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곧 식사가 날라져 왔다.

아침을 못 먹어서 그런지 음식 냄새를 맡자 더 허기가 졌다.

집에서 먹는 음식은 기대하면 안 된다.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프와 간이 적절한 오리고기 스튜, 디저트로 달콤한 호박 파이까지.

일개 여관의 요리 치고는 엄청나게 호화로운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창문을 열자, 저 멀리 광장이 보였다.

광장에는 여러 시설물들과 노점상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신전기사들이 노점상을 걷어 차며 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곧, 커다란 단두대와 화형대가 들어와 중앙에 자리했고, 그 주위를 신전기사들이 에워쌌다.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었기에, 바깥쪽 원을 두른 신전기사들이 주변에 화톳불을 피웠다.

시작되려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의 처형이.

애나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알고 있다.

이미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광장에서 애나는 그 작은 체구를 이용해

가장 앞자리, 신전기사의 바로 앞까지 올 수 있었다.


부우우우우-

기사들로 둘러싼 원의 가운데에서 나팔 소리가 울렸다.

창살로 사방이 막힌 마차 네 대가 들어왔다. 모두 애나가 아는 얼굴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있는 마차는 마지막에 있었는데, 유모와 시종장도 같이 있었다.

나팔이 울린 부근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저 자가 이단심문관일 것이다.


「처형을 시작한다!」


부우우우우우우-

나팔 소리가 한 번 더 들리며 첫 마차의 사람들이 끌려 나왔다.

시녀들과 하인 중 몇 명이었다.

차례차례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나갔다. 잘린 목은 창에 꽂혀 효수(梟首)되었고,

더운 피를 쏟아내는 몸뚱이는 화형대에 고정된 채 활활 타 백골이 되었다.

아는 모두의 얼굴이 창에 꽂힌 채 세워졌고, 이윽고, 어머니의 차례가 되었다.

애나가 대열을 이탈하려 했고, 앞에 있던 신전기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제지했다.


「이 앞은 위험하니, 나오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애나는 제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을 부인이 우연히 목격하였다.

부인이 어떻게 애나라는 걸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여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애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나가 눈물을 흘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자,

단두대에 들어가면서도 의연한 목소리로 어머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Interlude #1


따라오려 하지 말아요, 그대

난 먼저 떠나야만 해요


날 향해 울지 말아요, 그대

그댄 이제 나 없는 곳에 살 테니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대

내가 그대를 비춰줄 날이 오겠죠


그때가 되면

그대를 안고


그대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그대와 살아갈래요


- Milady Cinnes Einsward, 「안녕」

제논 력 105년, 쌍둥이자리의 7월 20일






서걱.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어머니의 목이 떨어졌다.

창에 꽂혀 효수되었다.

몸은 다시 화형대로 가, 백골만 남기고 모두 타올라 없어졌다.


애나는 뛰었다. 뛰고 또 뛰어 여관 방으로 돌아왔다.

결국, 애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불 속에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머니가 죽기 전에 애나에게 들려줬던 노래만이, 애나의 귓가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