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나단 당코프

'게임'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콘텐츠다. '개발'자체만 생각해도 다양하다. 디자인, 기획, 네러티브 등등,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는데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게임의 직접적인 이용 계층인 '유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른바 '피드백'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라 해도, 미리 선정된 테스터들에게 선보인 후, 그들의 반응 및 의견을 기반으로 게임의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피드백'은 현대 게임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피드백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다. 아니, 다양함을 넘어 게임의 개발에 포함된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 평가의 척도가 객관적 수치에 대입할 수 없는,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서술만으로 이뤄진다면 더욱 어려워진다.


'조나단 당코프(Jonathan Dankoff)'는 유비소프트의 유저 대상 조사연구원이다. 수없이 많은 유저들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받아온 그가, 강단에 서서 청중들을 대상으로 논한 주제는 '가장 피드백이 난해한 분야'인 '내러티브'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러티브'에 대한 피드백이 왜 어려운가? 라는 물음에 조나단은 스스로 대답했다. "평가의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내러티브'는 게임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요소다.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와 스토리라인이 없는 게임은,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과 같다. 게임으로서 필요한 부분은 모두 있지만, 어떠한 목적성이나 동기 부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들어 FPS게임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멀티플레이 위주'의 패키지 FPS(예를 들자면 '타이탄폴'이나 '이볼브'와 같은 게임)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이유도 훌륭한 세계관에 비해 빈약한 내러티브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라인과 시나리오의 전달력을 결정하는 내러티브를 평가함에 있어 다분히 테스터의 주관적인 시선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난감한 것은 그들의 평가가 대부분 어떤 단점을 명확히 드러낼 만큼 날카롭거나, 비평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조나단은 내러티브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이 대부분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데요?"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러티브는 게임을 제대로, 끝까지 즐기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요소다. 게임을 출시하기도 전에 완제품을 내보일 수 없으니 내러티브에 대한 피드백은 대부분 서면으로 된 스토리라인 요약본 등을 통해 이뤄진다. 시큰둥한 반응들은 이런 과정에서 오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네러티브는 하나의 작품을 구성함에 있어 바꾸기가 굉장히 힘든 부분이다. '매스 이펙트3'를 예로 들면, 출시 전 엄청난 기대를 받았고, 게임 구성도 훌륭했지만, 마지막 10분이 모든 평가를 망쳐놓았다. 바이오웨어 측은 부랴부랴 DLC등을 통해 미적지근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엔딩 파트를 다시 내놓았지만, 유저들의 평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설사 엔딩까지 아우르는 피드백을 시행해 그 내용을 종합했다 해도, 엔딩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미리 던져둔 복선과 설정 충돌 등을 모조리 고쳤어야 할 것이다.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예시는 찾아볼 수 있다. '쥬라기 공원3'에서 새로 등장한 악역 공룡인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의 목을 물어뜯을 때, 기존의 팬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두 편에 걸쳐 '쥬라기 공원'시리즈의 간판이 되어버린 티렉스를 개연성도 없이 튀어나온 지느러미 공룡이 넘어선다는 그 하나 때문에 말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게임을 테스터들에게 공개해도,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뤄질 정도로 개발을 진행해 놓으면,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이다. 내러티브에 대한 피드백은 이렇듯 태생부터 모순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내러티브를 버릴 수도 없다. 이미 리뷰어들 사이에서 내러티브는 게임을 평가함에 있어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이고, 이는 조나단이 직접 조사한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나단이 말한 내러티브 피드백 네 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Read, Write, Analyze, Discuss로 이뤄진 네 번의 발디딤. 사실 이조차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Read'의 단계는 말 그대로 준비되어 있는 시나리오를 6 - 10그룹으로 나누어 읽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그룹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며, 한 그룹은 작가진, 그리고 그 동료들이 되고, 나머지는 작가진하고 관계가 없는(게임 및 레벨 디자이너, 기획자 등, 유저들 포함) 인원들로 구성된다. 결국은 모두가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인원들이다.


이후 이들에게 10일의 시간을 주어 내용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을 기록하게 만든다. 이 때, 각각의 영역을 나눠 스크립트를 읽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작가진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주어, 작가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 단계가 'Write'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순서는 결과에 대한 분석. 'Analyze'의 단계가 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인물은 이 모든 과정을 취합하는 'Resercher'가 된다. 담당자는 'Write'의 단계에서 기술된 노트, 그리고 질문들을 종합해 초본 보고서를 작성한다. 동시에 일치하는 이슈들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과정도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담당자는 작성한 보고서를 작가진과 함께 살펴보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논의 과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며, 논의 과정 중 나온 결론들을 추가해 최종적인 수정 사항을 결정한다. 이것이 내러티브 피드백의 네 번째 단계인 'Discuss'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조나단의 강연은 이 네 가지 단계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강연의 마지막. 그는 내러티브의 피드백에 대해 '굉장히 단순하고, 또한 명확하다.'라고 말하며, 더 나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모두 게임 내에 적용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어떤 주제에 대한 피드백은 굉장히 다양하며, 이 중에서 실질적으로 개선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찾는 것 부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작금에 이르러, '좋은 시나리오'는 하나의 게임에 있어 '+a'의 요소가 아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 되었다.


당장 두 작품만 생각해봐도 답은 명확하다. 'The Last Of Us', 그리고 'TitanFall'. 둘 다 훌륭한 작품임에도, 너티독의 'The Last Of Us'는 전설로 남게 되었고,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TitanFall'은 오리진 특가 세일의 단골 메뉴가 되어버렸다. 상기했듯, 네러티브에 대한 피드백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복잡할 거다. 아니 애초에 네러티브 팀을 제외한 다른 개발팀들조차, 네러티브에 대한 우선도를 최하로 치고 있으니 더욱 힘들 것이다.(이는 조나단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더 좋은 이야기, 더 좋은 게임을 위한다면, 내러티브에 대한 피드백을 심도있게 고민해 보는 것도 앞으로 개발사들이 고려해야 될 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 당장 만들고 있는 당신의 작품이 범작으로 남게 될지, 혹은 새로운 마스터피스로 대중 앞에 서게 될지는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