 다만 멀티플레이의 경우 앞으로 등장할 e 스포츠 정책이나 상황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이번의 3인 3색 리뷰는 싱글플레이에 대한 느낌을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RoMan - RTS의 한계를 시험하는 싱글플레이


자원을 모으고 병력을 생산하고 적군을 물리친다. 이런 형태의 플레이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게임인데, 사실 스타크래프트 2의 싱글 플레이를 해보면서 스타크래프트가 RTS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CBT에는 싱글 플레이가 없었기 때문에 평가가 멀티플레이에 치우칠 수 밖에 없었고 사실 그때도 스타크래프트 2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으나, 다양한 싱글 플레이를 체험해본 뒤로는 역시 블리자드라는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MMO의 집약체였다면 스타크래프트 2는 RTS 플레이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느낌.




[ 좀비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임무, 재앙. 업적 이름마저 28분후. ]




RTS 게임을 사면 시나리오 대충 플레이하거나 스킵하고 첫날부터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보통인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멀티는 거의 안하고 싱글 플레이 업적만 파고 있으면서도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스타크래프트 2의 흥행에 대하여 의구심을 던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봐도 머지않아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e 스포츠 역시 이미 해외에서는 베타때부터 리그를 개최하는 등 스타크래프트 2로 흐름이 쏠리는 현상이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 역시 높은 편이다.






자원을 모으고 병력을 생산해 병력을 물리치는 구도는 유지하지만 적군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온갖 해괴한(?) 형태의 임무를 다 체험해볼 수 있었다. 나중에는 쿼터뷰 액션같은 느낌을 주는 임무가 등장하거나 생산된 병력으로 열차를 파괴하는 등 일반적인 RTS에서는 체험해볼 수 없는 다양한 재미를 제공한다.

이런 다양한 임무들은 대부분 독특한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29개로 제한되어 있는 미션의 갯수가 아까울 정도. 게다가 임무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양한 동영상들과 인터미션의 대화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게이머들을 스타크래프트의 세계관에 끌어들인다.

전작이 유례없는 큰 인기를 끌었어도 프로토스가 왜 엔 타로 아둔과 아둔 토리다스를 외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았으나, 스타크래프트 2의 임무를 끝까지 체험해본 사람은 멩스크가 왜 나쁜 놈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짐 레이너와 케리건의 어긋난 인연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싱글 플레이에서 마음에 드는 점은 전투를 수행하여 얻은 자금과 연구 점수로 건물과 유닛들을 다양하게 강화해줄 수 있다는 점. 멀티에서는 균형을 위해 성능을 제한해야 하는 유닛들이 임무를 진행하면서 점차 강력해지거나 특수한 기능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유닛이 임무에서 활약할때면 왠만한 RPG 못지 않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그만큼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독특한 성장 형태의 미션을 제공하면서도 외산 RTS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kirmish 형태의 플레이가 없다는 것.

물론 싱글 플레이가 완벽에 가까울정도로 잘 짜인 재미를 주긴 하지만, 현재 구현되어 있는 다양한 강화와 연구 점수만 조금 발전시켜도 왠만한 RPG 못지않은 플레이타임과 자유도를 제공해줄 수 있을텐데 오직 시나리상의 임무로만 제한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의 판단으로 강화하고 연구한 유닛들을, 특히나 멀티플레이에서 등장하지도 않고 경험할 수도 없는 독특한 유닛들을 오직 싱글 플레이의 임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작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서너판만 해보면 손에 착 감기는 조작과 익숙함으로 쾌적한 멀티플레이와 발전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RTS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도 싱글 플레이와 도전 과제들을 수행하다보면 알아서 게임에 익숙해지게 된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스타크래프트 2는 3부작 트릴로지의 형태로 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등장한 싱글 플레이는 전체 플레이 중 1/3에 해당하는 테란의 시나리오인 셈.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독특하고 다양한 임무들이 등장해서 나를 즐겁게 할 것인지, 벌써부터 저그와 프로토스의 시나리오가 기다려진다.




Niimo - 블리자드는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자유의 날개 캠페인 스토리의 결말을 미리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나쁘지도 않고 할만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재밌기는 한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건 아마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의 캠페인을 수년에 걸쳐 경험했던 때문일 것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를 RTS를 처음으로 접하는 게이머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캠페인 미션은 일종의 ‘튜토리얼’ 임무를 떠안았다. 병력을 운용하고 자원을 채취하고 적의 공격을 막고 적의 본진을 파괴하는 일련의 과정을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차근차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캠페인은 스타크래프트2에 등장하는 새로운 유닛들의 소개 역할도 수행했다. 전작에 등장했다가 이번에 나오지 않는 유닛들까지도 꼼꼼하게 쓰임새를 만들어두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캠페인은 새롭게 얻은 유닛의 활용과 효용을 학습하는 느낌이 강했다.



▲ 연구나 기술,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캠페인의 방향이 이렇다보니 캠페인 미션의 다양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게임 제작툴’ 수준임이 입증되고 있는 갤럭시 에디터를 활용했다면,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의 수많은 유즈맵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블리자드 역시 보아왔다면 전작과는 또 다른 캠페인 경험을 안겨줄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 말이다.


물론 지형 자체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거나, 마치 거대 보스 레이드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미션 등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전작과 워크래프트3에서도 경험했던 병력 생산해 적 물리치기, 특정 위치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소수 유닛 컨트롤하기, 소수 유닛으로 모험하기였다. 마치 와우의 새로운 확장팩의 퀘스트가 처치, 수집, 호위으로만 이루어져있을 때의 기분이랄까.



▲ 마치 와우 레이드를 하는 느낌. 곧 용암이 들어옵니다!는 빅윅?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스타크래프트2 싱글 캠페인의 미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고집을 넘어 집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지독한 현지화는 외국 게임에서 영어를 찾다가 포기할 지경. 그냥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동영상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많은 도전과제와 업적, 초상화로 엔딩이 있는 컨텐츠를 재활용하는 방법론 또한 ‘역시 블리자드’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한 여자를 위해 우주를 떠도는 ‘스파이크’ 같은 짐 레이너와 나름대로 충격적인 결말도 뭐, 나쁘지는 않다. 연구나 무기 업그레이드, 용병 시스템 등 새로운 요소는 물론 ‘블리자드식 센스’가 돋보이는 수많은 패러디와 이스터에그도 즐거움을 준다. 이런 점들이 싱글 캠페인 게임으로서의 스타크래프트2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밤새는 줄 모르고 한 판만 더, 한 판만 더 했던 스스로를 돌아보자면 말이다. 이 정도로 하는 게임이나 게임사가 어디 흔하던가.


하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을 충분히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다고.



▲ 숨겨진 재미요소도 다양했다. 볼일 보는 타우렌 마린





Vito - 영악한 재미, 그러나 승자의 여유가 없는 스타크래프트 2


스타크래프트2의 싱글플레이를 플레이 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블리자드의 ‘영악함’이 최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말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RTS가 이 정도의 스펙으로 싱글플레이를 제공했었는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고화질 동영상은 캠페인 미션 하나 깰 때마다 등장하는 수준이며, 등장인물의 모든 대사는 실제 배우들이 연기한 현장감 넘치는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 오프닝 동영상의 한 장면, 차라리 영화로 만들어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중




세이브 파일을 컴퓨터가 아닌 서버에 저장시켜 어디서 플레이 하더라도 자신이 진행한 게임플레이를 이어 갈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스타크래프트2의 방대한 매뉴얼이 그대로 게임상에 들어가있는 듯한 도움말 서비스는 초보자에게 유난히 높은 RTS 특유의 진입장벽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게임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자원채집과 유닛 생산, 유닛 간의 상성을 기반으로 한 RTS 기본 플레이의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상황변화를 통해 인공지능이랑 뻔한 1:1 대전 30번을 하는 것이 아닌 매 임무마다 아예 새로운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구성은 위에서 언급한 동영상과 목소리 연기 등 다양한 스토리 텔링의 장치와 맞물리면서 RTS 싱글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싱글플레이만의 용병과 유닛 업그레이드 시스템도 플레이의 자유도와 함께 상당한 재미, 그리고 수집욕을 제공해준다.



▲ 열차를 탈취하는 미션, "대열차 강도"




게다가 WoW에서 이미 꽤 성공한 업적시스템이 싱글플레이의 4가지 난이도에 맞도록 치밀한 구성을 통해 구현되어 있고, 친구들과 비교 가능한 업적 점수와 캐릭터 초상화 등의 특별 보상이 있어 캠페인을 전부 끝낸 사람이라도 ‘의지만 있다면’ 성취감을 느끼며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한 구성은 메인 컨텐츠의 곁다리 수준에서 탈피 “우린 멀티플레이가 있으니 싱글은 한번만 깨면 돼, 이 정도면 우린 할 거 다했어”라는 기존 RTS들의 입장을 비웃기라도 하 듯 완성도까지 높다.

특히, 멀티플레이 상황을 인공지능과의 대전으로 연습하는 ‘도전과제’ 컨텐츠는 그 동안 수많은 RTS의 고민이었던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와의 자연스러운 징검다리 역할을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 업적의 노예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모든 장점을 포함해서, 스타크래프트2가 거의 결함이 없는 완벽한 형태로 출시되었다고 해도 RTS 장르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라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기존에는 없던 어떤 새로운 것에 대한 창의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실험정신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쉽게 말해 승자의 여유가 없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의 최대 경쟁작으로 꼽히던 워해머 40K: 던 오브 워2의 사례를 봐도,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에 대한 욕구 때문에 블리자드가 일부러 거세시킨 것으로 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스타크래프트2를 영악하다고 말하면서 흔쾌히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 그러나, I Love You, Kate Lock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