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견 없이 이 사람을 꼽을 거다.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 몇몇 얼리어답터들이 개념과 샘플을 제시하던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심으로 뛰어들었고,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로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물론, 관심의 온도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무엇이든 뜨거워지려면, 마찰이 일어나야 한다. 장현국 대표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부자가 탄생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큰 손해를 떠안았다.

대중은 개념과 관련법이 정립되지 않은 신기술이 돈과 연계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게 되었고, 이 '가상화폐'를 둘러싼 상반된 대중의 인식은 가상화폐의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으로, 나아가 블록체인을 게임에 접목시키겠다 천명한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에 이르렀다.

이를 둘러싼 의견을 모두 적자면 지면이 부족해 말할 수 없지만, 요약하자면 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마치 늦은 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보닛 위로 가로등 빛과 어둠이 번갈아 지나가듯,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 또한 수없는 비난과 비판, 그리고 찬사와 격려를 받았다.

GDC 2022의 2일차,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지하에 성대하게 꾸며진 위메이드 부스 안에서 장현국 대표를 만났다.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 그는 어째서 GDC에 이르게 되었는가?

▲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Q. 먼저 소감을 묻고 싶다. 세계 최대 게임 컨퍼런스의 연단에 선 건 처음일 텐데, 어떤 기분이었나?

- 모든 것이 처음이다. GDC에 방문한 것도, 회사로서 참여한 것도, 스폰서가 된 것도, 기조강연을 하게 된 것도, 이 모든 경험이 나에겐 처음이다. 자격이 없음에도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작년부터 해 온 많은 일들이 게임업계에서 이뤄낸 변화가 나를 이 자리에 오고끔 이끌지 않았나 생각하기에 더 뜻깊다 느낀다.

우리가 GDC에 오고자 한 이유는 명확하다. 위메이드를 잘 모르는 해외 개발자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싶었고,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오해를 풀고 싶었다. 이런 목적이 이뤄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가득 찬 강연장을 보니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 강연 중인 장현국 대표


Q. 바로 어제(현지 시각 22일) 위메이드가 네트워크 파티를 주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파티는 어땠나?

- 총 150석을 마련했는데, 자리가 모두 차서 미처 오지 못한 분들도 계셨다.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자체를 활용하는 IT 업계 전반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상 화폐 거래소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일이나 사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소소한 잡담도 나누긴 했다. 나와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는 건 그 자체로도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Q. 강연에서도 그렇고, 이전의 간담회나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블록체인 게임이 미래가 될 것이라는 말에 굉장한 확신을 지닌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는 부분인데, 이렇게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 세 가지 경험이 나에게 믿음을 주었다. 첫 번째는 2017년 경부터 관측된 비트코인의 급상승이다. 당시에도 수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의 가능성과 진위 여부에 대해 토론을 거듭했고, 솔직히 말하면 당시의 나는 믿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내재적 가치가 없는 데이터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게 사기처럼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사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가상화폐와 이를 둘러싼 생태계가 어떤 잠재력을 지녔을지는 숙고해 볼 만한 주제였고, 그 결과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이 굉장히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2018년 개봉한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플레이어원'을 본 것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영화 속에서 구현된 VR 디바이스와 그 활용에 주목했지만, 나는 조금 다른 부분을 보았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 활동으로 얻은 재화는 곧바로 실물 경제와 연결되어 실질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난 이 프로세스가 비록 영화 속 내용이긴 했지만 충분히 현실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겼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필요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계기는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저서를 읽으면서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를 여러 편의 저서를 통해 기술했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논한 바 있는데, 그가 그린 미래의 인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을 AI가 전담하게 되고, 사람은 보편적 기본 소득을 수령하면서 그저 즐기는 삶을 살게 된다는게 유발 하라리의 예측이다.

나는 그 의견에 깊이 공감했고, 유발 하라리가 그리는 이런 미래에 블록체인 게임이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건 시간이다. 나는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한다 해도 이게 정상 궤도에 이르려면 10년은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빨랐고, 우리는 3년 반 만에 이를 실현할 수 있었다.


Q. 레디플레이어원 얘기도 나왔고, 어제 강연에서 메타버스를 거론하기도 했는데,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와 접근법이 각기 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 맞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기업마다 다르다. 그러니 지금 XX버스가 그리 많은 것 아니겠나?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경제'와 '정체성'.

메타버스는 현실의 경제시스템과 연동되는 경제 시스템을 지녀야 한다. 메타버스가 온전한 '세계'로서 작동하려면 작든 크든 세계를 이루는 오브젝트들이 가치를 지녀야 하고, 이 가치가 환산되거나 거래되려면 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즉 '유니버스'와의 연계성을 띄어야 한다.

'정체성'에 대해 말하려면 메타버스의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메타버스의 반댓말이 무언지를 생각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반댓말은 유니버스다. 그리고 유니버스는 내가 '나'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세계다. 메타버스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 레디플레이어원의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가상 세계 속에서 완전히 다른 생김새와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 모습이 메타버스 속의 정체성이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윤곽이 드러난다. 내가 아닌 나의 다른 모습을 내세우는 세계. 그리고 세계 속 경제가 현실 경제와 연동되는 세계.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메타버스가 가져야 할 모든 코어는 결국 온라인 게임에 있다. 여기서 경제 시스템을 현실 경제와 연결하면 되는데, 그게 바로 블록체인 게임 아닌가. 블록체인 게임이 바로 위메이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다.

▲ 경제 시스템과 정체성이 위메이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핵심


Q. 블록체인 게임을 말하면서 '엑시 인피니티'를 빼놓을 수 없다. 엑시 인피니티는 가상 화폐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게임 내에서 여러 경제 공동체가 생겨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위믹스의 생태계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갈 수 있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엑시 인피니티를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연구 개발 중 많은 개발자들에게 엑시 인피니티를 플레이해볼 것을 권했고, 이걸 플레이한 개발자 모두가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한 명도 빠짐없이 싫어했다. 아마 블록체인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게임을 접하고 이를 블록체인 게임의 스탠다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반면, '미르4'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우리가 줄기차게 P2E가 아닌 P&E를 내세우는 이유도 그렇다. 돈을 '벌기 위해'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속 경제가 외부와 연결될 뿐이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무언가를 얻으면 이것이 자산이 되기에 돈이 벌리는 것일 뿐, 이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르4의 성장세는 매우 건강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사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료 재화 아이템을 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미르4의 경우 별도의 아이템 출시 없이도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게임을 해야 돈이 벌리는 P2E는 오히려 생태계의 구축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재미가 없이 돈을 번다는 목적성만 있다면, 이건 그저 장벽일 뿐이다. 돈 벌려면 그냥 투자하면 그만이지 왜 재미도 없는 게임을 하고 있겠나.

질문으로 돌아오자면, 우리는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엑시 인피니티의 그것과 같은 경제 공동체들이 생겨날 것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두 가지 확장 전략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하나는 DeFi의 확장이며, 다른 하나는 NFT의 탈중앙화이다.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NFT를 지닌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들이 탄생할 테고, 이는 곧 플랫폼 상의 경제 공동체가 되는 것 아니겠나?


Q. 강연 중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블록체인 기술의 의미가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말은, 이미 상용화가 이뤄진 게임들도 충분히 위믹스 플랫폼에 얹혀질 수 있다는 말이 될 텐데, 실제로 게임을 서비스중인 업체들의 접촉이 있었나?

- 물론이다. 신작들보다 오히려 기존에 서비스되고 있던 게임들을 컨버전하는 사례가 더 많다. 신작을 내서 서비스하는건 내년이나 후년을 생각하고 있고, 일단 빠르게 자리를 잡자면 기존 게임을 얹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이전에도 그렇지만, 성공한 게임 중에는 엄밀히 말해 게임의 수준만을 고려할 때 최고의 게임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떨어지는 퀄리티의 게임 중에도 시기를 잘 타서 성공한 게임들이 분명 있지 않나. 지금 위믹스도 이 좋은 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올해 출시될 게임 중 대부분은 기존에 서비스중인 게임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이 모든 게임들 간의 '인터 게임 이코노미'가 완성되는 것이다. 누군가 위믹스 플랫폼 상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블록체인 시스템 상에서 그 게임의 소유권은 플랫폼 홀더가 아닌 만든 이에게 있다. 그리고 누군가 재화를 만든다면 그 재화의 소유권도 그 사람에게 있고,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얻어 이를 NFT화 한다면 그 소유권 또한 이를 실행한 이에게 있다. 그것이 탈중앙화의 특징이니 말이다.

이렇게 위믹스에 보다 다양한 게임이 들어오고 많은 것들이 생길수록 선순환은 가속된다. 미르4의 유저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는 아니다. 미르4는 위믹스로 환전 가능한 드래코 코인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안에서 수많은 금융 상품들과 경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 기술적인 제약도, 정책 단의 제약도 없다. 지금의 나에 비해 작년 8월의 나는 블록체인 경제에 대해 10%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아마 지금의 나도 1%정도 밖에 알지 못할 거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것이 블록체인 생태계기 때문이다.



Q. 클레이튼이 아닌 새로운 메인넷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클레이튼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

- 블록체인의 특징 중 하나가 어떤 암호화폐 플랫폼에 무언가를 올리고자 할 때 딱히 허락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저 다리만 올리면 된다. 클레바는 클레이튼 기반으로 돌아가지만, 예를 들어 이더리움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저 이더리움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하나 놓으면 그만이다.

우리는 사업적으로 급격한 확장을 이뤄내는 중이며, 때문에 더 넓은 필드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새로운 메인 넷이 필요할 뿐, 클레이튼과의 관계를 끊고 이동하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어차피 클레이튼 위에 뿌려진 위믹스는 우리 것이 아닌, 그걸 소유한 유저의 것이기에 우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통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새로운 메인넷이 필요할 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린 충분히 경쟁력 있는 메인넷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메인넷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기술, 그리고 어플리케이션이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는 그렇게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라면 당장 오늘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이걸 쓸 곳이 없으니 아무도 사지 않겠지만 말이다. 때문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미 이를 가지고 있다. 충분한 리소스도 갖춰져 있고 말이다.


Q. 위믹스 홀더들은 DeFi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클레바'가 대표적인데, 다른 서비스는 준비중인게 없나?

- 먼저, 클레바의 파밍 기능은 3월 안에 등장할 것이다. 현재 마지막 QA 단계에 와 있다. 파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례들을 참고하고 공부했는데,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려면, 꼭 필요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아가야 한다.

현재 DeFi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들인데, 이들과 비교해 보니 우리의 리뷰 시스템이 월등히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위험을 배제하고자 엄밀한 검증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갖춰 나가는 대부분의 경우는 무언가를 빼먹은 경우다. DeFi 중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락업 스테이킹도 현재 준비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DeFi 서비스를 생각 중인데, 기존의 상품들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파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DeFi의 방향이다. 아마 현실의 금융 상품 대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락업 스테이킹은 현재 감사 단계에 와 있는데, 아마 4월 중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 수천억 예치금이 몰린 DeFi '클레바'


Q. 위믹스가 떠오르고 나서, 비슷한 생태계를 구상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원천기술이라는게 있다. 모방이 불가능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기술을 말하는데, 이런 기술 중 기술 자체가 어렵진 않으나 그 운영 노하우가 매우 중요한 기술들이 있다. 대표적인게 AI와 블록체인이다. 테슬라를 예로 들면, 자율주행 AI 자체는 코딩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 AI가 수많은 시험을 거치며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데이터 싸움에 가까운 이 주도권 경쟁에서 이미 10년을 쌓아 온 테슬라를 후발 주자가 이기기는 쉽지 않을 거다.

우리 또한 블록체인 업계에서 4년을 굴렀다. 아마 격차가 좁혀지긴 어렵지 않을까? 수많은 실패와 모험을 거듭해야 하는 분야인데 심지어 실패도 우리가 제일 많이 해 봤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경쟁에 이르기까진 어렵고,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근시일 내엔 쉽지 않으리라 본다.


Q. 강연에서도, 인터뷰 초반에도 말했지만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이 '오해'와 이를 풀기 위한 전략을 보다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 개인적으로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오해가 풀렸다고 본다. 이미 다들 뛰어들지 않았나? 기업의 전략 방향 수립에는 확신이 필요하고, 확신이 있었다는 건 본질을 보게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오해는 아직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게임을 한국에서는 서비스하고 있지 않고, 이를 경험해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게임업계는 미르라는 IP에 익숙하고 엑시 인피니티가 흥행했기 때문에 보다 오픈되어 있는 편이지만 미르4에 대해서는 발표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인지도 면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내가 풀고자 하는 오해의 본질은 '블록체인이 게임을 망친다'라는 점이다. 블록체인이 게임의 순수성을 망치고 재미보다 돈을 추구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건 완전한 거짓이다. 물론 그런 게임을 만들 수는 있고, 실제로 그런 게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전부 다 욕을 먹지 않았나?

반면, 멀쩡한 게임에 블록체인을 끼얹는다고 게임이 재미없어질까? 내 생각은 아니다. 아무리 잘못되어 봐야 본전이다. 블록체인을 끼얹는다고 게임의 래퍼토리가 변하지도 않고, 본질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냥 데이터 베이스 기반의 게임에서 데이터로 남게 될 것들이 가치를 지니고 게임사가 아닌 개인의 소유물로 바뀌는 것 뿐이다.

나는 몇 년 후엔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무언가가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면, 사람들은 그 용어를 잊는다. 지금에 이르러 온라인 게임을 말하면서 F2P를 강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F2P는 온라인 게임의 대세고,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블록체인 게임 또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것이 내가 지금 꾸준히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이고, 오해를 풀고자 이 자리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