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학회장 이정훈)가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들에 대한 쟁점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25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이 계류된 상태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두 전부개정안의 사행성규제와 등급분류 제도의 비교 검토다. 이정훈 학회장(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게임산업법이 진흥법 명칭에도 불구하고 규제법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등급분류와 사행성 규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정부와 업계, 이용자 사이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세미나 주제 의의를 설명했다.

정정원 박사(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교수)는 “현행 규범 체계는 우연적인 결과로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그러나 현행 게임산업법상 사행성 개념이 불분명해 명확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게임을 통해 사행심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게임 이용을 통한 사행심 유발을 금지하려는 것인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게임을 도박, 사행행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임의 사행적인 이용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인지 △게임산업법상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과 유사한 형태로 인식될 수 있는 도박, 사행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을 금지하려는 것인지 등이다. 정 박사는 현행 게임산업법이 이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정 박사는 두 전부개정안의 시사점으로 “현행 사행성게임물이란 불분명한 개념 제거를 통해 규범적 명확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본다”라며 “보다 명확한 구성으로, 허용되는 게임을 이용한 불법 환전에 대한 대응 가능성과 소위 ‘어플방’을 통한 도박, 사행행위 또는 불법환전에 대한 사전적 대응 가능성이 돋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윤지영 본부장(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본부)은 두 법이 ‘게임물’이 아닌 ‘게임’을 정의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행법상 게임물은 ‘영상물’ 개념이 포함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영상물이 포함되지 않은 기기 및 장치도 게임물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예로 크레인 게임기가 해당한다. 윤 본부장은 “판례를 반영하고, 향후 새로운 형식의 게임 등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하태경안은 기존 ‘게임물’에서 ‘게임’과 ‘사행행위 콘텐츠’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진흥시킬 게임과 규제해야 할 사행행위 콘텐츠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이에 윤 본부장은 “개념이 대체될 경우 사행성 게임물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기존 판례는 ①베팅 ②우연성 ③재산상 손익을 사행성의 주요요건으로 판단한다. 윤 본부장은 현행 사행성 게임물은 ①+③과 ②+③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하태경안의 사행행위 콘텐츠는 ①+②+③으로 한정해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우 교수(가천대학교 법학과)는 ‘범죄와 산업 사이’ 딜레마로 의견을 냈다. 개인주의나 사유재산절대의 원칙에서는 도박의 처벌을 쉽게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적으로 이 교수는 “개인은 자기 재산을 허비할 자유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처벌하는 이유는 동양문화, 서양문화 상관없이 ‘땀 흘리는 노동’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인식이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가 입장에서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도박이 만연하면 공동체의 생산기반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성인이 자기 돈을 함부로 쓰는 것을 형벌로 막는 근거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라며 “사행성 게임 역시 국가가 염려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떨 때는 유교적 허위의식처럼 보일 때가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게임을 통제하면 모든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라며 “때때로 문제는 명분이라는 화장을 걷어야 실체를 만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종희 교수(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두 개정안의 등급분류제도 비교 및 분석을 통해 “자율등급분류사업자들이 원칙적으로 등급분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후적으로 문제시되는 경우에만 관여해야 할 것이다”라며 “특히 비(非)아케이드 게임인 디지털게임 영역에 있어서는 사전적인 요건 규제보다는 사후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게임산업의 자율적이고 신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등급분류제도는 사행성 확인에 자의적인 기준이 쓰이고 있어, 등급분류의 거부 제도의 남용 가능성이 있다”라며 “부수적 구조에서 등급분류 거부 결정이 나오는 구조를 없애기 위하여 사행성 확인을 내용 등급분류 요소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