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국방부의 IPTV 게임 채널 송출 금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군대에서도 병사로 이루어진 프로 게임단이 운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자는 09 군번으로, 당시 국방부에서 적극 후원했던 e스포츠 팀인 '공군 ACE' 의 경기 방송을 챙겨 보며 군생활을 보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스타크래프트1 프로 팀에 비해 공군 ACE는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하던 때였던지라, 잦은 패배에 아쉬움이 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즐길 거리'가 극도로 제한된 군대라는 집단에서, 프로 게이머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당시 e스포츠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는 못했던 기자에게도 이는 매우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며 공군 ACE는 해체되었습니다. 군대의 분위기 또한 많이 바뀌었으며, 게임 업계의 위상과 e스포츠 시장은 전 세계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2015년 12월, 돌연 국방부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정책을 발표하고 맙니다. 바로 전군의 IPTV의 게임 방송 송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해도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문제에서, 국방부에서 발표한 이유는 지나치게 가벼웠습니다. '장병들이 하루 종일 게임 채널만 보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와, 이에 중독이 우려되는 바 게임 채널의 송출을 전면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습니다. 전병헌 국제 e스포츠연맹(IESF) 회장은 '시대착오적이고 우매한 처사'라며 강하고 빠른 반응을 보여 e스포츠 팬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광진 의원 또한 '뉴스에 중독이 된다면 뉴스도 금지할 것이냐' 라며, 매번 부정적인 이슈마다 게임을 타겟 삼아 뭇매를 퍼붓는 처사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시대착오적 발상', '군인들의 선택권을 빼앗긴다' 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게임 방송만 틀어 놓는 선임 때문에 괴로웠는데 다행이다' 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기도 합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국방부에서는 일주일 만에 IPTV 게임 방송의 송출 금지를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에 따라 결정을 재빨리 뒤집는 모습을 보여, 졸속 행정이 아니냐는 비난을 듣고 있기도 합니다.

병사들의 사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방부조차, 성인 남자로서의 군인이 가진 선택권을 너무도 가볍게 생각해버린 이번 사건. 그들에게 나라를 위해 애쓰는 국군 장병들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져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불과 몇 년 전, 군인을 대표하는 팀을 만들고 후원까지 해가며, e스포츠의 육성에 힘을 기울여 줬던 시절이 정말로 있었는지조차 믿기지 않기도 합니다.

국방부가 부디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진정 국군 장병들을 위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검토를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