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레벨 유저 J씨의 하루


반복 퀘스트와 꽃게 잡이로 최근 만레벨을 찍은 정령사 J씨.


만레벨을 찍고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막상 기대했던 만레벨이 되면 해야지 하고 기대했던 것들이 "별로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남들은 황금의 미궁이다, 아카샤의 은신처다 하면서 최상위 던전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딱히 장비의 레벨보다는 옵션이 중요한 힐러인지라 여전히 무기는 저레벨 때 구한 그대로였다.


그나마 오늘은 조금 운이 좋았는지, 길드원에게 이끌려 간 미궁에서 바라코스가 금색 마법봉을 떡 하니 떨구었지만, 소형 몬스터 상대로 데미지 증가 같은 ― 힐러에겐 쓸모라곤 전혀 없는 옵션만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 지팡이는 경매장에 내놓기도 뭐한 강화용 재료템일 뿐이었다.

오히려 공략 중에 죽어서 깨진 크리스탈 한 개가 더 비쌀 정도이니…….


결국 J씨는 아카샤의 은신처에 같이 가자는 길드원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딜러 부캐를 키우다가 그나마도 질려서 경매장이나 뒤적거리다가 접속을 종료하는 식으로 하루를 끝내고 말았다.




테라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한 달째가 되어가고 있다.


만레벨인 50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은 이미 상당수이며,
이들 중에는 부캐릭도 만레벨을 달성한 열혈 유저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만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만레벨 이후에 할 게 없다"라는 것이다.




▲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꽃게와 소라들



왜 유저들은 만레벨을 달성하고 나면 위의 이야기처럼
부캐 육성을 하거나 게임에 접속해서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그 원인을 분석해보는 한편,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콘텐츠 부족의 테라? 무엇이 문제인가




높은 난이도와 극악의 드랍률, 그리고 일부 직업군을 기피하는 최상위 던전의 한계

지난 1월 25일 업데이트로 추가된 황금의 미궁아카샤의 은신처.


현재 테라에서 만레벨이 즐길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들 2개의 던전은
현존 최상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고난이도 던전이고, 그에 비례해 최고급 아이템을 드랍한다.


하지만 현재의 드랍 시스템은 네임드 몬스터가 드랍 테이블에 있는
희귀/전설급 아이템을 무조건 드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파밍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황금의 미궁을 클리어하더라도 1개의 희귀 아이템도 드랍되지 않아서
6시간이라는 던전 재사용 시간이 지나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 폭군이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다니, 거지라... 그런말인가? 거지라니! 이게 무슨소리야!!!



아카샤의 은신처는 황금의 미궁보다 더 한데,


힘과 맷집이 75% 감소되는 파멸의 역병 디버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황금의 미궁 네임드 보스가 드랍하는 신성한 보호의 물약이 필요하며,
쉽게 공략하기도 어렵거니와 황금의 미궁의 2배에 달하는 12시간의 던전 재사용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던전 재사용 시간의 한계 때문에 무작정 도전을 하는 통칭 트라이팟이 결성되기도 어렵고,
막상 공략을 하더라도 12시간 중 남는 시간에 특별히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어지는 셈이다.




▲ 원거리 뎀감+즉사급 유도기술+빠른 체력리젠 등 악명이 높은 아카샤. 막상 잡아도 12시간 쿨이...



지나칠 정도로 딜러의 성향을 타는 던전의 구성 부분도 지적되고 있는 부분.


황금의 미궁에서는 주변 광역 공격을 남발하는 보스로 인해 근접 딜러들이 극단적으로 기피되지만,
아카샤의 은신처에서는 원거리 공격의 데미지가 처참하게 감소하는 몬스터가 배치되었기 때문에
몇몇 직업은 해당 던전의 파티에 참여도 하기 힘들고 참여하더라도 극히 드문 경우에만 가능하여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결국 현재의 던전은 해당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파티를 꾸리더라도 난이도 대비 보상이 적절하지 못하며,
일부 직업은 파티에 참여하기 힘들거나 참여할 수가 없어 실질적으로는 만레벨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상위 아이템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부 직업군

최상위 던전의 한계와 함께 언급되는 사항이 일부 직업군,
정확하게 말하자면 힐러 직업군의 아이템이 갖는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힐러 직업군은 무기의 기본 성능(공격 성능, 충격 증폭)과 무관하게
오직 HP 즉시 회복 스킬의 HP 회복량 9.1% 증가 옵션으로만 치유 스킬의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치유 주문의 시전 속도와 시전 후 딜레이를 줄이기 위해서 공격 속도 8% 증가 옵션을 선호한다.


이들 2개의 옵션만 많이 붙어 있는 무기라면
그것이 1레벨 아이템이건 50레벨 아이템이건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 파티 플레이 중심의 힐러에게는 "강화용 재료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힐러 직업군들은 상위 던전에서 아이템을 파밍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직업 우선으로 분배(직주)하는 던전 내 아이템 분배 방식으로는
좋은 무기를 얻어 비싼 가격에 판매할 확률도 극단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파티 내에 아이템을 무작위로 분배(올주)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아이템 분배 논쟁의 한 축이 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올주냐, 직주냐 그것이 문제로다! 파티 내 아이템 분배 방식 논란





기약이 없는 전장과 정치 시스템의 공개와 대규모 업데이트

지난 1월 25일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전장과 정치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사전 예고가 된 바 있다.


이미 오픈 베타 당시에 5vs5의 투기장 형태의 전장과 10vs10의 거점점령전 형태의
전장 2종류가 공개되었기에 정식 서비스와 함께 공개 될 것이라고 유저들은 믿었지만,
정식 서비스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전장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이다.




▲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전장과 정치 시스템



또, 영주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 시스템의 경우도
만레벨 유저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아직 지속적인 확인 중이다는 답변 외에는
정확히 언제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어 유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관련 기사 : 블루홀 스튜디오 개발자 인터뷰




▲ 과연 적정 수의 만레벨은 몇 명 정도를 의미하는 걸까?




부캐 육성을 제한하는 유일 아이템, 로크의 핏방울 목걸이


결국 만레벨 이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된 유저들은
대부분 두 번째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캐 육성에도 몇 가지 걸림돌은 존재한다.


현재 기존 예약 결제자에게 지급되었던 로크의 핏방울 목걸이 같은 경우,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공격속도 8% 증가 옵션이 붙은 목걸이다.


공격속도가 갖는 가치가 유저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무기 아이템에 붙은 공격속도 옵션의 개수에 따라서 해당 무기의 가격이
(힐러, 딜러, 탱커를 불문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로크의 핏방울 목걸이는 일종의 밸런스 불균형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목걸이는 계정 귀속 형태가 아닌 캐릭터 귀속 형태라
본캐에 이 목걸이를 귀속시켰다면 부캐에는 사용할 수 없어서


극 공속을 선호하는 유저들은 공속 8%의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부캐를 키워야 하나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최적의 옵션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의 특성상 부캐 육성의 의욕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된다.




▲ 디아블로에서 바바리안 캐릭에 에너지 1찍었다고 99레벨 캐릭터를 삭제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공격속도 8%는 캐릭터의 기본적인 성능을 갈아 엎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난 2월 17일 패치로 인해 사냥하는 몬스터보다 2레벨 이상 높은 레벨의 파티원이 존재하면
파티 전원에게 경험치 페널티가 적용되면서, 파티 플레이가 대부분이 되는 현재의 레벨업 시스템에서
부캐릭의 육성을 더 느려지게 하는 조치로 평가되며 유저들의 불만 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고레벨 파티원은 민폐? 바뀐 파티 경험치 분배 방식




▲ 고레벨 밀대를 막는 방법이지만... 현재의 페널티 미적용 구간이 지나치게 좁은 것도 문제




이 외에 또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겠으나
결국 현재의 테라는 만레벨 달성 이후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와 함께,
실제 갖춰진 콘텐츠도 착용 시 귀속의 아이템 시스템이나 난이도, 효율성 때문에 외면당하는 한 편,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역시 하향 패치나 업데이트 없음으로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부족한 만레벨 콘텐츠를 보완할 방법은 없나



그렇다면 이러한 콘텐츠 부족과 관련해 해결책은 없을까?
현재의 시스템에 크게 손을 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영웅 모드 던전의 도입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비롯한 몇 몇 MMORPG에서 도입한 시스템으로,
저레벨 던전을 재활용하면서 몬스터들의 능력치, 패턴 조정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비밀 기지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로크 교도 잔당들이 다시 비밀 기지에 세력을 갖추고 벨리카를 위협하려고 한다"라는 스토리로
기존 20레벨이었던 던전과 동일한 구조이지만 50레벨 난이도로 던전을 다시금 사용하는 것.


또한 블러디 머더러 같은 보스들의 이름을 바꾸어
광포한 쿠마스의 부하를 소환하여 생명력을 회복하는 패턴이나 분신 소환 같은
몇 가지 패턴을 넣어 보다 공략하기 어렵게 새로운 던전을 꾸미는 식이다.


물론 드랍되는 아이템이 현재의 던전에서의 것 보다 수준이 높아야 함은 당연하다.



▲ WOW 수준으로 몹 패턴의 대대적인 변동이 없더라도 던전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에 가치가 있다.
(스샷은 WOW의 죽음의 폐광 영웅 던전 中)



이 경우, 현재는 2종류밖에 존재하지 않는 50레벨급 던전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기존에 이들 던전을 진행했던 유저들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잉여 필드의 활용


현재 벨리카 주변의 필드는 20레벨 이후에 진행하는 탈 것 획득 퀘스트를 위한 당근 채집 외에는
그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이는 알레만시아 주변의 필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필드에 유저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잉여 필드를 활용하면서 유저들이 할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 이 넓은 필드를 활용할 수 없다니... 라스베가스도 만들 수 있겠건만!



벨리카 필드의 경우 마구간이 존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에 리니지 등에서 활용되었던 경마장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경마 시스템은 사행성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마권을 구입해 우승하면 골드로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교환이 불가능한 고가의 강화 크리스탈이나
귀속된 장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 옵션 변경권
같은 아이템으로 보상해주는 것은 어떨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크리스탈 가격의 안정이나
옵션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장비류의 가격 차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솔직히 만레벨이 되어서 주로 소비되는 골드는 강화 크리스탈 때문이다.



이러한 경마장 외에도 유저들이 직접 말을 타고 달리는 승마장 형태도 고려해볼 수 있다.


던전에 등장하는 가시 함정 같은 것이 트랙 곳곳에 설치되어
경기에 참여한 유저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지면 전투가 풀릴 때까지 발로 뛰어야 하는 식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인데, 이러한 승마장은 에이지 오브 코난 등의 게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 코난판 앨리샤? 경마장 시스템




▲ 아이유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이 정도만이라도...



이 외에도 유저들의 PvP가 넓은 필드에서 이뤄지는 것에 착안해
그룹 결투와 5vs5 전장을 조합해, 참가비를 내고 전투를 벌여
승자가 판돈을 얻는 형태의 투기장 등, 잉여 필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아이템 옵션의 다양화를 통한 파밍 의욕 증가

현재 테라의 아이템 옵션은 직접적인 공격력이나 방어력 외에는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발동 옵션이나 사용옵션이 부족한 편이다.



만약 힐러의 무기에 붙는 추가 옵션에
10레벨 전설 아이템에는 HP 직접 치유 주문 사용 시 치유량의 10%를 10초간 지속 치유,
50레벨 전설 아이템에는 HP 직접 치유 주문 사용시 치유량의 30%를 10초간 지속 치유 형태로
편차가 있는 발동 옵션이 붙는다면 어떨까?


혹은 치유 주문 사용 후 10초 동안 이동 속도와 공격속도가 XX%만큼 증가라는 옵션이 있고
레벨에 따라 효과에 편차를 둔다면?



이러한 효과 외에도 공격 시 10%의 확률로 15초간 3초마다 X의 피해를 입히는 독 효과 추가,
방패 막기나 회피 공격 사용 시, 주위 10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파티원에게 효과 적용 등
재미있는 형태의 아이템 옵션을 등장시킬 수도 있다.
(이미 일부는 강화 크리스탈이나 문장으로도 적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 맹독 크리스탈과 같이 특수한 옵션을 장비에 부과한다면 좀 더 재미있는 세팅이 나오지 않을까?



사실 신규 아이템 옵션을 만들지 않더라도,
치유량과 같은 특정 옵션이 무기 공격력에 따라 증가하거나,
장비에 붙은 옵션이 레벨에 따라 편차 보이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힐러 직업군의 현재와 같은 파밍 의욕 저하는 줄일 수 있고,
보다 상위 던전에 도전하는 파티 구성이 용이해질 것이다.


밸런스와 연관이 있는 로크의 핏방울 목걸이 역시,
공격속도 옵션을 가진 다양한 아이템이 추가하거나 계정 귀속 형태,
거래가 가능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물론 아이템 옵션과 관련한 부분은 밸런스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니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마치며…….



현재 개발팀은 각종 인터뷰 등에서 현재는 버그 패치에 전념 중이며,
대규모 업데이트는 4월 정도 선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것도 이제 고작 정식 서비스 한 달 남짓인 테라가 그러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그 기간까지 생겨날 만레벨 캐릭터를 감안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당장에 콘텐츠의 추가가 힘들다면 상위 지역에 만레벨 유저를 위한
일일 퀘스트 같은 소소한 할거리들을 추가해서 모인 휘장으로 장비 아이템의 랜덤 옵션을 노린다거나,
다음 업데이트까지 부캐릭터를 편하게 육성하게 할 수 있는 유연성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 던전을 가기 힘든 유저가 장비를 맞추기 쉽도록 무한 반복이 가능한 일부 휘장 퀘스트도 괜찮을 법 하지만...



2011년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한 대작MMORPG 테라.


당분간 테라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경쟁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유저들은 언제라도 발길을 돌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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