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재능있는 어린 선수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젊고 재능있는 실력파 선수들이 많다면 그 종목의 미래는 밝다. 현역 선수들이 물러나도 젊은 선수들로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되면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브루드워에서의 '리쌍록'을 만든 이제동과 이영호가 그랬고, 스타2에서의 '97록' 이승현과 조성주, LoL의 '페이커' 이상혁이 그런 존재다.

도타2에도 이런 평가를 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전 이블 지니어스(이하 EG)의 미드이자 현 팀 시크릿의 캐리를 담당하고 있는 '아티지' Artour Babaev다. 한국 나이로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그는 화려한 컨트롤과 폭발적인 캐리력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미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아티지'는 이제 1년 가까이 몸담았던 EG를 떠나 유럽의 '팀 시크릿'의 캐리로 활동하게 됐다. 팀 시크릿 역시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로 불리고는 있지만, 이미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팀을 떠난데다 포지션까지 변경한 만큼 그에게는 인생 최대의 도전일 수 있다.

인벤은 '아티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팀을 옮긴 '아티지'의 심경과 새 팀에 대한 그의 생각, 마지막으로 한국 팀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하는 '아티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사진출처 : 리퀴드도타




■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팀 이적은 서로를 위한 것



Q. 반가워요! 먼저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팀 시크릿에서 캐리를 맡고 있는 '아티지' Artour Babaev입니다. 캐나다 출신이지만, 아주 먼 곳에 있는 한국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아서 너무 기쁘네요.


Q. 팀 얘기를 해보죠. EG가 성적을 잘 내고 있었는데 팀을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예전에 그랬듯이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치기 위해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재의 메타에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향성에 대해 서로가 원하는 플레이 방식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견해 차이가 있었죠. 이대로 가면 나중에 가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았어요. 서로가 새 출발을 하는 데 있어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Q. 새로운 팀에는 잘 적응하고 있나요? EG와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데요?

현재의 팀원들과도 몇 번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할지는 대충 알고 있어요. 팀의 진짜 색깔이란 건 스크림을 할 때보다 대회 중 압박감을 느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 분위기가 어떤지 판단하는건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다만 스크림 환경에선 배울 것도 많고 편안하게 게임하는 것이 EG랑 비슷해요. 경기를 한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공식전에 나서는 것이 굉장히 기대되네요.

▲ 이제는 팀 시크릿의 1번 캐리다!


Q. 'zai'와 함께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변경한 포지션에는 익숙해졌나요?

사실 저는 EG에서 하던 것과 같은 역할에 '하드캐리'가 얹어졌을 뿐이에요. 덕분에 우리가 조금 더 유연하게 경기를 플레이할 수 있죠. 아직 완벽하게 적응한 건 아니지만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봐요.

공식전을 치르면 훨씬 더 빠르게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TI5로 가기 위해 모든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경기 하나하나가 배움의 장이 될 것이고 새로운 아이템 빌드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 나는 캐리가 더 어울리는 사람! 적당한 부담감은 실력을 더 끌어올려 줄 것



Q. 본인 정도 실력이면 's4' 대신 미드를 맡을 수 있었는데, 왜 캐리를 맡게 됐나요?

캐리가 모든 면에서 저한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전 도타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캐리형 미드를 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죠. 레인마다 정해진 역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전 '캐리형 미드'로 정해지지 않았을까요?


Q. 팀 시크릿으로 옮긴 후 아직 공식전이 없죠. 자신은 있나요?

자신 있어요. 우리가 스크림에서 플레이하고 계획했던 것들을 중국에서 실험해 볼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20일에 중국에 숙소를 잡았어요. 그 때부터 전지훈련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 '아티지'의 마지막 공식전인 Dota Pit League 시즌2 4강. 결국 2:3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Q.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로 불리고 있는데, 이런 평가가 부담스럽진 않나요?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로 불리는 건 정말 영광스런 일이지만, 전 아직 감히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TI 우승도 못했잖아요! 전 'Mu'가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봐요.

전 언제나 약간의 부담감을 갖고는 있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고 봅니다. "압박감 속에서는 기대 이상의 실력이 나오거나 기대 이하의 실력이 나오기 마련이다"란 말도 있는데,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많은 이상 그런 부담감이 제 실력을 더 끌어올려 줄 거에요.


Q. '미다스의 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다스의 손은 이번 패치에서 거의 모든 영웅에게 좋은 아이템이에요. 저도 몇몇 게임에서 미다스의 손을 가면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해보곤 해요. 사실 이 아이템에 대한 제 생각은 거의 매달 바뀌어요. 상황에 따라 구매하면 좋은 경우가 있고... 구매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 한국 팀,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해야... 기회만 된다면 한국에도 오고 싶어



Q. 한국 팀 얘기도 해보죠. 드림리그에서 MVP 피닉스를 2:0으로 꺾었어요. 그 경기에 대한 솔직한 소감은 어땠나요?

MVP 피닉스의 미드레이너 'QO'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의 취권도사는 제가 만나본 모든 취권도사 중 레인전을 가장 잘했죠. 늑대인간 vs 취권도사 구도를 굉장히 많이 겪어본 사람으로서 'QO'는 세계 최고의 미드레이너 중 하나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장담해요. MVP 피닉스의 TI4 예선전도 아주 인상깊었어요. TI5에서는 8강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드림리그에서의 결과는 '아티지'의 완승이었다.


Q. 한국이 스타2와 LoL에서는 강하지만, 도타2는 아니죠. 이유가 뭐라고 보나요? 한국 팀이 TI5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요?

당장은 두 게임이 도타2보다 플레이하기 좋다고 봐요. LoL과 스타2는 이미 e스포츠 리그가 창설되어 있고, 제작사로부터의 지원도 많이 받고 있잖아요. 도타2는 이제 막 시작된 게임이기 때문에 완전히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거에요.

하지만 MVP 피닉스가 TI5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거기에 영향을 받아 한국의 도타2 판도 커질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한 팀이 독보적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많은 팀들이 서로 도우면서 게임을 이해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더 탄탄한 판을 구축할 수 있으니까요.


Q. 한국에도 팬들이 정말 많지만, 실제로 볼 기회가 없어요. 만일 한국에서 리그를 열어 팀 시크릿을 초청한다면 응할 생각이 있나요?

당연하죠! 한국을 여행하고 싶기도 하고, 전 몇몇 MVP의 선수들과는 좋은 친구이기도 해요. 제 스케줄만 된다면 꼭 가서 모두를 만나보고 싶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 주시죠! DAC나 TI5에 대한 각오도 듣고 싶네요.

이렇게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해요. DAC와 TI5에서도 꼭 좋은 모습 보여줄게요. 스폰서에 대한 감사의 말도 해야하는데... 스폰서가 없네요(웃음). 언젠가 꼭 함께 한국의 팬 여러분과 사진을 찍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아티지'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로 불리고 있음에도 굉장히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드러내며 도타2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최고의 인재라는 평을 듣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 '아티지'와 인터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는 이미 기자가 아니라 '팬보이'가 되어 있었다.

세계의 도타2 팀은 많고 그많큼 스타도 많다. 기자같은 '팬보이'들의 염원을 한 데 모아 TI 진출이 유력한 팀의 선수들을 만나보는 '팬보이 특집'! TI에 진출할 16개 팀을 다 다뤄보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한국의 도타2 팬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을 때까지 '팬보이 특집'은 계속된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