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아마추어들의 활약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 2015 LoL KeSPA컵(이하 케스파컵)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차 적응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달라진 버젼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이제는 흐름이 바뀌어 가는 것일까요? 2015 월드 챔피언쉽(이하 롤드컵)을 준우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타이거즈가 케스파컵 12강 2일 차 경기에서 탈락했습니다.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은 혼란과 함께, 달라지는 리그의 흐름을 느끼며 묘한 흥분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강팀 타이거즈에게 패배를 안겨준 팀은 다름아닌 지난 롤챔스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던 스베누 소닉붐이었기 때문입니다.

열 개의 프로 팀들과 네 개의 아마추어 팀들이 모여 승부를 벌이는 케스파컵. 프로와 세미 프로, 아마추어 팀들이 함께 승부를 벌인다곤 하지만, 보통 오랜 경험을 다져 온 프로 팀들이 초반부터 후반까지 무난하게 오르며 승리를 따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케스파컵은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스베누 소닉붐으로 대표되는 하위권 프로팀과 아마추어 팀들이 강팀들을 상대로 예상 외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날부터 이변은 시작되었습니다. 레블즈 아나키가 전통 있는 팀이자 라이벌이었던 나진 e엠파이어를 제압했고, 영보스를 상대로 CTU 파토스는 아마추어 명가의 경기력을 유감 없이 선보였습니다. 2일 차는 더욱 대단했습니다.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인 아마추어 팀 ESC 에버가 삼성 갤럭시를 2:0으로 완파해 버렸습니다. 2경기에서는 아마추어 팀 위너스가 오랜 전통과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강팀 CJ 엔투스에게 인상 깊은 한 방을 먹이며 한 세트를 따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2일 차 3경기에서 '하위권' 스베누 소닉붐이 타이거즈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변보다도 더욱 큰 이변으로, '인간계 최강'이라고 불리웠던 타이거즈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당당히 8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케스파컵의 첫 공식 펜타킬을 선보이기도 하며, '타이거즈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 스베누가 강해진 것이다' 라는 '스베누 재평가'에 큰 힘을 실어 주기도 했습니다.

아마추어 팀들과 하위권 팀들의 달라진 활약을 보며, 많은 팬들은 한국 리그 수준의 가시적인 상향 평준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피나는 연습 끝에 롤드컵 준우승 상대를 멋지게 이긴 스베누를 보며, 수많은 아마추어 팀들과 하위권으로 일컬어지던 팀들 역시 '우리도 어쩌면 롤드컵에?' 라는 마음을 품고 연습에 매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타이거즈를 당연히 세계 2위로 인정하고 있던 해외 팬들은 '대체 한국 리그는 뭐야?' 하며 어리둥절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연습을 해서 더 강한 상대를 이기고, 그것을 옆에서 보며 자극받아 더 많은 연습을 하게 되는 선순환. 이번 케스파컵의 '착한 이변'이 만들어 낸, 앞으로의 한국 리그의 전망에 희망을 품게 하는 발전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롤드컵. 아니, 다음 롤챔스가 몹시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