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국방 퀘스트를 마치고 돌아온 대학교. 나는 어느덧 1학년 MT에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늘어놓던 복학생 선배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촌스러운 복학생 오빠'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쇼핑몰이며 백화점이며 전전하던 시절도 그즈음이었다. 하지만 패션이란 참 심오했다. 조금만 한눈팔고 관심을 놓으면 새로운 의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내가 가지고 있던 옷들은 천 조각이 돼버리곤 했다.

게임의 유행도 패션과 다르지 않다. 아니, 어찌 보면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캐주얼, 카드, 미드코어 육성, 그리고 액션. 큰 흐름은 있지만, 그 변화 주기가 워낙 빨라 뭐가 대세라고 속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복잡하게 전개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CCG라고 불리는 카드 RPG가 대세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특히나 액션, RPG, 심지어는 보드게임까지 카드 RPG 특유의 등급과 강화, 단순한 게임진행을 채택하며 고유의 장점을 잃고 있다는 점. CCG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열위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유행에 뒤진 옷에 천을 덧대고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옷을 만드는 '리폼'처럼 CCG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면 어떨까? 큐라레는 기존 카드 RPG에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를 손봐 리폼을 단행했다. 3D 필드와 캐릭터, 업계서 내로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 그리고 레이드 시스템의 MMO스러운 변화 따위 말이다. '차세대 카드 RPG'를 표방한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그렇게 시작한 큐라레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용하 총괄 디렉터와 강호연 기획팀장은 CCG로서의 생존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성공이나 실패와는 별개로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건 이뤄낸 차별화와 함께 한 단계 앞의 또 다른 차세대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 말이다.

▲ 인터뷰에 응한 김용하 총괄 디렉터(좌)와 강호연 기획팀장(우)





"잘 버텨왔다."

강호연 기획팀장에게 서비스 1년에 대한 소감을 묻자 돌아온 첫마디는 생존이었다. 약세가 되어버린 CCG, 그리고 장르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는 데 대한 안도감이 먼저 느껴지는 한마디.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게 잘돼서 다행이라거나 준비한 것 이상으로 성과를 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되려 "이런 게임은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김용하 PD의 말 속에서는 게임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살아남기까지는 어려웠지만, 모두가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받아들일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노력이 뒷받침된, 다른 게임과는 다른 강점을 이야기했다.



우선 큐라레 서비스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약간 늦은 감이 있네요.

강호연 팀장
공개일로 따지면 3월 17일이 1주년이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iOS 유저들은 즐길 수 없었죠. 그래서 iOS도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와 비슷하게 1주년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덕분에 16일에 맞춰 여름 시즌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버금가는 규모의 1주년 이벤트를 기다리던 많은 유저들의 속을 태우기도 했죠.

김용하 PD
맞아요(웃음). 사실 1주년에 앞서 소소한 이벤트들을 진행하기는 했는데 게임의 패치나 스케쥴이 한 달 단위로 바뀌다 보니 출시일에 딱 맞추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함께 고려하다 보니 진짜 1주년 시즌은 이번 3월 말이 되었어요.

▲ 27일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1주년 업데이트 정보

액션과 RPG 등이 부각을 드러내면서 CCG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에서도 1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내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강호연 팀장
"정말 잘 살아남았다, 잘 버텨왔다." 이런 느낌이에요(웃음). 오픈 이후의 1년은 처음 오픈까지의 개발 일정 때보다도 더 힘들게, 그야말로 하드하게 달려온 것 같아요. 그렇게 노력한 덕에 오픈 당시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콘텐츠가 추가됐어요. 하지만 단순히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큐라레를 사랑해주시는 유저분들의 덕에 이렇게 계속 서비스해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큐라레가 1년을 '버텨낸' 비결은 뭘까요?

강호연 팀장
큐라레는 일반적인 자동전투가 아니라 역할을 나누고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는, 마치 MMORPG와 같은 전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유저분들도 '단순한 카드게임과는 다르구나!'라고 평가해주시기도 하고요. 저희도 그런 분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편의성을 개선하고 또 그렇게 만들고 있어요. 이런 노력이 큐라레가 1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인 것 같아요.

김용하 PD
저는 차별화, 그러니까 RPG와 카드게임으로서의 엣지를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해요. 실시간 파티 레이드 시스템은 스스로 봐도 재밌게 만들어졌다고 느끼거든요. 온라인과 같은 파티 구성과 레이드 같은 전술적인 스킬 운영들 말이죠.

모바일에서 이 정도의 멀티플레이를 보인 게임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강점이 기존의 CCG와는 다른 걸 원하는 유저들에게 주효했다고 봐요.

다만, RPG적 요소가 강해지면서 난이도가 높았고 쉽게 적응할 수 없었던 점도 있었어요.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쉽게 파티를 구성하도록 공개방 시스템을 도입했죠. 또 초보 유저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스킬 사용법을 안내하기 위해 사서 훈련관을 만들기도 했고요.

▲ 역할과 스킬 구성에 따라 4명의 유저가 팀을 이뤄 적을 잡는다.

저도 동기화 방식의 멀티플레이도 큐라레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모바일 통신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원활한 PVE, 흔히 말하는 레이드가 가능하죠. 이 부분도 인상적이에요.

김용하 PD
사실 처음부터 안정적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어요. 간헐적으로 느려지는 문제들이 있었고, 기기에 따라서 렉이나 프리징도 있었고요. 이 부분들은 시간을 두고서 조금씩 해결된 문제거든요. 하지만 지금처럼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오르게 된 데는 많은 유저분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플레이하고, 피드백을 주신 덕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모바일 RPG는 온라인게임처럼 대전과 경쟁을 핵심으로 정해놓고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어요. 큐라레에도 대전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이 있나요?

강호연 팀장
유저들간의 대결을 고민하긴 했지만 쉽게 결정할 부분이 아니더라고요.

김용하 PD
맞아요. 유저들간의 대결은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왔고 계속 생각해오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섣불리 시도하지는 않으려고요. 그보다는 유저간의 협력플레이, 그러니까 PVE(Player VS Environment)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게 큐라레라는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더 새롭고 재미있는 스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강호연 팀장
커뮤니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찬반이 크게 갈리더라고요. 그래서 경쟁 콘텐츠를 만들긴 하되 유저 대결보다는 큐라레의 전체적인 게임 성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고 있어요. 나 스스로 경쟁과 도전심리를 자극하는 '무한 나선'도 그런 취지에서 만든 콘텐츠고요.

김용하 PD
경쟁 콘텐츠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선보이긴 힘들지만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 싱글 플레이 콘텐츠인 무한 나선





아름답고 매력적인 일러스트들이 잔뜩 모인 카드 RPG. 여기에 예측불허의 전개와 뭔가 부족한 듯한 그림체의 '엉덩국' 캐릭터를 추가한다면? 게임을 운영하면서 숨기고 싶은 사건들만 모아 기획팀장이 유저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건 어떤가?

모바일게임은 물론 국내 게임 전체를 봐도 쉽게 볼 수 있는 시나리오 전개는 아니다. 강호연 팀장도 이런 전개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리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았다. 단지 이 말 한마디면 됐으니.

"이건 큐라레니까"

김용하 PD의 입을 빌려 말하면 '라이트한 개그'가 큐라레를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바탕이됐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어느덧 26시즌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 많은 시즌 중 기억에 남는 시즌은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강호연 팀장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만 바로 엉덩국 콜라보 시즌이에요. 이것만큼 기억에 남는 시즌을 찾기는 어렵죠. 큐라레의 인지도가 가장 많이 알려진 때기도 하고요. 뭐랄까, 게임에서 "이런 짓도 하는구나!"하고 알려진 거죠(웃음). 사실 콜라보 자체는 물론이고 내용도 어떤 게임도 하지 못한 비상식적인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기억에도 남아요.

▲ 게임에 공개된 엉덩국. 별도의 고품질 일러스트도 함께 넣었다.

바로 전 시즌인 흑역사 시즌도 유저들의 관심이 컸고 반응도 좋았어요. 처음에는 과거에 있었던 운영적인 이슈나 사건 사고를 풀어낸다는 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만큼 생소한 내용이기도 했고요.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요?

강호연 팀장
흑역사 시즌은 거의 자학 코미디 같은 시즌이었어요. 처음에는 개발진 사이에서 농담처럼 "흑역사만 모아서 시즌을 하나 만들어 보는 건 어때?"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했어요. 사실 말이 나올 때 이게 정말 괜찮은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큐라레니까 괜찮아."라며 강행했어요. 특유의 자유로운 개그 요소가 큐라레의 장점이니까요.

하지만 개그 요소 외에도 유저들과 함께 지금까지의 큐라레를 되돌아보는 시즌이기도 했어요. 하나의 사건에 있던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으셨는지 반응도 굉장히 좋았고, 큐라레를 쉬고 있었던 유저분들의 복귀도 많았어요.

처음에는 시즌이 다루고 있는 사건 중에서 게임 초창기 내용도 있었고 신규 유저의 경우 공감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했어요. 요즘 흔히 설명충이라고 하잖아요? 게임 안에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캐릭터인 '님카규'를 넣은 것도 그런 분들을 위한 배려였고요. 하지만 유저들 스스로가 커뮤니티 안에서 흑역사에 대한 정리글도 많이 올려주시고 관심도 많이 보여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인벤에서도 기획기사로 정리를 잘 해주셨더라고요. 재미있게 봤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사실 이번 흑역사 시즌은 유저 입장에서도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개발자분들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시즌이었을 것 같아요.

김용하 PD
흑역사 시즌을 보며 저희도 예전 모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죠. 사실 오픈 초창기에는 주말을 편하게 보낸 적이 없었어요. 문제가 생겨서 처리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식이었죠. 그런 바쁜 일정이 계속되다 여름 즈음 되니 사고가 안 터지는 주가 생기기도 했어요. 물론 지금도 맘 편히 지내는 건 아니지만요.

강호연 팀장
예전엔 정말 그랬었죠. "와~ 이번 주에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났네." 하면서요(웃음). 마치 서커스 같은 패치 일정이었어요. 이렇게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밤을 새우며 개발하다 보니 내부 개발자들끼리 마치 전장의 전우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힘들었지만 빌드가 하나씩 쌓여갈 때마다 뿌듯함도 함께 쌓이고 있습니다.

▲ 자학 개그는 버그건 운영실수건 성역없이 이루어졌다.





지난 지스타 2014 현장에서 김용하 PD는 스마일게이트 부스 대신 소니 이벤트 존에 올랐다. 그곳에서 전한 소식은 큐라레의 PS4 출시 소식이었다. PS4 이식 버전의 북미 발표 소식은 큐라레가 해외시장 진출에 첫발을 디뎠다는 의미도 가지지만 모바일 게임의 '거치형' 콘솔 이식이라는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사실 모바일 게임을 넘어서는 큐라레의 행보는 게임 외적으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여름 시즌에는 게임 내에 삽입되는 보컬 곡을 공개했고 최근에는 Nauts, ESTi, TAK 등 업계 유명 작곡가들이 함께한 OST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캐릭터 베개 커버나 타월, 담요 등의 관련 물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 지스타 기간에 공개된 PS4 버전의 큐라레 이미지.



큐라레의 PS4 버전이 해외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어요. 언제쯤 공개될까요?

김용하 PD
우선 PS4 버전은 북미를 주요 목표로 했죠. 개발은 계속하고 있고, 상반기 중에 완성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 외에 해외 전개도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한데 요청이 들어온 국가 중 만족할만한 조건이 아닌 곳도 있었고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해보고 싶은 국가들도 있어요. 만약 해외 서비스를 하게 된다면 성우 더빙 다양한 부분에서 전개해나가고 싶네요.

해외 버전으로 출시하려면 큐라레의 많은 장점 중 하나인 개그코드를 받아들일 유저가 있느냐도 문제일 것 같아요.

강호연 팀장
큐라레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즐기시는 분들의 취향이 정해져 있어요. 대중적으로 유명한 게임이라기보다는 북미의 큐라레를 즐길만한 유저들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미국은 워낙 땅이 넓다 보니 마니아적인 취향을 가진 유저도 많다고 하잖아요? 내부에서도 게임을 즐길 유저에 대한 걱정보다는 어떻게 전달할지를 더 고민하고 있어요.

김용하 PD
좀 더 설명하자면 엉덩국 콜라보의 경우에는 저희는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해외 분들이 이해하기 어렵기에 일단 추가되지는 않을 거에요. 그 외에도 우리나라의 문화가 많이 드러난 추석이나 설날 시즌 등 수정을 가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부분도 함께 고려하고 있어요.

해외 버전 준비 외에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OST 발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이른 시간 내에 목표 금액을 달성할 정도로 반응도 좋았고요. 내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김용하 PD
OST 프로젝트는 개발팀 내부에서도 뭐라 해야 할까요? 그런 감정…….

강호연 팀장
보람을 느끼죠!

김용하 PD
맞아요. 보람을 느껴요(웃음). 이번 OST 프로젝트가 좋은 선례로 남아 게임 외의 유저분들이 원하는 관련 물건들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하네요. 일본의 게임시장처럼 분위기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이런 이벤트들이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처럼요.

▲ 게임음악 좀 들어본 유저라면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라인업이다.

(※ 관련 기사
[인터뷰] 'Nauts' 남구민이 말하는 게임음악, 그리고 새로운 도전-큐라레 앨범 발매)


OST 외에도 관련 상품을 계속 제작할 용의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강호연 팀장
OST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유저분들의 후원을 받고 그에 따라 제작하는 이벤트에요. OST 외에도 물품 제작은 계속되겠지만, 얼마만큼 판매될지 모르는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도 없기에 상품 형식으로 만들지는 않을 거에요. 지금처럼 이벤트의 경품 형식으로 제작하는 식이 되겠죠. 어디까지나 축제 분위기를 내기 위한 아이템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김용하 PD
다만 유저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원하신다면 더 많은 관련 물품을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호연 팀장
여건이 된다면 캐릭터 일러스트로 된 화보집을 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마도서는 어느 정도 크기에 제한이 있다 보니 실제 일러스트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러스트레이터 분들도 그림에 자부심도 높아서 좋아하실 테고요.

출판사 같은 곳에서 제작 요청이 온다면 매우 환영할 겁니다(웃음).

얼마 전 2주년을 맞이한 팜플의 또 다른 게임인 데빌 메이커와의 콜라보 축전 이미지도 공개했어요.

강호연 팀장
원래는 큐라레와 데빌메이커, 별개의 단출한 축전 이미지를 요청했어요. 그런데 기왕 하는 김에 아티스트분들이 서로 합작해서 축전을 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조금씩 내용이 붙고 더 멋지게 그리고자 하는 욕심도 더해져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죠. 저희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 일러스트레이터 '아이작헤인3세'와 'Duto'가 서로 상대 작품의 캐릭터를 그린 콜라보 축전

김용하 PD
공개된 이미지 말고도 1주년을 일러스트에 참여해주신 작가분들께 축하 메시지도 부탁했어요. 오늘의 큐라레가 있기까지 함께해주신 작가분들이 축하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았거든요.

강호연 팀장
처음에는 간단한 축하 인사와 싸인, 거기에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캐릭터 스케치 정도의 축전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서른 명이 넘는 작가분들께서 정성스럽게 작업한 축전을 보내주셨습니다.

심지어 마도서 일러스트만큼이나 공을 들인 멋진 그림들과 함께 말이죠.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축전들이라 이거 축하 메시지 보내달라고 해서 괜한 폐를 끼친 게 아닌지 죄송스럽기도 했어요. 그만큼 감개무량한 순간도 없었고요.

이렇게 작가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축전을 저희만 감상하는 것은 어쩐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1주년 시즌의 탐색 로딩화면을 통해 모든 큐라레 유저분들이 함께하실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입니다.

(※ 큐라레 인벤에서 축전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점! 큐라레 1주년 축전 이미지 확인하기





CCG의 핵심 콘텐츠는 카드다. 얼마나 아름다운 카드로 유저들을 유혹하느냐가 수익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니 말이다. 큐라레도 마찬가지. 이번 1주년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신규 콘텐츠로 새로운 등급의 마도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기존 SR+(6성)을 넘는 7성으로 등장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기존 등급과는 다른, 새로운 Q.Rare(QR) 등급의 마도서를 꺼냈다. 단순히 등급만 다른 것도 아니었다. 인쇄(큐라레의 카드 뽑기 시스템)를 통해 얻는 것 대신 유저가 직접 재료를 모아 직접 제작하도록 했다. 기존 최고 등급 카드를 제작할 수 있게 한 것은 덤으로 말이다.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 만든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김용하 PD의 말처럼 큐라레 개발진은 당장 수익보다는 기존 유저들의 상실감을 최소화하는 편을 선택했다.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에요. 우선 기존의 2주 단위의 시즌이 한 달로 변경되는데,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지 않을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강호연 팀장
사실 시나리오도 매주 업데이트되고 2주마다 무한 나선, 인쇄, 도전과제 등 콘텐츠가 갱신돼요. 콘텐츠 분량 부분에서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는 거죠. 사실 2주 시즌제에서는 분량에 한계가 있기에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전달하지 못했죠. 이번 3주 시즌만 보더라도 시나리오의 깊이감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금서나 시나리오 일정 정도가 될 거에요.

언제 나올 것인지 궁금해하던 신규 등급 카드 QR 카드가 공개됐어요. 그런데 기존의 6성을 잇는 7성이 아니었습니다. 뽑기를 통해 구할 수 없고 오로지 직접 제작을 통해서만 만들도록 했고요.

강호연 팀장
큐레어를 공개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게임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그다음의, 상위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개하는데요. 보통 상위 콘텐츠가 열리면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이 사라질 것만 같아 시무룩해하는 유저가 많아요. 저희는 그런 상황을 막고 싶었어요.

희귀한 확률의 가챠보다는 유저가 애정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라면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게임의 밸런스를 파괴하는 요소라고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콘텐츠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고 말하고 싶네요.

커뮤니티에 큐레어를 공개했을 때 유저분들이 그런 부분을 알아봐 주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 신규 등급 Q.Rare 마도서 3종.

김용하 PD
게임이 1년이 됐는데 기본적인 게임의 목표나 사이클이 크게 변하질 않았어요. 유저분들께서도 '너무 패턴화돼 있다, 단조롭다, 더 할 게 없다, 나한테 신규 카드는 큰 메리트가 없다.'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런 분들에게 더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했어야 했죠. 그리고 카드 게임인 만큼 그 콘텐츠는 마도서가 되어야 했고요.

하지만 인쇄로 넣기보다는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면 확정적으로 얻는, 일종의 상위 목표의 즐길 거리로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 만든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그래서 인쇄에 넣는 것을 배제한 것도 있어요. 그러니 유저분들께서도 장벽이 아니라 하나의 도전할만한 즐길 거리로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강호연 팀장
지금까지의 마도서도 충분히 자기역할을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역할을 할 마도서를 만들어내고자 한 거죠.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역할을 추가한 거에요. 여기에 기존의 SR+등급을 막연히 바라보기만 했던 유저를 위해 SR+ 손상된 마도서(SR+를 얻을 수 있는 아이템)를 만들 수 있는 조합식을 추가했고요.

그리고 회복 계열의 '그루아가호'만 공개했더니 아쉬워하시는 유저분들도 많더라고요. 매번 몇 장씩 추가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1주년 시즌에 QR마도서는 역할별로 1장씩 총 세 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다른 역할의 유저분들도 안심하세요(웃음).

QR 해석에는 SR이상 등급의 마도서가 필요하고 재료 교차 차원을 돌아야 하기도 하죠. 기존에 쓸모없거나, 사용처가 마땅치 않은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요.

강호연 팀장
저희는 게임을 즐기는데 스트레스 없이 자원을 많이 풀고자 해요. 하지만 이게 자꾸 쌓이다 보니 잉여 자원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있고요. 이 문제는 어느 정도 내버려두고 있던 부분이기도 한데 재설계를 통해 모든 자원 하나하나가 가치 있도록 느끼게 하고 있어요. 상위랭커에게는 관심이 없어진 금서라든가, 이제는 약해서 사용하기 어려운 0시즌 금서 같은 것들요. BP를 사용해 공개방을 바로 연다거나 우정포인트로 복원을 가속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 용도가 불분명한 자원들에 대한 개편도 Q.rare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아이템뿐만 아니라 사용처가 불분명한 스킬도 있어요. 이런 스킬의 개편 작업이 이루어지곤 하는데요. 최근 분노 스킬의 상향 패치가 이루어졌지만 유저들 입장에서는 하향이 심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역습이나 신성의 밸런스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요.

강호연 팀장
분노는 온전히 제 잘못이에요. 최근 환서의 밸런스를 많이 테스트했는데 너무 그쪽만 바라보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을 잘못 그린 것 같아요. 분노는 곧 수정될 예정입니다.

역습은 경우가 좀 달라요. 일부로 성능을 조정한 경우인데요. 큐라레는 마도서 스킬을 원하는 데로 사용하는 전략적인 요소가 가장 큰 장점이에요. 물론 다른 역할군의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역습은 다른 역할군에서 너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었어요. 이런 다른 역할군 스킬을 대체할만한 고유 스킬을 추가해 각 역할군에 맞는 스킬을 사용하도록 바꾸고 있어요. 방어 스킬인 '회피'를 대신할 '소멸'을 공격 스킬로 추가한 것처럼요.

대신 방어덱 유저가 역습을 사용할 일이 없어졌다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방어덱 유저가 역습을 사용해야 하는 곳이 생길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웃음)

신성은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만 수치를 바꿔도 문제가 생겨버려요. 지금 당장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하게 구조를 다듬고 있습니다.

▲ 커뮤니티를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방향을 알리고 유저들의 의견에 답하기도 한다.

다양한 스킬이 있고, 스킬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다 보니 밸런스를 조절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스킬의 밸런스는 어떤 방향으로 조절하고 있나요?

강호연 팀장
스킬은 버려지는 것 없이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사용되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콘텐츠가 나왔을 때 적당한 스킬이 없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개발진 중에서도 큐라레를 깊이 있게 즐기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밸런싱 문제를 고려합니다. 또 새로운 메타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기도 하고요.

최근 분노는 환서전을 중심으로 밸런스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큐라레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콘텐츠를 환서로 정하고 있는 건가요?

강호연 팀장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전혀 달라 딱히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할 수는 없네요. 예를 들어 금서는 게임의 주요 콘텐츠에요.

김용하 PD
금서는 주식이죠. 매일 먹는 밥 같은.

강호연 팀장
맞아요. 신규 유저나 캐쥬얼 유저, 혹은 상위권 유저들도 게임 안에서 많은 보상을 얻고자 할때 금서 콘텐츠를 진행하죠. 환서는 전체 유저가 함께 도전, 경쟁하는 시스템이고요. 정예 금서는 금서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최상위 콘텐츠에요. 멀티플레이보다는 특정시간, 혼자서 도전해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기 위해 만든 무한 나선도 있고요.

김용하 PD
딱히 우선순위는 없지만 다른 것보다도 많은 분이 정예금서에 도전해주셨으면 해요. 어렵긴 하지만 일부분의 상위 유저분들만 즐기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아까운 콘텐츠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예금서를 사냥하는 공략의 묘미를 느껴보셨으면 해요.

강호연 팀장
정예금서는 제작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적당한 난이도와 체력, 스킬 구성 등을 조율해야 하니 말이죠. 개발진에서도 새로운 정예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다들 눈을 피해요(웃음). 하지만 힘들게 만들어진 만큼 애정이 많이 가는 콘텐츠기도 하고요.

이번 1주년 시즌에도 새로운 정예 금서를 열심히 만들었어요. 특히 패턴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우주를 돌파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지만, 숨겨져 있는 재미있는 공략법을 가지고 있죠. 직접 플레이하시면서 기존 금서와 다른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 난이도가 높지만, 공략법이 다양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예금서

3명의 사서 외에 새롭게 남자 사서도 공개되는데요. 플레이할 수 있는 버전이 아니라 아쉬워하는 유저도 많았어요.

김용하 PD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이 많이 필요해요. 실제로 시나리오 등장 시기와 함께 추가하기에는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았죠. 다만, 시나리오상에서는 큰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강호연 팀장
그럼 언제쯤 정식 플레이 캐릭터가 될까요?

김용하 PD
근시일 내에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언젠가 등록할 거에요. 늦어도 10년 내에는 추가되지 않을까요(웃음)?

▲ 인터뷰 내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좋은 '케미(?)'를 보여준 김용하 PD와 강호연 기획팀장

그럼 10주년도 기대하도록 할게요. 이 외에도 1주년 시즌에 변경되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강호연 팀장
이번 시즌은 큐라레 오픈 하우스로 메이드 콘셉트의 시즌인데요. 우선 '큐라레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으로 안경을 쓴 버전의 메이드 스킨도 추가했어요. 여기에 분해 조합을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요. 최대레벨 확장과 코스트도 확장되고 UI도 전체적으로 다듬었어요.

델핀 베개 커버와 같은 새로운 물품도 이벤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인데요. 바로 큐라레 우산입니다. 바깥면은 검은색이지만 펼치면 우산 안쪽에 큐라레 이미지가 그려져 있죠. 기존 상품들과 비교해 실용도 면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네요.

강호연 팀장
취향과 일상생활을 보장하는 아이템입니다(웃음). 더불어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어 1주년 영상도 함께 공개됩니다. 열심히 제작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이제 밖에서도 당당히 미우를 만날 수 있다.





'엣지: edge'.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날이나 모서리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좀 더 폭넓게 표현되어 가장 앞선 끝, 즉 최첨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혁신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김용하 PD는 인터뷰 내내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언급할 때 엣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차별화'라는 단어 자체를 차별화해 이야기한 것. 유명 개발자이자 덕중지왕, 모에론, 성공한 덕후 등 갖가지 수식어가 뒤따르는 김용하 PD지만 작은 단어 하나에도 신경 써서 이야기할 정도로 확고한 철학을 가진 큐라레의 총괄 디렉터였다.

그가 말한 '엣지있게'란 단어가 더 호소력 있게 들린 이유도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



김용하 PD
1년 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꾸준히 개선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오픈 초기에 게임을 해보시고 재미를 못 느껴 떠나신 유저분들이 지금 다시 플레이해보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만한 부분도 많아졌어요. 단순한 카드 게임이 아니라 엣지 있는 게임이니 이번 1주년을 계기로 들어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호연 팀장
지난 1년간 유저분들께서 매우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셨어요. '게임에 정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하고 느낀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 이러한 관심에 항상 감사드리고 그러한 애정이 부끄럽지 않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