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大넥슨의 시대다. 확연하게 양분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넥슨대 비넥슨이라는 이상한 연합구도가 형성되었다. 문제는 양 연합의 힘의 차이다. 한쪽은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격변하는 게임 생태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연합전선을 꾸리고 형국이다. 힘의 논리로 보자면 넥슨이 분명 우위에 있다. 그러나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콘텐츠 시장의 특징이다. 힘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은 마찬가지. 인벤에서는 넥슨의 2012년 행보를 결산해보고 내년도 치열하게 펼쳐질 게임 전략을 정리해봤다.


■ 넥슨 2012 결산, 어떻게 보냈나?

[모바일 게임 전략] 2012년 1월, 넥슨은 새해 첫 스타트를 합병으로 끊었다. 1월 26일 넥슨은 자회사인 넥슨모바일과 합병을 체결, 그해 5월 1일 정식으로 합병을 완료했다.

당시 넥슨의 모바일 전략은 간단했다. 하나는 글로벌 게임산업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모바일을 빠르게 흡수하자는 전략이었고 또 하나는 M&A를 통해 흡수한 개발력을 바탕으로 넥슨의 우수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를 결합해 안정적으로 모바일산업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한마디로 넥슨만이 가능한 넥슨다운 선택이었다.

실제로 넥슨은 올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간판 IP를 모두 모바일게임으로 전환시키며 급변하는 게임생태계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넥슨 모바일과 합병 이후 소셜 RPG '갓워즈'로 유명한 모야소프트의 투자계약 건은 이런 넥슨의 방향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예로 모야소프트 지분 19.99%를 확보하며 넥슨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M&A를 통한 모바일 개발력 확보는 모야소프트 투자를 기점으로 빠르게 이루어졋다. 2012년 넥슨의 모바일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2월 28일 JCE 지분 22.34% 확보 ▲6월 28일 인블루 지분 100% 인수 ▲10월 1일 글룹스 지분 100%인수(5,300억원 투자) 등 넥슨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바일 개발사에 집중 투자하며 개발력을 흡수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에는 JCE에서 넥슨 간판 IP인 메이플스토리 배경을 토대로 모바일 소셜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빌리지'를 출시하는 등 발 빠른 전략의 성과를 보였다.

확실히 넥슨의 2012년 모바일 사업전략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발을 넓히며 저변 확대 차원에서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아직 국내외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타이틀이 없다는 점, 콘텐츠에서 플랫폼 전쟁으로 번진 2012년 게임시장에 아직 그만큼 전선을 넓히지 못한 점은 넥슨 모바일 사업의 숙제로 남았다.

▲넥슨이 2012년에 투자한 회사

[온라인 게임 전략] 넥슨의 모바일 전략이 M&A와 자사의 IP를 활용한 안정적인 사업 영역 확대였다면 온라인게임은 좀 더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7월과 10월 EA스포츠와 2K스포츠의 간판 스포츠게임 최신작 '피파온라인3'와 '프로야구 2K' 계약을 따내며 스포츠게임 라인업에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가 하면 FPS 장르에서는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2'와 '워페이스'를 가져가면서 고퀄리티 FPS 시장을 이끌었다.

또한, 전략 RPG 부문에서는 '삼국지를 품다'를 출시해 멀티플랫폼 시장을 선점하는가 하면 AOS 장르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는 '도타2' 한국 서비스 계약을 따내며 내년도 경쟁에서 그 어떤 업체보다 탄탄한 라인업을 가져갔다.

넥슨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MMORPG 라인업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략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먼저 지스타2012에서 깜짝 공개되었던 '마비노기2:아레나'는 엔씨소프트와 콜라보네이션을 성사시키며 기대치를 높였다. 이는 넥슨이 지난 6월 8일 8,054억원을 투자해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된 결실 중 하나로 향후 '마비노기2:아레나'를 통한 넥슨과 엔씨의 전략적 협업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띵소프트의 '프로젝트 NT'는 기존 MMORPG와 다른 궤의 판타지라이프를 보여주며 넥슨 MMORPG 라인업의 짜임새를 공고히하는 효과를 얻었다.

넥슨이 2012년에 출시했거나 공개한 타이틀을 살펴보면 캐주얼게임보다는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한 고퀄리티 게임이 주류를 이르고 있다. 이는 이미 선점한 캐주얼게임 장르에서는 업데이트를 통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취약한 장르에서는 인지도 높은 게임의 후속작을 토대로 다 작품보다 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 넥슨 2013년 전략,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물량공세...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물량공세다. 마른수건 쥐어짜서 만들어내는 생마린, 깡저글링 러쉬가 아니라 그냥 초반부터 배틀크루저를 띄우고 울트라리스크로 밀어붙이는 그야말로 지게로봇 사장다운 전략이다.

그 선두에 2012년 데미를 장식한 '피파온라인3'가 있다. '위닝일레븐온라인'과 '차구차구'라는 경쟁작이 있지만 이미 두터운 팬층을 바탕으로 게임성마저 전작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어 당분간 '피파온라인3'를 견줄 게임을 없어 보인다.

이처럼 넥슨은 당장 그라운드에 뛰고 있는 선수도 쟁쟁하지만 벤치에 대기하고 있는 선수도 압도적이다. 도타2, 워페이스, 카운터스트라이크2, 프로야구2K, 마비노기2:아레나, 프로젝트NT 등 장르적으로 보면 영화 익스펜더블 뺨치는 드림팀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놓고보니 후보 선수지만 다른 클럽에 가면 모두 원톱으로 뛸 수 있는 A급 전력이다. 그만큼 드림팀을 갖춰 놓았다는 말이다.

문제는 게임판의 룰이다. 어택땅해서 승부를 보는 싸움이 아니라 장르별로 각개격파를 해야하는 싸움이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도타2'만 하더라도 그렇다. 퀄리티면에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그래픽과 게임성을 자랑하는 AOS 신작이지만 이미 시장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옆에 두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워페이스,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2 역시 나무랄 대 없는 최고의 FPS지만 레드덕의 '메트로컨플릭트', 넷마블의 '하운즈'와 붙여 놓고 보니 전략이나 컨텐츠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어진다. 마비노기2:아레나, 프로젝트NT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최고의 기대작이지만 막상 런칭 타이밍이 다가오면 어떤 다크호스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넥슨과 비넥슨이라는 전선에서의 이야기다. M&A을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모바일시장 진출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고 타업체에 비해 장르별로 다양한 라입업을 보유하고 있는 넥슨의 2013년은 그 어떤 때보다 뜨거운 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엔씨소프트, 엔도어즈, 게임하이, JCE 등 넥슨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연합군이 있기에 2013년 가장 장밋빛 전망을 예견할 수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넥슨 2013년 온라인게임 라인업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