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여러분,

챔피언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대해 소개드릴 Rory "RiotLamz" Alderton 입니다.
소환사 광장이나 오프라인 행사에서 플레이어 여러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챔피언의 제작 과정을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챔피언의 움직임에 숨을 불어넣는 과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저희가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오늘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핸드 키와 모션 캡처 라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배우들이 반짝이는 공이 잔뜩 달린 바디 수트를 입고 뛰어다니는 화면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그게 바로 모션 캡처 방식입니다.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수 많은 게임과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죠. 핸드 키 방식은 애니메이션의 모든 프레임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더 오래 걸리고 수작업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지만,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자유자재로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기존 골격의 한계를 넘어 과장된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비율을 그리고 싶을 때 사용되며, 보통 만화 영화 또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어떤 방식을 사용할까요? 네, 바로 두 번째, 핸드 키 방식입니다. 제가 입사하기 훨씬 전부터 정해진 것으로, 핸드 키 방식은 라이엇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매끄럽고 즉각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그리고 핸드 키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고유의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스미어 프레임, 스쿼시 앤 스트레치와 같은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할 수 있어 게임 플레이의 직관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럼, 몇 가지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쉽지 않았던 야스오의 궁극기

시각적으로나 게임에 미치는 영향으로나 궁극기는 가장 비중이 큰 스킬입니다. 다리우스의 단두대에 얻어맞거나 자크의 바운스에 죽음을 당하는 경우, 애니메이션, 즉 스킬의 시각적 측면이 더 과장되고 눈에 잘 띄어야 하죠.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저희는 야스오가 최후의 숨결을 시전하는 1초, 즉 30개의 애니메이션 프레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야스오만의 날렵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게임플레이를 위해 애니메이션은 1초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를 컨셉으로 정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명확하고 효과적이며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 중 하나는 야스오가 1초 동안 상대방을 아래에서 위로 가르는 동작을 하게 하는 것이었는데요, 플레이테스트를 거쳐보니 그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움직임이 너무나도 작은 공간에 한정돼 있었고 스킬의 시각효과에 가려 야스오가 거의 보이질 않았죠.

다음으로 시도했던 아이디어는 야스오가 점프를 해 세 번 타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바로 검토된 후 빠르게 채택되었죠. 첫 단계 성공! 다음 단계는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으로, 야스오가 공중에서 선보일 세 가지 주요 포즈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세가지 포즈는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오래 보이는 모습으로 궁극기의 핵심이 되는 장면이죠.
이 세가지 포즈가 완성된 후, 연결되는 동작을 만들어 야스오의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완성시켰습니다.
그 완성된 모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스플라인 기법을 적용해 멈춰있는 여러 개의 포즈를 매끄럽게 이어지는 동작으로 변환시켰습니다. 이 단계에서 애니메이션은 게임에 바로 사용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보통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가장 오래 걸리는 야스오의 머리카락과 밧줄 움직임이 전혀 표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큰 움직임에 만족하면 마지막에 머리카락이나 밧줄과 같은 부분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희는 지글 테크 (Jiggle Tech) 라는 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지글 테크는 애니메이션 툴에서 직접 물리학적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애니메이션이 야스오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기술입니다. 즉, 동작을 지속적으로 수정해도 머리카락이나 밧줄 움직임을
매번 수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큰 그림은 완성됐으니 마무리를 해야겠죠? 이 단계에서는 스미어 프레임을 추가해 캐릭터와 소품을 한 프레임 안에서 굉장히 과장된 비율로 늘리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애니메이션에 부드러움과 속도감이 더해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느낌이 살아있는 깔끔한 동작이 완성됩니다.



브라움 만들기

브라움은 전투할 때 굉장히 오래된 문짝을 거대한 방패처럼 들고 다닙니다. 멋진 컨셉이지만 브라움이 공격할 때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스킬을 쓸 때는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해야 했죠. 이런 점에서 브라움을 만들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내가 지킨다 스킬이었습니다. 브라움이 이동 중이나 다른 스킬을 시전할 때 함께 쓸 수도 있는 복잡한 스킬이어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합성해 360도의 움직임과 공격 시스템을 짜야 했죠. 프렐요드의 심장 브라움의 특징적인 스킬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탄탄하고 방어적인 기본 자세를 만들어 브라움의 다른 움직임과 연결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몇 가지 시도해보니 한 손으로 방패를 땅에 박고 있는 포즈가 가장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렇게 하면 브라움이 공격하는 움직임을 취할 때 두 주먹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브라움이 스킬을 쓸 때 어떻게 움직여야 동료를 보호하고 적군의 공격을 막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죠. 브라움이 방패를 한 손으로 들고 휘젓고 다니면 방패의 무게감과 힘이 떨어지므로 그건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패를 쥐는 방식을 바꾸고 자세도 바꿔 브라움이 움직일 때는 양손을 쓰도록 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할 차례입니다. 앞, 왼쪽, 오른쪽, 뒤, 네 가지 별도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합쳐 360도의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업이 매끄럽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 애니메이션이 같은 길이여야 했고, 브라움의 팔다리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했으며, 동일한 프레임에 브라움이 착지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가 지킨다의 정지상태 및 큰 움직임이 정해지자 브라움이 내가 지킨다를 시전하며 공격할 때의 움직임이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브라움의 스킬 구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기획 담당자가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단호히 주장하는 부분이었죠. 먼저 여러 변수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활용해 봤지만, 컴퓨터가 생성한 애니메이션은 동작이 너무 뭉개져 있어 흐늘흐늘하고 힘이 없었습니다. 결국 360도를 넷으로 나누어 동작의 뭉개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홉 개의 공격 동작을 따로따로 만들었습니다. 아래처럼 말이죠.

 


마무리로는 자체 기술인 지글 테크를 브라움의 목걸이와 밧줄에 적용시켰습니다.
이런 부수적인 애니메이션이 전체적인 큰 그림과 잘 어울려 정돈된 느낌을 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라움의 궁극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여러 요소들이 한데 모여 게임 속에서 멋진 순간을 만들어내는 좋은 사례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지금까지 라이엇 게임즈에서 챔피언 애니메이션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대략 알려드렸습니다. 저희는 항상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더 나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면 다른 분야의 개발자들에게도 흥미롭고 신나는 도전 과제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예술을 발전시키고, 예술이 기술을 발전시킨다”라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