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쌀쌀해진 날씨와는 반대로 강연장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강연장은 청중으로 가득 찼다. 기자도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강연 제목은 "우리가 너희를 궁금케 하리라". 비주얼샤워의 김종국 프로젝트 매니저가 KGC2014에서 진행한 강연이었다.

[▲ 비주얼샤워 김종국 프로젝트 매니저]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게임 개발자라면 겪었을 과거를, 학생인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요. 당신은 게임 개발자입니다. 오랜 개발 끝에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출시하기 전까지 굉장히 고생했어요. 야근까지 해가면서 말이죠. 며칠 후, 당신은 두근거리며 게임의 지표를 확인합니다."

[그래프에서 y축은 인원수 x축은 날짜를 의미한다.]

지표를 보니 처음에는 많은 인원이 접속했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디테일한 정보를 받아서 보니 게임을 실행한 뒤 20분 만에 많은 유저가 이탈했다.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왜 금방 종료해버렸을까. 김종국 프로젝트 매니저는 만약 유저에게 직접 물어본다면 "재미 없어서요"라는 대답을 들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이유를 4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거나, 게임의 퀄리티가 원했던 것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혹은 게임이 뻔해서 더 이상 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게임이 지루해서 도중에 그만두는 유저도 있다.

"제 어머니가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보죠. 피버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SNG '에브리 팜'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잘 어울리는 게임입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시거든요. 만약 제가 만든 게임이라고 바이오쇼크를 어머니께 보여드리면 게임을 하실까요? 어머니께서 안 하신다고 바이오쇼크가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취향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게임은 없습니다."


퀄리티가 안 좋다는 의견에는 한 가지 방법 외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더 많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답은 명확하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점을 채워야 하는지 개발자는 알고 있다는 거다. 그는 게임에서 부족했던 점을 인지하고 그 부분을 메꿔 나가면 자연스레 퀄리티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뻔하네, 더 볼 것도 없네라는 내용과 지루하다는 내용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 않다는 거죠. 유저는 게임을 할 때 목표를 가지고 합니다. 격투 게임의 경우에는 캐릭터를 잘 다루기 위해 노력하거나 특정 상대를 승리하는 재미를 맛보기 위해 즐기죠. RPG의 경우에는 좋은 장비를 갖추거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로 합니다. SNG는 작물을 재배하거나 마을을 꾸미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재미로 하죠."

항상 1등을 하려고 하는 사람처럼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게임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목표가 필요하다. 한 가지 게임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매일 여러 가지 게임이 등장한다. 항상 게임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거다. 목표를 부여하기 전까지 어떻게 유저를 붙잡아 두어야 하는가. 김종국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타이밍이 호기심이 힘을 발휘할 때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유저는 아기와 같습니다. 인내심이 없죠.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는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 다른 게임으로 떠나버립니다. 인내심이 없는 유저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각종 놀 것을 제공해 유저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합니다."

흥미를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자신이 재밌게 즐겼던 '영웅전설3'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전부 기억한다고 했다. 반면에 싸웠던 몬스터는 일일이 기억하지 못했다. 그만큼 게임 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방법이다. 유저가 계속 게임을 하도록 하는 강력한 수단인 것.

물론 이야기의 단점도 존재한다. 이전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다음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이 이어져야 한다. 전체 내용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인지하는 피로도도 그만큼 높다. 즉, 이야기는 유저가 납득했을 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에는 무용지물이다.

[▲ 예시로 사용된 이야기]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요? 사진을 한 번 보시죠.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측 하단에는 건너뛸 수 있는 스킵 버튼이 있네요. 이런 이야기를 보시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무래도 대부분 읽지 않을 겁니다. 이야기를 읽지 않고 건너뛰어버리는 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창세기를 경험한 사람이 있나요? 혹은 천마대전이나 용사 21과 같은 경험을 직접 겪어 보신 적이 아마 없으실 겁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세계관이겠지만, 처음부터 세계관을 알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유저는 없죠."

외딴 섬에서 살인자를 피해 단서를 찾아 탈출하는 '하안섬'과 마을을 수호하는 얼음나무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스케이프'. 두 게임 중에 어느 게임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될까. 생명과 관련된 '하얀섬' 이야기가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생존, 애정, 죽음, 배신과 같이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더라도 다른 콘텐츠를 통해 간접 경험해봤다. 이렇게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및 행동에 관계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연령대에 따라 같은 감정이라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 점도 주의해야 한다. 똑같이 '헤비 레인'을 즐기더라도 자식이 있는 30대의 남성과 10대 남성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급박한 상황에 휩쓸리도록 해야 합니다. 문건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 내는 이야기의 오프닝을 만든다면 어떻게 할까요? 급박한 상황을 나타낸 오프닝이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됩니다. 높은 곳에서 갑자기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을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없죠.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긴 했지만, 납득하는데 장시간 걸리는 이야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임팩트 있는 장면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마스킹 이미지(가림 & 예시)가 있다. 상자가 등장하면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가 있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상자만이 아니라 닫힌 문 안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런 장치들 안에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장치의 장점으로는 빠른 반응과 함께 피로도가 낮은 점을 꼽았다. 반복된 학습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닫혀있는 상자를 열어본다. 호기심이 빨리 생성되는 만큼 빠르게 사라진다. 상자를 보고 생긴 호기심은 여는 순간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지 않고 행동 허들도 낮다.


대표적인 예로는 '슈퍼마리오'가 있다. 김종국 프로젝트 매니저는 직접 확인을 해봤다고 했다. 슈퍼 마리오의 1-1 스테이지에서는 우측으로 한 칸만 움직여도 바로 물음표 상자가 등장한다. 작은 배수관을 보여주면서 큰 배수관도 보여준다. '슈퍼마리오'는 새로운 장치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호기심을 꾸준히 생기도록 구성됐다. '슈퍼마리오'만이 아니라 '다크소울2'도 마찬가지다. '다크소울2'는 어두운 상황에서 밝은 빛을 보여주면서 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기를 떠올려 봅시다. 여러 콘텐츠를 준비했었더라도 전부 갖고 놀 수 있도록 해버리면 금방 싫증 내죠. 총으로 인형을 100미터 밖에서 맞추면 새로운 장난감을 주는 형태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오픈해 나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겁니다. 사람은 갖고 있는 것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앵그리버드'의 경우에는 각 스테이지를 순차적으로 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꾸준히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목표가 생기면서, 게임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게임만이 아니라 무료 쿠폰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은 일을 시작했을 때 마무리까지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이용해 꾸준히 콘텐츠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UI의 경우에는 필요한 기능이 많다. 이럴 때는 순차적으로 하나씩 열어나가면서 다음 기능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은 본능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이미지를 보시면 눈에 확 들어오죠. 이렇게 종의 보존에 관한 본능인 성적인 요소나 자기방어 본능에 관한 잔인한 요소를 사용하면 주목을 끌기 쉽습니다. '하얀섬'에서도 여자 주인공 두 명이 도망을 다니다 샤워를 하는 장면이 있죠. 최근에서야 저도 알게 됐는데요. 구글에서 검색하면 전 시리즈 샤워신이 다 뜨더라고요. 샤워신의 검은 얼룩을 지워버려고 하다가 안되니 컴퓨터로 검색해봤다는 거죠."

분명 이런 요소들은 빠른 시간에 주목도를 높일 수 있지만, 호기심은 아니다. 그는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불쾌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기심은 수치로 정량화하기 힘듭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장치를 넣었다 빼면서 테스트하지 않는 이상 측정이 어렵죠. 답변은 제 질문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많은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 강연이 있었음에도 왜 이 강연에 들어오셨나요? 저는 그 결정에 호기심이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