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 새로운 코너 '전설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오래 전 옛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전설적인 게임 영상들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드리고자, 묻혀있던 영상을 하나씩 발굴해내어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과거의 레전드 영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HP가 없어요? 그럼 다 피해! '스트리트파이터' 올 블로킹 역전극


▲ 'The EVO Moment #37 Daigo VS Justin'

전세계 단위의 격투게임대회 EVO 2004년 대회에서, 앞으로 십수년간 회자될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 연출된다. 당시 대회에서 쓰인 '스트리트파이터3 서드 스트라이크'를 비롯, 이 시리즈에는 전통적으로 가드 외에 블로킹(영문판에서는 Parry)이라는 방어 수단이 있는데, 공격 타이밍에 맞추어 입력하게 되면 아무런 대미지 없이 막아내고 바로 반격할 수 있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기술이었다. 얼핏 들어도 절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블로킹을 이용해 누군가 엄청난 플레이를 해냈다.

▲ 이 전설적 플레이의 주인공 '우메하라 다이고(梅原大吾)'

그의 이름은 '우메하라 다이고'. 일본의 대전격투 프로게이머였다. 켄을 잡아 '저스틴 웡'의 춘리에게 열세에 몰리고 있던 그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적은 HP만 남겨놓고서 상대의 마지막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의 페이크 모션을 넣던 '저스틴 웡'은 곧 필살기인 '봉익선'을 사용했다. 단 한 대만이라도 허용한다면 무조건 '우메하라'가 패배하는 상황. 하지만 그는 모든 공격을 블록해내고 공중 공격에서 이어지는 콤보로 상대를 끝냈다. 한 번에.

열광적인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낸 이 충격적인 역전극은 곧 대전격투 게임의 상징이 됐다. 계속되는 위기로 핀치에 몰리더라도 단 한 번의 플레이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마치 권투에서 코너에 밀려있던 복서가 펀치 한 방에 KO를 따내는 것처럼 극적인 경우랄까? 이 하나로 대전격투 팬들은 몇십년치 이야깃거리를 얻은 셈이었다.

이후 봉익선 풀 블로킹은 '스트리트파이터' 유저라면 연습장에서 한 번씩 시도해보는, 심심하면 프랙티스 모드에서 일단 춘리를 불러내고 보는게 일상이 되었다. 심지어 일부 버전에선 트라이얼 모드에 삽입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구 어딘가에서, 춘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다.


※'전설을 찾아서' 코너에서는 유저 여러분의 영상 제보를 적극 환영합니다. 일생에 한 번 나올 법한 게임 플레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게임 관련 비디오 등 '레전드' 영상을 알고 있거나 소유하고 계시다면 이메일(Sawual@inven.co.kr) 인벤 쪽지(Sawual)를 통해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