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파이널 테스트가 막을 내렸다. 개발사는 파이널 테스트는 컨텐츠의 외부 확장보다는 생활 콘텐츠의 개선과 밸런스 작업 등 내부를 견고하게 하는 기간이라고 미리 공개했다.

'무엇'이 바뀔지는 알아도 '어떻게' 바뀔지는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 과거 검은사막이 걸어온 길이 격변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 버전은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검은사막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과 호기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다른 MMORPG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게임으로 201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검은사막.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기대가 높은 만큼의 논란 역시 없지는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검은사막이 꾸준히 변화해왔다는 것. 그리고 파이널테스트에서 만난 검은사막은 보다 '친숙한 게임'이 되었다는 평가.

오픈베타를 하기 전 마지막 점검의 시간이었던 검은사막의 파이널 테스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생활 콘텐츠, 접근성과 연계가 강화되다

파이널 테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생활 콘텐츠의 접근성과 연계의 개선이었다. 파이널 테스트 시작 전 진행됐던 인터뷰에서도 '생활 콘텐츠를 개선하고 밸런스를 다잡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런 변화는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는 했다.

지난 2차 테스트에서 생활 콘텐츠는 다소 도외시된 콘텐츠였다. 이유는 접근성의 부재. 지난 테스트에서는 게임을 즐기면서 생활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웠다. 메인 스토리 라인이라 할 수 있는 흑정령 퀘스트를 따라 사냥을 하면서 고레벨 지역까지 넘어가버린 후에도, 어떤 생활 콘텐츠가 있는지 모르는 유저가 많았다.

그러나 파이널 테스트는 달랐다.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 다수 추가된 것이다. 초반 마을인 벨리아 마을/일리야 섬에서는 낚시, 무역, 채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퀘스트가 추가되었다. 보상 역시 추가 가방을 제공하는 등 유저들이 퀘스트를 수행해야 할 동기도 마련되었다.

이렇게 퀘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고 나면, 생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동기부여도 잘 되어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낚시와 무역이다.

▲ 낚시와 무역,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낚시 자체의 경험치 보상이 준수했다. 몰이 사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몬스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없으므로 스트레스 없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이전 테스트에선 없었던 '뗏목'을 비롯해 나룻배까지 탈것 보상을 낚시 관련 퀘스트로 얻을 수도 있었고, 이렇게 얻은 뗏목과 나룻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색다른 물고기를 낚아볼 수도 있었다.

낚아올린 물고기를 무역을 통해 판매하면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사전 준비 비용이 낚싯대 가격 외에는 없어 무자본으로 돈벌이가 가능했다. 이렇게 낚은 물고기는 '요리'로 이어진다.

낚시는 그 자체로도 재미가 있어 테스트 기간 중 낚시만 즐긴 유저가 있을 정도였다. 물론 낚이는 물품이 랜덤이라 특정 물고기를 낚아오라는 퀘스트 수행에 시간이 걸리는 작은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낚시 행위 자체의 재미가 이런 단점을 넘어선다는 평이다.

결국 낚시는 '무엇을 해도 캐릭터는 성장한다'는 검은사막의 모토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고 파이널 테스트 최고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 퀘스트 보상인 뗏목을 이용해 바다낚시까지 즐길 수 있었다

▲ 재미, 경험치, 재화까지 3가지 요소를 한 꺼번에 노릴 수 있었던 낚시


무역도 개선됐다. 2차 테스트의 무역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원래 무역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즐겼다. 무역이라는 콘텐츠를 알게 된 유저들이 늘어났지만 무역을 해야할 이유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 하지만 파이널 테스트는 첫 날부터 등짐을 짊어매고 마을을 횡단하는 유저들이 등장했다. 황실 무역의 추가로 '무역의 전문가'들이 즐길 수 있는 엔드 콘텐츠도 생겨났다.

이런 변화 역시 접근성이 높아진 때문이었다. 벨리아 마을에서 시작할 수 있는 무역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생산지의 노드를 연결하는 법, 재료를 생산하는 법, 하우징 기능을 활용해 무역품을 제작해 무역을 진행하는 것까지 관련된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원활한 무역을 돕는 마차까지 보상으로 제공해 무역을 장려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황실 무역과 황실 납품은 거상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무역으로 큰 돈을 만지기 시작한 유저들은 보다 큰 판이라 할 수 있는 황실 무역에 뛰어들고 싶어했고 그 권한을 얻기 위해 황실 무역권 입찰에 큰 돈을 쏟아부었다. 황실 납품으로 큰 돈과 함께 엄청난 경험치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유저도 있었다.

▲ 퀘스트를 보상으로 마차를 제공하는 등 무역의 세계에 더욱 파고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 황실무역이라는 엔드 콘텐츠의 등장은 거상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검은사막의 생활 콘텐츠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콘텐츠들의 연결고리.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이었다. 낚시와 무역이 제작으로, 제작이 채집으로, 채집이 사냥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유저들은 A로 시작하여 Z에 도달할때까지 검은사막의 다양한 콘텐츠를 섭렵할 수 있었다.

낚시가 부흥하면서 제작이 활성화되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낚싯대가 필요한데, 상점에서 판매하는 낚싯대는 내구도가 30밖에 되지 않고 수리도 불가능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망가져버렸다. 한편, 뗏목은 아주 먼 바다로 나가 낚시를 즐기기에는 속도가 느리고 적재공간도 부족했다.

이에 주목받은 것이 제작이었다. 제작으로 만들 수 있는 고급 낚싯대들은 수리는 여전히 불가능했지만 보다 높은 내구도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속도도 높여주어 더 오래, 더 빨리 낚시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연계 퀘스트를 끝까지 진행하는 과정이 없어도 재료를 모아 나룻배같은 선박을 건조하면 더 빠르게 먼 바다로 나아가 새로운 어종을 낚으면서 한적한 강태공의 삶을 체험할 수도 있었다.

무역도 마찬가지다. 황실 무역과 황실 납품이 추가되면서 고급 마차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황실 무역에서 취급하는 무역품은 물건 하나당 무게가 매우 무거웠고, 황실 납품은 제한된 시간내에 최대한 많은 무역품을 옮겨야 하는 시간 싸움이었기에 보다 넓은 공간, 보다 높은 무게제한 수치를 지닌 마차가 필요해졌고, 이는 곧 제작을 해야하는 이유가 되었다.

낚싯대나 마차를 제작하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자연스레 유저들의 눈은 채집으로 이동했는데, 직접 뛰어다니면서 재료를 채집해보니 효율이 뒤쳐졌다. 특정한 재료를 집중적으로 채집할 수 있는 생산 노드의 활용이 주목받게 된 이유다. 노드를 활성화하려니 공헌도가 필요했고, 공헌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진행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검은사막은 더이상 사냥만이 유일한 콘텐츠가 아니었다. 낚시와 무역을 기점으로 출발한 생산 콘텐츠와의 만남은 어느새 사냥과 퀘스트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높아진 보상과 콘텐츠 자체의 즐거움이 어우러지며, 생활 콘텐츠는 접근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플레이의 당위성을 확보한 모습이었다.

▲ 낚시와 무역이 제작으로, 제작이 채집으로! 강력해진 연계


물론 모든 것이 좋게만 흘러갔던 것은 아니다. 낚시와 무역이 선기능의 대표적인 예라면 연금술은 역기능이 발생한 대표적인 예다.

연금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렵다'였다. 채집과 제작, 요리 등 생활 콘텐츠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작 노트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술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숨겨져 있었다. 연금술 레시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도 없어 감춰진 지식을 알아내려면 '맨땅에 헤딩'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작정 시도하자니 패널티가 너무 컸다. 제작을 시도할 때마다 사용된 모든 재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재료를 채집해야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채집해온 재료를 아무렇게나 무작위로 넣어서 연금술을 시도하자니 시간도 돈도 아까웠다. 손해를 무릅쓰고 도전한 이도 있었지만 재료의 비율까지도 맞춰주어야 했던 연금술이기에 성공적으로 아이템을 연성해낸 사례는 제로에 수렴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저들은 연금술 자체에 등을 돌려버렸다. 문제는 연금술을 통해 제작하는 재료인 '오일'이나 '피'가 고급 물품을 제작하는데 필요했다는 점이다. 결국 연금술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더 깊이 있는 제작 콘텐츠가 함께 외면받았다.

숨겨진 정보를 직접 찾아내는 과정이 '재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을 때는 '불친절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술의 현재 상황은 설사 개발사가 의도한 것이라 해도, 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레시피 정보도 얻을 수 없고 페널티도 강해 일명 '망한 콘텐츠'가 되어버린 연금술
게다가 연금술은 제작 등 다른 콘텐츠와도 연계되어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 초보부터 고수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퀘스트를 향하다

검은사막은 사냥 외에도 즐길 거리가 정말 많다. 낚시나 무역을 해도 되고, 월드 곳곳에서 채집을 해도 된다. 수많은 일꾼을 거느리며 재료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가공의 장인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2차 테스트에서 지적되었던 문제는 콘텐츠의 부족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의 부족'이었다. 꾼을 보내 재료를 수집하고 싶었지만 노드가 무엇인지를 몰랐고, 제작을 해보고 싶었지만 재료를 어떻게 가공해야하는지 몰랐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어렵고 재미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레벨업에 집중하며 사냥을 즐기던 유저들도 불만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루하다는 것이다. 퀘스트는 경험치가 아닌 공헌도를 제공해 레벨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생활 콘텐츠로 얻는 경험치 보상은 미미했다. 좀 더 색다른 수단을 향한 열망은 깊어만 갔다.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퀘스트가 변화되면서 이런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다. 초반 지역 퀘스트 라인 정리와 흑정령 퀘스트 보상 강화가 대표적이다.

▲ 퀘스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흑정령


본디 검은사막에서 퀘스트란 생활 콘텐츠를 즐기거나 장비 아이템을 대여하는데 필요한 '공헌도를 얻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퀘스트 수행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고 메인 스토리라 할 수 있는 흑정령 퀘스트조차 진행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다.

문제는 사냥에만 집중하다보면 다른 콘텐츠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없었다는 점. 레벨은 높은데 무역이니 제작이니 아는 것이 없어 시도해볼 수 없었다. 이제라도 배워보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이뤄진 것이 바로 초반 퀘스트 라인의 정리다. 파이널 테스트에서 초반 퀘스트는 방사형이 아닌 선형으로 구성되어 이를 따라가며 게임을 배워갈 수 있도록 재배치됐다.

덕분에 유저들은 나오는 퀘스트들을 하나하나 클리어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왜 몬스터의 체력 소모가 표시되지 않는지,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꾼을 파견해 더 많은 재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검은사막을 블레이드&소울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이 퀘스트 중심의 게임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튜토리얼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어 진입장벽이 낮춰준 것일 뿐 중반부 이후로는 기존의 색채를 유지해 선택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 게임 이해를 돕기 위한 초반 퀘스트 라인 정리가 이뤄졌다
사진은 무역과 노드 활성화 등 정보를 배울 수 있었던 로기아 농장


초반 퀘스트 라인의 개선이 초보 유저들을 고려한 변화였다면 게임을 보다 오래 즐기면서 반복사냥에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변화도 있었다. 흑정령이 제공하는 '보스 소환 및 처치 협동 퀘스트(이하 소환 퀘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소환 퀘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경험치를 제공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경험치 상승 폭이 실로 어마어마하기까지 해 퀘스트를 진행해야하는 강력한 동기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소환 퀘스트는 '협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파티 플레이가 권장되는 시스템이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개인 위주로 돌아가는 검은사막에서는 월드 채팅을 제외하고는 커뮤니티성이 단절된 느낌이 있었는데,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추가되어 파티를 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변화도 일어났다.

▲ 협동하는 재미와 높은 경험치 보상까지, 소환 퀘스트는 말 그대로 일석이조의 콘텐츠였다


아쉬웠던 점도 있다. 초반 퀘스트가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튜토리얼의 느낌에 가깝게 변경되었다고는 하지만, 의식하고 찾아다니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역 퀘스트인데, 무역 퀘스트를 주는 벨리아 마을 무역관리인 바하르는 특별한 조건 - 옆에 있는 주민에게 상점에서 산 흑맥주를 사서 말을 걸어야 하는 - 을 달성하기 전에는 아예 퀘스트가 있다는 정보를 주지 않기도 했다.

물론 주민들이 키워드를 지니고 있고 이것이 따로 표시가 되지 않는 것, 그리고 NPC와의 대화를 통해 숨겨진 이벤트나 퀘스트, 정보를 얻어가는 것은 검은사막의 특색이며 의도된 사항이다. 그렇지만 게임의 핵심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조정의 여지가 있다.

흑정령 퀘스트가 일반 퀘스트와 조건을 연계하는 점도 불편함으로 지적됐다. 실제 월드 채팅 등지에서는 '나는 왜 이런저런 퀘스트가 등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왔는데 흑정령이 제공하는 퀘스트를 수락하려면 그 지역의 일반 퀘스트를 완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무엇을 해야 습득하지 못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 없었다. 흑정령이 고블린의 무기를 파괴하라고 해서 파괴하고, 건물을 부수라고 해서 부쉈는데, 정작 마지막 고블린 족장 퀘스트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이 상황에서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완료하지 않은 퀘스트를 하나하나 완료하거나 퀘스트 수령 자체를 포기하는 것' 밖에 없었다. 전자는 검은사막이 퀘스트이 대해 유지하고 있는 지론인 '선택해서 플레이한다'에 반하고 후자는 그냥 콘텐츠를 사장시키는 셈인데, 이것이 꼭 필요한 선택이었나하는 의문이 남는다.

▲ 저도 보스 잡아보고싶은데 왜 퀘스트가 안나오나요?
일반퀘스트와 흑정령 퀘스트의 조건 연계가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을까?



▣ 단조로운 전투 시스템에서 탈피를 노리다

검은사막의 전투라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많다. 논타겟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역동적인 액션이나 빠른 레벨업을 위한 강력한 몰이사냥, 화려한 스킬 이펙트, 상태이상과 추가기술 연계로 상대를 제압하는 즐거움을 제공했던 PvP까지.

하지만 지난 테스트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전투가 단조롭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따라 사용하는 스킬의 개수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사냥에서는 많아봤자 서너 개의 스킬만을 반복 사용하는 전투가 대부분이었다.

사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PvP 콘텐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점령전에서는 공성무기가 반짝 등장했지만 그 효과가 미비했고,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여 지휘소나 성채를 보호하려는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몸으로 부딪히는 육탄전이었다.

이런 부분들도 파이널 테스트에서 변화를 맞았다. 스킬 시스템이 개편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투를 유도하려 했고 공성전에서는 대포를 비롯해 바리케이트, 덫 등 공성병기 및 구조물이 대거 등장해 전술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 단조로운 전투 패턴에 개선을 시도하다


스킬 시스템의 경우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거나 밸런싱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핵심은 바로 독특한 '쿨타임 시스템'의 적용에 있었다.

검은사막의 스킬 쿨타임은 두 종류가 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처럼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방식이 하나다. 다른 한 가지는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스킬을 재사용하면 위력이 줄어들거나 상태이상이 유발되지 않는 등 패널티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했다. 스킬마다 쿨타임에 따른 패널티가 존재하므로 패널티를 받고 싶지 않으면 다른 스킬을 추가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혹은 그런 패널티를 안고서라도 해당 스킬을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다시 사용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전투에서 스킬 활용 방법이 고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줬고, 실제 특정 직업의 경우에는 전투에 활용하는 기술이 다채로워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의도된 바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직업마다 사정이 달랐다. 대표적인 예가 레인저였다. 고레벨에 진입한 레인저는 EP가 소모되면 회피 사격을, EP가 차면 회피 폭발사격만을 사용하는 방식이 가장 높은 전투 효율을 보였고 쿨타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스킬이라, 단조로운 패턴의 사냥법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반면 워리어의 경우에는 주요 스킬들이 쿨타임에 들어가있을 때 전투력의 반감폭이 너무 컸던 예.

유저들은 항상 최적의 스킬 사용 방법이나 콤보를 찾아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너무 정형화되고 쉬운 전투가 반복되면 그것대로도 좋지는 않다. 쿨타임 도중 스킬을 재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검은사막의 시도가 다음 번에는 어떤 형태로 변화하게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다양한 스킬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쿨타임 시스템


점령전에 추가된 공성병기와 구조물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사실상 지난 테스트에서는 공성병기라고는 대포밖에 없었고, 넉백효과는 강력했지만 대미지가 너무 약해 사실상 전투판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점령전은 캐릭터끼리 직접 맞붙어 벌이는 육탄전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공성전에서는 대포의 위력이 대폭 강화되어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엄청난 수의 바리케이트가 동원되어 수비진을 형성하고 '덫'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GM이벤트를 통해 공급되어 공성전에 활용되기도 했다. 전투의 주력은 여전히 보병이기는 했지만, 병기의 활용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활약을 보였던 것은 대포와 바리케이트였다. 대포의 경우엔 특히 파이널 테스트 2차 점령전에서 성을 수비하던 '오아시스용병단' 진영에서 유용하게 사용됐는데, 성 높은 곳에 대포를 설치한 뒤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 지원사격을 하면 단 한 발로도 다수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높은 곳에 위치한 대포는 공격하기도 어려워 마치 '언덕 위 시즈탱크'를 연상케 했다.

반면에 바리케이트는 야지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바리케이트는 캐릭터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지휘소나 성채를 둘러싸면 주변이 뻥 뚫려있는 야지에서도 적군의 공격루트를 극도로 제한해 수비를 용이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설치형 병기인 '덫'이 점령전이 시작하기 전에도 작동한다는 점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등장하거나 활용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 바리케이트로 이루어진 장관, 공성병기의 활용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략적 요소가 늘어났다



▣ 끊임없이 변화하는 검은사막의 미래는?

개발사는 파이널 테스트의 목표가 '생활형 콘텐츠의 개선과 밸런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게임 안에서도 이런 변화의 노력이 엿보였다. 너무 어려워 소수의 유저들만 즐기던 생활 콘텐츠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변했고, 보스 소환 등 보다 다양한 재미를 느낄수도 있었다.

특히, 낚시의 경우에는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이 충분했다. 전투에서 엔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보스 전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황실 무역과 황실 납품은 생활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은사막이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다. 편차는 있었지만 전투는 여전히 단조로운 부분이 남아있었다. 연금술은 제작 노트가 추가되었음에도 높은 난이도로 활성화되지 못해 정보 공유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역품 버그와 같은 불안요소도 남아있었다.

고무적인 것은, 검은사막이 유저들의 요구를 수렴하며 변화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검은사막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변화를 수용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모순되는 요구일 수도 있다. 정답이 어느 지점에 있는 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말할 수 있는 것은 검은사막이 그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것 뿐.

그렇기에 정신없이 달려온 이 길의 끝에서 고대하던 국산 MMORPG의 부활이 이뤄질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뤄두려 한다. 다음 역은 '오픈 베타'다.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검은사막이 오픈 베타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선보이게 될까.

▲ 오픈을 앞두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