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인기는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쪽으로의 야구가 가지고 있었지요. 게임에서도 '보는 야구'가 성공한다는 사례를 국내에 가장 먼저 보여준 게임이 생각납니다. '프로야구 매니저' 말이죠. '팡야'와 함께 엔트리브소프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엔트리브가 새로 선보이는 '프로야구 6:30 for Kakao(이하 '육삼공')'는 그래서 많은 의미를 가집니다. 한 번 맛본 '프로야구 매니저'의 서비스 성공. 라이센스를 세가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백 퍼센트가 아닌 성공. 하지만 오랜 운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모바일 야구 매니지먼트에 도전한다는 것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한 스토리입니다.

그 '육삼공'이 2월 26일부터 한 주 동안의 CBT를 진행했습니다. 완전히 선수가 다 나온 것이 아니고, 핵심 시스템을 시험하는 정도의 테스트로 보입니다. 그래도 야구팬으로서 이 게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지요. 순혈 iOS 유저였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갤럭시탭을 잠시 탈취해 플레이했습니다.

▲ 시즌 정보와 준비 화면. 현재 성적이나 전력 비교가 직관적


첫인상부터 말해볼까요. 군청색을 기반으로 편성된 깔끔한 UI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총 열다섯 가지 메뉴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다섯 개씩 나눠 3화면에 배치했습니다. 슬라이드를 하는 방향으로 다른 메뉴가 나오고, 두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퀵메뉴도 뜹니다. 한 번의 조작으로 모든 메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계산이 보입니다.

플레이 첫인상도 좋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빠른 템포'입니다. 기존 야구 시뮬레이션은 매 기간마다 리그가 정해지고, 일정 시간에 리그 팀끼리 경기가 진행되어 승격과 강등이 정해졌지요. '육삼공'은 과감하게 이 시스템을 포기했습니다. 스테미너 개념의 매치볼을 소모해 언제든 시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겁니다. 틈틈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모바일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플레이는 빠른 몰입을 통해 진행됩니다. 시즌 경기를 진행하다가 FA영입을 하거나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다시 시즌 중에 레벨 업으로 코스트가 오르면 더 좋은 선수를 배치합니다. 숨 돌릴 없이 진행되는 템포 속에서 자신의 스펙과 선수 구성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 팀컬러 상성이나 선수 비교 화면은 굉장히 편하다


가장 관심이 많을 선수 카드를 살펴볼까요. 카드 전체에서 선수 사진 비율이 늘어나면서 조금 더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카드 등급은 노말부터 시작해 레귤러, 스타, 그리고 슈퍼스타까지 존재합니다.

총 다섯 개의 능력치에, 랜덤으로 뜨는 '성향'까지 포함해 그 카드의 특징이 결정됩니다. 같은 년도 선수라고 해도 다른 등급이 나올 수 있습니다. 14안치홍 카드가 노말 등급부터 스타 등급까지 존재하는 셈입니다.

▲ 선수 카드 이미지


'프로야구 매니저'와 비교하면 번트와 정신력이 없어졌고, 대신 타자에게 선구안이 생겼다고 보면 맞겠습니다. 훨씬 균형 잡힌 능력치로 보입니다. 특히 정신력을 없앴다는 점에서요. 득점권 타율이나 투수의 위기관리 능력은 과학적이지 않은 스탯이라서. 표본이 많아질수록 통산 성적에 수렴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카드 뽑기 '스카우트'. 20캐시를 지불하는 전설의 스카우터와 5천 크레딧을 지불하는 일반 스카우터로 나뉩니다. 전설의 스카우터는 대부분 높은 코스트의 카드가 나왔고, 등급은 레귤러~슈퍼스타까지 확인했습니다. 과금 유도 수준은 정식 서비스에서 스카우터 이용권을 어느 정도로 조절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겠죠.

일반 스카우터는 다양하게 나옵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생각보다 높은 코스트가 자주 나오고, 스타 등급 카드도 종종 나옵니다. 다만 슈퍼스타 등급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바뀌는 FA영입 시스템을 포함하면 일단 등급에 관계없이 원하는 선수를 구성하는 데까지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 로또 번호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이호준(왼쪽), '메트로 박' 박용택(오른쪽)


유명 선수 스타카드를 얻을 때 발휘되는 센스가 특히 좋습니다. 김태균을 뽑으니 수많은 별명들이 화면을 메우고, 이호준은 로또번호, 박석민은 트리플악셀, 최정은 설날 씨름대회풍 폰트로 '소년장사' 로고가 박힌다거나, 이승엽을 뽑자 사자 그림이 포효하는 등. 캐릭터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향후 추가되는 연출도 볼 만하겠어요. 이재학 같은 경우 딸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거나 하면 적절할 것 같은데요.

아, 우연히도 강정호를 두 장 뽑았는데 핑크빛 하트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피츠버그에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는 그가 상처받지 않기를.

▲ 타자가 세바퀴 반을 회전하는 박석민(왼쪽), 그리고 별명 때문에 고통받는 강정호(오른쪽)

▲ 4할도 못치는 기계 김현수(왼쪽), 타이밍 맞춰 찍지 못했지만 배영수 열사(오른쪽)


카드 성장 시스템은, 완전히 다른 장르지만, 스퀘어에닉스의 '확산성 밀리언아서'와 유사점을 꽤 느꼈습니다. 가장 많은 카드게임에서 채용했고, 그만큼 안정적인 방식이죠. 필요 없는 카드를 녹여서 원하는 카드 레벨을 올리고, 같은 카드를 합성하면 레벨 상한선이 오르고, 유저 레벨이 오를수록 한계 코스트가 올라갑니다. 그만큼 얼마나 많이 경기를 진행하고 레벨을 높이느냐가 구단 성장에 중요합니다.

카드가 모여서 엔트리를 구성합니다. 이건 '프로야구 매니저'와 같습니다. 타선에 벤치 다섯 명, 투수는 선발 다섯에 중계 넷, 그리고 셋업과 마무리로 구성됩니다. 다만 최대 코스트가 리그 승격-강등과 상관 없다는 것, 유학과 스킬 카드 등의 성장 시스템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은 달라진 부분입니다.

그리고 팀컬러 효과가 대폭 하향됐습니다. 단일 팀덱을 짜봤지만 효과는 모든 능력치+3 정도로 효율이 크게 나오진 않더라고요. CBT 기간의 한계로 년도덱까지는 테스트해보지 못했지만 역시 효과가 아주 크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높은 등급 카드로 덱을 구성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겠네요(아, 물론 삼성덱은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 같은 카드로 한계치를 올리는 '잠재력 각성'(왼쪽), 경험치를 몰아주는 '경험전수'(오른쪽)


이제 앞으로의 과제를 말해볼게요. 꼼꼼하게 짜둔 카드와 다르게, 많은 테스터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할 게 없다"는 점이죠.

'매치볼을 다시 충전한다. 슬슬 검지가 저려온다. 누르는 손가락을 중지로 바꿔야겠다.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무한히 진행되는 이 경기들 가운데 내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승리와 패배는 다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 아닌가' 따위 생각을 하다 보면 경기는 휙휙 지나갑니다. 이 시즌 경기를 최대한 많이 치르는 것이 CBT 버전 중심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것 말고는? 이제부터 채워나갈 필요가 있어요.

▲ 원정경기의 아이디어는 꽤 새로운데, 유저 입장에서 동기부여는 덜하다


추가 콘텐츠로 활약해야 할 랭킹전과 원정경기가 아직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무작위로 대전해 랭점으로 전체 순위를 가린다는 랭킹전 아이디어는 좋지만 레벨과 관계 없이 점수만으로 매칭이 되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의 진입장벽이 큽니다. 원정경기 역시 AI 경기장마다 지정된 카드를 지급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는데, 보상 카드가 그렇게 큰 메리트를 가지진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실제로 리그의 승격 강등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작전 카드도 없어서 그만큼 부담 없이 경기를 진행하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이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겁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마지막 시즌 경기, 우승이 걸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철저한 준비로 극적인 승리를 따내는 짜릿함을 느끼기 힘들었거든요.

▲ 전술 설정 화면, 굉장히 간략해졌다. 장단점이 있을 듯?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 게임에서 기록 부분이 아직 미진하다는 것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팀 전체 기록을 세세히 보기 힘들고, 경기 끝난 뒤 보는 경기 기록도 많이 간략화돼서 9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친 녀석을 알고 싶다면 명탐정 코난급 추리가 필요합니다. 지금 어떤 부분에서 전술 개선이 필요한지 알기가 그만큼 힘든 셈이지요.

여기서 조작의 번거로움도 나타납니다. 메인 화면에서 한 선수의 최근 기록을 보기 위해 필요했던 입력 코스트는 '슬라이드 혹은 퀵메뉴 부르기 -> 엔트리 터치 -> 타자 혹은 투수 탭 터치 -> 선수 길게 터치 -> 슬라이드(2회) -> 기록 탭을 최근 144경기로 바꿈'입니다. 총 일곱 번의 조작을 거쳐야 하지요. 온라인 '프야매' 메인에서 왼클릭+오른클릭+한 번의 휠로 선수 개별 성적을 볼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됩니다.

▲ 경기만 해도 경험치가 오르는 건 좋은데, 세부 기록이 아쉽다


'틀'은 제대로 짜놨습니다. 꽤나 치밀하고 아기자기한 시스템 속에서 게임 진행은 불만 없이 부드럽게 흘러갔어요. 이런 밑천을 잘 배합해서 시즌 경기에 추가해 꾸준히 즐길 만한 콘텐츠를 하나만 더 버무려낸다면, 주저 없이 '육삼공'을 플레이해보라고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티저 이미지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야구가 생각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라는 질문. "여섯시삼십분으로 짓는 거 아냐?" 라고 무심코 말했다가 정말로 '6:30'이라는 타이틀을 만났을 때는 웃음이 터졌지요. '야구가 생각나는 게임'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지금까지의 센스와 기획을 보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과연 엔트리브가 얹을 양념은 무엇일까요. 그것만 생각해도 정식 서비스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경기 시작 버튼을 두근거리며 누를 날이 어서 오길 빕니다.

▲ 최정.gif

▲ 이승엽.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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