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에서는 군단 확장팩에 추가되는 지역인 '부서진 섬'에서 모험가들이 상대해야 할 적들을 만나보았습니다. 마지막 화에서는 호드나 얼라이언스의 지배자이거나 모험가들과 함께 아제로스를 수호한 영웅인 안두인 린, 카드가, 겐 그레이메인, 실바나스 윈드러너를 함께 다룰 예정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백성과 나라, 혹은 아제로스를 지키기 위해서 힘든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보입니다. 특히 군단 확장팩에서 이러한 선택의 결과가 크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그들의 선택과 그로 인해 짊어져야 할 짐은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 얼라이언스의 떠오르는 영웅! 성군의 자질을 보유한 안두인 린



스톰윈드의 왕자인 안두인 린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까지 실종되자 볼바르 폴드라곤을 섭정으로 두고 스톰윈드를 통치하면서 지도자의 자질을 닦아 왔습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다뤄진 얼라이언스와 호드간의 대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라서 호드에 대한 반감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호드의 대족장이었던 스랄이나 케른 블러드후프의 아들인 바인 블러드후프같은 호드의 수장들과도 친분이 있습니다.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지도자 중에서는 역대급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올바른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정의로우면서도 눈치가 빠르고 말주변이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외모만 제외하면 소위 말하는 '엄친아'적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죠.




안두인의 지혜로운 모습은 감정 기복이 심한 그의 아버지 '바리안 린'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리안 린은 인간으로 변신한 오닉시아 '카트라나 프레스톨'의 음모 때문에 테라모어로 가다가 공격을 받아서 기억을 잃고 검투사로 살게 되는데요, 나중에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스톰윈드로 돌아와서 왕권을 탈환합니다.

이때 오닉시아를 처치하면서 흑마법에 의해 두 명으로 나뉘었던 인격이 하나로 통합되지만, 검투사 시절의 모습과 왕이었던 시절의 모습 사이에서 자주 혼란을 느낍니다. 게다가 오크들에 매우 큰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서 호드의 지도자들과 번번이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이죠.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바리안 린은 안두인의 침착한 언변과 말솜씨로 섣부르게 행동할 위험을 피하게 됩니다.


▲ 국왕 바리안 린(좌)과 왕자 안두인 린(우)


안두인의 이러한 특징은 워크래프트 소설에서 정확하게 표현됩니다. 워크래프트 소설 '부서지는 세계: 대격변의 전조'에서 아이언포지를 다스리던 마그니 브론즈비어드가 다이아몬드로 변하자, 검은무쇠단을 다스리던 모이라 타우릿산이 아이언포지로 돌아와서 아이언포지의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며 안두인 린을 인질로 삼습니다.

안두인은 제이나 프라우드무어가 준 귀환석을 사용해서 탈출에 성공하지만, 모이라가 자기 아들을 가뒀다는 사실에 격분한 바리안 린은 SI:7 요원들과 함께 깊은 굴 지하철을 사용해서 아이언포지에 급습, 잠옷 차림의 모이라를 광장으로 끌고 가 죽이려 합니다.

이때,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안두인은 분개한 바리안이 모이라를 죽이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 바리안 린에 의해 브론즈비어드 - 검은무쇠 - 와일드해머로 나뉘는 '세 망치단 의회'가 생기게 되는데요, 이 부분이 소설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면서 현장의 긴박했던 순간을 느껴보시죠.


▲ 좌측부터 무라딘 브론즈비어드, 모이라 타우릿산, 폴스타트 와일드해머


■ 부서지는 세계: 대격변의 전조 中

"이 여잔 왕이 될 자격이 없단 말이다! 모이라는 선왕 대에서 이루려 했던 모든 걸 파괴해버릴 거야! 마그니가······죽으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을 몽땅!"

안두인은 애원하듯이 손을 뻗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마법 같은 건 없어요, 아버지. 선왕께서는 진실 이면에 다른 게 더 있다고 믿고 싶으셨던 것뿐이에요. 그분은 모이라가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하셨고, 결과적으로 딸을 내쫓아버렸으니까요."

바리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고귀한 이의 기억에 침을 뱉고 있다, 안두인."

안두인은 위축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고귀한 사람도 실수는 해요."

바리안의 뺨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안두인은 구태여 부연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검은무쇠 부족은 모이라님을 받아들였죠. 그분은 사랑에 빠졌고, 드워프들의 법도에 따라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졌어요. 드워프들에게 정당한 왕위 후계자입니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드워프들이 알아서 결정해야죠. 우린 빠져야 해요, 아버지."

"모이라는 너를 볼모로 잡았어, 안두인!" 바리안이 버럭 고함을 쳤다. 안두인은 그 말에 몸을 약간 움찔했다. "너를, 감히 내 아들을! 그딴 짓을 해놓고 빠져나갈 순 없어. 나는 모이라가 너와 이 도시 전체를 포로로 잡아놓는 걸 가만 놔두지 않을 게다. 절대로. 이해가 되느냐?"

'내 아들을, 내 소중한 아들을······.' 바리안은 그냥 버럭 고함치며 이 탄찰자의 목에 칼날을 쑤셔 박고 싶었다. 손에 쏟아질 피의 축축함과 뜨끈함을 즐기고 싶었다. 아들을 위협하는 것을 영원히 끝장내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모두 저지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럼 그분이 저지른 악행을 법과 국민이 심판하게 하면 되잖아요. 아버지는······ 좋은 왕이에요.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왕. 법과 정의를 믿으시는 분이잖아요. 무슨······깡패가 아니라. 파괴······."

안두인은 말을 끊었다.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얼굴이 이상하게 차분해졌다. "파괴는 쉬워요. 하지만 좋은 것, 올바른 것, 오래가는 것을 만들기란······어렵죠. 모이라 여왕을 죽이는 건 쉬운 일이에요. 하지만 아이언포지 시민에게 뭐가 최선인지를 생각하셔야죠. 드워프들에게, 그 모든 구성원에게 뭐가 최선인지. 드워프들이 세계 정치에 얼마나 많이 참여할지 결정하는 게 뭐가 잘못입니까? 검은무쇠 부족이 온순하기만 하다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서 안 될 건 뭐고요?"

중략···.

"세 부족, 세 지도자, 세······망치. 너는 네 시집간 검은무쇠 부족을 대표한다. 와일드해머의 대표는 폴스타트가 맡고, 브론즈비어드는 무라딘이나 브란이나 다른 누군가가 맡는 거야. 그러면 너도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듣게 될 테지. 드워프족을 위해 뭐가 더 나은지 그들과 함께 고민할수도 있을 거야. 너 자신만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해가 되나?"

모이라는 조심스럽게 끄덕였다.

"우리는 널 지켜볼거다. 아주 철저하게. 넌 이 왕좌를 피로 적시며 죽는 대신,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거다. 이번에야말로 드워프들을 통치할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하도록." 바리안이 그녀에게 몸을 구부려 내려다보았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마라."




어린 나이에도 무수한 모험을 겪은 안두인은 죽을뻔한 위기 또한 많았습니다. 모구의 고대 유물인 '천상의 종'이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다가 가로쉬가 부숴버린 종의 파편이 몸에 박혀 죽을뻔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안두인은 자신을 죽이려고 한 가로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판다리아의 안개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전쟁범죄: 광기의 끝'에서 판다리아의 네 천신인 위론, 쉬엔, 니우짜오, 츠지의 주재로 가로쉬에 대한 재판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가로쉬를 용서할 마음이 없는 베리사 윈드러너는 가로쉬가 먹을 음식에 독을 타는데요, 안두인은 가로쉬가 음식을 먹기 직전에 바닥에 떨어트려서 그의 목숨을 구합니다.




이에 가로쉬는 안두인의 팔을 붙잡아 부러트리려고 하지만 쥐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고 몸부림치며 죽어버리는 것을 목격하자 아무 말 없이 그의 팔을 놓아줍니다. 비록 소설의 결말에서 가로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고 해도, 안두인은 끝까지 자신의 할 바를 다한 것입니다.

가로쉬에게 죽을뻔한 위험을 겪고도 그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무에게서나 찾아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특히 타락과 증오, 배신이 넘치는 와우에서는 말이죠.

안두인의 이러한 모습은 가로쉬의 만행으로 테라모어가 날아간 이후 주전파로 돌아서 버린 제이나와 크게 대비됩니다. 안두인은 제이나를 이모라고 부르며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안두인은 판다리아 때부터 검은 용 왕자인 래시온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판다리아의 안개에서는 전설 퀘스트를 부여하는 등 나름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전설 반지 퀘스트의 마지막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행동이 없는데요, 이것이 군단에서 재등장할 래시온에 대한 복선일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래시온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주위의 강력한 인물들과 큰 사건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안두인 린은 목숨이 위협받았던 적도 많았지만 아직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온화하게만 자라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군단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외교술에는 한계가 있으며, 어떤 악당과는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합니다.'라거나 '안두인은 평화의 진정한 대가를 배워야 합니다... 그걸 치를 의사가 있든 없든 상관없을 겁니다.'라고 나온 것으로 봐서 그에게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글쎄요, 자기를 죽이려고 한 가로쉬를 살려내기 위해 위험한 행동도 마지않았던 안두인에게 그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많은 유저들이 그의 아버지이자 현 스톰윈드의 국왕 바리안 린이 죽을 것 같다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쨌든 모델링까지 변하고 주요 인물로 올라서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건이 벌어지긴 할 것 같으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녹색 예수로 불리면서 임시 대지의 위상 자리까지 맡았던 전 호드의 대족장 '스랄'에 비해 얼라이언스 쪽에서는 그렇다 할 대표적인 영웅이 없었기에,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하면서 안두인이 얼라이언스를 대표하는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착하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말이죠.


▲ 안두인 린은 하스스톤에서도 무척이나 예의 바른(?)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인벤닉 김봉남씨의 내 친구 안두인 팬아트




■ 아제로스는 내가 지킨다! 모험가들의 영원한 친구 카드가



드워프어로 '믿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카드가는 얼라이언스의 대마법사이자 마법 도시 달라란을 대표하는 통치 단체인 키린 토 6인의 의회 중 한 명입니다.

워크래프트와 와우를 통틀어 카드가 만큼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법 스승인 메디브와 싸우다가 노화 마법에 당해서 급격하게 늙어버리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워크래프트1편과 2편에서 수많은 활약을 합니다. 그리고 어둠의 문을 파괴해 드레노어의 붕괴가 아제로스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아내죠.




아웃랜드에 갇혀서 한동안 샤트라스에 거주하던 카드가는 나루 종족인 아달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으며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모험가의 편에 서서 불타는 군단을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저 강력한 대마법사일 뿐이었던 카드가는 드레노어에서부터 모험가와 함께 호흡하는 매우 친근한 캐릭터로 변했습니다. 드레노어에 진입해서 주둔지를 세우기까지 모험가와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굴단의 계획을 저지하는 등 많은 일을 함께했습니다.

일명 '소드군'으로 불리던 '강철 해일' 패치에서 한 차례 모델링이 바뀐 카드가가 어둠의 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리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모험가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는 카드가의 근처에만 가면 강제로 비행 탈것에서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벌어졌던 헤프닝이었지만 많은 유저들에게 카드가의 이름을 알리는 인상 깊은 사건이었죠.


▲ 아제로스 져널즈에서 다룬 카드가.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아무튼, 카드가는 모험가와 함께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불타는 군단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큰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설 반지 제작에 착수합니다.

전설 반지 퀘스트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카드가와 굴단의 알력 다툼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스토리의 백미죠. 카드가는 하늘 탑의 대 현자 비릭스가 가지고 있던 솔룸 고리를 강화해 모험가의 힘을 끌어내고, 굴단을 추격하기 위해 높은 망치의 오우거와 검은바위 용광로의 정령의 힘을 이용합니다. 이때, 카드가를 암살하려는 가로나를 잡아서 그녀의 정신 지배를 풀어주기도 하죠. 정신 지배에서 풀려난 가로나는 이후 모험가의 추종자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굴단이 흑마법사를 양산하는 데 사용하는 '혼돈의 고서'를 수집한 뒤 굴단의 부하들이 타고 다니는 선박을 파괴해서 드레나이 해도를 빼앗아 오라고 합니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치면 모험가에게 책을 불태우라면서 자신의 부하인 콜다나에게 보내는데, 이미 타락해버린 콜다나는 모험가와 전투를 벌인 뒤에 '너희들의 수장이 너흴 배신하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도망갑니다.

그리고 얼라이언스는 어둠달 골짜기의 카라보르 사원에 있는 이렐에게, 호드는 나그란드 정령의 옥좌에 있는 드렉타르에게 가서 축복을 받으면 반지가 강화됩니다. 카드가가 힘을 부여한 전설 반지를 착용한 모험가는 모든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지옥불 성채에서 굴단과 아키몬드를 상대하러 갑니다.




물심양면으로 모험가를 지원한 카드가는 지옥불 성채에서 아키몬드와 대결할 때 그롬마쉬 헬스크림, 이렐과 함께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군단 미리 보기 영상에서 카드가가 바리안 린을 찾아가 군단의 침공을 알리는 만큼, 드레노어에서도 모험가의 편에 서서 불타는 군단을 상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불타는 군단을 상대해 온 카드가의 조력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단 확장팩에서는 부서진 섬에 달라란이 있는 것으로 보아, 리치왕의 분노 때와 마찬가지로 달라란이 호드와 얼라이언스를 아우르는 대도시의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 바리안 린에게 군단의 침공 사실을 알리는 카드가


한편, 카드가는 키린토의 수장으로 등극하면서 달라란에 호드를 받아들이는 문제를 놓고 제이나와 대립하게 되는데요, 결국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되자 제이나는 달라란을 떠나게 됩니다. 자신의 영지였던 테라모어가 폐허로 변해버려서 마땅한 거주지가 없는 상태에서 제이나의 행보가 어디로 향하게 될 지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카드가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영웅들로 보는 확장팩 제4탄! 키린 토의 대마법사 카드가




■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젠 내가 활약할 때! 겐 그레이메인



늑대인간의 수장 겐 그레이메인은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다른 쟁쟁한 영웅들에 비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작은 편입니다. 실제로 와우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겐 그레이메인이 누군가요?' 하고 물으면 '바리안 린 옆에 있는 인간 남캐 NPC' 정도의 대답이 돌아오곤 하죠.

겐 그레이메인의 비중이 작었던 이유는 그의 보수적인 성품 때문입니다. 그가 지배하던 길니아스는 2차 대전쟁까지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었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 점점 더 많은 복구 비용을 요구하는 얼라이언스를 탈퇴하고 길니아스를 둘러싼 거대한 성벽을 건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합니다.




하지만 성벽만으로는 온 아제로스를 위협하는 언데드 무리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길니아스에도 언데드의 위협이 점점 거세지자 겐 그레이메인은 '괴물은 괴물로만 무찌를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루갈이 소환한 늑대인간을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들게 됩니다.

그의 바람대로 늑대인간은 효과적으로 언데드를 상대했습니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언데드 뿐 아니라 길니아스의 백성까지도 자신의 사냥감에 포함했죠.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겐 그레이메인은 자신의 친구이자 길니아스의 반역자인 '다리우스 크롤리'를 풀어줘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풀려난 크롤리는 우선 길니아스의 백성을 살려야 한다는 겐의 의견에 동의하고, 자신이 반란군이었던 시절에 준비했던 했던 대포를 사용해서 늑대인간을 효과적으로 제압합니다.

결국, 도시는 늑대인간이 장악해버리고 말았지만 겐 그레이메인은 백성들과 함께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들 앞에 새로운 적인 '포세이큰'이 등장합니다. 더는 버틸 힘이 없었던 겐 그레이메인은 백성들과 함께 '검은 숲'이 있는 내륙 쪽으로 이동합니다.

겐의 일행은 그곳에서 검은 숲에 저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발자취를 추적합니다. 그리고 검은 숲 깊숙한 곳에 있는 야생의 고향 '탈도렌'에서 나이트엘프 의 도움으로 늑대인간들도 야수에 대한 제어력을 얻게 됩니다.

인제야 한 명의 늑대인간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된 겐 그레이메인은 자기 아들인 리암 그레이메인과 함께 길니아스를 수복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언데드를 몰아붙이고 길니아스의 중앙 광장에서 실바나스 윈드러너와 전투를 벌이던 중, 실바나스가 겐 그레이메인에게 쏜 독화살을 리암 그레이메인이 대신 맞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리암 그레이메인은 실바나스의 손에 죽게 됩니다. 왕자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는 겐 그레이메인은 포세이큰이 역병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자, 실바나스에게 복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백성을 위해 생존자를 대피시킵니다.

대피하던 중에 조상들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아들의 임시 장례식을 치른 겐 그레이메인은 나이트엘프의 도움을 받아 다르나서스로 피신한 뒤, 지금은 스톰윈드의 바리안 린 국왕의 옆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뤘던 부분은 늑대인간의 시작 퀘스트 부분이며, 모두 대격변 때 일어난 일입니다. 스톰윈드에 있는 겐 그레이메인은 아직 별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단 확장팩에서 주요 인물로 부상하면서 드디어 이름을 날릴 기회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아들의 임시 장례식에서 다시 길니아스로 돌아올 것을 암시한 데다가 아들에 대한 복수도 미룬 채 백성들을 위해 길니아스를 버렸으니, 군단 확장팩에서 길니아스를 다시 수복할지도 모르죠. 조만간 늑대인간과 포세이큰의 대규모 충돌이 일어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겐 그레이메인에 대한 공식 홈페이지의 소설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겐 그레이메인: 무리의 우두머리


▲ 포세이큰에게 쫓기느라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리암 그레이메인




■ 포세이큰 지도자의 자질을 시험받게 될까? 실바나스 윈드러너



실바나스 윈드러너는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웅 중 한 명입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다뤄졌기에, 이곳에서는 그녀의 행보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길니아스의 국왕 겐 그레이메인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실바나스는 단순한 침략자의 모습으로 비쳤을지 모릅니다. 사실, 실바나스를 '악녀'라고 부르는 건 별다른 이견 없이 많은 분의 동의를 불러낼 수 있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버텨 온 삶을 되돌아보면 어느 정도 수긍할만합니다.




실바나스는 생전에 실버문을 방어하다가 아서스한테 한 번 죽은 뒤에 밴시 여왕으로 부활합니다. 그리고 리치 왕의 분노에서 아서스의 죽음을 확인하고 얼음 왕관 성채의 절벽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가 발키르에 의해 다시 부활하게 되죠. 마지막으로 길니아스 전투에서 언데드가 된 빈센트 고드프리의 배신으로 세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발키르에 의해 또다시 부활한 것입니다.

중요한 건 세 번의 부활 모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아서스에 의해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모두 발키르에 의해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발키르가 실바나스를 되살릴 땐 포세이큰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의 힘 일부를 사용하고 만 것이 아닙니다. 실바나스처럼 강력한 인물을 살리기 위해서는 발키르 중 한 명이 그녀 대신 죽어야 합니다.

총 9명의 발키르 중 현재는 4명의 발키르만 남아있습니다. 실바나스도 강력한 영웅이기에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최후를 암시하는 군단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 발키르는 죽은 자들을 포세이큰으로 만들 수 있다.


사실, 실바나스의 최근 행적을 볼 때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리치 왕의 분노 확장팩의 분노의 관문에서 벌어진 앙그라타르 전투에서 퓨트리스의 배신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 실바나스는 당시의 호드 대족장이었던 스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에 스랄과 실바나스는 모험가들과 함께 배신자 바리마트라스를 제거하고 언더시티를 수복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얼라이언스와 호드 연합은 자취를 감추고, 실바나스는 호드의 대족장에게 감시를 당하게 됩니다.


▲ 대족장이 세운 감시자 저 멀리, 실바나스가 보인다.


이후에 가로쉬가 호드의 대족장이 되면서 실바나스는 길니아스를 침략하게 되는데 가로쉬 앞에서는 역병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가 떠나자 부하들에게 바로 역병을 사용해서 적들을 처리하라고 명령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은빛 소나무 숲과 언덕 마루 구릉지에서 포세이큰의 퀘스트를 수행하면 잔학한 역병 실험의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오그리마 공성전에서 가로쉬를 끌어내리고 볼진이 대족장으로 즉위할 때 실바나스에게 말을 걸면 아래처럼 대답합니다. 마치 대놓고 반란을 저지를 것이라고 공표하는 것 같죠.


"대족장 볼진"이라.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리지 않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물론 트롤 따위에게 명령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귀여운 연합을 하나로 묶은 건 볼진이었고, 덕분에 이날이 왔지. 게다가 그를 죽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단 것도 보여줬고… 그 점에는 감탄하고 있다. 볼진이 진정 어떤 인물인지 시험할 때로군….


가로쉬를 재판하는 내용을 다룬 공식 소설 '전쟁범죄: 광기의 끝'에서는 자신의 여동생 베리사 윈드러너와 함께 가로쉬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기도 하고, 베리사와 함께 살기 위해 그녀를 죽여서 포세이큰으로 만들려는 막장 행보를 보입니다.

하지만 가로쉬의 암살에 실패하고 그녀가 포세이큰의 일원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자 실바나스는 크게 분노하며 앞으로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 실바나스의 동생 베리사 윈드러너


이처럼 실바나스는 호드에 융합되지 못하고 점점 갈등을 키워왔습니다. 군단 확장팩에서 드디어 무언가 터질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오래 참았다고도 볼 수 있죠.

불타는 군단이 침공하면서 실바나스의 죽음이 강하게 언급되고, 그동안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포세이큰의 지도자의 자질이 시험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드 내에서 정치적인 세력을 만드는 데 실패한 실바나스는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복수심을 충족하는 데에만 혈안이었고, 발키르에게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포세이큰을 다스려야 한다는 의식도 희박했죠.

하지만 지도자는 단순히 '정치적인 능력'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실바나스는 스컬지에서 독립한 포세이큰을 만든 당사자인 데다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해도 많은 수의 포세이큰들이 아직 실바나스를 잘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후계자가 생겨날 수가 없는 포세이큰의 특성 상 실바나스 말고 그 누가 포세이큰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실바나스도 자손을 생산할 수 없는 현재의 포세이큰에게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발키르를 그토록 이나 중시했던 것이죠.


▲ 발키르가 포세이큰의 핵심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군단 확장팩의 주요 인물 소개말에 의하면 "실바나스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연 그들이 자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할지 가늠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바나스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내놓아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일까요? 아서스에게 죽었다가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언데드가 되어 그의 조종을 받고, 이후에는 버림받은 자(포세이큰)가 되어 자신들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었던 비운의 여왕은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바나스 윈드러너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워크래프트의 팜므 파탈! 밴시 여왕 실바나스 일대기






지금까지 군단의 주인공급 인물인 일리단부터 시작해서 모험가들이 상대해야 할 적들과 큰 힘이 되어 줄 아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각기 힘든 선택을 하고 결과를 스스로 짊어졌다는 것입니다. 비록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자신의 결정을 믿고 끝까지 나아간 자들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자신만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일리단과 그를 추적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마이에브, 그리고 오로지 강한 힘만을 추구한 굴단에다가 한결같이 올바른 삶을 살았던 카드가와 안두인 린 까지, 그들 모두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할지언정 선택의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위험과는 차원이 다른 불타는 군단의 침공이 눈앞에 닥쳐와도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 자들은 몇이나 될까요? 게임스컴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군단 확장팩에서 모든 와우저들이 충격받을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영웅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