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툴과 아르타니스, 그리고 케리건 등 '스타크래프트'부터 이어져 온 수많은 캐릭터의 종결 스토리, '공허의 유산'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꾸준히 신규 유닛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왔고, 6개월간 '공허의 유산'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맞추어 블리자드는 '동맹 사령관'처럼 기존과 다른 색다른 게임 모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기존과는 판이한 게임 모드들, 그리고 추억의 유닛도 돌아온다는 소식이 많고, 17년간 이어온 스토리에 종결지라는 부분에서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공허의 유산'. 그러나 그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공허의 유산'에서 풀어야 할 인물들의 수수께끼도 너무 많고, 이미 자유의 날개부터 흩어지고 사이즈도 멋대로 바뀌는 밸런스라는 퍼즐 조각도 맞춰야 한다. '스타크래프트2'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한 만큼, 지금은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되어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인벤에서는 이번 '게임스컴 2015' 현장에서 공허의 유산팀의 수석 게임 디자이너 '데이비드 킴'리드 게임 프로듀서 '팀 몰튼'을 만나 현재 '공허의 유산' 개발 진척 상황과 더불어 추가될 유닛, 그리고 밸런스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었다.

▲ 데이비드 킴(좌)과 팀 몰튼(우)




Q.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스타크래프트2'는 일반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공허의 유산'에서는 새롭게 추가되는 재미 요소가 있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분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들을 완전히 '스타크래프트2'로 데려오는 건 힘들 것 같다. 애초에 '스타크래프트2'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으면 몰라도 후속작인 만큼 비슷한 부분이 많지 않나.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게임을 바꿔하도록 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아직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분들을 서포트해서 계속 즐겁게 게임을 즐기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런 분들 외에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싶었는데 못 하셨던 분들이나, '스타크래프트2'에 흥미가 많은데 초보라서 어렵다고 하는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많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PvP성향이 짙다 보니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은 '동맹사령관 모드'가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캐주얼하게 시작했다가 조금씩 올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동맹사령관'모드는 개인만의 목표를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다. '집정관 모드'에서는 유닛 컨트롤이나 자원 운용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하게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팀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1'의 모든 플레이어들을 '스타크래프트2'로 끌어와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서로 추구하는 재미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Q.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공허의 유산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17년만에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가 끝을 맺게 된다. 전작의 마지막에서도 솔직히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끝났고,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제 '공허의 유산'에서 그동안 인연을 이어온 제라툴과 아르타니스,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의 스토리가 일단락된다.

우리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드디어 여기까지 온 거니까. 다른 캐릭터라던가, 사이드 스토리 등 아직 무엇인가를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개발팀도 유저분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도 이들의 이야기가 끝난 후 어떻게 될까 궁금하고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 공허의 유산에서는 유저분들이 많이 놀랄 스토리 라인이 짜여 있다.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기대될 정도다(웃음).


Q. '스타크래프트'부터 즐겨온 유저의 입장에서는 중간의 스토리 변화가 너무 많았고, 기존의 설정이 바뀌거나 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스토리 설정상 맞지 않았던 부분을 '공허의 유산'을 플레이하면서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플레이하면서 궁금증이 많이 해결되기도 했고, 캠페인 전체적인 내용 면에서는 군단의 심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공허의 유산'의 캠페인은 자유의 날개와 비슷한 분량의 플레이 타임이 될 것이다.


Q. 그러고 보니 공개한 영상에서 잠깐 파괴자(리버)가 보였다. 이번 프로토스 진영은 리버가 정식으로 참전하나?

=음…군단의 심장은 캠페인의 유닛 선택이 A or B 였지 않나. 이번 확장팩에서는 3개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중에 리버는 확실히 있다. 캠페인 모드에서는 리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더 통통해졌습니다.


Q. 그렇다면 기존에 공개된 공허의 유산 신 유닛 외에 새롭게 추가될 유닛이 있나?

=아직 신 유닛의 계획은 없다. 어제 발표했던 것처럼 2015년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기존 유닛을 더욱 개선하는 중이다. 다만, 현재는 프로토스의 신 유닛인 '분열기'(Distruptor)의 디자인이 안 좋다고 보고 있다. 다시 디자인하던가, 그것도 안 되면 새로운 유닛이 들어갈 수 있긴 하지만, 밸런스 튜닝 단계로 넘어가면 좋은 디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Q. 공허의 유산과 관련된 밸런스 논쟁이 심하다. 밸런스 조정은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 예정인가?

=현재 베타테스트가 여섯 달 정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밸런스를 조정해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실 초반의 여섯 달 정도 테스트의 목표는 유저들이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고, 우리가 어떻게 더 재미있게 만들지를 검증하는 단계였다. 이제는 밸런스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공허의 유산에서는 변화가 많다. 확장 속도도 더욱 빨라졌고, 군단의 심장에 비해 추가된 것도 많은데다 신 유닛 2기씩 외에도 새로 디자인된 유닛들이 많이 있다. '불멸자'도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고, '군단 숙주'와 '살모사'의 스펠 등등 바뀐 부분이 많다. 이런 세부적인 것 말고도 게임 전체의 흐름이 바뀐 부분도 있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출시 이후에도 더 많이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부분은 한국의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지금 '군단의 심장' 대회를 열심히 연습하시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웃음).



Q.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공허의 유산에서 본진 자원이 빠르게 마르는 현상(일부 미네랄이 750)에 대해 게임 스피드가 너무 빠르다는 평이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참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는데, 해외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피드백이 온다. 게임은 더 빨라야 하고, 더 어려워야 하고. 이 부분은 이렇게 정반대의 피드백을 받고 있는 상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전체적으로 모든 걸 한 방향으로 맞추기보다는, 부분마다 쉽거나 어려운 부분을 만들어서 중요한 선택을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게임 페이스를 봤을 때,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빨라지는 건 플레이하기에도, 보기에도 더 재미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난감한 부분은 현재도 어려운 부분인데, 이걸 어떻게 쉽게 만드느냐는 거다. 예를 들어, 애벌레 생성이라던가 지게 로봇, 시간 증폭. 이 세가지 기술을 완전히 제외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하고 있다

세 기술 모두 전략적인 선택도 아니고, 이걸 언제 잘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정해진 시간 안에 빨리 클릭하는 플레이어가 이득을 보는 형태다.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선택지도 아니고, 전략도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좀 더 개선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우리는 전략적이나 선택에서 매력이나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으면 수정을 할 예정이다. 이는 커뮤니티와 선수들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도 좀 더 깊게 연구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더 쉬워져야 한다, 더 어려워져야 한다? 이런 식의 피드백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만, 좀 더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Q. 현재 최대 인구수인 200까지 생각보다 빨리 도달하고, 일꾼이 비중을 많이 차지해 200에 대한 임팩트가 생각보다 적다. 공허의 유산에서는 이런 점을 개선할 방안이 있나?

=한국에서 많이 받는 피드백이다. 지금도 사내에서 테스팅하고 있고, 의논 중이다. 생각하고 있는 형태는 베이스마다 일꾼의 숫자가 줄어들면 총인구 200이 가득 찼을 때 전투 유닛이 좀 더 많아지지 않겠나. 그렇게 하면 어찌 될까 생각해보고 있고, 내부에서도 좀 더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바꾸면 분명히 스케일은 좀 더 방대해질 것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일꾼을 제거하면서 상대방을 방해하거나 견제하는 플레이가 관람할 때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인데, 일꾼이 줄어들면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피드백이다. 이 사항은 이번 베타 내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Q. 군단의 심장에서는 잦은 밸런스 패치로 많은 게이머의 아쉬움을 샀다. 공허의 유산에도 같은 방침인가.

=출시 이후 유저들과 선수들의 플레이에 따라 바뀔 것 같다. '군단의 심장'의 마지막 패치는 꽤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밸런스 상태가 좋은 편이라면 최대한 안 건드리는 게 좋다고 본다. 하지만 예를 들어 대회에서 테란이 16강에 한 사람도 못 올라올 정도면 패치를 해서라도 고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선수들이나 유저들이 해법을 찾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거기서 해결이 안 되면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지금도 밸런스는 많은 부분에서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출시 직후에는 아마 밸런스 패치가 굉장히 잦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 있다.



Q. 간혹 맵에 따라서 좀 극단적인 것 같다. 마치 선수들이 A맵은 저그가 프로토스한테 절대 질 수 없다. 이런 식이랄까. 승패가 맵 의존도에 너무 높은 감이 있는 듯 싶다.

=우리는 출시하는 맵마다 특징을 좀 주려고 한다. 대부분의 맵들이 하나하나 특징이 확실하고, 다른 전략이 필요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단순히 1-2년만 유지할 게임도 아니고, 장기간 나아가야 하는 게임이지 않나. 맵들이 확실히 많이 바뀌면 대회와 관전이 훨씬 재미있게 된다.

작년, 재작년보다도 유저들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대회를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도 중요하고. 맵마다 '여기는 테란아니면 저그 정도가 나올 전장이고 이런 전략을 쓰면 테란을 저그가 막는 게 정말 힘들다'는 식의 전략이 나오기보다는 예측을 할 수 없고 깜짝 놀라는 시츄에이션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래도 이런 현상이 너무 심해지고 예측대로 흘러가면 맵을 제외하고 다른 맵을 넣는 것이 맞다고 본다.

맵 의존도에 대한 것 역시 피드백이 많이 필요하고, 유저들과 선수들의 플레이 데이터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브리지 헤드'맵은 초반에 저그가 해처리 러시를 가면 프로토스가 막을 수 없다는 전략이 나오지 않았나. 선수들이나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논의됐었다. 그런데 GSL과 스타리그에서 '브리지헤드'에서 3경기가 있었는데, 저그가 초반 해처리 전략을 사용하다 모두 졌다.

이처럼 너무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경험을 많이 해보고, 어떤 전략을 짜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플레이할 때도, 경기를 관람할 때도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공허의 유산에서도 새로 등장할 맵들이 이런 효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Q. 한국 유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마 멀티플레이어 팀이 가장 할 말이 많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정말 많은 피드백이 오고, 우리도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깊이 고심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실제로도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묘하게 한국과 다른 해외의 피드백이 정반대일 때가 많다. 피드백을 주실 때 한 방향만 생각해서 주시는 것보다는,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서 피드백을 주셨으면 한다. 선수들의 플레이 실력이나, 한국의 게임 커뮤니티 분석 실력은 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공허의 유산'은 정말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다. 개발팀뿐 아니라 유저들이 함께 만드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부탁하고, 함께 더 멋진 '공허의 유산'을 만들자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