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즐기는 많은 유저들은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을 원합니다. 게임 자체를 하나의 재미로 즐기는 것도 있겠지만 많은 유저는 승리를 원합니다. 마지막 한판의 승리를 위해, 밤잠을 미뤄가며 LoL을 즐겨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법한 일입니다.

많은 유저가 승리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유저가 승리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승리와 재미를 동일 선상에 놓지 않은 유저들도 있습니다. 흔히, 즐겜유저라고 불리는 유저들은 게임의 승리보다 재미를 중시합니다. 이들과 상반된 개념으로 승리를 위해 게임을 즐기는 빡겜유저도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의 대결은 종종 인벤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도 합니다.

이런 즐겜과 빡겜의 차이는 유저뿐만 아니라 챔피언에게도 존재합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챔피언과 승리를 보장하는 OP 챔피언의 차이가 그것입니다.

여기 한 챔피언이 있습니다. 이 챔피언은 라이엇이 최초로 공개한 17종의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이 챔피언은 최초의 요들 챔피언입니다. 이 챔피언은 라이엇의 마스코트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이 챔피언을 증오하면서도 좋아합니다.

그렇습니다. 롤챔프 탐구생활 4편의 주인공은 날쌘 정찰병 '티모'입니다.





■ 티모, 애증의 챔피언

티모는 롤 알파 테스트 단계부터 있었던 초기 17 챔피언중 하나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챔피언입니다. 요들 종족의 챔피언으로 귀여운(?) 외모가 특징이며, 롤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총 8개)를 제외하면 피들 스틱과 더불어 가장 많은 스킨 개수(총 7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탑 라인에 서게 되는 티모는 전통적인 딜탱형 AD 챔피언의 카운터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의 성능을 떠나 티모라는 것으로 같은 팀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흔한 티모의 이미지는 아군의 닷지 유도용 트롤픽, 한타 교전에 참여하지 않는 챔피언, 귀여운 외모나 챔피언에 대한 선호만으로 아군과 소통을 포기한 채 극단적인 픽을 하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 아무런 의사소통 없이 티모 선픽을 한다면...(인벤 팬아트: GrimWeeper)


분명, 티모는 안티 캐리형 챔피언으로 상대 챔피언의 성장을 막는 것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탑 라인에서 딜탱형 AD 챔피언을 상대로 한 티모의 견제는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원거리 공격과 E 스킬로 묻어나는 도트 대미지를 활용, 일방적인 견제와 Q 스킬 실명과 W 스킬로 도주까지 할 수 있습니다. 궁극기 '유독성 함정'(속칭, 버섯)을 활용한 적 정글러의 갱킹 방지와 탑 라인 자체를 장악해버리는 맵 장악 능력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 티모의 상징 유독성 함정(속칭, 버섯)


게다가 단순한 스킬 구성으로 플레이어의 피지컬 능력보다는 상황 판단 능력만으로도 상당한 효율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챔피언입니다. 특히, 귀여운 외모의 지원 사격으로 여성 유저가 LoL을 시작하면 한 번쯤은 관심을 보이는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성장을 막는 안티 캐리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LoL 특유의 운영 개념인, 라인 컨트롤과 디나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즉, 초보자들이 접근은 쉬운 챔피언이나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게임 센스나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가지 티모

시즌1, 북미 티모의 아버지 "The Rain Man"

시즌1 티모는 특유의 아웃파이터 성향이 뚜렷한 챔피언이라는 컨셉은 존재했으나 활용법의 부재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티모의 아버지를 주장하는 유저가 있었으니 前 TSM의 탑솔러 The Rain Man(이하 레인맨)입니다. 그는 티모라는 챔피언을 극한으로 운용하며 솔로 랭크 레이팅을 2000까지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레인맨=티모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티모의 아버지'입니다.

레인맨은 과거 유행했던 랜턴 빌드의 라이너 티모를 선보입니다. 도란과 랜턴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사라져 버린 아이템, 마드레드의 피갈퀴손(녹장), 과 얼어붙은 망치, 밴시의 장막, 수호 천사 등을 구매하는 딜탱형 티모를 유행시킵니다. 레인맨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공략에서 '티모는 글로벌 타운트라는 히든 패시브를 가지고 있다.' 라고 말하며 탱키한 티모를 지향합니다.

레인맨의 티모 공략 이후로 티모 붐이 일어나자 라이엇은 패치를 통해 티모를 너프시킵니다. 레인맨식의 티모 빌드도 패치에 따라 변화합니다. 역병의 비수와 마법사의 최후를 섞은 AS 티모, 중후반까지 강력한 E 독침의 도트 대미지를 이용한 AP 티모 등을 선보였으나 이전만큼 큰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북미 인기팀 TSM에서 방출된 레인맨은 서서히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 갑니다.


▲ 북미 티모의 아버지, The Rain Man


시즌2, 한국 서버의 티모장인 "애쿼빗"

레인맨의 티모 이후, 크게 하향을 당한 티모는 서서히 사람들에게서 잊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서버 오픈 이후 새로운 유형의 티모가 등장합니다. 그 정체는 AD 티모입니다. AD 계수가 전혀 없는 티모에게 Q 스킬 실명과 원거리 공격, W의 기동성을 극대화한 티모였습니다.

애쿼빗은 시즌2 연이은 많은 티모 유저가 사라지고 소수의 장인 유저들이 남았을 때, 인벤에 AD 티모 공략을 올리던 티모 장인 유저입니다. 시즌2 한국에 막 입성한 LoL에서 약체로 분류되던 티모를 가지고 1,800점에 도달한 인물입니다. 그가 인벤에 작성한 공략은 165만 이상의 조회 수를 자랑하며 시즌2 많은 티모 유저들의 참고서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2012년 군에 입대하여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역을 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AD 티모 공략을 들고 복귀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AD티모는 군대속으로.[2시즌 티모장인 애쿼빗의 인벤 공략]


▲ 인벤 팬아트 작가도 기억하고 있는 2시즌 장인 애쿼빗 (인벤 팬아트: 타락의밤)


시즌3, 신규 아이템 '리안드리의 고통'과 동물애호가 "cvMax"

시즌2에서 3로 넘어가는 프리 시즌, 티모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인 '리안드리의 고통'과 공격 특성의 '주문 검' 때문인데요. 이는 티모의 E 스킬과 비슷하게 지속 도트 대미지와 초반 견제력을 한층 더 강화해줬습니다. 특히, 리안드리의 고통은 티모의 궁극기 버섯에 상당한 추가 대미지를 부여해줬습니다.

거기다 예언자의 영약이 지속 시간 5분으로 변경. 티모의 버섯 생존률(?)이 높아지며 한층 더 강한 맵 장악력을 뽐내게 됩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E 공격 계수가 감소하고, 궁극기 버섯의 대미지가 조정되었습니다.

이 시기 티모로 명성을 떨친 유저로는 cvMax가 있습니다. 동물 챔피언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티모를 즐겨 플레이하는 몇 안 되는 실력자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다이아리그나 챌린저리그에서도 티모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티모는 시즌3 롤드컵에도 등장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TSM과 GamingGear의 대결에서 티모가 등장한 것인데요. 비록 탈락이 확정된 두 팀의 예능픽이었지만 TSM의 미드라이너 레지날드가 티모를 픽함으로 롤드컵이라는 LoL 최고의 대회에도 티모가 등장한 것입니다.


[2013 롤드컵] 1분에 1킬 씩 터진 꼴? GG, 치열한 혈투 끝에 포지션 변경한 TSM 상대로 승리

▲ 롤드컵에 등장하지 못한 챔프가 몇인데...(인벤 팬아트: 인간적인생활)


시즌4, 대 은신의 시대와 티모의 양아버지 "액시스마이콜"

시즌4에 변화에 티모는 다른 은신 챔피언들과 더불어 상당한 수혜를 받게 됩니다. 그 이유는 오라클의 삭제와 투명 감지 와드(핑크 와드)가 더는 투명한 상태가 아니게 된 것 때문입니다. 오라클 하나에 애써 설치해둔 버섯이 모조리 사라지는 불상사가 사라진 셈인데요. 이는 티모의 맵 장악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줍니다.

게다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예언자의 렌즈의 경우, 장신구 활용에 미숙한 하위 티어 유저들에게 티모의 버섯은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시즌4 초창기 딜탱형 탑솔러가 대세가 된 탑 메타에서 티모는 어느 정도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티모의 양아버지라는 칭호를 획득한 유저가 있습니다. 액시스마이콜, 티모 플레이 횟수가 무려 6천판을 넘긴 전 세계에서 티모를 가장 많이 플레이한 유저입니다. 그는 티모학개론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로 많은 유저에게 티모를 전파합니다(...)

이전 시기의 cvMax와 비슷한 다이아리그 실력으로 무장한 액시스마이콜의 티모는 AP 티모의 아이템 빌드를 채택하고 있으며 궁극기 버섯의 활용으로 탑부터 바론, 상대방의 2차 타워의 정글 라인까지 서서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맵을 장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외에도 마스터 이나 케일, 나서스 등 주로 탑 라이너로 분류되는 챔피언 플레이로 유명한 유저입니다.

▲ 전형적인 티모 플레이의 재미를 추구하다(영상 출처: 액시스마이콜)



■ 트롤과 즐겜, 초보자용 챔프와 운영챔프 사이를 방황하는 티모

티모는 귀여운 외모로 초심자와 여성 유저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순한 스킬 구성으로 컨트롤까지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특정 챔피언에게 카운터 픽으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흔히 말하는 1인분이 힘든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분명 초심자를 위한 챔피언으로 설계된 티모지만, 숙달 과정에서 LoL을 관통하는 게임 시스템의 이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는 챔피언입니다. 미니언 웨이브의 이해와 오브젝트 컨트롤같은 운영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티모의 본모습입니다.

심지어 맵을 장악할 수 있는 버섯도 오브젝트 컨트롤은 물론이고 한타 교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팀원과 의사소통을 통해 효율적인 한타 교전을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자신의 재미를 위한 이기적인 트롤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티모라는 챔피언의 한계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상황에 따른 유연한 픽이 중요합니다. 버섯과 패시브 스킬을 이용한 은신 플레이의 재미로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저해하면서까지 티모를 고집하는 자세는 자신뿐만 아니라 팀원을 고통받게 합니다(...)


▲ 티모를 플레이한다는 것은 항상 트롤러를 의심케 한다. (인벤 팬아트: 김윳쿠리)



■ LoL을 넘어, 게임의 영역을 탈출한 티모

사실 티모의 귀여움과 인기는 인게임보다 팬아트같은 2차 창작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티모의 귀여움은 여성 챔피언 못지 않은 2차 창작물의 양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롤 인벤의 팬아트 갤러리에서도 아리, 소나, 룰루 못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티모입니다.


▲ 물론, 최근 강력한 호적수인 나르가 등장했습니다. (인벤 팬아트: 김존순)


이외에도 블리츠 크랭크 후드나 람머스 모자 같은 머천다이징 제품 중에서도 티모 모자는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 LoL 팬의 완소 아이템 중 하나인 티모 모자


결국, 티모는 애정과 증오 사이를 오가며 오늘도 많은 팬의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게 자신만의 재미를 원하는 트롤러 티모인지, 라인전 파괴자 티모인지, 이도 저도 아닌 그저 티모 그 자체일지는 알 수 없지만 티모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 이런 티모는....(인벤 팬아트: 애애크드)


■ 롤챔프 탐구생활 모아보기

롤챔프 탐구생활 1화 : "The 관짝 브레이커" 렝가 편
롤챔프 탐구생활 2화 : "비운의 챔피언!" 마스터 이 편
롤챔프 탐구생활 3화 : "슈퍼 히어로" 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