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본 온라인 게임 중 가장 사연이 많은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던전 스트라이커(이하 던스)'를 들겠다. 드래곤네스트로 개발력을 인정 받은 아이덴티티 게임즈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 2013년 5월 1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부족한 콘텐츠로 인해 내리막길을 걸었던 작품이다.

당시 퍼블리셔였던 한게임과의 계약이 종료되고, 던스는 액토즈게임즈(현 아이덴티티 모바일)로 둥지를 옮긴 후 '뉴 던전 스트라이커(이하 뉴던스)'로 제 2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세분화된 던전 등 유저들의 니즈를 채우지 못하는 변화로 인해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뉴던스는 ENP게임즈의 푸푸게임으로 서비스를 이전했으나, 이미 유저들의 신뢰는 크게 떨어진 상황.

아이덴티티 게임즈의 박성민 개발실장은 "유저들의 기분이 어떤지, 우리 게임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7월 21일, 자신의 본명까지 기입한 공지사항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선언한 주인공. 차분함 속에 담겨진 그 결단의 배경은 무엇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 아이덴티티 게임즈 박성민 개발실장





지난 7월 21일,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통해 '개발자의 약속'을 공개했다.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간 행보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유저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데.

뉴던스를 재런칭할 때 부족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유저들이 즐길만 한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내가 부임하면서 새로운 로드맵을 그렸는데,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에 대한 자신감으로 공지사항에서 실명도 드러냈다.

뉴던스는 새로운 학명을 가져가야만 했다. 시스템을 개발한 후 이를 검증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중국과 대만에 런칭하면서 큰 그림은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대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재 런칭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기존 뉴던스를 잊어도 될 만큼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해당 공지에서 1차 대규모 업데이트 일정을 8월 5일로 못박았다. 먼저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간단하게 들어보고 싶다.

기존 던스 유저들이 누리고 있던 챌린지와 시즌을 새로운 테마로 업데이트했다. 균열과 어비스, 보너스로 환상특급기차도 포함되었다. 실제 장비 파밍이 이루어지는 70에서 90레벨까지는 유용하게 활용되리라 예상한다. 또, 새로운 로드맵의 시발점이었던 용병 콘텐츠가 업데이트된다. 이를 통해 유저들이 '뉴던스가 이렇게 변화하려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호응을 많이 얻지 못했던 전문기술도 대대적으로 리뉴얼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던스에는 있었던 신규 클래스 '위자드'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위자드'가 신규 클래스라고는 하지만, 기존 던스에서 이미 선보인 클래스 아닌가. 이전 버전의 위자드와 차이가 없다면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보는데.

던스의 위자드는 아케인 서클을 바닥에 깔고, 아케인 버스트를 축적하여 적에게 순간적인 딜링을 가하는 클래스였다. 즉, 말뚝딜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했다. 뉴던스의 위자드는 그보다 슈팅성이 강화된 클래스라 보면 된다.

물론, 기존과 같이 말뚝딜을 도모할 수도 있고, 평타에 버프를 걸어 빠른 공속과 범위에 대응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적을 모으고 밀쳐내는 스킬 등 이전에 비해 방어에 효율적인 스킬들도 다수 탑재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도트형 스킬이 없어 보스와 같이 패턴에 대응해야 할 때 지속딜링이 부족한 점을 감안, 3개의 비전 구슬을 소환하여 자신은 보스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비전 구슬의 공격이 지속딜링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메이지가 도트형, 단일형, 범위형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올라운드형이라면, 위자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극딜을 유도할 수 있는 극 딜러형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요소라 보고 있다.



버서커, 위자드와 마찬가지로 다른 클래스 역시 리뉴얼을 계획 중인가.

물론이다. 아마 다음 리뉴얼 대상은 캐논 블레이저와 워프리스트가 될 것 같다.


리뉴얼은 기존 방식이 낡거나 혹은 문제가 있을 경우 이루어지는 건데, 기존에 있던 버서커와 위자드의 문제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단점을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처음 공개된 4개 클래스에 비해 올라운드 성향이 약해서라고 보고 있다. 서비스 이후에 추가된 버서커, 위자드, 캐논 블레이저, 워 프리스트는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캐릭터였는데, 이번 리뉴얼을 통해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적응력을 드러낼 것이다.


용병 시스템의 경우 아이덴티티 모바일의 '던전스트라이커 비긴즈'에서 선보인 시스템이다.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몇몇 부분이 자동화되었고, 용병 시스템은 이를 돕는 요소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버전의 용병 시스템은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뉴던스의 용병은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조력자' 느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유저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대다수의 일을 알아서 다 한다. 물약 먹을 필요도, 부활시킬 필요도 없다. 순수하게 내 전투를 도와주는 파티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중을 확 와닿게 설명하자면... 용병이 파티 자리를 한 칸 먹는다. 그 정도로 무게감을 뒀다고 할까. 실제로 용병 전용 장비가 있기도 하고. 심지어 만레벨 용병이 있다면 플레이어 캐릭터를 버스 태워주는 것도 가능하다.


싱글플레이의 특성을 더 강화하는 요소로 보인다.

그렇게 의도한 게 맞다. MORPG는 피로도라는 시스템 때문에 친구와 파티해서 즐기는 게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 뉴던스의 색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지나친 파티유도를 지양하고 싱글플레이와 수평적 재미를 갖도록 개선했다.

▲ "용병 덕분에 혼자 즐겨도 파티 플레이의 맛이 납니다."


신경을 많이 쓴 시스템인 만큼, 용병에서 파생되는 콘텐츠도 많으리라 예상되는데.

플레이어의 용병 간 대전 시스템을 계획 중이다. 또, 용병이 부가적인 미션을 수행하도록 파견을 보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이 역시 조만간 선보일 것 같다. 이외에도 용병과 캐릭터가 하나의 팀으로 보이도록 하는 콘텐츠를 많이 준비 중이다. 뉴던스의 중심 콘텐츠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업데이트 정보에 따르면 총 4가지 용병이 구현되는데, 밸런스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유저들이 다양한 용병을 활용하게끔 유도한 장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용병은 한 명만 데리고 다닐 수 있지만, 나중에는 여러 명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용병 전용 대전모드도 구현되므로 PvE 용병, PvP 용병을 나눠서 밸런스를 잡고 있다. 업데이트된 후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자신의 직업과 어울리는 용병이 있다. 물론, 추후에 추가되는 직업과의 상성, 보스 레이드의 상성과 같이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용병과의 상성에서 나오는 밸런스까지 계산해야 된다면, 기획에 소비되는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는 것 아닌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병이 각 직업 간의 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을 주는 면도 있고. 버서커의 경우 공격에 특화되어 있으며 방어력이 약한 클래스다. 당연히 '버서커의 방어력을 올려달라'는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걸 올리면 또 다른 클래스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요소가 바로 '힐러 용병'인 것이다. 다른 클래스 역시 용병을 통해 부족한 점을 상당수 메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유저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

기존 던스의 고질적인 문제가 '던전 이외 즐길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전문기술을 대폭 강화했고 게임 안에서 즐길만 한 콘텐츠도 확장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용병과의 도모를 통해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 확 와닿는 근본적인 콘텐츠가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하는 게 '이벤트 던전'인데, 이것이 유저들에게는 보다 풍성한 콘텐츠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토리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승리 목표, 경쟁 도모 등 폭넓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마블 던전'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되는데, 주사위를 던지는 등 부루마블 판 같은 던전에서 경쟁하는 구조다. '설렁설렁 탑' 역시 같은 맥락에 있는 던전이다.


쿼터뷰 시점의 온라인 액션 RPG가 채용하는 모드 중 대표적인 게 AOS 모드다. 이를 구현할 생각은 없는지.

AOS 모드와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전장'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아직 기획단계이기 때문에 확답하긴 어렵지만, 뉴던스 유저들이 항상 기다려왔던 PvP 콘텐츠라 생각한다. 환경적 요소를 많이 이용하는 테마이며, 투기장과는 다른 맛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이걸 AOS 모드라고 말하기는 애매하고, 뉴던스에 알맞는 전장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성장 스트레스 대폭 완화'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던스가 '뉴'로 넘어오면서 첫선으로 꼽은 개선 사항도 이것이었는데, 유저들이 원하는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뉴던스로 넘어오면서 체감되는 성장 속도를 높이려 한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등장하는 '용병'이 성장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혼자서 '쉬움' 난이도 던전을 돌 수 있었다면 이제 '어려움'을 돌 수 있는 정도랄까. 체감상 많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일부 상위 던전에서 지나치게 긴 플레이 타임 등이 문제로 거론되었는데, 이 역시 수정할 계획이다.




매출보다는 재미에 충실한 개발과 운영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는데, 솔직히 유저 입장에서는 너무 추상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수정 사항을 알려주었으면 한다.

게임 내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타 국가의 던스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업데이트는 물론, 이후 업데이트는 한국 버전에 우선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고객 만족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다양하게 계획하고 있다.


뉴던스는 축구로 보면 '저니맨' 느낌이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 비해 서비스 이전이 상당히 많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서비스를 기대해도 되나.

뉴던스는 굉장히 많은 시도를 해 왔다. 협력사로 ENP게임즈를 택한 큰 이유가 몇 개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웹 포털이기도 하고, 게임의 색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개발팀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는 업체다. 최적화된 협력사를 찾은 만큼, 빠르게 변화할 뉴던스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뉴던스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과 재미를 만들기 위한 기반 다지기였다. 이를 정립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했고, 검증이 필요했다. 던스는 현재도 새로운 컨텐츠와 시스템 등 다양한 게임 환경을 변화시킬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루한 패턴의 업데이트, 식상한 개발이 아닌 트렌드의 변화에 맞추고 언제나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실망하지 않는 업데이트를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