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내일도 역시나 출근하기가 싫으므로 한마리 더 한판 더를 속으로 외치며 잠들기를 거부하고 쪼렙 50짜리 아레아 캐릭으로 50인던 매칭을 돌리던 9월 20일(오늘) 새벽 1시쯔음 이었다고 합니다.

 

10명 가까이 매칭되는데 날 버리고 두 파티가 떠나는걸 구경하며 손가락만 빨다가 드디어 잡힌 파티! 아쳐 셋에 클레릭 두분이군요.

 

다들 한판 이상씩은 도신 레벨이고 저만 50이라 영혼의 딜을 결심하며 시작과 동시에 멀샷과 베라지를 다 돌리고 오블과 헤비를 마구 쏴재끼며 물약을 쪽쪽 빨아먹던 중, 뭔가 이상해서 파티원의 상태를 살펴보니, 한명은 아삼, 한명은 아레헌입니다.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굴려대며 실눈을 뜨고 전장을 가만~히 쭈욱 지켜보고 있으니.. 귀여운 뱁새녀석이 몹들을 물고 있고 간간히 터져나오는 베라지가 보입니다. 유독 한 친구가 카프리선의 10대 추가타 데미지를 열씸히 띄우며 무빙샷을 날리고 있네요.

 

이 친구, 아삼인데도 불구하고 오른쪽 두번째 방이 끝날때까지 멀티샷 한번 쓰는 꼴을 못봅니다. 그 시점에서 이미 나는 퀘로 받은 SP 물약을 닝겔 맞는듯 20여개를 빨아재낀 이후구요. 이 친구는 엠이 바닥인데도 평타만 한참 쳐대다가 손가락이 심심한지 가~끔 엠약을 드링킹하고는 스윕 버프만 쓰고 다시 평타질을 하고 있네요.

 

보다보다 저게 뭔짓인가 싶어 "멀샷이라도 좀 갈기심이?" 라고 던져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말에 꿀이 발라져있었던듯, 맛있게 씹고 평타를 때립니다. 일부러 신경 거슬리게 한마디 더 던져봅니다. "카프리 입고 추가타 12 들어가는 평타만 계속 올라가는거 보고 있응게 그시기 하네요?", "ㅡ,.ㅡ". 여전히 씹습니다.

 

옆에 있던 아레헌 님께서 오해하셨는지 "저염?" 하시네요. "저짝 말없이 평타 치시는 분염" 하니, 물음표 하나가 되돌아옵니다.

 

아.. 말이 통할 친구가 아님을 직감하고 그냥 거기서 무시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살짝 긁힌 맘에 "겁나 꼴배기싫네 아오" 라고 한번 더 던지고 말았습니다. "머래" 랍니다.

 

"트윈섞으면서치고잇는데"

"장애잇나보내"

"근데"

"인티밋이 왜나대냐"

 

네. 제 인게임 팀명은 인티밋입니다. 제가 이 친구의 기분을 많이 상하게 했던 모양입니다. 왼쪽 방들을 도는데 한번에도 아니고 쉬어가며 한마디씩 던져주네요. 하지만 일단 저 친구의 한글을 못 쓰는 장애를 고쳐주고 싶은 측은한 마음이 자꾸만 드네요.

 

"트오세 녹화 좋네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썼습니다.

 

사실 암말 않고 가만히 왼쪽 두방 다 도는 동안 저렇게 장애와 나댐을 질타하시는 이 친구의 섬세함때문에 녹화 버튼을 누르긴 했었지만, 나의 소중한 SSD가 저런 친구때문에 비트 하나라도 더럽혀지는게 싫어져서 금새 끄고, 좀 뒤에 한 얘기였지요.

 

녹화한다고 했더니 "개나대내" 라고 하십니다. 왠지 우쮸쮸가 필요할 것 같아 "우쮸쮸" 해주었습니다. "젤약한게 시비트노" 라고 합니다. 오오옹~ 50인던 한판 먼저 돈 것이 이리 큰 벼슬인지 짧은 트오세 인생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이 막방 들어가기 직전이었지요. 그런데 이 친구, 갑자기 막방에 들어서자 멀티샷을 풀!챠!징!합니다. 세상에! 사실 전 이 친구가 첫캐릭이고, 멀티샷이 뭔지도 모르는게 아닐까, 괜히 선량한 뉴비를 괴롭힌걸까, 하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말이예요. 전에 어느 게시판에서, 패치 전 샤울 횃불 방에서 !!녹화중 이라고 써두면 모두가 일어나는 기적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던져본 것인데요. 이 새침한 친구도 카메라 의식은 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깜찍귀요미를 보았나 ㅎㅎ

 

그 순간 맷돌 손잡이가 쏙! 하고 일주일간 앓던 여드름이 피 한방울 없이 덩어리 채로 뽑히듯 시원하게 빠져버렸습니다.

 

"** 인제 쏘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제가 욕을 썼는데 욕이 안써지네요. 잇힝. 꼭 저 친구에게 '병신' 이라는 글을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치졸허기는 ㅡ.ㅡ". 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미 나사 빠졌고 말 막나갑니다. 이 친구를 소개하기 위해 쓰는 글이니, 저 스스로도 숨기는게 없고 싶으므로 제가 막말한것도 빠짐없이 모두 적어 올립니다.

 

이 친구, 그렇게 멀티샷 두 번을 풀챠징해서 어딘가 요상한곳에 쏘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보스전을 치루다가 막판에 남들 다 멀쩡한데 혼자만 드러눕더니, 소크도 안쓰고 입구 부활해서 뛰어와서는, 뭔 젬을 그리 많이 들고 다니는지 20여개는 되보이는 떨어뜨린 젬들을 줏어들고 잠시 앉았다가 말없이 먼저 돌아갑니다. 캐선인지 퀘 돌아가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뉴비는 아닌것으로 보이네요. 이런 고급 기술을 사용하다니. 그렇게 적어도 나머지 4명은 나름 화기애애한 상태로 길고 길었던 50인던 한판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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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존 짱 귀여운 유라테-시즌서버의 키빙 님을 살짝 소개드렸는데요.

 

사실 이게 사사게에 올라올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저 그냥저냥인 동렙대에서 무작위로 매칭되는 인던에 신청하고 파티 일원으로 들어왔으면,

 

최선을 다하지는 않더라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하는게,

 

사람이라면 옵션이 아니라 기본 패키지로 포함되어야 하는게 정상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처노는 꼬라지 보는게 아니꼬와서 올린것이지요.

 

뭐,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고 사람이 아니라 캐릭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찌질한 새끼들이 현실에서라고 지 역할 제대로 할거란 생각은 개미 눈꼽만큼도 들지 않기는 하네요.

 

(남들 등쳐먹고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지는 잘 모르겄네요.)

 

나중에 유라테 섭이 어느 서버로 흡수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유라테 서버의 어떤 분들이나 향후 합쳐질 서버의 어떤 분들이,

 

이 귀여운 친구를 파티원이나 길드원, 인게임 지인 등으로 만나 맘고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이 친구가 매장당해서 트오세에서 손을 땠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듯 하니 아쉽지만 패스..-_-

 

채팅창 스샷은 찍어두었는데 챗창 편집하기 귀찮아서 안올립니다. 소설쓴다고 까는 분이 있으면 걍 통째로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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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 01시 경. 추가.

 

 

퇴근 후 탱자탱자 하다가 늦게 기어들어와서 이제야 추가로 스샷 올립니다. 아쉽게도 채팅뿐이네요.

상관없는 외침분들. 인던 파티원분들, 기존 파티원 목록 안보이게 지우고 당사자 이름만 보이게 했습니다.

이름지우면서 보니 본문에 하나 빼먹은게 있군요. "근래 보기 드문 훌륭한 볍쉰이었다."

일부러 뺐다고 물어뜯기 딱 좋겠군요. 먹이주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에효.

뭐, 병신 썼다 필터링 당한것도 썼는데 저걸 굳이 일부러 뺄 필요는 없으니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빼액하러 온것마냥 취급하며 긁는 인간도 있어서 말하자면.

본문에 나사 빠진 부분은 영상 녹화 이야기 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찍는 부분이 포인트입니다.

사람이 떳떳한데 영상 찍던 말던 그 전과 후가 왜 달라지죠? 생각을 동반한 시비를 거세요.

사람이 아니라 캐릭이라서 그렇다 하시면 수긍하겠습니다. 웃자고 한소린데 재미는 개뿔 어이가 대신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