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반은 여자'란 말이 있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게임 업계에서는 무색한 말입니다. 특히 승패를 다투기에 e스포츠 종목으로 주로 선정되는 게임들에서는 여성 유저들이 정말 적은 편에 속합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그랬고, 도타2도 그렇고, 예외적이라면 유저 수가 정말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정도가 되겠지요.

그래서인지 전통적으로 여성 프로게이머의 등장은 많지 않았습니다. 남성 프로게이머들이 다양한 연령층을 자랑하며 바글바글했다면, 여성 선수들은 손으로 꼽힐 정도로 적었죠. 하지만 승부에 세계에 도전을 내민 여성들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전쟁의 여신 같은 느낌일까요? 많은 관심을 받은 여성 선수들은 그만큼 많은 화제를 만들어냈죠.

얼마 전, MSI에서는 김가영을 홍보 모델로 신형 노트북 광고 촬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김가영 선수는 스타2에서는 여성리그인 WSL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최고 실력자였고, 도타2 NSL의 리포터를 맡으면서 다른 종목에 대한 식견과 함께 방송인으로서의 도전장도 내밀었습니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가영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MSI의 홍보 모델 김가영, "e스포츠 시장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고 싶어요"



Q.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본지 오래된 것 같네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최근에 도타2 리포터도 하기도 했고요. 이번에는 MSI 광고 촬영 등을 통해서 e스포츠를 알리는데 이바지하고 있어요.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Q. MSI하고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나요?

처음에 WSL을 했을 때 MSI에서 그래픽 카드를 후원해주셨어요. 그를 계기로 GS70 스텔스라는 제품 광고를 찍으면서 1월 말에 정식적인 스폰서십 계약을 맺게 됐어요. 저도 계약이 됐지만 팀도 같이 후원을 받게 됐죠.


Q. 광고 촬영은 얼마나 자주 하나요? 프로게이머가 광고를 촬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11월에 한번 하고, 중간에도 틈틈이 계속해왔어요. 중간에 사진촬영도 했어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었는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전문적인 부분도 필요하고 영상 촬영에서는 자연스러운 말투도 어렵고요. 표정도 그렇고 아직은 어색해요.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확실히 낫더라고요(웃음).


Q. MSI에서는 자신의 매력은 어떤 점으로 보고 있나요?

아무래도 제가 여성 리그에서 우승도 해봤고. 그런 모습이 열정적이고 멋있어 보였대요. MSI측에서는 대중이 많이 접하지 않는 분야와 접목하고 싶어했어요. 거기서 제가 걸맞다고 판단하셨죠.



Q. 게임과 병행하면서 광고 촬영도 같이 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연습을 게으르지 않게 하면서도 할 수 있고요. 확실히 찍을 때는 힘든데 결과물을 보면 기뻐요. 최근에 나왔던 영상이 한국어 버전인데 외국 팬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한국보다 외국에서 인기가 더 많았어요. 엄청 신기했어요. 댓글도 다 영어고. 외국에도 스타2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Q. 혹시 광고촬영 때문에 먹고 싶은 것 못 먹는다거나 하는 고충이 있나요?

그런 것은 절대 없어요. 하지만 관리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요. 몸매도 예뻐야 사진도 잘 나오고, 제 이미지가 곧 MSI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잖아요. 최소한의 관리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Q. 이런 외부적인 활동이 프로게이머 활동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요?

제가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이 e스포츠 시장에 관심을 두게 되잖아요. 그럼 자연히 스폰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저희 팀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에도 경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전체적인 시장의 확장에 제가 기여할 수 있고, 이런 활동은 언제든지 좋은 것 같아요.


■ 도타2에 도전장 내밀었던 김가영, 일로 시작했던 도타2가 어느새 취미로

▲ 도타2 NSL에서 리포터를 맡을 당시의 김가영


Q. 얼마전에 NSL 리포터도 하셨었죠. 어떻게 맡을 수 있었나요?

도타2는 ESTV라는 방송국에서 도타2 퀸메이커란 방송을 했었어요. 방송을 하면서 연락을 받았는데 연출진에서 도타2를 잘 아는 사람이 리포터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막상해보니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프로게이머다 보니까 방송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잖아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훨씬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어요.


Q. 도타2는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원래 게임을 하드하게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여러가지 게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방송을 하기 위해서 입문하게 됐지만 지금도 즐기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잖아요. 한타에서 막 죽어가면서 배웠더니 지금은 중급은 되는 것 같아요. MMR이 3,000정도 되거든요. 프로게이머들이 4,000~5,000대에 있다고 들었어요. 아직도 초보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는 것 같아요.



Q. 도타2는 AOS게임인데,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저도 처음에는 AOS게임에 '노재능'이라고 느꼈는데 선수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그러니까 금방 늘더라고요. 영원히 안 늘 줄 알았는데(웃음).


Q. 같은 AOS장르 게임이자 현재 대세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 도전할 생각이 혹시 있나요?

LoL이 대세는 대세잖아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여전히 스타크래프트2가 재밌어요. 앞으로도 제가 그쪽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 같네요.


Q. 도타2나 스타2이외에 관심이 가는 다른 게임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스타2랑 도타2만 하고 있는데 최근에 디아블로3 확장팩이 나왔으니까 여가를 활용해 즐겨볼 생각이 있어요(웃음).


■ WSL 우승자 출신 김가영, "여성 유저는 '못한다'란 생각은 편견"



Q. 여성 프로게이머란 특성상 연습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고충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네 그렇죠. 아무래도. 저는 숙소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료들과 정보 공유라든지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리고 이건 남자 게이머들도 공통적인 부분으로 하루 종일 앉아서 하는 게임 하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그래요.


Q. 하지만 여성 선수들 중에서는 김가영 선수의 실력이 두드러지죠. 지난 WSL에서 우승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타고난 재능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장점인 것 같고, 또 열심히 하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Q. 아무래도 여성 리그가 많이 열리지 않다 보니 아쉬움이 많겠어요. 이에 대한 생각은?

여성 리그가 자주 열려야지 여성 선수들도 더 많이 생기고 관심을 챙길 것 같아요. 아쉬워요. 대회가 자주 열린다면 자연히 여성 리그의 수준도 올라갈 것 같고, 자주 열렸으면 좋겠어요.


Q. 라이벌이라고 해야 할까요. 프라임의 이유라 선수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죠. 이에 대한 생각은?

유라는 자주 연락도 지내고 하는 사이인데 WSL 결승에서 못 만났거든요. 조만간 여성리그가 열린다니까 이번에는 꼭 결승에서 만나서 스타2를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유라도 리포터로 활동 열심히 하니까 좋은 것 같아요.


Q. 그 외에도 RTS를 즐기는 여성 유저가 많지 않잖아요. 장르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요?

RTS가 여성 유저가 접하기 어려운 분야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 그런 문제는 한번 재미 붙이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어요. 남성 선수들과 비교해서 여성 선수들이 상황 대처 능력이나 연습량, 반응 속도 등이 부족하다는 편견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연습을 통해서 극복하면 되는데 사실 저도 왜 이 실력에서 멈춰 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확실히 다른 게임보다는 RTS가 초보들이 접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성과 남성유저 모두 공통으로 최근에는 아마추어분들도 정말 잘해서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 "매력 있잖아요!" 김가영이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 프로게이머를 하려는 이유



Q.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 프로게이머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력 있잖아요. 남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매력 있어요. 저 역시도 게임이 즐거우니까 계속 하고 싶어요. 확실히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제가 대외 활동하는 것도 e스포츠를 알리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유라도 마찬가지로 이런 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분명한 제 목표가 남성 선수들과 경쟁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서지수 선수 보면 정말 기억에 남는 선수잖아요. 남성 선수들도 긴장해야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이 목표는 꼭 이루어보고 싶어요.


Q.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가장 벅찬 순간을 꼽자면?

대만에서 팬미팅을 한 적이 있어요.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 대구, 부산과 같이 큰 도시를 돌았는데 모든 곳에 팬들이 있었어요. 심지어 제 동선에 맞춰서 따라오시는 분도 있었고, 감동했어요.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의 열기를 직접 느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분명히 다른 도시에서 뵙던 분인데 또 뵙던 분이 몇 분 있었다니까요? 외국 팬분들의 열정은 정말 적극적이고 애정이 깊으신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더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현재 독보적인 스타2 여성 선수로서 사명감 같은 것이 있나요?

네 그런 게 있죠. 예전에는 외국 팬들도 그렇고 '세계 최고의 여성 선수다'란 말을 들으면서 열심히 연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연습도 게을리했던 것 같은데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선수가 되어야겠죠. 여성 게이머는 실력이 별로다란 편견도 꼭 깨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김가영 선수를 응원하는 팬분들께 인사말씀 부탁합니다.

요즘 스타2와 관련된 활동도 별로 없었고.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렸는데 차기 WSL을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많은 응원 주시고 여성 리그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저도 e스포츠를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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