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가 몇 개냐… 나 전당포 한다… 금 이빨은 받아. 금 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 줄게."

영화 '아저씨'에서 아저씨가 한 대사다. 이 영화는 익히 알고 있던 아저씨와 조금은 다른 아저씨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전달해 대한민국 표준이라 자부했던 기자를 오징어화 시켰다. "금니는 못 모아도 뱃살은 모으지 말아야 될 거 아니야!"라는 말을 여자친구에게 들었을 때 무너지는 자존감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아저씨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드래곤을 부탁해'를 개발한 모즈팩토리의 아저씨들이다. 게임을 개발을 시작할 당시 막내가 33살일 정도로 다른 개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후(?)한 연륜을 자랑하는 팀이다. 33살이면 86 아시안 게임 때 최윤희랑 같이 수영하고 장재근이랑 속도경쟁을 펼친 나이다.

그런 사람들이 게임을 만들었다. 무슨 게임일지 감이 오는가. 자욱한 담배 연기와 함께 비정한 세계를 그린 하드보일드? '드림 클럽'같은 인생의 유흥이 담긴 게임? 그것도 아니라면 땀내 가득한 액션게임? 모두 아니다. 그들은 아주 '긔'여운 게임을 탄생시켰다. 그냥 귀엽기만 한 게 아니다. 엄청나게 귀엽다. 아저씨가 복근을 자랑하며 머리를 깎는 장면은 충격 축에도 못 낀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을 때 "게임처럼 귀여운 포즈로 사진 찍어볼까요? 이를테면 꾸엉꾸엉하는?"이라는 기자의 주문에 쑥스러움을 감출 수 없던 그들은 영락없는 아저씨요, 게임 개발에 10년 이상 매진한 개발 베테랑이었다. 개발 베테랑 아저씨들이 만든 귀여운 게임 '드래곤을 부탁해'를 만나보자.


▲ 좌로부터 액토즈 조영준 과장, 모즈팩토리 이상욱 개발실장, 모즈팩토리 김일환 대표


기자가 처음 게임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뱉은 말은 '귀엽네요.'였다. 귀여운 용들이 아장아장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출근 시간 2호선에서 치이는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한순간이나마 따스한 풀밭 위에서 조용히 뛰어노는 펑크밴드가 떠올랐다.

정말 과장 없이 귀엽다. 앙다문 입과 짧은 다리는 마냥 귀여워 보였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용신의 위엄과 서양 판타지에 등장하는 악의에 찬 드래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왜 하필 드래곤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안 그래도 요즘 제목에 드래곤이 들어간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드래곤에 기자가 모르는 마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우리가 개발을 시작할 당시 드래곤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게임이 없었다. 특별히 왜 드래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획할 때부터 드래곤은 핵심 콘텐츠였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다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웃음) 아무리 드래곤이 쏟아져 나온다지만 드래곤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풀어가는 게임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답변하는 이상욱 개발실장도 김일환 대표도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드래곤을 선택했으며 이건 대단한 의미가 있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당위성을 주창하기보다는 그냥 잔잔하게 말했다. 역시 아저씨들이라 그런지 패기가 넘치기보다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에도 유연하게 넘어갔다.


▲ 끠~~~여워!


'드래곤을 부탁해'는 전설 속의 드래곤이 사는 신비의 섬을 배경으로, 강력한 드래곤을 육성해 최고의 바이킹이 되는 모험을 담은 약탈 RPG다. 유저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이 될 바이킹을 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힉스'를 기본으로 제공받는다. 후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마을이 성장하면 '아스트리드'와 '버크'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다.

바이킹은 전투에서 유저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며 스킬도 유저의 의지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액션 RPG를 조금이라도 즐겨봤다면 익숙한 느낌으로 쉽게 다가온다. 또한, 자동전투도 지원한다. 반면 요즘 출시하는 성장형 게임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파츠별 장비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이킹 장비에 대해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사업 모델을 생각한다면 각 파츠로 나누어서 넣었어야 했으나 게임을 플레이하며 즐거워야지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히 파츠별 장비를 배제했다. 대신 업그레이드를 통해 캐릭터의 외형이 변화하고 능력치와 스킬이 성장하도록 했다.

▲ 바이킹이 성장을 합니다 쭉쭉


바이킹과 더불어 게임을 이끌어 가는 핵심 요소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드래곤이다. 어찌 드래곤에 대해 들어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안 그래도 보자마자 귀엽다는 말만 연거푸 했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각 드래곤은 불, 얼음, 대지, 전기, 독의 5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속성을 상황에 맞춰 사용하면 더욱 쉽게 던전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유저에게 선택지를 주어 전략의 묘미를 느끼도록 디자인했다.

출시 기준으로 80여 종의 드래곤이 준비되어 있고 그 중 30여 종은 레어 드래곤이라고 해서 특정 시각에 시간 한정으로 개방되는 던전을 플레이해서 얻을 수 있다. 드래곤을 획득하면 마을에서 드래곤을 길들이고 길들인 드래곤은 사냥터에 나가서 같이 싸우거나 마을을 방어 혹은 공격할 수 있다.

▲ 게이트를 파괴하면 상대의 골드를 뺏어올 수 있다.

공격 측 유저는 타 유저 마을의 상징물인 '게이트'를 파괴하면 승리한다. 승리하면 일정량의 골드와 점수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 때 획득하는 점수로 랭킹이 정해진다. 랭킹에 따른 보상이 지급됨은 물론이다. 반대로 마을을 수비하는 경우에는 제한시간 동안 '게이트'를 지키거나 침략한 유저의 모든 유닛을 제거하면 랭킹 점수를 얻게 된다.

전투는 자신의 바이킹과 용, 그리고 친구와 함께하게 되는데 친구의 용을 빌려와 사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좋은 친구가 많을수록 게임이 더욱 수월해진다. 마을 전투뿐만 아니라 던전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한다.

▲ 나나는 두부가게를 살렸고 친구는 날 살려준다.


바이킹과 드래곤의 성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방어 탑과 용을 배치해 방어하는 전략 포인트 그리고 약탈은 여러모로 RPG, SNG, 모바일 전략 장르에 소셜 요소를 두루두루 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마구잡이로 집어 넣고 삶는 짬뽕이라는 느낌보다는 잘 정돈된 정갈한 구절판에 가깝다.

처음엔 지금 보고 있는 마을의 한 3배쯤 되는 크기의 마을이었다. 자원도 지금처럼 골드 하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있었다. 전략 게임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RPG의 성장 등도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게임을 개발하며 기획한 바를 이루기 위해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RPG, SNG 그리고 전략의 액기스만 남은 모습이 됐다.

기획한 바를 이루기 위해 너무나 방대해진 볼륨을 덜어내는 방향의 작업을 오래 했다고 했다. 개발자 입장에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배제하는 것은 하드 속 그녀들을 지우는 우리네 심정과 비슷할 것이라 짐작해본다. 더구나 시간이 곧 돈인 모바일 시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 게이트를 지키는 드래곤들과 방어 탑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드코어, 하드코어한 게임들에 지친 게이머와 이제는 팡류를 벗어나 조금 더 짜임세 있는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을 타겟으로 정했다. 팡류를 즐기던, 전통적인 게이머와 조금 거리가 있는 유저들이 전략, RPG 등을 하고 싶지만 어려워서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드래곤을 부탁해'를 통해 그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팡류만 접했던 이들에게 전략, RPG의 매력을 쉽게 가르쳐주고 코어한 게임에 지쳤던 이들에게 신선한 휴식을 줄 수 있는 게임 말이다.

실제로 '드래곤을 부탁해' FGT를 할 때 던전을 돌고 PvP에 열중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마을 내 금광에서 나오는 골드를 모아 드래곤을 훈련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유저도 있었다. 게임을 접하는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즐거운 유저 경험을 가능케 했다.

그래픽도 누구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아기자기하며 밝고 경쾌한 스타일의 컨셉이다. 보면 알겠지만, 색감이 상당히 깔끔하다. 눈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 결과물이다.

UI가 단순하고 진입 장벽이 낮다고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에서 자주 경험했던 몰이 사냥이 이 게임에도 존재하는데 특정 스테이지는 반드시 몰이 사냥을 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허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자동 사냥으로 바라만 보는 전투와는 거리가 조금 있다. 캐주얼 유저와 코어 유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올망졸망 아장아장 귀욤긔욤


'애니팡' 이후로 게임을 접하는 인구수는 전례 없이 폭증했다. 그간 게이머들이 가진 경험과는 전혀 판이한 유저 경험과 감각을 지닌 고객들이 등장한 것이다.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유저들에게 다양한 재미와 경험을 선사해주겠다는 말을 할 때 그들은 더없이 진지했다. 아무래도 '드래곤을 부탁해'의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철학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초심자를 배려하기 위한 튜토리얼은 길지도 짧지도 않게 핵심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그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반면 사냥터, 드래곤 던전, PvP 등 게임의 흐름이 익숙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냥터, 드래곤 던전, 침략 등 모든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있다. 각개의 모드이지만 서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사냥터에서 드래곤 던전 입장 티켓이 드랍 된다든지 침략을 통해 드래곤과 바이킹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자원을 획득한다든지 하는 개념이다.

골드, 알조각, 진화석 등 게임 내 사냥터를 탐험하면서 얻는 각종 아이템은 바이킹과 드래곤을 육성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며 골드는 다른 유저의 침략에 대비해 마을의 구조물을 튼튼히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반대로 골드를 얻기 위해 다른 유저를 약탈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 현실에서 못다한 사랑 게임에서라도... 전효성, 티파니, 사쿠야 유아 등 이름은 자유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 드래곤들을 구경하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드래곤이 생각보다 다양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풍, 서양풍 그리고 물고기(?)풍의 드래곤들이 각기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특히 동양풍 용을 보다가 자연스레 해외 진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액토즈와 함께 한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해외 진출에 관한 것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는 없지만 등장하는 드래곤도 동양풍, 서양풍 등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드래곤들이 계속 추가 될 텐데 현지 정서에 맞는 드래곤을 추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해외진출 전략과 업데이트 계획도 잡혀 있다고 밝힌 모즈팩토리. 아저씨들이 모여서 무엇이 좋았냐는 질문엔 다들 경력이 되니까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명확히 알고 실행해서 좋았다고 답했다. 덕분에 정갈한 게임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1년 넘게 품에 안고 있다가 세상에 내보내는 '드래곤을 부탁해'를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고 했다. 이상욱 개발실장은 총각답게 여인에 게임을 비유했다.

'오래된 애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마 사람으로 치면 이제는 결혼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단계쯤 될 거 같다. 좋은 일, 나쁜 일 등 오랜 시간 모든 것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애틋하고 잘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