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상품 문의에 대한 답변들을 확인했다. 어제 빠른 발송 부탁드린다고 판매자들에게 문의를 남겨두길 잘 했다.

그렇게 두 건을 취소하고 다시 또 주문을 했다. 뭔가 이번 택배들은 순탄치 않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품절에, 늦어지는 발송일, 생각보다 별로여서 환불 등 평소의 쇼핑과는 달랐다. 너 좀 어색하다?

괜찮다. 그래도 아까 예쁜 원피스 두 벌과 카디건을 받았다. 잠깐만, 그런데 또 생각하니까 어이가... 없네?

이번에 나를 귀찮게 만들었던 상품들은 죄다 백화점 쇼핑몰에서 구매했던 것들이다. 정확히 콕 집어서 현대.

내가 현대카드를 쓰고 있는데 나한테 이러기야?  이러기 있기 없기?



출근 후 뭘 했는지 딱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다고 자게질을 한 것도 아니니 아마도 그냥 뭐 잡일들을 했겠지?

그와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는 또 택배기사님인 줄 알고 설렜건만. 꽃? 꽃배달? 네?

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어쨌든 수취인은 내가 맞았기에 직장 주소를 확인하고 마저 잡일을 했다.

그렇게 내심 기다렸으면서 안 기다렸던 척한 꽃이 도착했다. 어머, 정말로 꽃이 왔네?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꽃은커녕 녹색 풀 잎사귀들도 얼어 죽어 바닥을 뒹구는 마당에,

이렇게 알록달록 예쁘고 향긋한, 촉촉한(스프레이로 물 빨) 꽃이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다니!

이렇게 어두 칙칙한 검은 책상과 히터로 쩍쩍 갈라지는 내 손이 불쌍해지는 이곳에 한 줄기의 싱그러움이라니!

한참을 코를 박고 있었다. 음~ 얼마 만에 맡아보는 꽃향기인가~ 나도 너무 좋았지만, 하늘이도 참 좋아했다.



여담으로 나는 꽃을 참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현실적인 꽃(?)을 좋아한다.

어릴 때 받았던 장미꽃 100송이와 같은, 당시 십오만 원 주고 샀다고 말할 거였으면 물어나 보지. 지갑이나 사게, 호호.

여하튼 그런 거 말고 그냥 아무 의미 없는 날의 꽃 한 송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꽃다발 같은 그런 게 좋다.

전 남자친구가 참 그래줬다. 평범한 날, 예쁜 꽃. 그러니 내가 눈이 뒤집혀 보증을 섰지 시발. 하하 하하.

지금 보니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개새끼. 어쨌든 이미 지나간 일. 똥 밟았지 뭐. 카학-퉤퉤.

이렇게 꽃내음 물씬 풍기는 향긋한 나의 일기장에 똥내음까지 풍기게 될 줄이야. 어이구야. 



오늘은 비교적 스무스하게 일을 했다. 그리 바쁘지도 않았지만 아예 할 일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엄청 중요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실은 그런 중요한 일들은 시작하면 귀찮아져서 미루고 있는 중.

약 3주 전? 한 달 전 즈음에 바빠도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자라고 씨불였던 게 생각이 난다. (씨불이다=표준어임)

여유가 아니라 그저 귀차니즘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왜 그렇게 세상만사 귀찮을까?

이것도 병이라면 병일까? 귀차니즘=무기력? 아 또 진지해지면 머리 아파지니 여기서 STOP!

어쨌든 나는 매사가 귀찮아 집순이인 여자. 그러나 한 번 나가놀면 끝장나게 노는 여자.

나의 끝장은 클럽이건만 나의 흥한 체력을 따라와 줄 이가 없어 그저 아쉬울 뿐.



벌써 12월 중순이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와 연말, 다가올 새해라는 바쁨에 감춰져 나이를 또 먹겠네 시발? 주르륵.

그래도 나는 허락하지도 않았건만 쥐도 새도 모르게 나에게 올 것을 알면서도 속아주련다. 

365일을 살았는데 고작 숫자 1 올라가는 나이에게 선심 써서 눈 감아 주련다.

이렇게 또 한 살 먹는다 한들, 뭐-.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봤자 늬들보다야 많겠어? 











p.s. 친구의 실수로 누가 꽃을 보냈는지 알게됬다.
모른척 해달래서 그러고 있는중-.





 하늘이는그렇게 한참을 꽃향기를 맡았다^^*
 
키보드에 한자 키가 없어서 하트를 못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