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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대륙의 헤인스 왕국.

질 좋은 석탄과 철이 채굴되어 대륙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라고 불리는 왕국의 한 후작가문.

아인스워드 가문에, 기운찬 딸이 하나 있다.

이름은 애너벨 아인스워드 3세, 줄여서 애나라고 불린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인 7세의 그녀는, 쌍둥이자리의 6월의 내리쬐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오늘도 루비처럼 붉은 눈을 빛내며 정원을 뛰어 놀다,

그녀를 찾으러 온 유모에게 꾸중을 듣는다.


「아가씨, 애나 아가씨! 참, 또 드레스를 이렇게나...」


유모가 말하듯, 애나의 드레스는 여기저기 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애나가 흙 범벅이 된 양 손을 유모에게 내밀며 활짝 웃자, 유모의 얼굴에도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유모가 기운차게 애나를 안아 든다.

어릴 적 부터 쭉 길러왔던 애나의 긴 금발이 찰랑대며 유모의 볼을 간지럽힌다.

유모는 애나를 안은 채 욕탕으로 향했고, 약 10분이 흘렀다.

깨끗해진 단장을 한 애나는 저녁이 다 되었다는 시종장의 안내에 따라 유모와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의 긴 테이블엔, 언제나처럼 가장 끝에 아버지, 아인스워드 후작이 자리했고

그 옆에는 어머니가 자리해 있다. 애나의 자리는 그 옆이다.

애나가 유모의 품을 벗어나 당당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자리에 착석하였고, 시종들이 하나 둘 요리를 날라오기 시작했다.

애나의 어머니, 귀부인 시네스 아인스워드가 애나를 보며 묻는다.


「애나, 오늘은 공부 했니?」


애나가 도리질을 치며 말했다.


「오늘은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정원에서 노느라 잊어버렸어요」

「그럼 안 되지. 가정교사 분께서 곤란해 하시잖니?」

「네」


어디까지고 착하고 해맑고 순수하며, 예절도 바른 아이.

애나는 언제나 어머니께 그렇게 배워 왔기에, 그것을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아버지 아인스워드 후작은 애나의 교육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는데,

애나는 공무가 바빠서 그런가보다 라고 자연스레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스워드 후작이 때로 자신을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애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아버지와 어머니가 먼저 자리를 떴고, 애나는 천천히 식사를 마친 후

항상 이 시간에 어머니가 침실에서 읽어 주시는 동화책을 기대하며 별실에 딸린 어머니의 침실로 향했다.

어머니의 침실 문을 두드리자 시종 하나가 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니는 동화책을 들고 침대에 앉아 계셨다.

애나가 쪼르르 달려가 어머니의 무릎에 폴짝 앉았고, 어머니는 그런 애나의 긴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애나가 이제 다 컸나보네. 엄청 무거워졌는데?」


애나가 입술을 삐죽이며 되받아친다.


「방금 밥 먹어서 그런 거예요. 뭐」


어머니가 웃었고, 애나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즈음.

쾅!

침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아버지, 아인스워드 후작이 들어왔다.

어머니와 내가 아버지를 쳐다봤고, 아버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들고 있는 서신을 어머니에게 넘겨주었다.

곧, 어머니가 애나를 내려놓고 유모를 호출했다.

5분도 되지 않아 유모가 침실에 도착했고, 어머니는 유모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애나를 맡긴 채

침실 문을 닫아 버렸다.

가끔 이런 적이 있었고, 그럴 때는 항상 유모의 침실에서 유모와 함께 잤다.

침실 안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지만, 희미했기에 애나는 몇 단어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교국...이단...우리...」


애나가 집중해서 듣고 싶어서 유모를 뿌리치고 문에 다가가려 했지만,

유모가 애나를 부드럽게 제지하며 유모의 숙소로 데리고 갔다.

숙소에 거의 다다르던 찰나, 집사 한 명이 저택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유모의 얼굴이 찌푸려지며, 호통이 나왔다.


「웬 소란이냐!」


집사는 헐떡거리면서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교국에서...교국에서 이단심문관이 영지에 들어왔습니다!」


유모가 눈을 부릅떴다. 애나의 손을 잡은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유모가 다시 말했다.


「오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집사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약 30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유모가 황급히 발길을 돌려, 애나가 처음 가 보는 곳으로 애나를 데리고 갔다.

애나가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유모는 애나를 어두컴컴한 지하로 인도했다.

손을 놓고 애나의 양 어깨를 잡으며 자세를 낮추고, 유모가 말했다.


「아가씨, 이제부터 누구도 믿지 마십시오」

「응? 유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명심하십시오. 아무도 믿어선 안 됩니다」

「응! 알았어」

「그동안...즐거웠습니다, 아가씨」


그 말을 끝으로, 유모는 바닥으로 난 작은 철문을 열고 애나를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무섭다고 느껴서 오히려 그랬던 것일까...

한없이 떨어지는 듯 한 낙하감을 느끼며, 애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