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송재경 대표, 김동건 본부장, 서관희 대표, 홍동희 전 대표


경기도, 성남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성남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제1회 G-HUB 게임커넥트 2015에서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한 곳에 모여 '개발자의 커리어패스, 40대 이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전 막고야 홍동희 대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대표, 넥슨 김동건 본부장이 참석해 자신의 커리어를 되돌아보고 후배 개발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게임 개발자 연대의 김종득 대표는 "40대 중반이 되면 개발 정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현재의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라며 운을 띄었다

송재경 대표: 대학교 다닐 때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30살 되면 프로그램 못짠다.' 돌이켜보면 이런 말을 했던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잘 못짜던 사람들이 었던거 같아요. (웃음) 제가 30살이 됐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40살 되면 프로그램 못짠다.' 이 분들도 프로그램 잘 못짜던 분들이었어요.

제가 지금 67년생, 49살이에요. 내일 모레면 50살이죠. 지금은 아무래도 다른 일이 많다 보니 프로그래밍에만 집중할 수는 없지만, 만약 프로그래밍에만 전념한다면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49살까지는 되는 거 같으니 50살까지도 될 거 같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김종득 대표: 여기 계신 분들이 1세대 개발자로 처음 게임 시장을 만든 분들 이잖아요? 그 때랑 지금이랑 게임 산업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홍동희 전 대표: 지금 상황은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상황이에요. 제가 처음 게임 만든다고 했을 때는 어디에 오락실을 차릴거냐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게임을 만든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어요.

지금의 환경, 특히 오픈마켓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같은 개발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시대에요. 게임 개발 후에도 마케팅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데 지금은 오픈 마켓이 어느 정도 대신 해주니까요.

제 나이가 50살이에요. 개발 자체만 놓고 보면 40대가 되어도 개발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듯 개발자의 수명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김종득 대표: 개발자로 40대가 됐을 때 가장 문제 되는 것이 현업에서 실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거든요. 관례상 40대 개발자를 뽑으면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실무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김동건 본부장: 40대라고 해서 실무 능력이 떨어지진 않아요. 노련함이 있어 오히려 더 잘하죠. 40대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무력함 때문이에요.

저 같은 경우도 넥슨에서만 15년 있었는데, 같은 일을 계속하다보니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개척했던 예전의 희열과 재미가 퇴색해버린 감이 없지 않아요. 회사원처럼 회사를 다니게 되는거죠. 능력보다는 에너지가 좀 줄어든다는 느낌이에요.

서관희 대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40대 개발자들이 많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최근 몇년 사이에 더 많은 글이 보이는 것 같고요. 저희 회사 같은 경우 처음 설립 때는 평균 연령이 29세였어요. 지금은 36살. 회사나이와 함께 같이 따라왔더라고요. 저희 회사도 돌아보니까, 25%는 40대에요. 25%. 시간이 지나면 아마 평균 나이도 점점 더 늘어나겠죠. 그리고 40대 개발자중에 6%정도만 관리 업무를 하고 있으니 개발자로서 40대도 충분히 실무를 하고 있는거죠.

김종득 대표: 관행상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개발자를 뽑는것을 꺼려하는 감이 없지 않아요. 개발자를 고용할 때 나이에 민감한 부분이 40대를 개발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어요.

김동건 본부장: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해요. 팀을 새로 꾸리는 데 팀장이 젊은 사람이면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지시를 하기가 좀 껄끄럽죠. 팀장을 처음 하는 사람이면 더 힘들고요. 그런데 이것은 의식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직책과 직급을 나눠서 생각해야해요. 게임 개발과정에서 직책은 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직책이 직급처럼 쌓아나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해요. 직책 자체가 그 사람의 높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많이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한데...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홍동희 전 대표: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전 외국계 회사를 많이 알아봤는데, 외국은 그나마 나이에 관대한 편이에요. 최근에 있던 회사에서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그런데도 업무적인 부분만 보자면 일을 진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한국은 장유유서 문화가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누군가는 솔선 수범해서 나이 많은 개발자도 흔쾌히 뽑으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젊은 회사도 중년 개발자의 능력이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뽑는 것 처럼 말이죠.

송재경 대표: 요즘은 개발자가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프로그래머로 개발자를 한정한다면 오히려 나이보다는 실력 차이가 명확한 편이라 실력에 의해 서열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연봉이나 직급과 무관하게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라 프로그래머에 한해서는 이런 문제가 좀 덜한 것 같아요. 팀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그래머도 있고... 예외적인 사례가 있어서 오히려 더 희망찬 것 같아요.

▲넥슨 김동건 본부장


김종득 대표: 나이를 먹으면서 연차로 인해 왠지 팀장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곤 하는데요. 관리와 실무를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개발자가 실무에 집중하고 싶어할 경우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서관희 대표: 저 같은 경우 대표가 된지 4개월 밖에 안 되기도 했고, 같은 회사에서 10년 동안 있어서 다른 회사의 시스템이 어떤지 잘 몰라요. 일단 희망 연봉이라는 항목 자체가 40대 개발자를 뽑기 어렵게 하는 것 같아요. 기존에 받았던 연봉과 비슷하게 받고자 하면서 관리 업무는 부담스럽다거나 싫다거나 하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뭔가 근본적인 방향을 바꿔야지 정년을 바라볼 수 있을 거에요.

홍동희 전 대표: 40대 개발자를 떠나서 그냥 40대의 고민이에요. 사실 개발자는 좀 외곬수 성향이 있어요. 덕후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흥미를 느끼면 파고 들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기질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괴리감이 생기는 거죠. 이 문제는 다들 고민을 좀 해야 해요.

반면 본의든 타의든 회사를 나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죠.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있다가 나온 사람들에 비해 박탈감이 적어요. 능력이나 끼로 인생을 헤쳐나가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봐요.


김종득 대표: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에 할애하는 부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열정적인 개발자와 가장이라는 역할 사이에서 어떤 고민이 있으신가요

김동건 본부장: 넥슨에 처음왔을 때, 넥슨 일반 직원들은 개발자들을 별종이라고 표현했어요. 관리가 너무 안되고 자기 하고 싶은 거만 한다고 해서요. 회사원이 아니다라는 평가들이 많았어요. 이 소리가 너무 싫어서 우리도 뭔가 조직화 해서 회사원으로써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개발자들이 너무 경직되어 있어요. 일에 치여서, 생활에 치여서 열정을 잊고 사는 거 같아요. 지금은 자유 출퇴근이나 해야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죠.

홍동희 전 대표: 최근 몇 년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정시 출퇴근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개발자가 아니더라도요. 생활 리듬을 찾을 수 있어요. 일과 생활을 균형있게 가져가야 되요. 그런데 게임 회사는 이런 것이 보장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회사들은 야근이 잦거든요. 이해는 하는데 자랑이 될 수는 없는 일이죠.

회사가 개인을 책임져 주는 시대는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지속해서 자기 개발을 해야해요. 저 같은 경우도 3년 이상 같은 기술을 계속 사용한 적이 없어요. 뭔가 바뀌어요. 컴파일러가 바뀌고 운영체제가 바뀌고... 이런 상황에 잘 대처를 해야하죠. 그렇기 때문에 일과 생활에 균형을 잘 잡아야된다고 봐요.

그래서 가급적 정시 퇴근을 해야해요. 정시 출근보다 정시 퇴근이 중요합니다. 남는 시간에 재충전을 해야해요. 그래야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어요.

▲ 전 막고야 홍동희 대표


김종득 대표: 개발 막바지 과정에서 하루에 18시간~ 20시간 동안 일하는 크런치 모드라는 것이 있는데요. 보통 한달 정도 하는데 어떤 회사는 6개월을 하기도 하더군요. 크런치 모드가 개발에 도움이 안된다고 검증이 이루어지고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크런치 모드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서관희 대표: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크런치에 대한 생각이 왔다갔다 해요. 어떤 때는 필요한 것도 같고 어떤 때는 이게 필요한건가 싶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크런치를 할 때 구성원들이 동의하면 효과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멤버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달리느냐 마느냐의 차이죠.

송재경 대표: 학교 다닐 때부터 벼락치기를 했어요. 전반적으로 회사가 이런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개발하는 동안에는 개발이 잘 안 굴러간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CBT등을 앞두고 동기부여가 되면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매일 꼬박꼬박 정시 출근, 퇴근하면서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다고 생각해요. 애플, 구글, EA, 블리자드가 와도 이건 어쩔 수 없어요. 그 쪽도 다 크런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종득 대표: 그럼 크런치를 할 경우 적절한 보상안이 있을까요?

송재경 대표: 글쎄요. 어려운 부분이네요(웃음). 가장 강력한 보상은 좋은 제품, 즉 좋은 게임을 만드는 거 겠죠. 거기에 합당한 물질적 보상이 반드시 따라가야한다고 생각해요.

김종득 대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심리적인 부분아닐까요? 거대한 폭포수에서 물이 떨어져도 아래로 갈수록 시냇물도 안되는 물로 변하는 것처럼 인센티브도 이런 식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김동건 본부장: 마비노기를 만들었을 때 넥슨에서 매우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했어요. 성공작들을 운영하고 인센티브를 많이 받아왔죠. 굉장히 자극이 많이 되는 방법이었어요. 넥슨이 성장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인센티브가 중심이 되면서 돈 버는 것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돈이 안되는 일은 시도조차 안 하게 되고... 돈 버는 프로젝트에서만 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어요. 심지어 프로젝트 끝나고 퇴사하는 사람도 봤어요. 이건 답이 아니다 하는 결론이 나왔죠. 그래서 지금은 반대 성향으로 가고 있어요.

회사마다 기조가 조금 달라요. 어느 회사는 결과를 길게보고 실패를 하더라도 경험을 쌓아가는 회사도 있고, 흥행에 올인하는 회사도 있을테고요. 요즘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 1% 성공률이라고 하더군요. 개발자의 삶이 적은 월급과 많은 인센티브냐 혹은 적은 인센티브냐 둘 중의 하나로만 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40대가 되면 돈 들어갈 곳도 많아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급여를 받고 싶다는데 치중하게 되는 거죠.

서관희 대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40대 개발자라면 안정을 원하게 되는데, 게임 산업은 답이 아닐 수도 있어요. 현재 게임 업계에서는 안정적으로 무난하게 오래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연봉제에 대해서 회사와 개인 모두가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옛날에 우리가 순수했던 때 와는 다르거든요. 기본적인 일이 있고 추가 수당이 있고, 그리고 인센티브가 있고. 모두 고려 대상인 거죠. 내가 하는 일이 어떨 때는 팀장, 어떨 때는 스텝으로 유연하게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 "언젠가는 내 게임 만들거야"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한거 같아요. 그런데 아직 저도 정리가 잘 안돼서... (웃음)

▲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대표



김종득 대표: 우리는 앞으로 10년은 더 개발을 해야 할텐데 미래에는 어떤 기술에 대비해야 할까요?

송재경 대표: 왜 어려운 질문은 저부터죠(웃음)? 글쎄요... 저는 AI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이 가능한 NPC를 만든다던가 유저 맞춤형 퀘스트를 제공한다던가요.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다른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AI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동건 본부장: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 중요해질 거라고 봐요. 야구를 예로 들어볼게요. 야구를 하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많잖아요? 게임도 이런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인기 많은 BJ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보면서 같이 즐거워하거나, 게임 패치에 대해 친구와 토론하는 것 역시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트렌드라고 봐요. 과거처럼 게임을 플레이만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고민해야 되요.

서관희 대표: 음 10년 뒤를 누가 알겠어요? 그런데 2004년 초반이나 지금이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게임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중요한 경험이죠. 10년 전이랑 달라진 것은 디바이스와 비주얼 정도? 보도 듣고 느끼는 것이 달라진 것 뿐이죠. 결과적으로 빠른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 재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면 기술적인 부분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 같아요.

홍동희 전 대표: 10년 뒤를 생각해보면 일단 60이네요(웃음). 오픈소스가 힘인 것 같아요. 오픈을 하면 힘을 얻게돼요. 10년 뒤에는 오픈소스가 엄청 많아질 것으로 예상해요.

초이스가 넓어져서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안좋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택장애가 있어요(웃음). 하나의 테크닉을 골랏으면 끝날때까지 써야해요. 게임을 만드는데 중간에 엔진이나 언어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요. 그래서 오픈소스를 보는 안목이라던가,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길러야 할거에요.



그들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짧은 질의 응답 시간을 마지막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다음은 질의 응답 내용이다.

Q. 개발자로서의 지난 삶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한 줄로 평가한다면 어떤가요?

홍동희 전 대표 : 한 줄까지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뭐, 참 재미있었습니다. 참 밤 많이 샜고요. 라면도 참 많이 먹었습니다. 내 자식에게 하겠느냐고는 세 번쯤 물어볼 것 같지만, 재미있었어요.

서관희 대표 : 음, 저는 아직 40대 초입이잖아요? 전 지금도 배울 게 많은 것 같고, 모르는 게 많아서 아직은 ING라고 생각해요

김동건 본부장 : 10년 전하고 똑같은 걸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우울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좀 회복해서 10년 동안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고 싶다고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10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고 게임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핵심 부분인 '재미'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변화하는 진도도 아주 느려요. 나이를 먹으면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송재경 대표 : 제 경우에는…개발자로서 전성기를 겪어보고, 개발자가 아닌 딴짓을 하느라 좀 시간을 보냈고. 요즘에 다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실전에 배치될지 안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짜는 거요. 이게 더 적성에 맞는 일인데 괜히 중간에 딴짓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개발자로서 계속 사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이제 와서 되돌릴 순 없겠지만요.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Q. 인생을 4~50년 사셨잖아요. 자신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으신데, 무엇인지 궁금해요. 개발자로서의 궁극적인 목표요.

송재경 대표 : 음…제 경우에는, 역사에 길이 남는 의미 있는 게임을 만드는 거겠죠.

김동건 본부장 :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죽기 전에 뭔가 의미 있는 걸 하고 갔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합니다.

서관희 대표 : 보다 많은 사람이 제가 만들 게임을 즐기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웃음).

홍동희 전 대표 : 제가 하는 이 일이 남에게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이거, 내가 재미있어서 만들었어." 하면 "우와, 대단해!" 이렇게요. 그게 꼭 게임만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인정을 받아보고 싶어요. 좀 더 글로벌하게,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김종득 대표 : 제가 입을 보태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전 게임개발자연대의 대표로 꿈이 생긴 게 있어요. 게임 개발자가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직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Q. 1세대 개발자 토크였는데, 기획자로서 듣고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획자는 프로그래머보다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직군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디렉터가 되거나 PD가 되거나 PM이 되지 않는 한 기획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기획자가 40대까지 갔을 때, 커리어를 유지할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혹은 어떤 게 가장 좋을지도요.

김동건 본부장 : 게임을 개발하는데 기획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디렉터, 크리에이터, 게임 기획자, 데이터 튜닝 등등. 처음에는 작가처럼 일하시는 분도 있고, 게임을 튜닝하고 조립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분도 있고요. 두 일은 실제로 하는 일은 비슷할지 몰라도 다른 직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를 '기획자'라고 하죠.

실제 업무로 가보면 다른 기획자들도 많아요. 유저 응대를 하거나, 게임을 조립하거나. 제가볼 땐 기획자가 된 이유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디렉터가 되어야 하고 한 단체의 장 정도 되는 지위에 있어야 하죠. 이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게임 마스터가 되고 싶고, 세세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굉장히 드물고 잘 안 하려고 하거든요. 보통 기획자들은 대부분 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죠. 세세한 디테일을 만지는 걸 꺼려요. 그 부분에서는 굉장히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