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자유한국당)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브온라인 힐마와의 토크콘서트'를 18일 국회에서 공동 개최했다. 토크콘서트에는 김세연 의원, 힐마 베이거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 펄어비스 김경만 CBO(최고사업책임자),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 크리에이터가 자리했다. 주제는 '게임과 게임산업의 미래'로 진행됐다.

1997년 CCP게임즈를 설립한 힐마 대표는 2003년부터 '이브온라인'을 16년간 서비스하고 있다. '이브온라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MMORPG이다. 거대한 맵과 함께 실제 사회와도 같은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된 CCP게임즈는 '이브온라인' 매출로 국가 GDP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CP게임즈는 2018년 9월 펄어비스 사단에 합류했다.

토크콘서트는 힐마 대표가 '이브온라인' 게임 소개와 산업의 미래를 짚는 것으로 시작됐다.

*기사는 편한 전달을 위해 강연자 시점으로 서술했습니다.



▲ CCP 게임즈 힐마 베이거 피터슨 대표

우리의 목표는 실제 삶보다 더 가치 있는 가상세계를 만드는 거다. 대담한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항상 참여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CCP게임즈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 아마, 100년 뒤에는 모든 사람이 의미 있는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을 할 거로 생각한다.

'이브온라인'은 MMORPG다. 많은 사람이 동맹을 맺고, 국가를 만들고, 함선을 만들어 서로 침략하고 방어하는 게임이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이 연결성이 다른 게임들과 차별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CCP게임즈는 사람들이 '이브온라인'을 플레이하는 이유를 연구해 미래에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유저끼리의 연결은 '경제'로 이루어진다. 물론, 멋진 서사시와 그래픽적으로 아름다운 세계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경제 시스템은 유저에게 사회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중요한 건, '이브온라인' 내에서의 손실은 실제 손해다. 유저는 아이템이 아깝다는 마음이 들고,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신중한 플레이를 한다. 이렇듯 현실과 같은 '이브온라인'의 경제 시스템은 유저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협업하도록 이끈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것은 '이브온라인'이 어려운 게임이라는 점이다. 많은 유저가 불만을 느끼기도 했지만, 게임 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다. 배울 것도 많다. 플레이하면서 실패할 여지도 많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서 유저가 배우는 속도가 빨라지도록 만들었으며 '가치 있는 것'을 익히도록 디자인했다.

비유하자면, '이브온라인'은 현실에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 같은 게임이다. 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도시는 숲에 지어지고, 돌로 만들어진 도시는 산에 지어지고, 꿈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천국에 만들어진다'라는 속담을 좋아한다. 우리는 이 경험을 플레이어와 공유하고 싶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유저의 참여를 이끈다. 이곳 국회처럼 앞으로의 '이브온라인'을 위한 의회도 있다. '이브온라인' 유저는 자신들의 대표를 뽑을 수 있다. 뽑힌 대표는 1년 동안 CCP게임즈와 함께 '이브온라인'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브온라인' 유저 커뮤니티는 매우 끈끈하다. 유저마다 '이브온라인'을 하는 이유는 우주 SF를 즐기고 싶어서, 함선이 멋있어서, 약탈과 같은 PVP가 재밌어서처럼 각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분석한 결과 유저는 다른 유저와의 우정으로 게임에 남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저는 네 가지 동기로 게임을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외부적인 동기부여, 목적성, 숙련성, 자율성이다. CCP게임즈는 네 가지 동기를 중점으로 '이브온라인'을 설계했다. 유저가 원하는 데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유저간 협업을 중요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게임에서 만난 다른 유저와 실제 우정이 싹튼다.

우정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가치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년 전에 친구 수는 평균 7.5명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2명이 안 될 것이다. '이브온라인'은 유저의 우정을 느낄 수 있도록 공식을 만들었다. 유저 사이의 거리는 가깝고, 만나는 빈도는 늘리며, 오랜 기간, 강도를 늘려야 한다. 그래서 '이브온라인'은 게임 자체는 어려우나 유저끼리 서로 함께하면서 우정을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MMORPG가 사냥, PVP가 끝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중요한 우정이 게임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이브온라인'은 실제다. 게임에서 만난 친구를 진짜 일원으로 만든다. '이브온라인'을 함으로써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익히고, 실제 삶에서 활용했다는 일화는 많은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게임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오간다는 걸 들었다. 물론, 게임이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다. 부정적인 것, 나쁜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중요한 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게임을 즐기는 젊은이가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지도 살펴보길 바란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현재 '이브온라인'은 한국 정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 '바람의나라' 성공 이후 MMORPG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나라다. CCP게임즈는 이러한 한국에 '이브온라인'을 선보일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왼쪽부터) 김경만 CBO, 김세연 의원, 힐마 대표, '대도서관' 나동현

김세연 의원 = 이전까지 나는 게임사가 어떻게 유저를 빠져들게 할 것인지만 고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힐마 대표의 이야기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부터 접근하는 게 와닿았다. 특히 게임에서 일어나는 실패와 좌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과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게 인상 깊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게임 창업자가 아닌, 한 명의 철학자와 만나는 거 같다.

관련해 어떻게 이런 큰 구상을 하게 됐는지, 처음 밑그림대로 현재 게임이 만들어졌는지,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은 없는지 궁금하다.

힐마 대표 = 처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놀이터를 생각했다. 이후 유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회적인 세력과 굳건한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들 수 있도록 동기부여 방법을 고민했다. 정식 서비스 이후에는 더 많은 도구를 배치했고, 유저 스스로 창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사람들끼리 서로 연결되면서 게임 자체가 발전하게 됐다.


김세연 의원 = 게임 개발사가 만들고 창조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직접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펄어비스는 아예 다른 세계관을 가진 CCP게임즈와 왜 함께하기로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김경만 CBO = 펄어비스는 글로벌 회사를 지향한다. 회사가 발전하면서 점차 IP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브온라인'은 16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이고, 경제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 우리가 개발하는 '검은사막'과 비슷했다. 그래서 해외 유명 IP로 함께 게임을 서비스하길 원했다. 이외에도 '이브온라인'은 '검은사막'처럼 자체 엔진으로 개발됐다. 이처럼 서로 펄어비스와 CCP게임즈는 서로 색깔이 비슷해 같이 하게 됐다.


김세연 의원 = 다른 게임과 '이브온라인'의 차이를 알아보니 경제가 독특하다고 하더라. 보통 게임에서는 획득 재화의 인플레이션이 골칫거리다. 반면 '이브온라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 시스템을 갖추었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냉혹할 정도다. 이런 냉정한 경제 시스템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힐마 대표 = 아이템의 생성과 파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인간은 매우 영리해서 게임사 의도와 달리 어떻게든 부와 재산을 축적한다. 현실에서도 1%의 사람이 전 세계 50%의 부를 차지한다더라.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브온라인'에서는 자원의 재분배를 다소 냉혹하게 설정했다. 그래야 새로운 플레이어가 베테랑 플레이어를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어서다. 또한, 다이나믹한 경제가 이루어져야 유저는 계속해 흥미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우리도 완벽하지는 않다. 다만 노력할 뿐이다.

▲ "냉혹한 경제 시스템, 그러나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이끈다"

김세연 의원 = 많은 게임을 해본 대도서관은 '이브온라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대도서관 = 개인적으로 '이브온라인'을 10년 정도 했다. 계속 즐긴 건 아니고, 한국인이 별로 없다 보니 하다말다를 이어갔다. '이브온라인'에서 놀라운 건 게임의 맵이 굉장히 넓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직업도 있다. 바로 배송업이다. 우주 끝에서 끝으로 누군가는 아이템을 옮겨야 하니, 배송만 하는 유저들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을 약탈하는 해적 유저가 나타난다. 그러면 이 해적으로부터 배송하는 유저를 지키는 다른 유저가 있다. 이 유저는 지켜줌으로써 보상을 받는다. 이렇게 경제가 돌아가는 게 바로 '이브온라인'이다.

'이브온라인' 내 아이템도 게임사가 만든 게 아니다. 게임사는 단지 청사진만 제공할 뿐이다.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부터 유저가 만든다. 따라서 엔진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인 자동차 가격도 오른다. 듣기로는 CCP게임즈에서 경제학자까지 동원해 게임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능력에 놀랐고 푹 빠졌다.

힐마 대표가 앞서 말했듯 게임은 전쟁이나 남을 이기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처음 하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도와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 이런 점들이 정말 좋아서 김세연 의원에게 좋은 게임을 추천할 때 '이브온라인'을 알려주었다.


김세연 의원 = 영화 중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을 인상 깊게 봤다. 영화 속 세상이 올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인간이 노동의 주체에서 퇴장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본다. 이 시대에서는 사람들이 새롭게 보람을 느끼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브온라인'이 좋은 사례가 될 거 같은데, 힐마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힐마 대표 = 우리도 고민이 많은 지점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가상 일자리를 만드는 걸 생각해봤다. 게임 내에는 새로운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나 아이템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김세연 의원처럼 게임 내에도 국회의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들이 게임에서 하는 일이 실제 삶에서의 보상으로 이어지는 건 어떨까? 결국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해야 더 잘 연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브온라인'이 실제 미래를 만드는 데 좋은 인사이트가 되길 바란다.


김세연 의원 = 한 미래학자는 앞으로 꿈의 사회가 다가온다고 예측했다. 꿈의 사회에서 유망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분야다. 이를 포괄하는 게 바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향후 게임의 미래가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경만 CBO =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이전까지 컴퓨터 게임은 컴퓨터로,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로만 즐길 수 있었다. 이제는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디바이스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게임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로 의사가 집도하기 전에 VR로 먼저 익힐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게임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힘들 거 같다. 다만, 일하는 시간이 줄면 여가 생활이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시간 역시 늘 것으로 생각한다.


김세연 의원 = 게임 내 재화가 실제 세상의 화폐로 바뀌는 시대가 올까? 예컨대 '이브온라인'의 재화를 현실 ATM에서 돈으로 뽑게 될 수 있을까?

힐마 대표 = 이미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돈과 자산은 실재하는 게 아니다. 개념이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인 이유는 그만큼 신뢰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 재화에 믿음이 생긴다면, 환전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이 활동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게임 재화에 신뢰가 생기면, 환전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김세연 의원 =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결정과 관련해, '이브온라인'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대도서관 = '이브온라인'에서 나는 초보 해적이다. 남을 약탈하거나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현실에서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평하자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 내에서 뭔가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면 현실에 이어질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그렇게 단순한 동물은 아니다. 나는 게임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체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사람은 삶을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먹여 살린 게 '이브온라인'이란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산업은 굉장히 중요한 수출 산업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게임산업이 흔들린다면, 우리 스스로 너무 큰 손해를 입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학교에서는 수학과 역사를 배운다. 그러나 리더십, 카리스마, 정치적 정재는 배우지 못한다. 나는 게임에서 리더십과 카리스마, 정치적 정재를 경험했다. 게임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 게임에 빠진 사람이 왜 빠질 수밖에 없는지 그 주변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김세연 의원 = 국회 여러 토론을 지켜보니, 게임의 사회적 문제점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행성게임'이었다. RPG와 일반 아케이드 게임은 생각보다 파장이 적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과거에 '셧다운제'를 공동 발의한 의원이다. 당시에 나는 법이 가져올 파장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규제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힐마 대표 = 한국 정부로서는 미래에 유망한 산업을 스스로 없애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산업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뛰어난 게임산업을 더 살리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자신이 뭘 규제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장려까지는 나서지 않아도 된다. 당장은 개입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이미 갖춰진 게임산업이 얼마나 훌륭한지 깨닫기를 바란다.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먼저다.

김세연 의원 = 정부와 관련해, 과거 압축성장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런데 이 시대에 나왔던 정부의 자기능력 과신, 독점적 규제권력의 주체로서의 권한 강요가 있다. 정부는 늘 조심스러워야 한다. 새로운 현상과 영역이 나올 때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새로운 현상이 나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장 너무 규제일률적으로 나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