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등급분류기관에서 게임물을 자율심의하도록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 일부 개정안이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못 하나가 빠졌다",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 등 의견이 분분한데요. '자율심의'에 대한 용어 때문에 혼란이 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법개정안의 정확한 취지를 알기 위해 게임법 전문 변호사, 박주선 의원실, 문화부 담당자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에 관련된 궁금증을 한번 풀어봤습니다.




이번 게임법개정안은 어떤 취지인가요?

▲오큘러스 스토어 같은 신규 플랫폼의 한국 진출을 돕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IPTV, 가상현실기기(VR) 등 기존 등급분류 유형해 속하지 않은 신규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으니 이를 기존 법률 체계에 적용하기보다는 민간에 맡겨 자율등급분류로 가자.

두 번째는 게임물등급분류를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게임처럼 민간 자율에 맡기자.

세 번째는 스팀처럼 해외 게임물에 대한 국내 유통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니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 유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

단, 위 3개 모두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및 사행성게임(아케이드 게임물)은 자율심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해외사업자에게 국내 유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니 그럼 '스팀'이나 '오큘러스 스토어'가 한국에 정식 서비스 되는 건가요?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게 있습니다. 글로벌게임플랫폼인 스팀은 현재 국내법에 적용받지 않고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불법이네 아니네 의견이 분분한 것도 이 때문이죠. 국내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심의도 받지 않습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선 의원도 지난해 "스팀에서 제공하는 공식 한글화 게임 138개 중 국내 등급 분류를 받은 게임은 60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하면서 국내사업자와 역차별 이야기를 꺼낸 바 있죠. 덕분에 의도와는 다르게 '스팀 금지법'이니 해서 당시에 논란이 많이 됐습니다.

■박주선 의원 '스팀' 발언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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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게임서비스플랫폼 스팀(STEAM)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스팀은 자율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스팀이 '자율심의' 대상에 포함되려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말이죠. 스팀을 서비스하는 밸브는 국내 지사가 없기 때문에 해당 요건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만약 스팀이 자율심의 대상에 포함되고자 한다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요건에 충족하는 국내 사업자와 계약을 하거나 한국지사를 설립해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지금으로써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스팀 서비스는 지금과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법안 자체가 완전히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개정안의 의미는 심의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글로벌서비스플랫폼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거에는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로웠는데 이 법으로 '길'이 조금 열린 것이죠.

참고로 게임법개정안에서 해외게임물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해외 유통사업자와 해외 게임물의 국내 이용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것
2.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해외 게임물을 등급분류 할 것
3.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이용자가 해외 게임물 이용 시 등급분류 결과를 용이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것



원안이 아니라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구글이나 애플도 대상자에 포함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수정된 개정안(원문보기: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수정안과 원안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등급정보수용자라는 용어가 게임물 이용자 및 게임물 관련 사업자로 수정.
2)자체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는 자의 요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있어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또는 게임제공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 법인으로 한정.
3)방송법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할 수 없도록 함.

논란이 된 이유는 구글과 애플이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게임제공업 등 어느 것 하나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해보니 구글과 애플은 '게임제공업'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웬만한 업체는 이 조건을 대부분 충족한다는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3년간 평균 매출액 기준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구글이나 애플은 '종전 사업자'로 인정받아 이 법의 시행일로부터 2년간은 기존 그대로 게임물을 유통할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년 후에도 규정을 어기지 않은 이상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이번 게임법개정안 통과로 달라진 건 무엇인가요?


이번 개정안의 큰 틀은 '플랫폼에 관계없이 청불(18세)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물은 민간에서 자율심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모바일게임처럼 말이죠.

따라서 PC, 콘솔, 모바일, VR 등 모든 플랫폼은 이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민간에서 자율심의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더 간편해졌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죠.

다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글로벌 사업자(스팀, 오큘러스 스토어)가 직접 셀프 등급을 매기고 게임을 서비스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지사를 설립하거나 한국 마켓(제작업자, 배급자)에 게임을 등록해야된다"라는 대전제를 어길 수 없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이 법을 통해 뭔가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해외사업자가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문은 열어 놨으니 기대를 걸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