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즈 4'의 PD와의 인터뷰. 게임기자로서 굉장히 의미있는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쉬울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다. 할당된 시간은 단 30분. 공식적인 통역이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심즈 4'의 PD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없는 문답만 주고받을지언정 반드시 가야만 했다.

E3 현장에서 북적거리는 곳으로 치자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EA 부스. 사우스홀 중앙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있겠지만, 출품 라인업들 또한 한 성깔 하는 네임밸류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쉴새없이 드나드는 엄청난 유동인구, 넉넉치 않은 미팅 룸, 그리고 빼곡한 일정표 사이에 마지막 퍼즐조각처럼 끼워넣어진 30분짜리 인터뷰.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퓨전된 결과, 부스 뒤편의 바닥에 주저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굉장히 유니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처음 있는 일이기에 아주 잠시 어색했을 뿐, 별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더 놓칠까 싶어 차근차근 인터뷰를 시도했다.

[ ▲ '심즈4' 아르거스 헐린 프로듀서 ]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커스터마이징에 추가된 슬라이더 기능과 마우스 드래그&드롭을 활용한 집짓기 방식에 관한 것. 유저 편의성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였기 때문에 그 이후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전작에서 슬라이더 기능이 비인가된 방식으로 배포됐던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항상 유저들이 활동하는 포럼을 살펴보고 있으며, 그 내용들을 토대로 게임에 필요한 기능을 만든다. 커스터마이징 슬라이더 역시 그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집짓기의 드래그&드롭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지붕을 올리는 작업이나 창문을 커스터마이즈하는 등 매우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기존에 없었던 편리함을 선보이고자 했다. 보다 빠르게, 보다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전작에서 지겹도록 보던 슬로우 모션(= 렉)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심즈 4의 그래픽 사양, 전작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량과 그로 인한 딜레이 현상. 이런 내용들을 막상 영어로 이야기하려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정확한 의미를 주고받기 위해 기자와 PD 모두 한참을 쩔쩔매야 했다.

"우리는 유저가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가상의 라이프를 선보이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래픽이라든가 하는 부분은 우리가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렇다보니 기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번에도 역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음 문제는 심즈 시리즈의 끊이지 않는 난제 중 하나, 확장팩이다. '너무 많은 확장팩'이라는 수식어는 흔하디 흔하고, '확장팩을 안 사면 미완성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을 들은 적도 있다. 심즈 시리즈의 확장팩 증식은 이번에도 계속될까?

"심즈 4는 자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추려 했다. 즉, 확장팩을 사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확장팩이란 말 그대로 추가적인 컨텐츠다. 자신이 필요하다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된다. 확장팩이 본연의 의미를 넘어서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와의 대화는 순탄치는 않았을지언정 충분히 흥미로웠다. 기존의 문제점에 대한 뚜렷한 개선 의지도 충분히 보여줬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지만.

"심즈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세컨드 라이프'의 이미지는 정말 마음에 든다. 이에 덧붙여 원하는 것이 있다면, '심즈 4'가 단순히 게임으로서의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희노애락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E3에서는 유저들이 시연해볼 수 있는 핸즈-온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스탭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였을 뿐이다.

현재 심즈 4의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출시일까지 세세한 부분들을 계속 다듬어갈 예정이고, 8월 게임스컴에 방문하는 유저들은 심즈 4를 먼저 즐겨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