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의 서포터 'Cynical' 정동석이 팀을 탈퇴했다.

앞서 3일 개막전 경기를 치렀던 포커페이스였던 만큼 시즌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들려 온 정동석의 탈퇴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무엇보다 시즌 중 로스터 변경이라는 흔치 않은 상황이 포커페이스에게 연거푸 일어난 것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에 인벤에서는 정동석과 통화를 시도, 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Q. 왜 갑자기 팀을 탈퇴하게 됐나?

팀원들과 의견 조율을 하기 어려웠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포커페이스는 가족같은 분위기로 게임을 하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좀 더 프로다운 모습으로 연습에 매진하고 싶었다.


Q. 왜 하필이면 시즌이 개막된 뒤에 탈퇴했나? 시즌 전에 탈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난 뒤 팀을 나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당장 팀원을 구하기가 어려워 팀에 남아 있었다. 그러다 시즌 개막을 며칠 앞두고 팀 연습을 하기 전에 다시 의견 충돌이 있었고, 개막전 경기가 끝난 후 탈퇴를 결심하게 됐다.


Q. TI4에 객원 해설로 다녀왔다. 그 때 어떤 계기나 자극을 받은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도타 2 프로게이머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을 때부터 목표가 TI5였다.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내년까지 밖에 없어서 당장 TI를 목표로 준비할 팀이 필요했다.


Q. 내년이 선수생활의 마지막이라는 얘긴가?

내년까지 2년 휴학을 신청한 상태다. 내후년 부터는 학교를 다녀야 하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번 시즌은 규정상 다른 팀에 속할 수 없기 때문에 대회에 못 나간다. 다음 시즌에 다시 출전하기 위해 새로운 팀에 들어가려고 한다. 현재로서는 아직 팀을 찾지 못한 상태다. 팀을 구할 때까지는 개인 연습에 몰두할 생각이다.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


Q. 스스로 실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나?

정확하게는 지난 시즌 결승 직전에 MVP 피닉스와의 경기에서 느꼈다. MVP 피닉스는 강한 팀들과 계속 연습하면서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다는걸 느꼈다. 반면 나는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Q. 새롭게 들어갈 팀을 찾는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적어도 티어 2에 속한 팀이라던가.

티어 1이나 티어 2에 속한 팀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TI라는 목표를 놓고, 이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칠 팀에 들어가고 싶다.



요컨대 정동석에게는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TI5 출전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포커페이스보다 더욱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할 수 있는 팀이 필요했다.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표노아나 정동석 모두 공통적으로 얘기하기를 "팀원들이 서로에게 싫은 소리를 쉽게 하지 못하는 성격들이며, 합숙 역시 원하고는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결국 강력한 구심점을 원하는 정동석은 자신과 맞는 스타일의 팀을 찾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떠난 것이다.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하기 위해 내린 그의 선택은 프로라는 입장에선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시즌 중 탈퇴는 프로라면 지양해야 할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다. 속한 팀은 물론, 대회 관계자와 팬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는 그의 선택은 비난 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한편, 정동석이 탈퇴한 6일 경기에서는 포커페이스가 제퍼에 이어 레이브까지 꺾으며 2연승을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로스터 변경이 있었던 만큼 포커페이스는 협동심을 강조한 전략, 전술보다는 개인기 위주로 특유의 전투력을 극대화시켰다.

무엇보다 'MP' 표노아와 'Febby' 김용민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이끌며 한국 최정상급의 실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또한 새롭게 합류한 'JesusSt1ck' 박윤수 역시 수준급의 루빅 플레이를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를 놓고 보자면 한국 정상급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였다. 팬들이 포커페이스에게 바라는 것은 한국이라는 우물 안에만 갇혀 있기 보다는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픽밴부터 운영까지 체계적인 연습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MVP 피닉스가 그랬듯이 포커페이스 역시 많은 경험과 프로 의식을 갖춰야 한다.

결국 또 다시 팀 내 불화가 불거진 포커페이스로서는 팬들로 하여금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야 한다. 자신들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성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프로라면 결과로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한다.

이번 일을 놓고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랐고, 어쩔 수 없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이 야속할 따름이다. TI라는 도타 2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가장 큰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것은 포커페이스 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서로에게 남긴 것이 상처가 아니기를, 시간이 흘러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